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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후 안갯속 한반도, 국익만 따져야 [김광수특파원의 中心잡기]

中 계엄 속속 보도, SNS도 검색 폭증

당국, 韓 민주화엔 두려움 갖고 경계

복잡한 국제정세 속 한국 중심 잡아야

한 여성이 7일 서울 국회 밖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AFP연합




“너라도 중국에 있으니 다행이구나.”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어수선한 한국의 상황을 걱정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특수부대 군인들이 헬기를 타고 국회 앞마당에 내려 창문을 깨고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이튿날 새벽 국회 표결을 통해 계엄이 해제됐지만 이후 반헌법적 계엄군 투입 등에 대한 증언들이 나오면서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 대통령 탄핵 법안을 둘러싸고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하수상한 시절에 한국을 떠나 있는 아들의 안위가 당신께서는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되셨나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언론·집회 등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다고 보기 힘든 사회주의 체제 하에 있는 중국에 있는 자식이 안심된다는 얘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중국도 한국 상황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계엄 사례 등에 대해 속속들이 보도되고 있으며 윤 대통령 개인사를 파헤치는 글들도 적지 않다. 특히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주목하는 글들이 많이 쏟아졌다. 관영통신 신화사 계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인 뉴탄친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전 세계의 적이 되길 선언하는 일이 영화나 소설에만 나온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비상계엄의 배경이 부인 김 여사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바이두, 신랑망(시나닷컴) 등 중국 포털과 웨이보(중국판 엑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 SNS에서도 한국 관련 검색어가 최상위에 올라가는 등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특히 중국인들은 비상계엄 및 해제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한국의 정치 성숙도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한 것 자체도 그렇지만 이후 펼쳐진 국회와 시민의 모습에 크게 놀라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가면서까지 국회로 진입해 신속하게 계엄 해제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켜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았으니 놀랄 만도 하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들이닥친 상황에서 국회의원, 국회 직원들이 맨 몸으로 막아내는 모습에는 어떻게 가능할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인민민주주의는 서구식 민주주의와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 톈안먼 사태나 홍콩의 우산혁명 등을 처리했던 과정만 봐도 중국이 얼마나 민주화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혹자는 사드 사태 이후 여전히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허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민주화를 겪어온 과정을 다룬 내용이 많기 때문에 중국 인민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계엄 사태 이후 일련의 상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친다는 점은 우려된다. 중국에서도 한국의 정치 리더십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와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의 리더십 변화 가능성이 중국에 미칠 영향’이라는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당할 경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이 경우 한국이 중국에 유화적인 접근을 취할 수도 있지 않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맞물리는 만큼 그 어떤 예단도 할 수 없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와 일본의 리더십 변화가 맞물려 있고, 러북 밀착 속에서 중국의 유화 제스처가 나오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오직 국익을 위해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온 몸으로 지켜낸 국민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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