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을 위해 이틀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머리를 맞댄 미중이 긍정적인 수사를 쏟아냈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고 경제, 무역 협의 메커니즘도 만들기로 했으며 12일 오전(현지 시간) 공동성명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세부적인 합의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중이 이례적으로 공동성명까지 내놓는다고 하자 미 주식 선물은 1%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美 “이견, 생각보다 크지 않았을 수도”
11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 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협상을 진행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협상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 미중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점을 기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또 “논의는 생산적이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 상황을 완전히 알고 있다. 우리는 내일(12일) 오전 자세하게 브리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불분명하지만 미국 동부 시간으로 12일 오전이라면 한국시간으로 12일 밤 늦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더 직접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그는 "미중이 얼마나 빨리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아마도 의견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中 “통상·경제협의 메커니즘 구축”…韓美도 도출 안한 공동성명 예고
중국도 비슷한 톤이었습니다.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회담을 솔직하고 건설적이었으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12일 공동성명이 배포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그는 "이번 회담은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우리는 중요한 컨센서스를 이뤘다"며 "양측은 통상·경제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후속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은 “전 세계에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앞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한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미중 간 갈등 관리의 틀을 구축하는 데만 합의를 해도 시장은 반응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미중 특성 상 완전한 무역합의를 이루는 것은 어려울 것이므로 갈등 관리의 메커니즘만 나와도 큰 진전이라는 의미였죠. 실제 한국 시간 12일 오전 7시 25분 현재 미국 증시 선물시장은 1% 대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국가가 만나서 공동성명을 내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에는 공동성명문이 예고됐죠. 일례로 한미 2+2 통상협의에서는 공동성명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년간 양국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시아 외환시장 초기 거래에서 달러화는 아시아 통화 대비 소폭 상세를 보였습니다.
미중, 관세전쟁 장기화 모두 부담…"미중, 관세 인하는 언급 안 해"
미중이 긍정적인 수사를 쏟아낸 것은 이대로가다가는 양국 경제 모두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 대형 유통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이대로 가다가는 대형마트의 매대가 텅 빌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중국도 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도 장담할 수가 없게 됩니다. 관세폭탄 영향으로 지난달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수출의 21%가 감소한 바 있습니다.
미 금융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윈 씬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이틀 만의 회담으로 실질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지만 양측 모두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런던에 소재한 페퍼스톤그룹의 마이클 브라운 선임리서치전략가는 "미중이 회담 결렬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으로 보이며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 반사적인 위험 선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기까지는 확신은 부족하다"며 "현 단계에서는 답보다 의문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중이 긍정적인 표현을 많이 썼지만 12일 나올 공동성명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기자회견 등에서 미중 어느 측도 각각 145%, 125%의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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