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정상 세포에 가깝게 되돌릴 수 있는 시스템생물학 기반의 ‘분자 복귀 스위치’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국립암센터는 신동관 생물정보연구과 교수와 조광현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암세포 재프로그래밍 치료법 ‘REVERT’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그동안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등 기존 암 치료법은 암세포를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에 제시된 방식은 유전자를 조절해 암세포를 정상 세포 상태로 ‘되돌린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학계에서 오랫동안 추구해온 난제에 접근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단일세포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경계점을 규명하고 유전자 간 상호작용 지도를 구축했다. 가상 실험을 거듭한 결과 세포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YY1과 MYC 전사인자가 암 전환의 핵심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전사인자가 함께 조절하는 효소 USP7은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최종 타깃으로 지목됐다.
실제 대장암 환자 유래 장기 모델에 USP7 억제제를 투여한 결과, 암 조직의 성장이 눈에 띄게 억제되면서 정상 조직의 특징이 일부 회복됐다. 이는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대신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국립암센터는 이번 성과가 세포·미니 장기 수준의 기초 단계이지만 연구팀이 향후 다양한 암종으로 확대해 임상적 검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동관 교수는 “기존 치료가 암세포를 망치로 부수는 방식이었다면 새 접근은 잘못된 스위치를 찾아내 다시 켜는 정밀한 도구”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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