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중국 ‘오악(5대 명산)’의 하나인 태산은 예로부터 중국인에게 신령한 산으로 꼽혔습니다. 산둥성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해발 1535미터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 산 아래부터 정상까지 7800여개나 되는 계단으로 악명이 높은 편입니다. 지금은 산 중턱까지 차량으로 이동 가능하고,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지만 계단으로만 오른다면 난이도가 꽤 되는 산이죠.
이런 태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희소식이 생겼습니다. 등산을 도와줄 보조 로봇이 생긴건데요. 멜빵 형태의 끈을 양 어깨에 두르고 복부쪽에 동력 장치를 장착한 뒤 무릎 위로 끈을 매는 장치입니다. 이걸 이용하면 다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힘을 더해줘서 평소 대비 30%는 체력을 아낄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춘제(음력 설) 연휴 기간 태산에 처음 등장한 이후 다리의 하중을 줄여준다고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는데요. 어메이산, 우공산, 숭산 등 중국의 유명 산으로 퍼져나가 등산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지난달 22일 국내 언론 최초로 태산을 찾아 등산보조 로봇을 체험해봤습니다. 현지 담당자도 중국 외에 언론사 중에 처음으로 보이는 관심에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였는데요. 직접 착용해보니 실제로 계단을 오를 때 허벅지를 밀어주는 효과가 있고, 내려올 때도 충격을 일부 완화해줘 부담이 확실히 덜했습니다. 등산보조 로봇이 신기해 보였는지 주변의 중년 부부도 관심을 보였고, 직접 사용해보고선 “매우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등산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격은 3시간 체험 비용이 80위안, 우리 돈 약 1만6000원으로 직접 구매하려면 약 18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대량 생산이 이뤄질 경우 지금보다 가격은 좀 더 낮아지겠죠.
최근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미 중국에선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일상생활에 쓰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로봇청소기 역시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 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은 다 아실텐데요.
중국 대부분의 호텔에는 최근 룸서비스 전용 로봇이 설치돼 있습니다. 호텔 직원에게 필요한 것을 요청하거나 외부 음식을 배달시켰을 때 이 로봇이 방까지 직접 가져다 줍니다. 배달원이 로봇에 음식을 넣고, 방번호를 입력하면 로봇이 배송을 시작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호출해 탑승하고, 내려서 방 앞 까지 가서 전화를 걸어 도착했음을 알리죠. 투숙객은 직원과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호텔은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어 웬만한 중국 호텔에선 보편화 된 편입니다.
음성인식 기반의 AI 업체인 아이플라이텍은 바둑을 같이 둘 수 있는 로봇을 내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바둑을 두지 않아도 됩니다. 유비테크에서 나온 작은 로봇은 혼자서 쿵푸도 하고 춤도 추고, 동화책까지 읽어줍니다. 아빠가 아이 옆에서 잠 들 때까지 책 읽어주는 모습도 조만간 사라지겠네요. 유비테크에서 선보였던 팬더 얼굴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콜라를 가져오라는 음성을 알아듣고 직접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오기도 합니다. 유비테크는 지난 춘제 연휴에 TV 프로그램에 나와 유명해진 유니트리보다 훨씬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시한 중국 1세대 로봇 기업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지커에서 조립을 맡는 등 점점 더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로봇 기술의 발달은 날로 빨라지며 일상 생활로 점차 파고들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는 경찰을 대신해 순찰을 하는 로봇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중국은 최근 막을 내린 양회에서도 로봇 기술 육성을 강조했습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해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최근 등장하는 로봇들은 요리도 하고 무술도 하고 다양한 동작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자전거도 타고, 옆구르기도 하고 날이 갈수록 다양한 동작이 가능해지고 조만간 로봇들의 마라톤 대회도 열린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이런 동작들은 일일이 반복 훈련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춘제 갈라쇼에 등장했던 로봇들도 3개월에 걸쳐 동작을 익혔다고 하죠.
앞으로는 이런 기술을 점차 스스로 동작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사람과 직접 소통하고 환경에 따라 스스로 움직임을 바꿔가게 되는 건데요. 두려운 점은 정말 로봇이 모든 걸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얼마 전 유니트리의 로봇이 한 행사장에서 사람을 향해 공격하는 모습은 큰 충격을 줬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가 그렸던 미래, 단순한 상상력인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지 흥미롭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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