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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예측 깨뜨린 한국의 16강 [김흥록의 뉴욕포커스]

뉴욕특파원

적중률 63% 웰스파고 보고서조차

선수단·국민 승리 열망 담지 못해

한국 경제 내년에도 쉽지 않겠지만

16강 오른 것처럼 '깜짝 선전' 기대





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달 16일 미국의 대형 은행 가운데 한 곳인 웰스파고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내놓았다. 제목은 ‘2022년 월드컵의 경제학-그리고 승자’다. 이 보고서는 2022 월드컵을 맞아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 3명이 월드컵과 관련된 여러 경제적 이슈를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을 경제적 시각으로도 한 번 즐겨보자는 취지를 담은 재미있는 보고서다.

보고서의 여러 내용 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승부 예측이다. 웰스파고는 평소 사용하던 국가 경제 분석틀을 월드컵 승자 예측에 적용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 등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국가가 약한 고리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쓰는 경제 분석틀로, 여러 지표에 근거해 국가별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웰스파고는 이 분석틀에 각국 축구 대표팀의 최근 10경기 결과, 득점, 실점 등 23개의 관련 지표들을 대입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결론적으로 우승국은 브라질로 예측됐다. 다만 결승전에서 브라질의 상대국이 될 것이라고 봤던 독일은 이미 E조 리그에서 탈락했다. 무엇보다 웰스파고는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웰스파고의 분석대로라면 한국이 속한 H조에서는 우루과이가 1위, 포르투갈이 2위로 16강에 진출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보기 좋게 이 같은 예측을 깨버렸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과의 시합에서 먼저 골을 허용했지만 김영권 선수의 추격 동점골, 그리고 주장 손흥민 선수의 어시스트에 이은 황희찬 선수의 역전 골로 대한민국은 H조 2위에 올라 당당히 16강에 진출했다.



웰스파고의 분석 방법이 부실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웰스파고는 보고서 발표 전 이 방법을 2018년 월드컵 토너먼트 결과에 적용해보니 당시 16강 진출국 중 13개 국가를 맞혔다고 한다. 이번에도 16강 진출국 가운데 세네갈과 호주·일본·모로코·스위스·대한민국을 제외하고 10개국을 맞혔으니 적중률이 62.5%로 준수하다. 한 인공지능(AI)의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승부 예측 적중률이 52.5%라고 하니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들이 AI보다 10%포인트나 더 정확했다.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은 객관적 지표를 넘어서는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손흥민 선수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보호 가면을 쓰고 달리는 투혼은 경제 분석틀에 담기지 않는다.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열망 역시 수치화하기 어렵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나 동료 팀원들도 다르지 않다. 포르투갈전 역전 골이 후반 추가 시간에 터졌다는 사실은 모든 선수가 마지막 순간까지 승리를 위해 집중했다는 방증이다. 감독과 선수들의 이러한 의지도 지표로 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경제 이론으로는 우리가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모두 평가할 수 없다.

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은 저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국내외 경제 기관들은 모두 한국 경제가 내년에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경제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하방 압력에 동시에 시달리고 있고 한국도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우리 기업들과 각 가정, 이웃들은 모두 수십 년 만에 찾아오는 역사적인 고통의 시기를 이겨내는 중일 수 있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예기치 못한 부상을 입고도 월드컵에서 최선을 다하는 손흥민 선수처럼 우리들도 코로나19 확산, 또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 대표팀 감독 격인 정부도 마지막 순간까지 이겨내기 위해 집중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객관적인 지표가 좋지 않다 해서 반드시 경제가 구렁텅이에 빠지라는 법은 없다. 한국 축구도, 한국 경제도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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