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3대 법안이 모두 미 하원을 통과했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가상자산 산업이 새 이정표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인의 은퇴자금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정책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현실화 시 가상자산 활성화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17일(현지 시간) 본회의를 열고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찬성 308, 반대 122로 가결 처리했다. 법안은 지난달 상원을 통과한 바 있다.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지니어스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정 정의, 발행 절차, 공시 의무 등을 규정해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의 자금세탁금지법과 제재법을 준수하고 미 달러와 단기 국채 등 유동성 자산을 담보로 보유하도록 규정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금 등 특정 자산과 가치를 연동시켜 일반 가상자산보다 가격 변동 폭을 줄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하면 미국 최초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가상자산 규제를 명확히 하는 '클래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 등도 하원을 통과했다. 다만 이 두 개의 법안은 아직 상원을 통과하지 못해 상원 심의를 받게 된다.
시장은 급등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한국 시간 18일 오전 7시 17분 현재 리플은 24시간 전보다 13% 급등한 3.49달러까지 올라 지난 1월의 역대 최고치인 3.40달러를 돌파했다. 비트코인도 1% 올라 12만달러 선을 회복했고 이더리움은 3% 오른 3492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9조달러(1경 2528조원)에 달하는 미국 은퇴자금 시장을 가상자산 투자, 금, 사모펀드 등에 개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미국인의 대표 은퇴자금 운용계좌인 401K의 투자 대상을 주식과 채권을 넘어 대체투자 자산으로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규제기관에 401K가 대체투자 자산에 투자를 할 때 법적 장애물이 없는지 조사를 하라고 지시할 계획이다. FT는 "가상자산부터 금속, 기업 인수와 관련된 펀드, 사모 대출, 인프라 딜 등 광범위한 자산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며 "미국인의 은퇴자금 관리 방식에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1경원이 넘는 돈이 가상자산 등에 흘러들어갈 물꼬를 트는 것으로, 현실화 시 큰 파장이 예상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