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사업 확장에 매달 1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14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으나 지출이 너무도 커 대규모 추가 투자 유치가 불가피하다. AI 선두주자 오픈AI 또한 지난해 매출 90%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와중, AI 패권을 잡기 위한 ‘쩐의 전쟁’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1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에게 제공된 자료를 인용해 올해 xAI의 AI 매출이 5억 달러, 손실은 130억 달러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xAI는 머스크가 자체 AI 개발을 위해 2023년 7월 설립한 회사로 ‘그록’ 시리즈를 개발, 서비스 중이다. 올 3월에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와 합병하기도 했다.
xAI는 올 2월 당시 오픈AI 최신 모델과 유사한 성능의 ‘그록3’을 내놓고 엑스를 통해 서비스 중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애저’에 그록3 제공을 시작하기도 했다. xAI는 오픈AI·구글 등 생성형 AI 선두 기업 대비 후발주자인 만큼 막대한 연산 자원을 투입해 격차를 좁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테슬라가 주문한 엔비디아 H100 AI 가속기가 xAI에 전용됐다는 논란이 흘러 나오기도 했다.
xAI는 그간 유치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테네시주 멤피스에 211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 센터 '콜로서스'를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100만 장에 달하는 AI 가속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러나 투자 대비 이용자 증가 속도가 느린데다 기업간거래(B2B) 등 주요 매출원을 오픈AI와 구글, 엔스로픽 등 경쟁사가 선점하며 수익화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xAI는 설립 이후 총 140억 달러를 유치했으나 장부상 남아 있는 금액은 3월 말 기준 40억 달러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xAI의 고급 AI 모델 구축 비용이 제한된 수익보다 더 커지며 매달 10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며 “현금이 흘러나가는 속도가 AI 산업은 물론 수익이 느리게 나타나는 xAI의 재정적 수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xAI와 엑스의 합병을 통해 재정 구조를 개선하려 했으나 막대한 지출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에 xAI는 43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이는 xAI·엑스 합병을 위해 채권 투자자들로부터 융자 조달하려는 50억 달러와 별개다. xAI는 외부 자금을 끌어 모아 외형 확장을 시도해 2026년에는 매출 20억 달러를 기록한 후 2027년 현금흐름 흑자 전환에 이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머스크의 관계 악화다. 블룸버그는 “신규 투자가 머스크와 트럼프 간 공개적인 갈등이 벌어지고 있던 시점과 맞물려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샀다”고 전했다.
xAI가 계획한대로 매출 신장과 흑자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오픈AI와 격차는 여전히 크다. 9일 오픈AI는 연반복매출(ARR)이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ARR이란 구독 계약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기반으로 향후 12개월간 매출을 추산한 수치다. 올해 매출 차이가 20배에 이르는 셈이다.
다만 AI 산업이 장기적인 체력전으로 흘러갈 시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의 현금동원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픈AI는 지난해 매출 55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적자가 50억 달러에 달했다. 오픈AI는 2029년 매출 1000억 달러 돌파를 예상 중이지만 그 시점까지 흑자전환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사업 확장 속도 대비 지출이 크다보니 끊임 없이 외부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미래지향적 사업에서도 수년간 꾸준한 손실을 겪으면서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간 머스크의 전력이 xAI의 강점”이라며 “xAI는 인프라 비용 자체 부담과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한 접근 등이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있는 우위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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