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치 아라치’ 인문학
‘마루치 아라치’다운 글
마루치 아라치는 초등학교 1학년 때인 1977년에 개봉한 대한민국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정식 영화제목은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로 동시대를 살아온 분들이라면 줄거리의 대강을 기억할 것이다. 주제곡 ‘달려라 마루치, 날아라 아라치’는 누군가 선창만 해주면 어렵지않게 따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당시 관객수 16만명 이상을 기록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흥행에 있어 역사적 영화였다. 당시 부모님과 동행하지 않고 극장에서 벗들과 본 최초의 만화 영화였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기억될만한 영화였다. 당시 벗들은 영화관에서 마루치, 아라치와 같은 편이 되어 파란해골단과 용감하게 싸웠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한참동안 마루치, 아라치의 발차기를 흉내내며 지냈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인터넷에 마루치 아라치를 검색해 보았고 다행스럽게도 50년 가까이 지난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었다. 다시 만난 마루치 아라치는 마치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가 알프레도가 마지막으로 남겨 준 필름(검열에서 삭제된 키스 장면들을 모아놓은 필름)을 다시 보는듯 가슴을 울렸다. 멀리 떨어져 살아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그리운 벗을 준비 없이 갑작스레 만
한식인문학
K-푸드의 세계화 길
이번 APEC 경주대회의 또 다른 성과는 K-푸드를 세계 정상에 알리는 것이었다. 비록 단편적이고 지역적인 것이었지만 그 효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K-팝, K-컬쳐와 함께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상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K-푸드와 한식(K-diet)와의 구분이 어렵다고 물어오는 데, 한식은 우리나라 조상 대대로 내려온 먹고 살아온 식과 습관을 대변하는 밥상을 말한다. 곧 밥상의 구조와 구성, 먹는 양식과 문화를 말한다. 우리 조상들은 주로 밥, 국, 김치, 장 등 기본 반찬 위에 매끼마다 대표음식을 하나씩 만들어 밥상을 차렸다. K-푸드는 이러한 한식이 시장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음식을 말하며. 처음에는 주로 밥상구조의 대표 음식이 한그릇 음식(one-dish, one-bowl)형태로 골목이나 시장에 나왔다. 장터에서 시작하여 주막에서 K-푸드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요즈음에는 이러한 포멀한 대표음식을 넘어서 각 지역이나 우리 조상들이 각 가정의 간식으로 먹었던 음식이 길거리나 시장에 나와서 K-푸드로 많이 알려진 경우가 있다. 우리는 베트남전의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다낭을 중심으로 남베트남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북베트남, 특
AI 웨이브
해저케이블과 데이터 안보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는 하늘을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다속을 달린다. 전 세계 인터넷과 모바일 트래픽의 95% 이상이 해저케이블로 전송된다. 국제 데이터의 대부분은 위성이 아니라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이동한다는 의미이다. 금융거래부터 원격의료, 디지털정부 서비스, 심지어 국가안보와 우주·항법 데이터까지 국가의 신경망인 유리섬유에 실려 심해를 가로지른다. 그럼에도 해저케이블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책적 관심을 두지 못했다. 문제는 관심의 부족이 곧 취약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해저 지진과 해류, 어선 닻 걸림 같은 우발 요인에 더해, 특정 구간을 노린 고의 훼손이나 사이버공격 가능성까지 겹치면, 케이블 하나의 단절이 산업과 행정 등 국가 전반의 장애로 번질 수 있다. 해저케이블을 민간 통신설비로만 볼 것인가, 국가 기반으로 볼 것인가는 정책의 출발점을 가른다. 지금까지는 사업자 자율과 비용 효율이 우선이었지만, AI 전환과 클라우드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기준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회복탄력성이다. 안전한 시스템은 고장이 ‘없다’가 아니라, 고장이 ‘나도 버틴다’. 이를 위해 첫째, 경로와
금융규제 포커스
조각투자상품의 제도권 진입
올해는 2021년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으로 시장에 첫선을 보인 조각투자상품이 법 개정을 통해 제도권으로 진입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조각투자는 부동산·음원저작권과 같은 다양한 기초자산을 유동화하여 다수의 일반투자자에게 나누어 판매하는 것으로, 유동화 방법으로 증권의 공모를 활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현재까지 시장에 나온 조각투자상품은 (i) 발행인이 투자자와 공동사업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으로 기초자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면서 해당 기초자산의 소유권에 대한 공유지분을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구조(투자계약증권 발행 방식), 또는 (ii) 기초자산을 신탁하고 해당 신탁관계에 근거하여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구조(수익증권 발행 방식)를 취해 왔다. 전자의 경우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더라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서 수리되면 투자계약증권 발행이 가능하고, 현재까지 한우·미술품 조각투자상품이 출시된 바 있다. 이와 달리 후자의 경우 현행 자본시장법령상 비(非)금전신탁 수익증권 발행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서 그동안 샌드박스를 통해 제한적으로 운영되어 왔다(현재까지 부동산, 대출채권, 항공
일본, 일본인 이야기
남편이 아내 성을 따른 다카이치 총리 부부의 '특별한 선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부부는 왜 같은 성(姓)을 쓸까. 부부가 성이 같은 경우는 일본에서도 드물다. 한데 두 사람은 성이 같은 것은 물론이고, 남편이 아내 성을 따랐다는 점에서 궁금증을 유발한다. 우리나라도 부부가 합의하면 자녀는 엄마 성을 따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흔치 않고, 더구나 남편이 아내 성을 따라 바꾸는 경우는 없다.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일본 민법은 “부부는 같은 성(姓)을 써야 한다”고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남편 성이든, 아내 성이든 선택은 부부 권한이다. 다만 서로 다른 성을 유지한 채 혼인신고는 할 수 없다. 결국 한쪽 성으로 통일해야 한다. 일본은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부부동성을 의무화한 나라로써 항상 논쟁거리다. 현실에서는 대략 95% 이상 아내가 남편 성으로 바꾼다. “아내가 남편 성을 따른다”가 일반적이며, “남편이 아내 성을 따른다”는 아주 예외적이다. 이러니 다카이치 총리 부부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와 다카이치 타쿠(高市 拓) 부부는 결혼과 이혼, 재혼을 반복했다. 이들이 처음 결혼한 2004년은 남편(당시 야마모토 타쿠)은 중의원 신분이었지만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