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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만든 유치한 지메일 주소 바꿀 수 있다
국제정치·사회 2025.12.28 08:34:35구글이 자사 이메일인 지메일 주소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어렸을 적 장난식으로 주소를 만들었던 이용자들 사이에서 요청이 꾸준했고, 구글이 이를 받아들인 결과다. 27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전날 계정 지원 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용자가 원할 경우 지메일닷컴(gmail.com)으로 끝나는 구글 계정 이메일 주소의 앞부분을 새롭게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글은 계정 이메일 변경 기능은 점진적으로 적용된다며 이 옵션을 아직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안내했다. 주소를 변경해도 앞서 만든 주소로 발송된 이메일은 기존 수신함에 도착한다. 구글 드라이브나 지도, 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 로그인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전에는 이용자가 새 이메일 주소를 원할 경우 새 계정을 추가로 생성한 뒤 복잡한 과정을 거쳐 데이터를 수동으로 이전해야 했다. 구글이 이 기능을 도입한 것은 오랫동안 이용자들의 요청이 컸기 때문이다. CNBC는 십대 시절부터 별명 등을 넣어 쓴 이메일 주소를 구글 대표 계정으로 쓰기 부끄럽게 여기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국내 첫 5000억개 매개변수…SKT 초거대 AI '에이닷X K1' 뜬다
산업IT 2025.12.28 08:17:33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매개 변수 500B(5000억 개) 규모의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에이닷X K1’을 공개한다. SK텔레콤은 오는 30일 열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에이닷X K1’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될 ‘에이닷X K1’은 총 5190억 개의 매개변수로 구성되며 사용자 요청에 의해 추론 작업을 할 때는 약 330억 개 매개변수가 활성화된다. 초거대 규모로 학습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최대한 가벼운 사양으로 동작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글로벌 사례에 따르면 500B급 이상의 초거대 모델은 소형·중형 모델에 비해 복잡한 수학적 추론과 다국어 이해 등 능력에 탁월하고, 고난이도 코딩과 에이전트 작업 수행 등 확장성이 큰 기능도 원활하게 수행한다. 또한 초거대 모델 단계부터는 단순히 지식을 소비하는 모델이 아니라 70B급 이하 모델들에 지식을 공급하는 '교사(Teacher) 모델'로서 AI 생태계를 지탱하는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정예팀은 ‘에이닷X K1’이 다양한 소형·특화 모델들에게 지식을 전수하도록 연구를 확장, 국민의 일상과 대한민국의 산업을 혁신하는 모델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다른 모델과 달리 처음부터 한국어로 학습하도록 설계돼 한국어 입력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SK텔레콤 정예팀은 가입자 1000만 이상인 에이닷을 기반으로 ‘에이닷X K1’을 제공, 전국민이 전화·문자·웹·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쉽게 AI를 이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환경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에이닷X K1’ 모델은 단순한 기술 성과에 그치지 않고 SK 그룹사와 컨소시엄 참여사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 AX,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관계사, 최종현학술원,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포함하여 20여 개 기관이 참여 의향서를 제출,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과 검증을 함께 하기로 했다. 또한 ‘에이닷X K1’는 국내 AI 생태계의 다양한 기업들에 오픈소스로 개방된다. 주요 개발 커뮤니티 및 SK텔레콤 서비스를 통해 오픈소스와 API를 공개하고, 국내 기업 대상 AI 에이전트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
챗GPT보다 포털 검색이 빠른데? '투머치 AI' 결말은[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국제정치·사회 2025.12.28 08:08:16올해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최대 화두는 AI 거품(버블) 논란이었다. 투자은행(IB), 벤처캐피털(VC), 개인투자자 등 너 나 할 것 없이 AI에 관심과 투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AI가 천문학적인 투자금만큼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돈이 되는 사업인지 논란이 증폭됐다. 하반기부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를 비롯해 투자시장 큰 손들이 회의적 시각을 나타낼 때마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주가가 요동쳤던 배경이다. 투자시장 뿐만 아니라 업계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생성형 AI인 챗GPT를 출시한 이후 구글·아마존·메타 등 빅테크들은 물론이고 엔트로픽 등 스타트업들도 챗봇 핵심인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 매달려왔다. 그런데 엄청난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 업그레이드된 챗봇을 내놓아도 이용자들이 그만큼 호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몇달간 밤 새가며 신제품을 개발했는데도 이용자들이 새 기능은 잘 쓰지 않고 기존 기능을 쓰거나 익숙한 환경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이같은 오픈AI의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여러 오픈AI 직원들에 따르면 초기에는 AI 새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성능이 개선되면서 챗봇 수요가 급증했는데, 요즘에는 아무리 분석·계산 능력을 고도화해도 이용자 대부분이 별다른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자사 AI가 올해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급 성적을 거두고, 국제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고 홍보했지만 이용자들에게 그 정도로 높은 추론 능력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헛수고인 셈이다. 오픈AI가 구글 등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학습보다 추력에 주력하는 개발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오히려 소비자 요구와 반대로 흘러간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챗봇 평가 사이트인 LM아레나의 AI 역량 책임자 피터 고스테프는 "오픈AI가 과학·수학 벤치마크, 코딩 대회에 집중하는 것은 일반 사용자 성향과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챗GPT 사용자는 대부분 영화 평점과 같은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괴리는 포털(검색엔진)을 보유한 구글이 최근 선전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구글은 포털, 이메일, 챗봇 서비스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전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포털을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접목하면서 이용자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올해 들어 AI 챗봇이 검색 엔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때때로 챗봇이 아닌 검색 엔진에서 제공하는 빠르고 간단한 답변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AI 내부 반응도 비슷하다. 챗GPT 사용자들은 일반적으로 간단한 질문에 빠른 답변을 원하기 때문에 추론에 주력하는 전략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인포메이션은 “일반적으로 추론 모델은 질문에 답하기까지 몇 초에서 몇 분까지 걸릴 수 있는데, 이는 구글 검색의 빠른 결과에 익숙한 이용자에게는 영원과 같은 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다”며 “오픈AI 서비스는 추론이 복잡하고 양이 방대한 정보를 찾는데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에서도 이러한 논쟁이 한창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3년간 데이터센터 등 AI 산업에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데이터센터를 가동해 확보한 컴퓨팅 파워를 챗봇 개발에 쓸지, 소셜미디어 서비스 개선에 쓸지를 놓고 임원들이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3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창업자 알렉산더 왕을 최고AI책임자(CAIO)로 영입했다. 최근 회의에서 앤드류 보스워스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크리스 콕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왕 CAIO에게 유튜브 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해 추천 알고리즘을 개선한 구글처럼 자사 챗봇으로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알고리즘 개선에 기여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지만 왕 CAIO는 반대했다고 한다. AI 모델을 특정 사업을 위해 쓰면 그만큼 초지능 개발 속도만 늦추고 결국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이유에서다. NYT는 메타는 인스타그램이나 스마트안경에 AI를 접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갖고 있지만 책임자끼리 철학적 차이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AI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서비스에 도입한 LLM이 오작동하거나 잘못된 답변을 내놓아 오히려 회사 신뢰도를 깎아먹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의 산즈나 파룰레카르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은 디인포메이션 인터뷰에서 "AI 에이전트의 신뢰성을 향상하기 위해 결정론적(deterministic) 자동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에이전트포스가 LLM의 내재된 무작위성을 없애도록 돕고, 중요 업무 흐름이 매번 정확히 동일한 단계를 따르도록 돕는다는 설명이 게재됐다. 디인포메이션은 이와 관련해 마크 베니오프 CEO가 수년간 주요 제품인 에이전트포스를 LLM 힘으로 기업의 비용을 절감해주는 서비스로 홍보하며 AI 도입에 적극적이었으나 최근 전략을 바꿨다고 전했다. -
"출근하기 싫어요" 머리 맞고 침 뱉는 악성민원에…공무원 '2일 휴가' 꺼낸 곳은
사회사회일반 2025.12.28 08:04:25경기도가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입은 공무원의 심리적·신체적 안정을 돕기 위해 연간 최대 2일의 특별휴가 제도를 도입한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악성민원 피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휴가를 신설한 것은 경기도가 처음이다. 경기도는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기도 공무원 복무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이 지난 26일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조례안에 따르면 폭언·폭행 등 악성 민원으로 신체적 또는 정신적 피해를 입은 공무원은 치료와 심리적 안정을 목적으로 연간 최대 2일의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제도는 지난해 3월 김포시에서 9급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다. 경기도는 이후 ‘악성민원 대응 및 직원고충처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민원 현장에서 고위험 상황에 노출된 공무원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특별휴가 신설과 함께 경기도는 △ ‘마음건강충전소’를 통한 심리상담 및 치료 지원 △ 1박 2일 힐링 프로그램 운영 △ 피해 공무원에 대한 의료비 및 법적 대응 지원 △ 민원 통화 전면 녹음 등 다양한 보호 대책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악성 민원으로 인한 현장 공무원의 고충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충북 충주시 홍보 담당으로 알려진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악성 민원 피해 경험을 공개한 바 있다. 김 주무관은 “악성 민원은 소수지만, 현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지팡이로 머리를 맞은 적도 있고, 침을 뱉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올해 들어 30여 건의 특이민원을 처리했으며, 무고·허위사실 유포와 폭언·협박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 고발 등 즉각적인 법적 조치를 취했다. -
가상화폐 가격 정체에도 기관 DAT 유입 두 달 만에 92%↑
블록체인블록체인 2025.12.28 08:00:00가상화폐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관 디지털자산비축전략(Digital Asset Treasuries·DAT) 유입은 두 달 만에 90% 넘게 증가했다. 28일 가상화폐 데이터제공업체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전일 오후 4시 기준 DAT로의 자산 유입 규모는 10월 연중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증가했다. 10월 DAT 유입액은 19억 9800만 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11월 들어 유입 흐름이 반등했다. 11월 DAT 유입액은 23억 9500만 달러로 전달 대비 약 20% 증가했고, 12월에는 38억 3000만 달러까지 확대됐다. 10월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약 92% 늘어난 셈이다. DAT는 기업이나 기관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가상화폐를 단기 거래 목적이 아닌 재무 전략 차원에서 보유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가상화폐를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해 기업가치와 재무구조를 함께 관리하는 접근이다. 이로 인해 가상화폐 가격 변동은 DAT 전략을 채택한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트코인 DAT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스트래티지의 주가는 최근 BTC 가격 약세 속에 6개월간 58.63% 하락했다. 그럼에도 스트래티지는 BTC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1만 624BTC를 추가 매수하며 보유량을 약 67만 개 이상으로 늘렸다. 일본 상장사 메타플래닛도 2027년까지 21만 BTC 확보를 목표로 추가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가상화폐 가격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DAT 전략에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온체인 지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온체인 분석기업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거래소의 BTC 보유량은 4월 고점이던 약 298만 개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이어갔다. 11월 중순 기준으로는 약 254만 개까지 줄었다. 약 43만 개가 순유출된 것으로, 고점 대비 약 15% 감소한 수준이다. 이는 가상화폐 물량이 거래소에서 자기 수탁(Self-custody) 주소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기 매매를 위한 거래소 내 유동 물량이 줄어들고 거래 수요 구조가 저회전, 장기보유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코인글래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DAT 관련 주식의 프리미엄이 크게 축소됐는데도 상장 DAT 기업들의 BTC 보유량은 방향 전환 없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DAT가 단기 테마성 매수에서 벗어나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기준, 공시 제도 안에서 장기 보유를 전제로 운용되는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인글래스는 “2026년을 앞두고 DAT 기업들에 대한 변동성 시험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고 덧붙였다. -
내년 '대남 핵협박' 일상 될까…북미대화 성사에 희망
정치통일·외교·안보 2025.12.28 07:45:00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북한이 쉽사리 남한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일상적 핵 협박'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남북관계 경색이 풀릴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북미 대화가 향후 남북관계를 위한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됐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26일 발간한 '2026 한반도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남북관계의 '신냉전 질서 구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신냉전과 다극화라는 국제질서의 구조 변화 과정에서 북한을 가장 필요로 하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전면화하고, 중국 등 반미 강대국과의 협력을 통해 대북제재 균열 및 국제사회에서의 보호막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라오스, 베트남 등 '반미 연대' 국가들과의 외교 확대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행보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과 ‘대화와 대결’ 투트랙 전략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남한과의 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라는 틀에 따라 대화 거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대남 핵협박을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지난 2022년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선제타격과 자동보복을 핵운용 원칙에 포함시킨 북한이 내년 초 열릴 9차 당대회에서는 핵사용 조건을 한층 더 낮추며 사실상의 ‘상시 핵위협’을 제도화하려 할것이라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는 동북아 및 인태 지역 개입능력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관측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중국과의 관계 회복 등을 업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면 내부 정치의 측면에서나 경제적으로나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도 최근 발간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중관계 개선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중국이 유엔에서 러시아와 함께 대북제재 철폐를 강력히 주장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움직임을 강화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예상했다. 다만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등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문이 열릴 경우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INSS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 인도적 지원 제안에 무응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변화가 발생할 경우 남북관계 회복·진전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미 대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 이후 북미 접촉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양욱 연구위원은 "고압적인 미국의 태도와 조건부 안보공약에 대한 피로감이 여론을 자강(自強)으로 이끌지만, 당장 가능한 해답은 여전히 동맹의 틀 속에 있다"면서 "동맹·파트너 국가들과의 방산·안보협력을 한층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의 해외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 규제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 연구위원은 일례로 "유엔 제재의 이행 강화를 넘어, 북한제 무기와 용병이 분쟁지역에서 미치는 파괴적 효과를 ‘규범적 의제’로 만들어 국제적 압력을 유지하는 전략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통일연구원은 적대적 남북관계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양측 간 사회적 대화와 북한 정보 공개화, 교류·협력 기회 모색 등을 꼽았다. 현재 정부는 지금까지 '특수자료'로 분류됐던 노동신문 등 북한 자료를 '일반자료'로 전환하는 방안, 제3국과의 연계를 통한 관광 등 교류 확대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앞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및 철거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장기적으로 서울-베이징 대륙철도 연결, 국제 원산갈마 평화관광 추진 등의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
‘건보 적용 부적합→조건부 적합→재논의’… 애엽추출물의 최종 운명은
산업바이오 2025.12.28 07:30:00쑥의 잎에서 추출한 성분을 기반으로 만든 천연물의약품으로 위염 치료에 쓰이는 ‘애엽추출물’의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계속해서 바뀌고 있어, 최종 결정 시점도 함께 미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윈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이의신청 끝에 애엽추출물의 약가를 낮추는 선에서 건보 적용이 결정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종 의결 단계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보류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다시금 건보 급여에서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다만 과거 발생했던 비슷한 사례에서도 한 달 후 열린 건정심에서 기존 결정이 수정 없이 확정된 바 있기에, 소비자 입장에서 약가 인하 시점만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열린 2025년 제24차 건정심에서는 약제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 개정안을 심의해 8개 성분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 결과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 결과 애엽추출물, 구형흡착탄, 설글리코타이드, 케노데속시콜산-우루소데속시콜산삼수화물마그네슘염에 대해 추가 검토 필요성이 제기돼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올로파타딘염산염, 위령선-괄루근-하고초, 베포타스틴, L-아스파르트산-L-오르니틴 주사제 0.5g/㎖는 임상적 유용성이 확인돼 건보 적용을 유지하기로 했다. 위염 치료제로 쓰이는 애엽추출물은 의약품 처방할 때 위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으며 연간 처방액 규모가 약 1215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2005년 처음 건보 적용 대상에 포함된 이래 유용성 논란을 겪어왔다. 이에 건정심에서도 가입자 단체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앞서 성명을 내 “이의신청 과정에서 제약사가 어떤 임상적 유용성 근거 자료를 제시했는지, 그 근거 자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며 “20년 이상 임상적 효과 관련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이어져 온 약제를 ‘사회적 요구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약가 인하’라는 편법을 통해 급여 목록에서 생존하려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애엽추출물은 올 8월 약평위에서 급여적정성 1차 재평가 결과 임상적 유용성의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급여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이에 제약사들이 임상 논문 등을 제출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비용효과성 충족 시 급여적정성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오리지널 의약품인 동아에스티(170900) ‘스티렌’은 약가를 약 14% 낮추기로 한 상태였다. 제약업계는 천연물의약품 특성상 외국 임상 근거가 매우 제한적이고 생약제제라 약리활성 작용에도 변수가 많기에 실사용증거(RWE) 등 다른 기준을 유심히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건정심 결정을 두고 2022년 만성 간질환 치료제 ‘고덱스’의 급여적정성 재평가 과정과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고덱스는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다는 판정을 받고 약가를 약 16% 낮추며 급여 목록에서 빠지지는 않았다. 다만 최종 의결 단계인 건정심에서 반대의견에 부딪혀 11월 회의에서는 의결이 보류되고 재논의를 거쳐 12월 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스티렌 등 애엽추출물 의약품도 약가 인하 시점만 한 달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이미 약평위 등에서 전문가들이 검토 절차를 거쳤기에 이를 건정심에서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정부가 국민을 단타꾼 취급” 국장 유턴 정책 관심 없는 서학개미 [선데이 머니카페]
증권국내증시 2025.12.28 07:00:00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 1500원선마저 위협하자 정부가 크리스마스이브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습니다.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구두 개입으로 강력한 시장 관리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해외 투자 중인 서학개미와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세제 인센티브를 내놓은 겁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2거래일 만에 40원 넘게 하락하면서 1480원에서 1440원대로 레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효과로 환율이 급락했다는 해석과 함께 실개입 물량과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등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책 발표 이후인 24일과 26일 환율이 반등 조짐을 보일 때마다 장대 음봉이 나오는 계단식 차트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시장 개입 부작용을 알면서도 연말 환율 종가 관리를 위해서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겁니다. 올해가 얼마 남진 않았으나 연말까진 환율이 상승 전환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저성장 등 원화의 구조적인 약세 요인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당국이 언급한대로 원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이 해외 투자 증가라면 이 문제부터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한 세제 인센티브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 인센티브는 3가지입니다. 먼저 개인들이 해외 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국내로 투자할 수 있도록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만들었습니다. 이달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하고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1인당 5000만 원까지 비과세하겠다는 겁니다. 현재는 250만 원을 공제한 이후 22%를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개인도 투자할 수 있는 선물환 매도 상품을 도입해 해외 주식에 대해 환 헤지를 할 경우 양도소득세 혜택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론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대해 비과세하는 비율을 95%에서 100%로 상향 조정한다고 합니다. 해외 주식 투자로 많은 수익이 발생했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에게 이번 대책은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이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투자자가 많지 않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일부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나 테마주에 단기 투자하는 사례도 있지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꾸준히 모아가는 장기 투자자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단기 투자자는 세금을 걱정할 만큼 수익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장기 투자자들을 움직이기엔 세제 혜택이 크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서학개미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장기 수익률도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격차, 인공지능(AI)·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에서 앞서가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서학개미들이 자체적으로 원화 리스크를 헤지하고 있는데 당국이 나서서 시장 가격을 한쪽 방향으로 유도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선물환 매도 상품에 투자해 환 헤지를 했다가 원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개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국 증시에 대한 불신도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부 수출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반도체·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경기순환적 특성상 주가가 언제 다시 하락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개입이나 정책 효과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환율이 하락한 시기를 활용해 달러를 미리 환전해둬야 한다는 반응마저 보입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투자는 장기 투자로 이미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이걸 팔고 국장으로 넘어오라는 건 국민들에게 계속 단타를 치라는 의미”라며 “장기 투자자들은 절대 안 움직일 텐데 국민 수준을 너무 무시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
北 ‘핵잠’ 실체는…기형적 구조 과시용 모형, 전력화 ‘의구심’[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정치통일·외교·안보 2025.12.28 07:00:00북한이 지난 12월 25일 건조 중인 8700톤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SSBN·핵잠) 전체 외관을 처음 공개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한·미 간 핵추진 잠수함(핵잠) 협의에 속도가 붙자 사전에 견제구를 던지는 동시에 자신들이 수중 핵전력까지 갖춘 불가역적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핵 경쟁이 격화되면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북한이 건조 중인 전략핵잠(SSBN)은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탑재한 것으로 우리가 개발 중인 핵탄두 탑재를 하지 않는 공격원잠(SSN)과 차별화돼 주목된다. 외관 전체를 공개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잠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북한의 핵잠 실전 배치가 우리보다 빠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적인 건조 단계로 봤을 때 핵잠 모듈과 미사일 발사관 구조물 등이 잠수함 내부에 들어간 상태로 볼 수 있다”며 “최고지도자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원자로 탑재가 끝난 완전한 선체 실루엣 상태라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선 △대형 잠수함 설계 및 건조 능력 △동력기관인 소형 원자로 개발 능력 △연료인 농축 우라늄 확보 능력 등이 필수로 북한이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모듈은 원자로·터빈·냉각기관 등 핵잠수함 추진 기관의 중추다. 북한이 공개한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SSBN)’은 한국이 도입하려는 핵추진 잠수함(SSN)과 그 목적과 핵 활용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핵잠 개발 막바지 단계 도달했다는 과시 북한의 핵잠은 핵미사일(SLBM)을 탑재해 핵미사일 발사에 초점을 맞춘 군사·타격용이다. 움직이는 핵미사일 기지로 최종 병기로 불린다. 반면 우리의 핵잠은 핵을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지만 상대의 핵잠 등 전략자산을 추적·감시하고 재래식 무기를 장착해 유사시 격침하는 방어용으로 ‘헌터 킬러’란 별칭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핵잠은 핵미사일을 탑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략핵잠에 비해 작고 날렵한 것이 강점이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북한이 공개한 핵잠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전략핵잠(SSBN) 형태를 갖췄다고 추정하고 있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전체적인 배의 형상은 러시아 퇴역 SSBN인 ‘프로젝트 941 아큘라(Acula)’와 흡사하다”며 “선두 전면부에 533㎜ 어뢰발사관 6개가 식별되고 세일(함교)에는 5개의 SLBM 사출구 덮개와 10개의 SLBM 수직발사관 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아큘라는 1970년대 초 러시아가 미 해군 주력 SSBN인 로스앤젤레스(SSN-688)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잠수함이다. 주목할 점은 러시아에선 전량 퇴역해 병력 파병과 무기를 지원한 북한에 기술을 이전해 줬을 가능성성이 높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흉내내 SSBN을 개발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가가 퇴역한 핵잠에서 원자로를 통째로 떼 북한에 넘겨줘 소형 원자로가 공개된 잠수함에 장착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잠수함 외형 특성상 조립 전 내부에 내용물을 다 집어넣어야 하므로 대외 과시용이 아니라면 엔진이 이미 들어간 상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북한이 공개한 핵잠은 전력화 될 수 있는 위협적 존재일까. 북한 주장이 맞다면 우리보다 훨씬 먼저 핵잠 전력화가 가능하지만, 전문가들 대부분은 ‘더미(dummy·모형)’일 가능성도 있다며 북한 전략에 휘둘려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공개한 핵잠의 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전문가 진단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군사전문기자 출신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8700톤급은 서방세계의 전략핵 잠수함(SSBN)보다는 작고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SSN)보다는 좀 큰 규모”라며 “(공개된 사진은)2년 전 공개한 후 정상 가동이 안되는 ‘김군옥영웅함’과 비슷한 모습으로 대형 SLBM을 탑재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도 “SSBN치고는 지나치게 크기가 작은 데다 형상 자체도 기이하고 조잡해 보인다”며 “핵잠 건조에 필요한 북한의 철강 가공 능력이 입증되지 않아 (완성도에)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공개한 핵잠 모습이 기형적이라는 점과 더불어 그간 제반 기술력 등이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완성도는 보여지는 것보다 현저히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위원은 “핵잠은 선체와 원자로, 수중운용 안정성, 승조원 숙련 및 정비체계까지 ‘통합 시스템’을 갖춰야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공개된 근거만으론 완성 임박 여부나 조기 전력화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역시 “건조공정은 멈춰있는 듯한 모습이고 보여주기에 치중한 모습”이라고 했다. 과시성 건조 과정 공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 안팎에선 의구심과 신중론 감지 정부 안팎에서도 의구심과 신중론이 감지된다. 당장 정보당국은 러시아 핵 모듈이 북한에 넘어갔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북러 관계가 밀접해져도 위성 관련 기술을 지원하더라도 최고 기밀인 핵 관련 기술은 러시아가 절대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공개하는 것과 실전 배치는 다른 얘기”라며 “기술 구현에 시간이 많은 필요한 만큼 러시아로부터 소형 원자로 기술을 이전 받았다고 확증할 수 없어 공개된 핵잠이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미사일 관련 구조물이 선체의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초도함에는 디젤 전기 추진식을 채용할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잠 공개는 기만 행태라는 시각이 많지만 핵잠을 실제 전력화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전략핵잠이 실전 배치되면 이른바 ‘2차 타격능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1차 타격 능력은 핵 선제공격의 의미지만, 2차 타격능력은 적의 핵 공격에 대해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의미다. 지상의 핵시설이 무력화해도 수중 잠수함은 생존할 수 있어 즉시 반격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무제한 작전 능력을 통해 미국 본토 앞바다까지 잠행이 가능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심각한 안보 위협 요소가 된다. 유용원 의원은 “북한이 탐지하기 어려운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해 미 본토에 핵 보복 공격을 할 가능성이 생겼다”며 “북한의 핵잠이 처음으로 그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한국형 원자력추진 잠수함 확보 추진 명분과 필요성은 더 커졌다”고 했다. -
K컬처 인기 잇는 다음 주자는 K전시…국중박 이어 이랜드, 삼성, 대림 전시에도 사람 몰린다
산업생활 2025.12.28 06:00:00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 80년 만에 최대 흥행 기록을 세우며 ‘K전시’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기업 전시 공간까지 관람객이 몰리면서 K컬처의 다음 주자로 ‘전시 콘텐츠’가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은 11월 30일 기준 연간 관람객 581만 4265명을 기록했다. 개관 이래 처음으로 600만 명 돌파를 앞둔 수치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개관 이후 올해까지 누적 관람객이 1억 66만 9308명으로, 80년 역사상 처음 1억 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흥행과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 열풍 등이 관람객 증가를 견인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관람객 규모는 글로벌 톱 티어 박물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2024년 기준 루브르(873만 명), 바티칸(682만 명), 영국박물관(647만 명), 메트로폴리탄 미술관(572만 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흥행을 계기로 문화예술에 수십 년간 투자해 온 K기업들의 전시 공간도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은 최근 ‘케데헌’ 열풍에 맞춰 1592년작 까치호랑이 그림을 국내 최초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430년 전 호랑이 이미지가 오늘날 K컬처 아이콘으로 이어지는 서사를 전시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대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 역시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전시 명소로 자리 잡았다. 디뮤지엄은 30주년을 맞아 페트라 콜린스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을 전면 무료로 열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온 작가의 전시는 전통 미술관의 경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형 전시로 확장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랜드뮤지엄은 ‘글로벌 문화 유산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비전으로 30여 년간 소장품을 축적해 왔다. 현재 음악·영화·스포츠·엔터테인먼트·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소장품은 약 50만 점에 달한다. 최근 3년간 21차례 전시를 열며 누적 관람객 8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스포츠 전시는 이랜드뮤지엄의 대표 흥행 콘텐츠로 떠올랐다. 농구, 야구, 축구 전시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대형 쇼핑몰의 집객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내년 3월까지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디어 바스켓볼(DEAR BASKETBALL),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 vol.2’를 선보인다. 코비 브라이언트, 스코티 피펜, 드와이트 하워드 등 NBA 전설들의 실착 유니폼과 트로피 등 160여 점의 소장품이 공개됐다. 전시는 ‘덩크’를 키워드로 농구 기술을 넘어 문화 현상으로서의 NBA 역사를 조명한다. 이에 대해 이랜드뮤지엄 관계자는 “지난 '위대한 농구선수 75인전 vol.1' 전시에 대한 성원에 힘입어, NBA를 빛낸 선수의 유산을 만나볼 수 있는 농구 전시를 새롭게 준비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스포츠가 가진 힘과 감동을 느끼고, 전시장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K팝·K드라마에 이어 전시 콘텐츠가 K컬처의 새로운 확장 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관람을 넘어 굿즈, SNS 공유, 체험형 콘텐츠까지 결합되면서 ‘보는 문화’를 ‘즐기는 산업’으로 진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중박이 연 600만 관객을 바라보는 가운데, 삼성·대림·이랜드 등 국내 기업이 수십 년간 쌓아온 전시 인프라도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면서 ‘K전시’가 또 하나의 글로벌 한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
신세계스퀘어, 새해 카운트다운 무대로 변신
산업생활 2025.12.28 06:00:00신세계백화점은 이달 31일 23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앞에서 중구청이 주관하는 ‘2026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LIGHT NOW)’ 축제가 열린다고 28일 밝혔다. 신세계스퀘어는 명동 일대를 빛의 도시로 조성하는 ‘명동스퀘어’ 프로젝트의 1호 초대형 사이니지로 이번 카운트다운 축제의 중심이 되는 메인 스크린이 된다. 명동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K팝 공연, 불꽃쇼 등으로 시민뿐만 아니라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연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2026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 무대는 서울중앙우체국 광장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 앞 분수광장 2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은 “신세계의 헤리티지와 K콘텐츠가 어우러진 신세계스퀘어가 새해 카운트다운 축제의 중심으로 다시 한번 색다른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며 “다양한 빛의 향연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우도 취향따라 선택"… 이마트, 신규 한우브랜드 출시
산업생활 2025.12.28 06:00:00이마트가 새해 신규 한우 브랜드를 론칭하고 10개 점포에 우선 도입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이마트가 선보이는 브랜드는 ‘더 깨끗한 목장한우’, ‘구우(9九牛)’, ‘결고운 순암소’로 세 가지다. 더 깨끗한 목장한우는 평촌점, 죽전점, 용인점, 경기광주점, 구우는 역삼점, 속초점, 김포한강점, 결고운 순암소는 전주점, 평택점, 연수점에서 판매된다. 이마트가 새로운 한우 브랜드를 개발하게 된 데 고객들이 한우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고려하는 가치들을 확인하고 이를 반영한 브랜드들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마트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5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우 브랜드 고객 인식 및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좋다고 생각하는 한우 브랜드’로 깨끗한 지역의 농장에서 자란 한우가 3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등급이 높은 한우가 29.4%를 차지했다. 한우에 만족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50%가 육질을 꼽았다. 한우 선택 과정에서 사육환경, 등급, 육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새로운 한우 브랜드는 한우에서 고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가치인 사육환경, 등급, 육질을 반영했다. 더 깨끗한 목장한우는 사육 환경에 집중한 브랜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깨끗한농장 인증을 받은 목장에서 적정한 사육밀도를 유지하고 분뇨처리 및 위생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진 환경에서 자란 한우다. 구우는 9번 최상급 한우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구우 브랜드 한우는 ‘1++(투뿔)’ 등급 중에서도 마블링 스코어 최고 등급만을 선별해 상품화한 최상위 품질의 한우다. 결고운 순암소는 새끼를 낳지 않은 미경산 암소다. 출산 이력이 없는 암소 한우를 선별하였기 때문에 육질이 매우 부드럽다. 가장 육질이 부드러울 때 출하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고, 풍미도 풍부해 미식가들의 식재료로 손꼽힌다. 신규 브랜드를 도입한 10개 점포에서는 출시 기념 행사도 진행한다. 내년 1월1일부터 4일까지 4일간 신규 한우 브랜드 등심 1++(9) 등급을 행사 카드 결제 시 정상가 2만1380원에서 50% 할인한 1만690원에 판매한다. 설도, 앞다리 1+ 등급 100g을 7480원에서 4188원으로 판매하는 등 등심 50%, 나머지 부위 4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심창우 이마트 한우 바이어는 “고객 조사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한우를 찾고, 이를 쉽게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개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관점에서 다양한 한우 상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국에 많은 3040 유방암…‘이 약’ 썼더니 생존율 10% 뛰어 [헬시타임]
산업바이오 2025.12.28 06:00:00호르몬수용체(HR)와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형(HER2) 모두 양성인 유방암 환자를 치료할 때 난소기능 억제제를 활용하면 재발 위험은 낮추고 생존율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성귀·배숭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팀은 40여개국 5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3상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HR과 HER2 양성 유방암 환자 965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국내 여성암 발생률 1위인 유방암은 HR과 HER2 수용체의 양성 유무에 따라 치료 방침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HR 양성, HER2 음성인 환자가 전체 유방암의 70% 정도로 가장 비중이 높다. 이런 환자들에겐 타목시펜이나 아로마타아제 억제제 기반 항호르몬 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특히 폐경 전 여성은 난소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면 재발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HR과 HER2 모두 양성인 유형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10% 정도로, 항호르몬 치료와 HER2 표적 치료를 함께 활용한다. 연구팀은 이들에게도 난소기능 억제제를 추가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를 설계했다. 이번 연구에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표적치료제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의 효과를 입증한 대규모 3상 임상 데이터가 활용됐다. 연구팀은 항호르몬 치료를 위해 타목시펜만 단독으로 투여한 501명과 타목시펜 또는 아로마타아제 억제제로 구성된 호르몬제 치료에 난소기능 억제제를 병용 투여한 464명으로 나눠 예후를 살폈다. 그 결과 호르몬제 치료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동시에 받은 그룹이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 그룹보다 치료 경과가 두드러지게 좋았음을 확인했다. 치료 후 10년 간 재발 여부를 평가하는 ‘10년 무질병 생존율’은 난소기능 억제 동시 치료 그룹에서 70.9%로, 단독 치료 그룹 59.6%보다 높았다. 환자가 치료 후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모두 살핀 ‘전체생존율’도 동시 치료 그룹은 84.7%, 단독 치료 그룹은 74.0%로 격차가 컸다. 여러 변수 간 복잡한 상호작용 영향을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도 난소기능 억제제 사용은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변량 분석으로 추출한 무질병 생존율에서 동시 치료 그룹은 단독 치료 그룹보다 재발 확률이 32%가량 낮았다. 항암제 임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전체생존율도 난소기능 억제 동시 치료 그룹이 단독 치료 그룹보다 사망 가능성이 38% 낮았다. 유방암 병기가 높거나 고등급(G3)처럼 성질이 불량한 종양일 경우, 이러한 특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30~40대 젊은 여성 환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유방암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더욱 유용하다고 평가된다. 안성귀 교수는 "기존에 진행됐던 대규모 유방암 임상시험이 대부분 HER2 음성 환자 중심이라 호르몬 수용체와 HER2 인자 모두 양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의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며 "후향적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HER2 양성 유방암의 치료에 초점을 맞춰 임상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소기능 억제제가 호르몬 수용체와 HER2 인자를 모두 지닌 조기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대규모 임상 연구 코호트로 입증한 만큼 심화 연구를 통해 젊은 유방암 환자의 임상 진료 지침에 적극 활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NCCN’ 최근호에 실렸다. -
천제의 아들, 환인의 손자, 환국 등등…우리 역사의 ‘큰 틀’은 어디에 [최수문 선임기자의 문화수도에서]
문화·스포츠문화 2025.12.28 04:14:32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로비에는 ‘광개토대왕릉비’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LED 미디어 타워에 광개토대왕릉비를 디지털로 재현한 것이다. 이 디지털 광개토대왕릉비는 새겨진 글자를 반복해 보여주고 있는데 비문의 첫 문장은 이렇다. “유석 시조추모왕지창기야, 출자북부여 천제지자 모하백여랑(惟昔 始祖鄒牟王之創基也, 出自北夫餘 天帝之子 母河伯女郞).” 해석하면 이렇다. “옛날 시조 추모왕(일반적으로 주몽왕)이 나라의 기틀을 여시니, 북부여에서 나셨으며 천제의 아드님이시고 어머니는 하백의 따님이시다.” 천제(天帝)는 지금의 표현으로 하면 ‘하느님’이 되겠다. 광개토대왕릉비 자체는 만주에 있지만 복제본은 용산의 전쟁기념관이나 천안의 독립기념관 광장에도 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익숙하다. 필자는 이 비석을 볼 때마다 궁금한 점이 있었다. 이 비석이 세워진 서기 414년 고구려 시대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 임금의 조상 또는 시조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쓴 문장을 어떻게 봤을까 하는 것이다. 광개토대왕릉비가 있는 곳은 지금은 한적한 곳이지만 고구려 시대에는 현재의 종묘 앞 광장처럼 붐비는 곳이었을 테다.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치부하고 숨죽여 비웃었을까, 아니면 ‘우리는 하느님의 자손을 임금으로 모신 위대한 나라의 백성’이라고 자랑스러워했을까. 모를 일이다. 물론 하느님의 아들이라니, 터무니 없는 말이 맞다. 이 비석을 세운 광개토대왕의 아들 장수왕이 왕권 강화를 위해 이런 신화화도 필요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우리 고대사에서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여럿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단군왕검이다. 대략 “환인의 서자 환웅이 인간 세계에 내려와…웅녀와 혼인해 아들을 낳았고 이름을 단군왕검이라고 했다. 나라를 세우고 이를 ‘조선’이라고 불렀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환인(桓因)’은 앞서 광개토대왕릉비에서 말하는 ‘천제’와 비슷한 의미일 테다. 아마 ‘하늘’의 음을 빌려 한자로 적지 않았나 한다. 그러면 결국 ‘하느님’이다. 흥미로운 것은 국립중앙박물관 자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이고 당연히 우리 고대사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어야겠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아쉬워하는 것은 필자 만일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는 ‘고조선실’이 있다. 입구에 ‘단군왕검과 고조선’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는 ‘단기’라는 독자 연호가 있습니다. 단기는 단군기년을 뜻하며 문헌기록에서 확인되는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운 기원전 2333년을 출발점으로 합니다. 우리 역사에서 단군과 고조선은 한민족 역사의 뿌리와 같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이런 몇 문장에 대해서도 책 수십 권을 채울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그런 것까지 논의하기는 어렵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한다. ‘단군왕검과 고조선’이라고 돼 있고 문장에서 건국 시기까지 나와 있지만 문제는 건국 지역이 없다. 전시장 어디를 둘러봐도 고조선이 어디에 있었냐는, 즉 중심지(이를테면 수도)의 위치에 대한 것은 없다. 만주와 한반도가 고조선 영역이라는 두리뭉실한 그림이 있을 뿐이다. 물론 학설이 여러가지고 정설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기는 하다. 중심지의 위치는 몽골에서 만주, 한반도 북부까지 다종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학설들이 전시장에 설명돼 있지는 않다. 때문에 관람객들은 고조선에 대해 아주 피상적인 인식에 머물게 된다. 우리가 ‘단군신화’라고 부르는 그런 식이다. 즉 역사가 아니라 신화다. 우리 고고학자나 역사학자들은 수십년을 연구하고도 ‘한민족 역사의 뿌리’에 대해 공통된 이론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고조선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하는 것은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환빠’ 때문이다. (필자는 명칭으로 ‘고조선’이 아니라 ‘고대 조선’이 맞지 않느냐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환빠’는 환단고기 추종자를 의미하는 데, 즉 환빠 논쟁은 말 그대로 환단고기 논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역사 교육 관련해서 무슨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며 “단군, 환단고기를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지 않냐. 고대 역사 연구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 이사장이 “소위 재야사학자들이라고 그분들 얘기인 것 같은데 그분들 보다는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이,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답했고, 또 이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다? 환단고기도 문헌 아니냐”고 덧붙인 바 있다.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은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 거냐,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정리했다. ‘환빠’ 논쟁에서 필자의 관심을 더 끈 것은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며칠 지난 17일 “‘사이비역사 일명 유사사학, 재야사학’에 대한 역사학계·고고학계의 입장”이라는 이름으로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역사’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는 성명서가 발표된 것이다. 이 성명서에서는 역사학계 및 고고학계 48개 학회가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이비역사’는 환단고기를 말한다. 성명서는 “명백한 위서인 ‘환단고기’를 바탕으로 한 ‘사이비역사’는 부정선거론 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뉴라이트 역사학’과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환단고기는 이유립이란 사람이 1979년에 출간한 책이라고 한다. 다만 이유립은 이 책이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개별 책 4권을 독립운동가 계연수가 1911년 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밀스럽게 전해져 온 역사서라는 의미다. 단군왕검 이전 환국이라는 국가가 존재했고, 환국의 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에 걸쳐 있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앞서 역사학계 성명의 주장은 이것이 ‘위서’, 즉 거짓이라는 것이다. 고고학계와 역사학계가 이렇게 대규모로 성명서를 낸 것도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런 ‘사이비역사’라는 주장이 꼭 들어맞을지는 의문이다. 재야사학이 유사사학이고 사이비역사라는 주장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사학이라는 학문을 누군가 독점할 수 있다는 의미처럼 들려서 하는 말이다. 내가 하는 것은 진짜고 남이 하는 것은 가짜라는 말일까. 차라리 역사학계 및 고고학계 48곳이 힘을 합쳐 ‘한민족 역사의 뿌리’에 대해 결론을 내는 것이 먼저일지 않을까. 윤석열 전 정부 때 임명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그동안 ‘뉴라이트’ 성향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역사학계 성명서에서 ‘환단고기’가 “뉴라이트 역사학과 일맥상통한다”고 하니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이다. 정반대 의미로 광복회가 낸 성명도 주목할 만하다. 광복회는 ‘동북아역사재단 대통령 업무보고에 성명’이라는 이름으로 “고대사 연구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광복회는 이 성명서에서 “대통령이 ‘환빠’를 언급하며 우리 고대사 연구의 현주소를 질문한 데 대해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역사는 사료 중심’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한데 유감을 표한다. 아울러 역사학계 등에서 대통령의 질문을 왜곡·과장해 ‘유사역사 옹호’로 몰아가는 태도 역시 본질을 외면하고 자기과시적 비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화두로 던진 것은 특정 문헌의 진위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고대사의 큰 틀조차 정립하지 못한 역사학계의 구조적 한계를 묻기 위한 문제제기라고 본다. 동북아역사재단과 이른바 자칭 주류라는 강단역사학계는 일본이 ‘일본서기’를 통해 자국의 고대사를 서사화하는 데는 침묵한다. 또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한민족의 역사를 ‘침탈’하는 동안 과연 제 역할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좀 유별난 데가 있기는 하다. 그는 12일 보건복지부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난임 치료와 관련해 한방에 대한 국가지원은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날은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환빠’ 논쟁이 나온 날이다. 복지부 업무보고가 앞서 있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한의학이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고(그래서 한방 지원은 없다)”라고 한데 대해 이 대통령은 “현재 복지부 공무원 중에 한의사는 몇 명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양의사는 국과장 등 10여명인 반면 한의사는 1명뿐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나마 그 한의사는 사무관 직급이어서 당시 업무보고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덧붙여 며칠 후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대한한의사협회가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20일 아리랑 국제방송의 특별 프로그램 ‘K-Pop: The Next Chapter’(케이팝: 더 넷스트 챕터)에 출연해 ‘문화강국 한국’의 역사적 연원을 설명하면서 “중국 고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죠. 한국 사람들은 가무에 능하다. 이미 고대 시대에도 특징이 잘 놀고 표현 잘하고 즐겁고 예술적인 문화적인 종족이었다는 거죠”라고 말한 바 있다. 방송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도 함께 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 고전은 서기 3세기 후반에 씌어진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 위서 동이전’으로 여기에 “부여재장성지북 (중략) 이은정월제천 국중대회 연일음식가무 명왈영고(夫餘在長城之北 (중략) 以殷正月祭天 國中大會 連日飮食歌舞 名曰迎鼓)”라는 내용이 있다. 관련 문장은 ‘국중대회 연일 음식가무’로 “축제 기간 연일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춘다”라고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사회자가 자신의 발언 중간에 끼어들어 “‘음주’가 빠졌네요”고 말하자 “그 책에는 그런 것은 안 나온다”고 정확히 지적하기도 했다. 정확한 단어는 ‘음식가무’로, 아쉽게도 나중에 ‘음주가무에 능하다’는 식으로 비하돼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
"손이 잘 안가네"…'내돈내산' 루이비통 가방, 리폼했다간 '불법' 될 수도 있다고?
사회사회일반 2025.12.28 01:08:46루이비통 가방을 소유자로부터 돈을 받고 수선해 다른 형태로 바꿔주는 이른바 ‘리폼’ 행위가 명품 브랜드의 상표권을 침해하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공개변론을 열었다. 개인적 사용 목적의 리폼까지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제1호 소법정에서 루이비통과 리폼업자 간 상표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가 공개변론을 연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 사건은 루이비통이 리폼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리폼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루이비통 측 손을 들어줬고 리폼업자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리폼업자가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쟁점은 명품 가방 소유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가방을 리폼해 새로운 형태의 가방이나 지갑을 제작한 행위가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해당 행위가 상표의 출처표시 기능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루이비통 측은 리폼 과정 이후에도 가방 표면에 루이비통 로고와 모노그램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리폼업자가 가방을 가공해 다시 의뢰인에게 인도하는 과정 자체가 상거래에 해당하며 상표가 표시된 상품이 유통된 이상 상표권 침해가 성립한다는 주장이다. 원고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태호 경기대 사회과학대학 교수는 “장래에 교환가치를 가지고 유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면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 리폼 제품은 리폼업자가 주문자에게 인도하는 방식으로 이미 유통이 이뤄졌고 중고 명품 시장이 활성화된 현실을 고려하면 리폼 제품 역시 장차 상거래에 편입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루이비통 측은 해외 사례도 언급했다. 중국 법원이 명품 리폼업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 존재한다며 리폼을 상표권 침해로 엄격히 판단한 국제적 흐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폼업자 측은 명품 가방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을 위해 자신의 소유물을 가공·변형하는 행위까지 상표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맞섰다. 리폼 제품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교환가치 실현을 전제로 한 상거래 상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 나온 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리폼 제품은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목적에 따라 제작된 것”이라며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원고와 피고는 경쟁 관계에 있지 않고 리폼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는 만큼 소비자가 상품 출처를 오인하거나 혼동할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리폼업자 측은 독일 연방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소유자의 개인적 사용 목적에 따른 리폼’과 ‘리폼업자가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한 리폼’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의 경우 상표권 침해로 보지 않는 해외 판례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결론이 상표권의 권리 범위와 리폼 행위의 허용 한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건 주심을 맡은 권영준 대법관은 서울대 민법 교수 출신으로 저작권과 지식재산권 분야에 정통한 학계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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