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웨이브
‘규제’에 대한 몇 가지 오해
‘규제혁신’은 정부가 기술정책을 말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이 떠오를 때마다 규제는 흔히 ‘속도를 늦추는 장애물’로 지목되고, 규제완화는 ‘성장의 열쇠’로 환영받는다. 정부는 “먼저 허용하고 나중에 보완한다”는 이른바 ‘선허용-후규제’ 전략을 내세우고, 기업들은 시장 진입 기회의 확대를 기대한다. 실제로, 스타트업과 기술 기반 기업에게 규제완화는 초기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실험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유연성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 산업 경쟁력 강화, 기술 주도권 확보라는 명분 아래 규제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 ‘네거티브 규제전환’ 등의 제도는 이러한 흐름을 제도화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기업이 바라는 ‘지속가능한 기술 발전’으로 곧장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규제를 단순히 없애는 것이 기술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을 보장하는가.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기적 규제완화는 기술개발을 촉진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적 안정성과 사회적 신뢰가 결여된 환경에서 기
AI 웨이브
AI 기본사회와 국민주권정부
AI는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새로운 질서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한 ‘국민주권정부’는 통치의 정당성이 국민의 일상적인 참여와 피드백의 순환 구조 안에서 재확인되는 거버넌스로 이해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진짜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가치를 상징한다. 이는 AI 기본사회가 지향하는 원칙인 기술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누구도 기술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접근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AI 기반 기술은 대표성과 통제를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기존 행정 시스템의 구조를 바꾸는 참여적 전환 도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국민 AI 비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 기능을 넘어서, 시민이 행정에 질문하고 반론하며 제안할 수 있는 양방향 인터페이스로 작동할 수 있다. 정책 결정의 배경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국민은 AI 시스템을 통해 “왜 이 정책이 필요한가”, “다른 대안은 무엇인가”를 실시간으로 묻고 응답받을 수 있다. 이는 설명가능성이라는 기술 원칙이 정치적 책임성과 민주적 숙의의 확장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또한 AI는 참여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추고 디
푸드테크 세상
'연결의 힘'과 AI
물건들이 말을 걸고 스스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 스피커는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냉장고는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자동차는 자율 주행을 하고 먼지를 감지한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청소하고 로봇요리사는 혼자 요리를 한다. 전 세계 산업 기술 전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핵심에는 AI 에이전트(Agent)와 이를 기반으로 한 AI 시스템이 있다. AI 에이전트는 데이터와 외부 정보를 통합하고 다른 에이전트들과 협업해 목표를 자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인류 문명은 연결(connectivity)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결'에 이전에 보지 못했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AI 기술이 접목된 '초연결(hyper connectivity)'이다. AI 기술의 발달로 모든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고 기술이 융합되는 ‘초연결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AI는 학습을 통해 지능을 갖고,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사물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점차 고도화 되고 있다. 초연결시대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연결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AI 기술이 접목되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만
농촌 유토피아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1943년 독일의 런던 폭격으로 파괴된 국회 의사당의 재건을 약속하면서 한 말이다. 처칠은 우리가 만들어낸 공간과 환경이 결국 우리의 삶, 사고방식, 공동체의 구조까지도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공간은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조건이다. 우리는 항상 어딘가에 거주하며, 그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넘어 기억과 감정, 만남과 회복, 사유와 상상의 터전이 된다. 하이데거는 이를 ‘거주함(Dwelling)’이라 했다. 인간은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의미 있게 거주함으로써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더 나은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정부는 ‘범정부 빈집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4개 부처가 공동으로 빈집 문제 해결에 나섰다. 국가 차원의 빈집 관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농어촌빈집정비특별법’과 ‘빈건축물정비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와 소유자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농어촌 빈집 리모델링을 통해 생활인
일본, 일본인 이야기
일본 소도시를 바꾼 공공건축물
최근 ‘도시의 마음’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 김승수는 전주시장을 지낸, 각별한 후배다. 그는 시장 재임 당시 책 읽는 시민들이 도시의 품격을 결정한다며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를 디자인했다. 시장 취임과 함께 시청사 로비를 책 읽는 공간으로 전환하고, 특색 있는 도서관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함으로써 정책을 현실로 옮겼다. 10여년이 흘러 전주는 도서관 도시로써 입지를 굳혔다. 도서관을 찾는 발길이 급증하자 전주시는 아예 도서관 투어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저자가 꿈꾸었던 전주다움을 인정받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둔 것이다. ‘도시의 마음’은 안목과 관점을 일깨운다. 저자는 “도시가 바뀌면 시민들 삶도 바뀐다. 정책의 차이가 삶의 차이를 만든다. 도시에 마음을 담으면 시민들에게 반향이 일어나고, 그 반향은 도시와 사람을 동시에 변화시킨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과 도서관으로 시민들 삶과 도시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지만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그는 시민들을 설득하고 공직사회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도시의 마음’에는 이런 안목과 관점을 담았다. 책을 읽는 내내 일본 이시카와(石川) 현립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