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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 때 강조한 산업 보면, 중국 투자 포인트 알 수 있다? [김광수의 中心잡기]

성장률 목표치 ‘5% 내외’ 보수적 제시

예산안 중 국방비, 첨단기술 분야 증액

우주항공·반도체·디지털 경제 육성 강조





지난 13일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정치협상회의)가 막을 내렸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했고 리창 총리가 선출되는 등 새로운 지도부도 들어섰습니다. 조직 개편도 일부 단행되면서 시 주석의 ‘집권 3기’가 진용을 갖췄습니다.

사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한 시 주석인 만큼 이번 양회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었습니다. 시 주석의 ‘1인 천하’가 완성될 양회라는 점도 모두 예고됐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패권 경쟁을 펼치는 주요 2개국(G2) 국가인 중국의 향후 5년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은 집중됐습니다.

리커창 총리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4기 개회식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것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회식에서 리커창 전 총리가 발표한 업무보고였습니다. 리 전 총리는 자신의 임기 10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업무보고를 통해 지난해 성과를 정리하고 올해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이라이트였던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5% 내외’

로 제시됐습니다. 양회 이전 중국은 물론 해외 일부 기관에서 올해 중국이 5% 이상, 나아가 6% 이상의 성장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기저효과가 있고 연초부터 경제 회복의 기미가 곳곳에서 감지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중국은 다소 보수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5.5% 내외’라는 목표를 내놨다가 실제 성장률이 3%에 그친 만큼 올해는 최대한 달성 가능한 수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시 주석의 3연임 첫 해인 올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성장률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설정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중국은 이를 두고 안정 속에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주요 경제 목표를 보면 재정적자율은 GDP 대비 3%로 잡았습니다. 작년 2.8% 대비 0.2%포인트 상향했습니다.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도시 신규 취업자는 작년 1100만명 보다 늘어난 1200만명, 도시 조사 실업률은 작년과 같은 5.5% 내외로 잡았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 내외로 억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중국은 올해 경제 목표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잡았습니다.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드러냈습니다. 전인대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1994년 이후 가장 낮은 목표를 제시할 정도로 중국의 고민이 깊었다는 점이 엿보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예산안을 보면 중국의 선택과 집중이 한 눈에 보입니다. 중국은 올해 중앙정부 지출을 지난해 대비 6.5% 늘린 3조7890억 위안(약 720조 7000억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 중 국방비가 1조5537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했습니다. 작년에도 7.1% 올렸는데,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미국과의 군비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인데, 여기에는 연구개발(R&D) 관련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실제 중국의 국방비는 더욱 많습니다. 친강 신임 외교부장이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헌법을 들어 보이며 강조했듯이 2025년, 2027년이라는 구체적인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나올 정도로 중국은 대만 통일을 위한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의 군사력 확충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산안에서 다음 눈에 띄는 부분은 과학기술 분야 지출을 2% 늘리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과학기술 예산 3280억 위안은 한화 61조원을 넘을 정도입니다. 지방 정부와 기업 투자가 제외된 만큼 실제 과학기술 분야의 예산은 훨씬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미국과 서방으로부터 첨단 기술 분야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은 이번 양회 기간 수시로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리 전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에서 “중국이 핵심 분야의 핵심 기술에서 돌파구를 마련했으며 유인 우주비행, 심해 및 심지 탐사선, 슈퍼컴퓨터, 양자 정보 및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혁신의 흐름이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시 주석도 같은 날 전인대 장쑤성 대표단과의 분과별 회의에서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조속히 실현하는 것은 고품질 발전을 실현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좡룽 공업정보화부 부장도 기자회견에서 6G 구축에 이미 들어갔다고 밝히는 등 중국은 첨단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술 분야를 보면 정협 위원들은 우주항공 분야 개발을 강조했습니다. 달 연구 프로젝트, 행성 탐사 프로젝트, 상업용 우주비행 등의 연구가 계속될 예정입니다. 헬리콥터도 자체기술로 개발한다고 하고 있죠. 세게 2위의 원자력 발전 설치용량도 더욱 늘리겠다고 합니다.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의 기술 개발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습니다. 정부 조직을 개편해 기술 자립을 진두지휘하기로 한 것인데요.

중국의 내각 역할을 하는 국무원은 조직개편을 통해 공산당 중앙 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하고 당 중앙의 집중통일영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집중통일영도란 권력분산형 집단지도체제 방식과 달리 시 주석으로의 권한 집중을 의미합니다.

미국이 처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면서 중국의 성장을 억제하자 최고 지도자가 직접 컨트롤 하겠다는 건데요. 이번 양회에는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 분야 종사자들이 다수 포진하는 등 중국이 관련 분야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중국 양회 업무보고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올해 어떤 분야를 중국에서 중점 육성할 것인지가 엿보입니다. 정부 정책이 그만큼 집중될 수 밖에 없으니 투자자 입장에선 해당 분야의 업종과 기업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겠죠.

우선 앞서 말씀드린대로 첨단기술 분야의 기업들, 반도체나 관련 장비 분야인데요. 중국은 자국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TMC)에 129억 위안, 약 2조44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분야를 중국이 계속해서 육성하기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 서방의 제재도 이어지는 만큼 쉽게 기술 자립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플랫폼 경제 육성도 중국 정부가 강조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나 가상현실, 메타버스, 클라우드 등의 분야에 호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내수 확대를 위해 가전과 신에너지차 분야도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신에너지차 보조금은 지난해 말로 중단됐지만 일부 지방정부에선 소비쿠폰 등을 통해 계속해서 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중국의 전기차는 해외로 수출도 늘어나고 있죠.

그 밖에도 인프라 확대, 저출산 지원 등의 분야와 연관된 기업들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양회에서 큰 그림을 그렸으니 앞으로 세부 계획들이 이어질테니 중국의 정책을 앞으로 주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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