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경영학
신뢰로 연결하라: 벤자민 호르니골드 & 리드 호프만
1716년 ‘해적공화국’(Republic of Pirates)이 활개를 칠 무렵, 대형 상선이 카리브해에 나타났다. 당시 최강의 해적 연합함대를 이끌던 벤자민 호르니골드는 해적들의 주장을 한사코 물리치며 상선을 공격하지 않았다. 영국 국기를 달았다는 이유다. 호르니골드는 윤리 기준과 애국심이 강해 스스로 해적이 아니라고 여겼다. 비록 영국 왕의 면허장을 받지 못했지만 사략선(私掠船)을 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스페인이나 프랑스 같은 적국의 배만 공격했다. 점점 불만이 쌓이면서, 연합함대의 해적들은 총사령관에 대한 신임을 투표에 부쳤다. ‘블랙샘’(Black Sam) 사무엘 벨라미가 추대되고, 호르니골드는 ‘검은 수염’(Black Beard) 에드워드 티치와 함께 연합함대를 떠났다. 1년 남짓 함께 해적질을 계속하던 호르니골드는 1717년 말 의견 차이로 ‘검은 수염’과 헤어졌다. 호르니골드는 영국 왕 조지 1세를, ‘검은 수염’은 전임 앤 여왕을 각각 지지했다. ‘검은 수염’은 ‘앤 여왕의 복수’(Queen Anne‘s Revenge)를 이끌고 떠났다. 18세기 초, 호르니골드는 카리브해의 해적 사이에서 가장 존경받는 우두머리였다. 해적 공동 자치제인 해적공화국을 건설하고,
푸드테크 세상
대한민국 미식(美食) 가이드: 미쉐린·식신·블루리본
‘미쉐린 가이드’, ‘식신’, ‘블루리본 서베이’ 등 주요 미식(美食) 안내 기업의 올해 평가가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미식 가이드들은 미식의 기준을 잡기 위해 각기 다른 가치와 고유한 방식의 평가를 지향한다. 소수 전문가 중심의 평가를 추구하는 ‘미쉐린 가이드’, 실제 사용자 빅데이터 분석으로 대중적인 인기와 맛, 만족도를 평가하는 ‘식신’, 그리고 지역별 평가단을 기반으로 식당을 평가하는 ‘블루리본 서베이’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소비자에게 맛집을 추천한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한 개 이상 별을 받은 식당은 서울 36곳, 부산 3곳이다. 식신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별 세개를 받은 전국 식당은 총 70곳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북 39곳, 서울 강남 22곳, 경기 7곳, 부산 2곳, 대전 2곳, 제주 2곳, 그리고 인천, 대구, 충남, 경남, 전남, 전북 각 1곳 씩이다. 블루리본 서베이에서 가장 높은 리본 세 개를 받은 식당은 총 43곳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별 한 개 이상과 식신의 별3개에 동시에 선정된 곳은 총 15곳으로 밍글스, 스와니예, 에빗, 레스토랑 알렌, 솔밤, 제로컴플렉스, 강민철레스토랑, 세븐스도어, 정식당, 온지음, 소수헌, 무오키, 라연
산안법 톺아보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의무는 현장의 의무와 구분돼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 관하여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가 취하여야 하는 경영상, 관리상의 조치를 정하고 있다. 즉,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위하여 인력을 충원하거나 예산의 증액, 조직의 개편, 절차·규정·매뉴얼 등의 제·개정 등을 시행하는 것이 중처법에서 정한 의무 내용이다. 이는 현장에서 이행하여야 하는 안전보건조치와는 구분된다. 예컨대 현장의 안전설비가 설치되어 잘 작동 중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현장책임자의 몫이고, 경영책임자는 현장에서 안전설비를 잘 구비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편성해주는게 그의 일이다. 이처럼 중처법에 따른 의무가 현장에서 취하여야 하는 직접적·구체적인 안전보건조치의무와 구분됨에도 양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위험성평가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평가는 산업현장에서 해당 현장의 책임자(안전보건관리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총괄 관리 하에 실시되는 것임에도, 중처법 위반 사건에서 사고의 원인이 된 유해·위험요인이 위험성평가표에 없으면 곧바로 위험성평가 절차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현장에서
ESG 길라잡이
EU의 PPWR과 포장재의 미래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2026년 8월 1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번 규정은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과 ‘순환경제 행동계획’(CEAP)에 따라 2025년 2월 11일 발효되었으며, 기존의 지침(PPWD)을 대체하는 EU 단일 규정이다. PPWR은 EU 시장에 유통되는 모든 포장재가 재사용・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될 것을 요구하며, 포장 최소화, 재사용 시스템 확대, 재활용성 등급제 도입, 재활용 플라스틱 의무 사용 등을 핵심 의무로 담고 있다. 포장재는 제품 보호와 물류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포장 제조업은 EU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데, 2018년 EU 포장 제조업의 매출은 이미 3550억 유로(약 530조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포장재 사용이 급증하면서 환경 부담도 빠르게 확대되었다. EU 집행위원회(EC)가 PPWR 제정을 위해 작성한 2022년 입법영향평가보고서는 포장 분야의 구조적 문제로 ① 포장폐기물의 지속적 증가, ② 재활용을 저해하는 비표준화된 설계・라벨링, ③ 재활용 품질 저하와 낮은 재활용원료 사용률을 지적하며,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2023
중남미 이슈와 문화
30년 칠레 통신 패권의 전환
30여 년간 칠레 통신 인프라를 지배해온 스페인 자본이 물러나고 있다. 그 자리를 멕시코 자본이 빠르게 메우면서, 중남미 통신 권력의 중심축이 스페인에서 멕시코로 이동하고 있다. 칠레는 이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무대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 패권의 이동이라는 상징적 사건이다. 1980년대 말 칠레는 군사정권 하에서 기간산업 민영화를 추진했다. 당시 국영 통신사 CTC는 기술 경쟁력이 취약해 외자 유치가 필요했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Telefonica)는 1989년 지분 43%를 인수하며 칠레 시장에 진입했다. 스페인은 자본·기술을, 칠레는 제도 안정성과 수요 기반을 제공하며 통신 현대화를 이끌었다. 텔레포니카는 칠레를 교두보로 페루,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브라질로 확장했다. 1990년대 말 중남미 통신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등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 ‘총칼이 아닌 통신망으로 지배한다’는 신(新)식민주의 논란까지 촉발될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4세대(4G)·5세대(5G) 전환에 따른 투자 부담과 포화 경쟁 환경 속에서 텔레포니카의 수익성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