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미국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경기는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는 계속 오르는 현상이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과 불법이민자 추방은 모두 물가를 밀어올리는 요소입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정책을 미국 경제 상황이 막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올해 실적 전망, 예상 하회…월마트 주가 6%↓
우선 20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은 '트럼프의 친시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휩싸여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노베이터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 팀 우르바노비츠는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 위에 관세가 부과되면 소비자에 대한 세금으로 작용해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고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최근 글로벌 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이 내년에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 생각하는 비율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실제 최근 나온 미국의 1월 물가 상승률은 3.0%(전년 대비)로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죠. 이날 월마트가 올 회계연도 매출을 3~4%, 영업이익은 3.5~4.5%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수치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70%가 소비로 이뤄져 있죠. 미국 소비를 대표하는 월마트의 이 같은 예상은 ‘소비 엔진’이 식을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돼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로 연결됐습니다. 이날 월마트 주가는 6% 넘게 떨어졌고 다우지수도 1.01% 하락 마감했습니다.
관심은 이 같은 우려가 트럼프의 관세폭탄을 막을 수 있을 것인 지로 옮겨갑니다. 올해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습니다. 관세는 결국 수입 물가를 올려 전체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고, 불법이민자 추방도 결국 인건비를 올려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 지수를 자신의 지지율 척도로 보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미국 주가지수를 끌어내릴 것이고, 이는 관세폭탄의 속도조절론으로도 연결될 수 있겠습니다.
하락하는 지지율…트럼프 허니문 끝?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 추세로 허니문 기간이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이날 제기됐습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나온 CNN 등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과 반대 의견이 각각 47%대 52%, 워싱턴포스트(WP) 등의 조사에서는 45%대 53%로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초 미국인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이 50대 50으로 갈리거나 심지어 일부 조사에서는 긍정 의견이 더 많았던 것에 비하면 전세가 역전된 것이죠.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에 경고 신호가 들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행보와 물가가 꼽혔습니다. CNN 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트럼프 대통령이 생필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WP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9%가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뉴스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스태그 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미국인들의 물가, 관세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도 그대로 밀고나가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은 트럼프 시대 미국 백악관의 정책 계획과 전술을 다룹니다. 구독하시면 트럼프의 정책이 한국의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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