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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I가 '인종차별주의자'를 '트럼프'로 적었다고?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아이폰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이 ‘인종차별주의자(Racist)’ 등 단어를 ‘트럼프(Trump)’로 받아적는 현상이 벌어져 애플이 긴급 수정했다. 애플은 주총에서 보수 싱크탱크가 제안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폐지 안건도 부결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약속한 4년 5000억 달러 투자가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애플이 정권 ‘눈밖’에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사진제공=애플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폰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가 인종차별주의자, 광란(Rampage), 횡행하는(Rampant) 등 어휘를 트럼프로 받아 적는 현상이 발견됐다. 관련 영상이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며 논란이 커지자 애플은 긴급 수정에 나섰다.

이 현상은 일부 R로 시작하는 단어에서 발생한 버그로 보이지만 공화당 지지층은 의도한 게 아니냐며 애플을 공격하고 있다. 애플은 “받아쓰기용 음성 인식 모델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고 오늘 해결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록 버그일지라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비롯한 AI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는 평가가 따른다. WSJ은 “애플은 AI에서 경쟁사를 따라잡으려 노력해왔으나 최근 뉴스 콘텐츠 요약 오류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이 기능을 비활성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이날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DEI 프로그램을 존속시키기로 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국가공공정책연구센터(NCPPR)가 DEI 폐지를 제안했으나 주주들이 97%에 달하는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시킨 것이다. 최근 트럼프 정권 압박에 메타·구글·아마존 등이 DEI를 폐지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강점은 항상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적인 문화를 제공하는 데서 나왔다”며 “포용적 문화를 유지하고 우리만의 핵심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쿡 CEO는 “법적 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 정책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단서를 달았다. 트럼프 정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쿡 CEO는 최근 트럼프와 만난 뒤 향후 4년간 미국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트럼프의 리쇼어링 정책에 발맞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직후 약속한 금액의 대부분이 기존 계획된 예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며 난처한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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