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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말로만 개방 말고 행동 보여야 [김광수특파원의 중심잡기]

中, 부동산 부실·경기둔화 신호

물가하락에 디플레 우려 경고도

해외기업 차별·무역보복으론 한계

'개방' 퇴색땐 해외 투자자 동남아행

연합뉴스




중국 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가까이 된다. 2021년 첫해는 중국 땅을 밟자마자 바로 3주 격리에 들어갔다. 생전 처음 겪는 강제 고립 생활에 정신적 괴로움이 컸다.

지난해 12월은 중국에 코로나19가 유행병처럼 확산하던 시기였다. 코로나19에 걸려 몸고생이 심했다. 올해 세 번째 맞는 12월은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독감에 걸려 수시로 콜록콜록 몸살을 앓는 중이다.

중국의 경제 상황은 기자가 3년간 겪은 12월과 비슷하다. 바벨탑 무너지듯 고성장 신화가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고 부동산 부실은 언제든지 중국 경제의 뼈대를 무너뜨릴 만큼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도 나온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떨어졌다.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는 올해 초부터 이어졌다. 경제를 지탱했던 부동산 분야의 성장세가 완전히 꺾인 데다 토지 판매 급감으로 주 수입원이 막힌 지방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예산으로 3년여간 막대한 재정이 쓰인 것도 부채를 가중시킨 요인이다. 중국 인민들은 혹독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이 계속되는 동안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수입이 크게 줄었다. 민간 기업은 대규모 감원으로 버티기에 돌입했고 공무원은 급여가 절반가량 깎이기도 했다.

쪼그라든 주머니 탓에 소비도 위축됐다. 중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위축은 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지방정부에서 소비 쿠폰을 뿌려대고 있지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중국 당국은 난처한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에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크다. 재정을 풀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민영 기업을 독려하며 투자를 권유하지만 중국 공산당의 요구를 마냥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창 총리 등 지도부가 하반기 들어 대외 개방, 해외 투자를 부쩍 강조하는 것도 중국의 어려운 여건을 대변한다.

중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 3분기에 1998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1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과 투자 촉진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투자는 줄어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평균 월가의 사모펀드가 중국 투자로 1000억 달러를 모았지만 올해는 11월까지 43억 5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겨냥한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불투명한 정치 체제, 반간첩법을 활용한 외국 기업 제재 등이 해외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외친 지 45주년이 되는 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제조업을 육성하면서 ‘세계의 공장’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지금 중국은 다시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은 개방의 의미를 되짚어봐야 한다. 개방은 금융시장을 연다는 차원을 넘어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중국에 대한 투자를 대가로 기술이전을 요구하거나, 보조금 측면에서 해외 기업을 차별하거나,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무역 보복을 단행하는 악습과 결별해야 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해외 기업들이 인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새 둥지를 틀고 있다. 미중 공급망 충돌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차이나+1’ 전략을 수립하며 대체 국가 모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이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말로만 개방을 외친다면 진정한 ‘중국 굴기’는 더 요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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