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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한미 관계…위기의식 없는 대선후보들[이태규의 워싱턴 인사이드]

"한미 사이에 '조용한 위기' 싹든다" 경고

주한미군 감축설, 트럼프 관세 충격 등

새 정부 출범 전 대외 여건 악화일로

준비된 복안으로 한미동맹 굳건히 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30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 US스틸 공장에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미 사이에 ‘조용한 위기(quiet crisis)’가 싹트고 있다”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한미 관계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균열을 일으킬 의제들이 물밑에서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한미 사이 안보, 대중 관계, 경제 등의 분야를 들여다보면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기다리며 표출되지 않았을 뿐 양국 관계를 흔들 수 있는 사안이 줄을 잇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설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초 보도 이후 미 국방부는 일단 부인했다. 하지만 5월 29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아시아에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배치된 병력의 감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역할 조정도 마찬가지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앞서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의 성격이 ‘북한 억제’를 벗어나 대만 유사시 개입 등을 포함한 ‘중국 견제’로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우리의 안보 정책에 구멍이 생기지 않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게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 절실한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미중 관계는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에 대한 (각국의) 경제적 의존은 그들(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긴장된 시기에 우리의 국방 관련 결정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의 동맹으로 안보를 도모하는 한편 중국과는 경제 협력 관계를 심화하는 ‘안미경중’ 현상에 경고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미 무역 협의 4대 분야 중 하나도 ‘경제 안보’다. 새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문제도 첩첩산중이다. 지난달 28일 연방국제통상법원(CIT)의 ‘기본·보편·펜타닐 관세 무효’ 판결로 한풀 꺾이는가 싶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압박은 같은 달 30일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50%로 2배로 올리겠다”는 예고로 외려 독해진 버전으로 돌아올 태세다. 이런 기세라면 자동차 25% 관세를 추가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반도체·의약품 등에 예고한 품목관세 역시 앞당겨질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영국산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인 10만 대까지 관세를 10%로 낮춰주는 쿼터제에 합의했지만 한국이 비슷한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며 우려를 전했다. 영국 자동차는 최고급 사양으로 미국 자동차 업체와 경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지만 범용차인 한국 업체는 미국 업체와의 경쟁 최일선에 있으며 대미 수출 물량도 연간 수십만 대에 달해 트럼프 행정부가 쿼터를 인정해주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미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가 장기화하고 반도체 관세까지 부과되면 우리 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보면 이런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우리 외교의 근간은 한미 동맹”이라며 한미일 협력도 필요하다는 원론만 이야기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대북 송금 등 이 후보를 공격하는 데만 집중했다. 특히 이 후보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것(타임지 인터뷰)’에 빗대 현재 대만해협을 둘러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강한 의심을 사고 있다. 대선 후 15~17일 캐나다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4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다. 조만간 어떤 형식으로든 한미 정상회담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다. 새 대통령이 첫 국제 무대에서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준비된 복안을 들고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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