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신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시작부터 끝까지 롤러코스터를 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서 숙청(Purge)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하면서 화들짝 놀란 우리 정부는 이어 열린 양자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포착됐지만 주한미군기지 소유권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하고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참여도 압박하면서 껄끄러운 요구도 빼놓지 않았다.
25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 시각 오전 9시 20분(한국 시간 25일 밤 10시 20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라며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갖고 그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며 "나는 오늘 백악관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을 만난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했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가 최근 교회에 대해 매우 잔인한 단속을 벌이고 군사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며 "그렇게 해서는 안됐을 텐데 나쁜 소식을 들었다.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새 대통령을 만나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재명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면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순직해병특검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경기 가평과 서울의 통일교 본부를 각각 압수수색한 적 있다. 또 비상계엄 내란, 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티은 지난달 미국과 한국 공군이 함께 운용하는 오산 공군기지 내 레이더 시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어서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정보당국으로부터 교회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이라면 매우 나쁜 일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따 그것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내게는 한국답지 않은 일로 들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이 오산 공군기지 미군 시설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한국 공군 시설이 수사 대상이었다는 이 대통령 설명을 듣고는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그러나 교회 압수수색과 같은 루머가 있다"고 재차 언급,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날 회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자 "그것을 추진할 것이다. 당신은 내가 함께 일해 온 한국의 다른 지도자들보다 그것을 하려는 성향이 훨씬 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 시점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 말하긴 어렵지만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구상에 대한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였고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답한 뒤 돌연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 관련 언급을 했다. 그는 "우리는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소유권을) 원한다. 우리는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우리가 거대한 군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역설했다.
현재 한미간 기존 합의를 보면 미군기지를 위한 부지에 대해 한국이 반환을 전제로 미국에 빌려주는 것임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2조는 "미국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따라 대한민국 내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받는다"고 규정하는 한편 "미국이 사용하는 시설과 구역은 본 협정의 목적을 위하여 더 필요가 없게 되는 때에는 언제든지 합동위원회를 통하여 합의되는 조건에 따라 대한민국에 반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군에 주한미군기지 활용을 완벽하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에 아예 주한미군기지 소유권을 미국에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현실화하면 미국은 기지를 활용해 활발하게 대중국 견제 활동을 벌일 수 있다. 당연히 중국은 강한 반발을 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취임 직후 가자지구,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캐나다 등에 영토 욕심을 드러낸 '확장주의' 본능을 발휘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계속 요구한다면 한미관계 및 한중 관계 등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신중하게 검토 중인 알래스카LNG 참여에 대해서도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합작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한국은 (미국) 군사 장비의 큰 구매국"이라며 "이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 한국의 무기 구입 확대 요구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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