글로벌 모닝 브리핑
미중 전쟁 다음 라운드는 '로봇'…美, 세제 혜택에 연방 자금까지
국제일반
2025.12.05 08:36:00
※[글로벌 모닝 브리핑]은 서울경제가 전하는 글로벌 소식을 요약해 드립니다. '세계의 로봇공장'된 中…美도 稅혜택에 연방 자금까지 푼다 미중 양국이 '피지컬 AI'의 핵심인 로봇 산업 주도권을 놓고 본격적인 패권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최근 로봇 업계 CEO들과 회동하며 로봇을 '미국 제조업 리쇼어링의 핵심'으로 강조했습니다. 미 상무부는 내년 로봇 산업 진흥 행정명령 서명을 검토 중이며, 의회는 국가로봇위원회 설치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의 로봇 산업 투자 규모는 23억 달러로 지난해의 두 배를 넘길 전망입니다. 세제 혜택과 연방 자금으로 로봇 도입을 가속화하고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추는 공급망 재편에 나설 계획입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54만 2000대 중 29만 5000대(54%)가 중국 물량으로, 미국(3만 4000대)의 거의 10배 수준입니다. 중국은 저가 공세를 넘어 첨단화에 성공해, AI 기반 용접 로봇이 용접선을 스스로 인식하고 품질을 보정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방문한 치텅지치런의 방폭 4족 로봇은 중동 석유화학단지에서 안전요원 6~8명을 대체하며 활약 중입니다. 모건스탠리는 2050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5조 달러(약 7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10억 대 이상의 로봇 중 30%는 중국, 7%는 미국이 보유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美, AI칩 규제 풀어도…H200 中수출 불투명 미국의 연례 국방수권법(NDAA)에서 중국 등에 대한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AI획득법(AI GAIN ACT)'이 제외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법안은 엔비디아·AMD 등이 중국에 AI 칩을 판매하기 전 미국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젠슨 황 CEO는 3일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의원 면담 후 "의회가 AI획득법을 국방수권법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으나, H200 수출 승인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H200 수출이 승인되더라도 중국이 이를 수입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은 올 7월 주요 기업에 엔비디아의 H20 사용 자제령을 내렸고, 9월에는 'RTX 프로 6000D' 주문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반면 자국산 반도체를 쓰는 데이터센터에는 전기료를 최대 50% 할인해주고, 신규 데이터센터는 칩의 절반 이상을 자국산으로 채우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중국 AI 반도체 설계 업체 캠브리콘은 내년 AI 칩 50만 개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같은 날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 데이터센터에 천재를 가득 보유한 나라에 먼저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무역·안보 몸값 오른 中…앞다퉈 習 찾는 유럽 정상들 프랑스, 영국, 독일 정상이 이달과 내년 초 연이어 중국을 방문하며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타결 후 다음 순서로 중국과의 협력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천연자원, 투자, 사회복지 관련 12개 협력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에어버스, BNP파리바, 슈나이더, 알스톰 등 주요 기업 CEO들을 대거 동행시켜 경제 협력 강화 의지를 보였습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내년 1월 말 방중 예정으로, 2018년 테레사 메이 이후 8년 만에 정상외교를 재개합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내년 1~2월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로 유럽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는 등 뼈아픈 경험을 했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유럽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중국의 지지가 필수적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차별화하며 다자주의 리더 자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 1억 달러 인도적 지원을 발표해 친이스라엘인 미국을 겨냥했고, 왕이 외교부장은 프랑스에 "대만 관련 중국 입장 지지"를 노골적으로 요청했습니다. 다만 고질적인 무역 불균형이 걸림돌입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EU산 브랜디(최대 34.9%), 돼지고기(62.4%)에 반덤핑관세를 매기는 등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오픈AI 손들어 준 손정의…"지원에 전념" 오픈AI 독주 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최대 투자자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오픈AI 지원에 전념하겠다"며 견고한 파트너십을 재확인했습니다. 고토 요시미쓰 SBG CFO는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쟁쟁한 강적들 속에서도 오픈AI가 톱을 달리고 있다"며 "오픈AI의 최대 응원단으로서 지원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글이나 앤스로픽 등 타사에 대한 투자 가능성도 일축했습니다. SBG는 지금까지 오픈AI에 347억 달러를 투자했거나 투자 약정했으며, 출자 비중은 약 11%입니다. 구글 '제미나이3'가 성능 평가에서 챗GPT 5.1을 앞서는 등 오픈AI의 기술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샘 올트먼 CEO는 최근 사내에 '코드 레드'를 발령하며 챗GPT 고도화와 사용자 경험 개선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오픈AI는 AI 모델 훈련 과정 감독·분석 소프트웨어 업체인 폴란드 스타트업 넵튠AI 인수도 발표했습니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달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58억 3000만 달러(약 8조 원)에 매각하며 "오픈AI와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할 돈이 더 필요했다"고 밝혔습니다. "AI가 거품이냐고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AI가 세계 GDP의 10%인 연간 20조 달러(약 2경 9000조 원)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0월 SBG는 상장 이래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40조 엔을 돌파했으나, 제미나이3 공개 직후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났습니다. 고토 CFO는 "AI 기술 평가가 명확하지 않은 지금 거품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급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SBG는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등에도 적극 투자해 "성장 속도를 높여 AI 투자 회수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입니다. 트럼프, '바이든표' 연비규제 완화…물가 낮춰 지지율 반등 노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강화했던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국 3대 자동차 기업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평균연비제(CAFE) 완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2031년형 신차의 평균 연비 기준은 갤런당 50마일에서 34.5마일로 낮아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연비 기준이 제조사로 하여금 비싼 기술을 사용하게 해 차값을 올렸다며, 완화 조치가 소비자에게 최소 1000달러의 차량 가격 인하 효과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그린 사기”라고 비판했고, 포드·GM 등 제조사들도 이번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악화한 여론을 돌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가격 인하에 나선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는 이미 전기차 지원을 축소해 왔으며, 9월에는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의 연방 세액공제를 폐지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주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계획도 무력화한 바 있습니다. 이런 기조 속에서 GM은 전기차 전환 목표를 후퇴시키고 16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감수하며 관련 사업을 축소했습니다. "HBM에 집중" 마이크론, 소비자용 메모리 철수한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고수익의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하기 위해 소비자용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마이크론은 3일(현지 시간) “크루셜(Crucial) 브랜드의 소비자용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관련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내년 2월까지는 기존 제품의 출하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크루셜 브랜드는 개인용 PC·노트북용 D램과 소비자용 SSD 등을 판매해 왔으나, 회사는 성장성이 높은 AI 데이터센터용 메모리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수미트 사다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AI 확산으로 메모리와 스토리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의 전략적 고객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소비자용 메모리가 마이크론의 핵심 수익원이 아니었다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마이크론의 2025회계연도 4분기에는 HBM 매출이 20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18%를 차지했습니다. 산자이 메로트라 CEO는 HBM 시장이 2030년까지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일반 D램보다 뚜렷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60.8%, 마이크론 22.0%, 삼성전자 17.2%로 분석됩니다.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국정원 VC'가 한국판 팰런티어를 키웠다면
사내칼럼
2025.11.30 17:25:42
미국 실리콘밸리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순간들이 있다. 1939년 스탠퍼드 대학원을 막 졸업한 데이비드 패커드와 윌리엄 휼렛이 지도교수 자택의 작은 차고에서 세운 휴렛팩커드(HP) 창업기가 그중 하나다.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윌리엄 쇼클리와 ‘8인의 배신자들’이 창업한 페어차일드반도체 그리고 페어차일드의 ‘자식’ 격인 인텔과 AMD, 마우스와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 이더넷을 낳았음에도 몰락한 제록스 팰로앨토연구소(PARC), 역시 차고에서 시작했으나 PARC의 마우스와 GUI를 흡수해 PC 혁명을 이끈 애플까지. 1950년대까지 과수원과 통조림 공장만 가득하던 농장 지대는 창업가들의 도전으로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그렇다고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민간 출신 창업가들이 전부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 이면에는 냉전 당시 미국 정부의 전략적 개입이 숨어 있다. 미국의 국방·안보 기관이 실리콘밸리 초기 기업 성장을 뒷받침했다는 사실은 이제 널리 알려졌다. 미 정부는 군사 분야에서 첨단기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한 ‘스푸트니크 쇼크’로 우주경쟁이 촉발되면서 실리콘밸리에는 천문학적인 정부 투자가 쏟아졌다. 1960년대 인간을 달에 보내고 소련과의 핵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시쳇말로 ‘외계인을 고문한’ 수준의 초월적 기술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정부 연구소의 최신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이 만든 상품의 대량 구매자 역시 자처했다. 지척의 스탠퍼드·UC버클리와 미 3대 핵 연구소인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는 실리콘밸리의 지적·기술적 인프라를 떠받쳐줬다. 이 과정에서 탄생해 세상을 바꾼 대표적 기술이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개발한 인터넷의 전신 아르파넷(ARPAnet)이다. 냉전 시기에만 이뤄진 일이 아니다.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인터넷 검색을 연구하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창업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이 연구가 DARPA·나사가 지원한 ‘국책 프로젝트’였다는 점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구글은 창업 초기 CIA와 미 국가안보국(NSA)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구글은 태생부터 국가 안보기관의 정보처리 기술을 위해 탄생한 셈이다. 미 정부의 실리콘밸리 육성·지원은 오늘날에도 지속 중이다. 인텔 2나노급(18A) 반도체 공정의 외부 발주사는 미 국방부와 미 정부의 클라우드 제공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다. ‘민간 우주기업’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나사와 미 정보기관의 지원이 있었기에 탄생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실리콘밸리에는 ‘CIA 벤처캐피털(VC)’인 인큐텔(In-Q-Tel)도 공개적으로 활동한다. 팰런티어와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구글 어스의 모태가 된 ‘키홀’을 모두 인큐텔이 발굴·육성했다. 눈을 한국으로 돌려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국정원 VC’가 공개적으로 국가전략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를 미국처럼 ‘정부의 지원을 받은 민간의 혁신 창업’이라고 반기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차이점은 명확하다. 미 정부는 전략기술에 ‘첫 단추’만 끼워준다. 시장 확대와 혁신은 기업이 가장 잘한다는 점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권이나 의사 결정에는 가급적 간섭하지 않는다. 기업이 자생력을 갖춘 뒤에는 일종의 ‘관치’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기술 주도 국가로 가는 길은 정부의 전략적 개입과 기업의 시장 경쟁력이 균형을 이루는 데서 출발한다. 실리콘밸리가 기술 혁신의 심장부로 수십 년간 위세를 떨쳐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판 팰런티어·스페이스X가 태어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김광수의 中心잡기
'파격' 주중대사의 다음 행보를 기대한다
정치·사회
2025.11.09 18:00:41
더불어민주당 관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내란을 일으킨 반역자다. 노 전 대통령 사망 당시에도 ‘역사의 죄인’이라 평가했을 정도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 다소 의아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재명 정부 첫 번째 주중대사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동북아연구재단 이사장을 임명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는 상징성, 중국과 관계를 이어온 노 대사의 전문성, 관얼다이(고위 관료의 자녀)를 예우하는 중국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실용 외교를 위해 피아를 가리지 않고 최적의 인물을 선정했다는 소식은 양국 외교가에서도 화제가 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도 포착된다. 공직을 한 번도 맡아보지 않은 노 대사가 과연 고차방정식과 같은 주중대사 임무를 잘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친구에 이어 대통령의 아들이 주중대사로 낙점된 것을 두고 개인의 자질보다는 배경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냐며 의심하는 눈길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친구이자 최고 권력자의 최측근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역대 최악의 주중대사로 꼽히는 정재호 전 대사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현지에서는 전임 대사와 정확히 반대로만 하면 적어도 중간은 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권위주의를 떨치고, 교민사회와 우리 기업들을 살피고, 언론과 원활하게 소통하며, 대중 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행보만 보면 합격점을 줄 만하다. 노 대사는 10월 16일 공항 도착과 동시에 도어스테핑 형식으로 특파원들을 만났고 곧바로 대사관으로 이동해 취임식을 진행했다. 취임식장에 들어서며 참석자들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며 낮은 자세를 보인 점도 인상 깊었다. 2022년 톈진으로 입국해 도착하자마자 격리 시설에 들어갔던 전임 대사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직원들을 시켜 베이징에서 냉장고를 공수하고 취임식에서는 자신의 뒷모습을 찍지 말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노 대사는 취임 나흘 만에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성실한 답변으로 임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교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 최소한만 참석했던 전 대사와 달리 노 대사는 한중민속페스티벌 같은 소소한 행사에도 직접 들려 교민들의 손을 맞잡고 목소리를 경청하는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주중한국상회가 11년간 100회를 개최하는 동안 전임 대사 그 누구도 참석하지 않은 ‘베이징 모닝포럼’에 주중대사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렸다. 취재 환경이 극도로 제한된 중국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단적인 예로 한중 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설명하던 과정에서 너무 솔직히 하다 보니 다시 양해를 구하며 비보도를 요청해야 했을 정도다. 특파원들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그의 진심을 느꼈기에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비보도를 지켰다. 관저 공개를 꺼렸던 전임 대사와 달리 노 대사는 특파원 대상 첫 정례 브리핑 이후 관저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내년 봄에 다시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노 대사가 취임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만큼 총평을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대사로서의 업무 능력을 보여주려면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실질적인 성과도 내야 한다. 그럼에도 지난 한 달의 행적을 살펴보면 이 정도면 기대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양국 간 분위기가 여느 때보다 좋다는 점도 이러한 기대에 힘을 실어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해 정상회담을 가졌고 내년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답방도 예정돼 있다. 연일 ‘파격 행보’를 보이는 노 대사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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