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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얘기 밖에 꺼낼 수 없었던 JY[김광수 특파원의 베이징 산책]

중국발전고위급포럼 등 위해 방중

일정 노출 피하고, 발언 아끼며

미중 갈등 속 오해 피하려 노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2023중국발전고위급 포럼에 참석해 비공개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아침부터 베이징 댜오위타이에 모인 한국 매체의 베이징 특파원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 5월 이후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데다 미중 갈등 상황에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서다.

이날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선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이 27일까지 3일 일정으로 개막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한 중국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이후 개최한 첫 오프라인 행사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퀄컴, 지멘스, 코닝,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CEO 10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 23일부터 중국을 찾은 이 회장은 24일 톈진시를 방문해 시 주석의 측근이기도 한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 면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톈진에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의 삼성 계열사가 생산 공장이 있다. 이 회장의 방중은 중국 내 사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CDF 참석도 중요한 일정이다.

공개된 일정을 취재하기 위해 반나절 가량을 기다린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 회장은 “북경에 날씨가 너무 좋지요”라며 다소 엉뚱한 발언만 했을 뿐이다. 이어지는 질문에도 이 회장은 말을 아낀 채 회의장에 입장했다.

팀 쿡 CEO가 CDF의 한 세션에 연설자로 나서 중국의 혁신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공개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이 회장이 중국 입국부터 모든 일정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것을 두고 삼성의 고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한국 등 각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확장에 제동을 거는 이른바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을 발표했다.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보유한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상황에 어느 한 쪽을 선택할 것을 강요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 하나가 미국이나 중국 모두에 의도하지 않게 전해질 수 있는 만큼 이 회장이 말을 아꼈다는 분석이다.

날씨 얘기를 꺼낸 이 회장의 고심이 느껴진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황사가 발생하는 등 베이징의 공기 질은 최악의 사태를 빚었으나 이 회장이 방문한 23일 오후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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