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문턱에 좌초설까지 나오던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신도시 프로젝트’가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71년까지 이뤄지는 초장기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2100에이커(약 257만 평) 규모 첨단 제조업 산업 단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17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 포에버는 대규모 제조업 단지 ‘솔라노 파운드리’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인근 실리콘밸리와 공군 기지, 계획 중인 군 조선소 등과 연계해 로봇·에너지·방산·모빌리티 스타트업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목표다. 또 90일내 허가가 가능한 행정 시스템과 풍부한 친환경 에너지 공급, 고속도로와 화물 열차가 직결되는 산업단지 인프라 구축을 자신했다. 15만 채 이상의 새 주택 단지와 함께 건설돼 외곽에 동떨어진 산업단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얀 스라멕 캘리포니아 포에버 CEO는 “아무 것도 없는 고속도로 출구에 공장을 짓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최고의 인재들은 그런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솔라노 파운드리는 주택을 갖춘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도시'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포에버는 솔라노 카운티 신도시 개발을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40마일(약 64km), 실리콘밸리에서 동북쪽으로 55마일(약 88km) 떨어진 솔라노 카운티에 1만3500에이커(약 1652만 평)에 달하는 부지를 매입해 산업·주거단지가 어우러진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화제가 됐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뒷배’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대표 벤처캐피탈(VC)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공동 설립자인 마크 앤드리슨, 역시 VC계 전설로 꼽히는 마이클 모리츠 전 세쿼이아캐피털 회장,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부인인 로린 파월 잡스,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 최근 메타 초지능랩(MSL)에 합류한 냇 프리드먼 전 깃허브 CEO 등이 프로젝트를 지원 중이다.
이들은 2018년부터 솔라노 카운티 부지를 조용히 매입해왔다. 워낙 비밀스럽게 토지를 매입하다보니 인근 공군기지를 염탐하려는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이에 2023년 미 연방정부까지 사실 확인에 나서자 프로젝트가 깜짝 공개됐다. 이들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토지 매입에 투입한 금액만 8억 달러를 넘어선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을 넘어선다. 일차적인 동기는 실리콘밸리의 높은 지가와 주택난을 해소하는 데 있다. 실리콘밸리 연구개발(R&D) 조직과 실제 제조가 이뤄지는 ‘공장’을 1시간 거리 내에 두겠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제조업 부활과 안보 강화라는 ‘큰 그림’까지 그린다. 캘리포니아 포에버 측이 인근 공군 기지·군 조선소와 연계를 강조하는 이유다.
목표 기한도 장대하다. 최종 완공 시점으로 2071년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2040년까지 5만3000개 일자리를 지닌 도시를 만들고 2048년에는 총 부지 3분의 1가량을 개발해 인구 15만 명을 달성한 뒤 남은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의욕적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난관을 맞았다. 2024년 솔라노 카운티가 개발 세부사항이 모호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거부한 탓이다. 당시 캘리포니아 포레버 측은 2026년 다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솔라노 파운드리 프로젝트 발표와 함께 미국 제조업 진흥을 위한 양당 지지와 캘리포니아주의 토지 개발 계획을 언급하며 상황이 반전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스라멕 CEO는 “내년 보고서를 발간하고 2028년에 착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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