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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량원펑의 딥시크가 한국 AI에 준 기회[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딥시크, 제한된 자원속 혁신 일궈내

'오픈소스로 경쟁력' 韓에도 길 제시

대세 전환기 우리만의 AI영역 구축을


‘소국이라 하기에는 땅이 넓고, 대국이라기에는 속이 좁아 중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때 중국이 속까지 넓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중국의 대인 기질을 보여준 사례가 인공지능(AI)계를 뒤흔들고 있는 딥시크인 듯하다.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의 행보는 실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의 면모를 보여준다. “오픈AI는 신이 아니다. 그들이 반드시 최전선에 있을 필요는 없다. 딥시크는 기회를 틈타 이익을 얻는 게 아닌 기술 최전선에서 발전을 이끄는 데서 출발했다”는 말부터 포부가 다르다.

챗GPT가 칼럼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딥시크는 일단 저렴한 사용료로 주목받았다. 량 CEO는 가격을 낮춘 이유에 관해 “원칙은 폭리를 취하지 않고 약간의 이윤을 남기는 것”이라며 “모델 개발 비용이 감소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보편적으로 AI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설계도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정책을 취한 데 대해서는 “상업적이라기보다는 문화적 행위인 오픈소스로 존경과 문화적 매력을 얻을 수 있다”며 “진정한 경쟁 우위는 혁신을 이끄는 조직과 문화이고 뛰어난 인재들은 타인이 자신의 혁신을 따르는 데서 큰 성취감을 얻는다”고 했다. 설계도를 독점하면서 얻는 일시적인 기술 우위 대신 혁신과 개방으로 인재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혁신에 대한 생각에서는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까지 떠오른다. 량 CEO는 “미국과 중국의 진정한 격차는 독창성과 모방의 차이다. 이것이 바뀌지 않는다면 중국은 항상 추종자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딥시크에 놀란 것은 중국 기업이 혁신의 기여자로 게임에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중국 기업들은 타 기업의 기술혁신을 따라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혁신을 등한시했지만 이는 당연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이제 무임승차에 머물지 않고 기여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일갈한다.

누군가는 딥시크가 오픈AI 최신 모델을 학습했음을 지적한다. 하지만 AI 생성 데이터를 학습하는 ‘증류’ 기법은 오픈AI와 구글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개발한 것이다. 이는 곧 그들도 암암리에 타 AI가 만들어낸 데이터를 학습 중임을 뜻한다. AI 개발사들이 데이터 무단 학습을 문제 삼는 것은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왜 AI 생성 데이터가 필요해졌을까. 그간 인터넷에서 무단 학습해온 데이터가 고갈된 탓이다. ‘룰’은 같았다. 딥시크가 제한된 자원 속 장인 정신에 가까운 최적화와 극한의 창의성으로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찬탄과 경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딥시크 쇼크의 진정한 의미는 ‘더 많은 AI 가속기가 승리를 보장한다’는 기존의 공식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쩐의 전쟁에서 밀리던 한국 AI 모델이 오픈AI·구글·메타 등 미국 빅테크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길이 제시된 것이다. 오픈소스 모델이 오픈AI를 비롯한 최선단 AI와 경쟁할 수 있음을 증명한 점도 인상적이다. 폐쇄형 생태계로 독자 노선을 걷던 네이버 등 국내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전면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만의 독자 개방형 AI 생태계가 세계 시장을 주도한다면 이상적이겠으나 실현이 힘들다면 우방인 미국의 메타가 주도하는 라마 생태계에 빠르게 올라타 한국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AI의 판이 흔들리는 것은 후발주자에게는 기회 요소다. 그간 한국은 AI 혁신 속 ‘을’이었다. 말실수인지는 모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래픽메모리(GDDR)를 만드는지 몰랐다”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발언은 한국 기업들이 수많은 ‘하청업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씁쓸한 진실을 확인하게 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이번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TSMC와 같은 ‘슈퍼을’로 거듭날 준비를 해야 한다. AI 가속기에서 AI 추론 특화반도체(ASIC)로의 대세 전환까지 놓친다면 한국 반도체에는 이제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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