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관세 도미노’ 현실로…‘수출 성장 전략’ 전면 재설계해야
오피니언 사설 2025.10.10 00:05:00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을 대폭 높이면서 미국발(發) ‘관세 도미노’가 현실이 됐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쿼터 총량을 지난해의 약 절반으로 줄이고 쿼터 초과분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개별 쿼터 협상을 벌여야 하지만 미국에 이어 한국의 최대 철강 수출 시장인 EU까지 수입 관문을 좁히면서 한국 철강 수출이 입을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미국 관세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은 9일 희토류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더욱 확대하며 ‘자원 무기화’의 고삐를 한층 강하게 조이고 있다.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로 고율 관세의 직격타를 맞으면서 미국 수입 시장에서 올해 초 7위였던 한국의 입지는 어느새 10위까지 밀려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제약·바이오 등 전략산업 전반으로 관세전쟁의 전선을 넓힐 태세다.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하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글로벌 무역 성장률이 올해 2.4%에서 내년에 0.5%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도 우리의 대응은 안일하다. 철강 산업 지원을 위해 발의된 ‘K스틸법’은 여야 정쟁 속에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앞장서서 전방위 기업 지원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노란봉투법, 더 센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을 옥죄는 규제 입법만 일사천리로 통과시키고 있다. 관세·비관세 수단을 동원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이제 글로벌 통상 질서의 ‘뉴 노멀’이다. 달라진 무역 질서에서 살아남으려면 낡은 수출 전략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상품 제조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로 수출의 지평을 확장하고, 남의 기술을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서 벗어나 누구도 넘보지 못할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시장 품목 다변화, 공급망 개척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견고해진 보호무역 장벽을 뚫으려면 과감한 규제 철폐와 산업 정책으로 기업 혁신을 뒷받침하고 미국·EU 등 주요 교역국에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생사의 기로에 선 기업들의 수출길을 터줘야 할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막중하다. -
정치적 손익 계산에…'배임죄 폐지' 입장 맞바꾼 여야
정치 국회·정당·정책 2025.10.06 17:47:00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배임죄 폐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야당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과거 개별 의원 차원에서 배임죄 완화 법안을 내기도 했던 국민의힘이 이번엔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전통적으로 ‘억강부약’을 내세우며 ‘반기업’ 법안을 마련하던 민주당, 시장 경제와 규제 완화 등 ‘친기업’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온 국민의힘의 행보와는 정반대다. 각 정당이 정치적 손익 유불리에 따라 배임죄에 대한 판단을 뒤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통해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배임죄는 기업인의 정상적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기업 운영과 투자에 부담을 줬다”며 “중요 범죄에 대한 처벌 공백이 없도록 대체 입법 등 실질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최대 징역 10년 또는 벌금 3000만 원에 처하도록 한 법률 규정이다. 수사기관이 기업인을 수사할 때 적용하는 대표적 혐의지만, ‘임무 위배 행위’라는 구성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경영 활동을 움츠러들게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배임죄는 모호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경제 각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며 “기업과 국민이 부지불식간에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배임죄 폐지는 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기업 오너와 경영진을 위한 면책일 뿐”이라며 “배임죄 폐지 시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경영진의 행위가 면책돼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고 개미투자자는 투자금 손실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기업의 부담을 덜겠다며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고, 국민의힘이 이에 반대하는 모습은 다소 생소하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기업 범죄 처벌 강화, 경제 정의 실현 등을 이유로 배임죄 폐지에 비판적이었다. 반면 그간 친기업 행보를 강조하던 국민의힘은 송석준·고동진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이 배임죄 완화 입법안을 낼 정도로 찬성에 가까운 입장을 보였다. 정가에는 각 정당이 배임죄 폐지의 실효성보다도 자신이 처한 정치적 손익계산에 따라 배임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맞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와 유착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죄 의혹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형법상 배임죄가 폐지될 경우 이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는 배임죄는 효력을 잃게 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과 관련해 가장 반대하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면소를 위한 ‘방패막이 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지난달 21일 “배임죄 폐지의 1호 수혜자는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대장동 비리, 백현동 비리, 성남FC 사건 모두 배임죄로 기소돼 있는데, 다 날아간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도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대장동 재판을 염두에 둔 잘못된 시도”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특검의 내란 범죄 수사로 사면초가에 내몰린 국민의힘이 ‘배임죄 폐지=이재명 구하기’ 프레임을 통해 정권의 도덕성·공정성에 흠집을 내고 여당 견제 이미지를 부각할 기회로 삼은 것이다. 특히 ‘공정성’과 ‘권력자 견제’는 총선 등 지난 여러 선거에서 민심을 움직인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회적 정의와 공적 책임을 중시하는 이미지를 극대화해 불리한 내년 지방선거 민심을 개선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배임죄 폐지를 통해 그간 겹겹이 쌓인 반기업 이미지를 해소하고 국정 운영의 효율성을 꾀하는 데 집중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과 1,2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며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지탄을 받아왔다. 이 대통령이 실용정부를 내세우는 만큼 기업 달래기에 나서며 이미지 쇄신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꾀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주요 인사들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사법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는 암묵적 판단도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22대 국회서만 필리버스터 16건…역대 최다지만 관심은 '뚝'
정치 정치일반 2025.10.03 12:00:0022대 국회가 개원 1년 반 만에 16개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하며 역대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복되는 ‘필버 정국’ 속 국민적 관심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고, 소수 정당의 의견을 보장하는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22대 국회 들어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가 열린 횟수는 7번이다. 지난해 7월 채해병 특검법(7월 3일)을 시작으로 방통위설치법 등 ‘방송4법’(7월 25일), 민생회복특별법·노란봉투법(8월 1일) 등을 두고 잇따라 필리버스터가 벌어졌다. 올해 대선이 끝난 뒤에도 8월부터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 상법, 정부조직법 등을 두고 두 달 동안 필리버스터 정국이 이어졌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 반 만에 총 7차례 필리버스터가 시도됐고, 안건 수로 따지면 16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 국회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기록이다. 19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는 단 한 차례 열렸고, 20대와 21대는 각각 2회에 그쳤다. 이번 국회는 횟수와 안건 모두에서 역대 최다다. 이 과정에서 최장 발언 시간 기록도 새로 쓰였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시작된 정부조직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서 17시간 12분간 발언을 이어가며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박 의원이 세운 ‘15시간 50분’의 최장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록 경신에도 국민적 관심은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과거에는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법안 내용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의원의 이름도 알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가 너무 자주 열리다 보니 전반적으로 관심이 식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필리버스터 스타’를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번째 필리버스터였던 2012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는 김광진·은수미·이종걸 전 의원 등이 장시간 발언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당시 11시간 39분 동안 발언하며 당시 최장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금의 국회에서는 ‘필버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다. 국회법상 재적 의원(현 298명)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종결동의를 요구할 수 있고, 이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종결한 뒤 즉시 표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166석)을 차지하고 범여권 정당까지 더하면 190석에 가까운 현 정국에서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 아닌 ‘하루짜리 토론’에 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면 본회의장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단과 국무위원들이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상법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24시간 동안 본회의장을 지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후 페이스북에 “지금의 필버는 아무도 듣지 않는 그저 공허한 독백”이라며 “일하는 국회가 되기 위해 필버 제도의 개선이나 대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때”라고 적었다. 정 장관은 “필버가 아니라 1인당 10분 이내로 10명이 찬반 토론을 하고 무기명투표를 하면 더 좋은 합리적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국회가 너무 삭막해졌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의 끝이 어디가 될지 너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필리버스터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 필리버스터’를 선포하고, 국민의힘 출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토론을 신청한 정당의 본회의 참석을 의무화하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22대 국회에선 필리버스터가 시작되면 토론자를 제외하고는 본회의장을 떠나는 광경이 반복됐는데 야당의 참석을 의무화해 필리버스터 신청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에 주어진 최후의 저항 수단이라는 점에서, 법 개정 추진 시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제도 자체를 변질시키는 법안을 준비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국회 내 소수 의견에 대한 배려 장치가 사라지고 완벽한 일당 독재 체제가 구축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금속노조, '쌍용차 파업' 손배 책임 벗어나…KGM, 40억 받지 않기로
산업 기업 2025.10.03 00:05:00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쌍용차파업 손해배상액 40억 원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2009년 파업 발생 후 16년을 끌어온 소송이 마무리됐다. 2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쌍용차파업으로 발생한 금속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 40억 원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KG모빌리티는 금속노조 측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확약서도 전달했다. 앞서 지난 5월 대법원이 77일간 공장 점거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가 사측에 약 20억 9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지만, 이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이다. 노조가 내야 할 금액은 지연 손해금까지 더해 약 40억 원에 달했다. 쌍용차파업은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 사건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5~8월 공장을 점거하고 장기간 정리 해고 반대 파업을 벌였다. 쌍용차는 노조 측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 등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와 소속 조합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14년 1심 법원은 쌍용차 노조에 4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때 한 시민이 쌍용차 노조원을 돕기 위해 노란색 봉투에 4만7000원을 넣어 언론사에 전달한 일이 유래가 돼 노조의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이번 노조법 개정안에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쌍용차는 이후 2016년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개인에 대한 소송은 취하하고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에 대한 소송은 유지했는데 이번 조치로 금속노조에 대한 손배소도 철회하게 됐다. 2022년 쌍용차를 인수한 KG모빌리티는 노사 화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손해배상금 미집행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 10일 시행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손배 문제 해결이 아닌 ‘손해배상 보복의 시대를 이제 끝내야 한다’는 이정표”라며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한화오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등 손배 청구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제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
[사설] 코스피 ‘사상 최고’에 취하지 말고 구조 개혁 서둘러야
오피니언 사설 2025.10.03 00:05:00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했다. 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0%나 오른 3549.21에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3.49% 상승하며 ‘9만전자’, SK하이닉스가 9.86% 급등하며 ‘40만닉스’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같은 추세 자체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장밋빛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뒷받침해야 할 우리 경제 상황은 저성장과 높은 국가부채, 낮은 노동생산성 등의 한계 탓에 장밋빛 기대를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월 발표 당시 1.5%에서 최근 0.8%로 크게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우리 성장률이 1.8%로 잠재성장률(1.9%)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라 곳간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년 전만 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 81%대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지난달 2065년 기준 156.3%까지 뛸 것으로 수정했다. 내년도 정부 지출 증가율은 8.1%에 달해 눈덩이 부채에 국고채 원리금 상환액이 150조 원을 웃돌게 된다.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노동생산성도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6만 5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벨기에(12만 5000달러)의 절반 수준이며 프랑스·독일(9만 9000달러), 영국(10만 1000달러)과도 차이가 크다. 지금은 주가 상승에 고무돼 낙관적 기대에 취할 상황이 아니라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할 때다. 현재 시행에 들어갔거나 법안이 통과된 경직된 주52시간 규제를 비롯해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가 시급하다. 힘의 논리를 앞세워 당정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주4.5일제와 정년 연장은 우리 경제와 기업 현실을 감안해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주 환원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당장은 주가가 크게 오를지 몰라도 기업 실적과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가 5000시대’는 요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목요일 아침에] 누가 ‘테메레르 전함’ 예인선 침몰시키나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10.02 06:00:00작은 예인선이 짙은 연기를 뿜어 대며 덩치 큰 범선을 앞에서 끌고 간다. 뱃머리에 일렁이는 물결이 힘차다. 석양 노을이 자아내는 황금 빛깔 배경은 희망을 노래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국민 화가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가 1839년 그린 ‘해체를 위해 예인되는 전함 테메레르’ 얘기다. 영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으로 20파운드 지폐 모델이기도 하다. 전함 ‘테메레르’는 1805년 트라팔가르해전에 참전해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격파하고 영국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영국 제해권이 굳건해지자 나폴레옹은 결국 영국 침공을 단념한다. 수명을 다하고 런던 템스강 조선소로 퇴역하는 ‘범선’ 테메레르를 이끄는 것은 ‘증기 기관’ 예인선이다. 범선은 구(舊)시대의 영광, 예인선은 산업혁명 신(新)시대의 도래를 상징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테메레르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제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예인선이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과거 영국의 국격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경제가 거친 마디숨을 토해내고 있다. 내수 부진과 경기 둔화도 버거운데 밖에서는 미국발(發) 관세 폭탄과 중국발 공급 쇼크라는 ‘이중 쓰나미’가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2%로 이전 전망 때보다 0.3%포인트 올렸지만 한국은 1.0% 그대로 유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쳐 잠재성장률(1.9%)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에 ‘모범생’ 성적표를 안겨줬던 국제사회가 시각 교정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명분을 앞세워 동맹국에 관세 폭탄을 때리는 ‘동맹 궁핍화 전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한국을 시범 타깃으로 거칠게 몰아붙여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본보기로 삼겠다는 의도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현금 선불(up front)”이라며 강경 일변도다. 동맹 상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더니 무관세였던 한국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강제했다. 관세율이 15%인 일본과 유럽연합(EU)과의 경쟁에 밀려 현대차그룹 영업이익은 2분기에 1조 6000억 원이나 줄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에는 이미 50% 관세율을 매겼고 반도체에도 고율 관세를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통상 규범은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에 불과할 뿐이다. ‘짝퉁 공장’에서 ‘기술 제국’ 변신에 성공한 중국은 물량 공세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기업을 추격하거나 추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한국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은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 CATL(배터리)을 비롯해 비야디(전기차)·BOE(LCD)·화웨이(통신장비)·DJI(드론)·론지솔라(태양광)·바오우스틸(신소재) 같은 기업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기술 혁신과 규제 혁파, 정부 지원, 인재 양성을 표방한 ‘중국제조 2025’를 뚝심 있게 추진한 결과다.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우주 등 16개 첨단산업에 초점을 맞춘 담대한 ‘제조 2035’ 프로젝트가 다음 바통을 이어받는다. 미중 협공에 우리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초격차 첨단산업이 전통 제조업을 이끌어야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바통 터치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당정은 파업을 조장하는 노란봉투법,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법 개정 시리즈를 속전속결로 통과시킨 데 이어 주 4.5일제, 정년 연장 법제화도 서두르고 있다. 피 튀기는 적자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통상 현실은 외면한 채 노조에 영합하는 기울어진 법안과 거미줄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개별 기업 혼자서는 대응이 불가능한 ‘국가 대항전’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업과 정부·국회가 의기투합해 손을 맞잡아도 승산을 담보할 수 없다. 노조와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기업은 악(惡), 노조는 선(善)’이라는 왜곡된 ‘동굴 우상’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언제까지 낡은 이념과 진영 논리로 뒤틀린 썩은 동아줄을 움켜잡고 있을 건가. 테메레르 범선(전통 산업)을 이끌며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예인선(첨단산업)마저 서서히 심연으로 침몰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
"전세계가 'AX 혁신' 속도 경쟁…쉬운 성장에 만족하면 도태"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10.01 17:51:01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열린 ‘서울경제 미래컨퍼런스 2025’에서 ‘ALLIANCE(얼라이언스)’라는 단어의 8개 알파벳을 직접 준비한 장표를 통해 하나하나 강조한 것은 정부와 제조기업뿐 아니라 금융·법률을 아우르는 전 경제 주체가 함께 혁신해야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실함을 강조한 것이다. 과거의 성장이나 현재의 ‘쉬운 장사’에 머무른다면 글로벌 AI 대항해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인 셈이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정부 역시 이 같은 속도 전쟁에 발맞추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주제 강연에서 “중국은 이미 우리를 앞서나가고 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우리가 중국을 추격자로 여겨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경고와도 같다. 그는 “중국은 공산당을 중심으로 산업·연구·금융계가 모두 하나 된 거버넌스를 꾸려 한국을 추월했다”며 “우리도 모든 경제 주체들이 뭉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산업부는 이 같은 위기감을 바탕으로 9월 11일 ‘제조 AX(인공지능 전환)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제조(manufacture)의 앞 글자를 따 ‘M.AX(맥스)’라고 이름 붙인 이 연합에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1000개가 넘는 국내 대표 제조 및 AI 기업,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정부는 2030년께 제조 AX에서 10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는 만큼 이 얼라이언스를 AI 팩토리, 휴머노이드 등 총 10개 분야별 연합으로 나누고 제조 기업과 AI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김 장관은 단순히 M.AX 얼라이언스를 구성한 것만으로는 산업 경쟁력 강화가 속도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혁신 전쟁’과 ‘속도 전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든 한 젊은 벤처 기업 대표가 정부로부터 어떤 규제를 받을지 몰라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하려고 왔는데 정부 구성원으로서 죄송함이 너무 컸다”며 “기업들의 속도전을 정부가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도와 규제를 과감하게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산업 생태계를 각자도생식 발전에서 전 산업 간 유기적 네트워크로 바꿔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장관은 “불과 약 7년 전만 해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에서 뒤처지던 대만이 이제 우리 앞에 서게 된 것은 반도체 제조기업과 수요 기업 간 생태계가 탄탄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산업계에는 삼성전자·SK·현대차 등 독보적인 회사가 있고 각자 훌륭한 혁신을 빠르게 해냈지만 AI 시대에는 함께 생태계를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업부에서 에너지 기능이 떨어져 나가서 어떡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그동안 정부는 조세·재정·금융·산업·통상 같은 정책을 따로따로 내놓았지만 AX 시대에는 모든 정책을 통합해 생태계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정책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기업들처럼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 업계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놓았다. 그는 “금융이 보다 생산적이고 미래 가치가 있는 분야와 젊은 기업인을 제대로 평가해준다면 많은 자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텐데 금융권은 너무 쉬운 장사만 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산업 AX를 위한 융합의 길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 등 이슈가 불거지면 돈을 제일 많이 버는 곳이 로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법률의 힘이 크다”며 “법을 만들 때도 이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김 장관은 이 같은 도전에도 한국의 저력이 커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에게 인력도 부족하고 금융에도 한계가 있는 것은 맞지만 우리는 한국이 가진 제조 역량을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산업 AX를 위한 정부의 자세를 문태주 시인의 시 ‘잘한 일’의 시구에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시에 ‘토마토 순에 지지대를 대주었다’ ‘싫어할 소리를 하지 않았다’ 등의 구절이 있는데 이처럼 정부도 AI 대항해 시대에 산업계와 한배를 탔다고 생각하고 규제 완화, 재정 지원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사설] ‘배임죄 폐지’ 입법 서두르고 ‘기업 옥죄기’ 자제해야
오피니언 사설 2025.10.01 00:02:00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경영 활동을 위축시켜온 배임죄가 70여 년 만에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정상적 경영 판단에 따르거나 주의 의무를 다한 사업자는 배임죄 처벌이 면제되고, 경미한 의무 위반은 과태료 부과 수준으로 처벌이 가벼워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30일 ‘경제 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협의에서 배임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경제 형벌 규정 110개도 우선 추진 과제로 마련했다. 배임죄는 오랫동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법 적용으로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모호하고 포괄적인 구성 요건 탓에 선의의 경영 판단조차 결과에 따라 언제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업들에 특히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업인들이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주저하고 안전제일 위주의 소극적인 경영에 머문 것도 배임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이번 조치는 과도한 형벌로 위축된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정은 배임죄가 빨리 폐지되도록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다만 배임죄 폐지 이후의 민사책임 강화 조치로 취해질 증거 개시 제도 도입과 집단소송제 확대에 대해서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형사처벌의 족쇄를 풀자마자 또 다른 족쇄를 채우는 결과가 초래돼서는 곤란하다. 배임죄 폐지가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꼼수’라는 국민의힘의 지적에 대해서도 보다 낮은 자세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배임죄 폐지는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를 계기로 시대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 규제를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당정은 개인과 법인을 하나의 사실로 동시 처벌하는 공정거래법상 양벌 조항 등을 추가로 개선하는 등 경제 형벌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기업들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계의 무분별한 파업을 사실상 조장하는 노란봉투법과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역량을 점증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는 거듭된 상법 개정안에 대한 보완 입법을 서두르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 옥죄기가 계속되는 한 일자리 창출도, 경제 회생도 더욱 어려워질 뿐이다. -
[여명] '아날로그 정부' 사태, 與에 날린 경고장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9.30 18:16:06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화재가 발생해 국가 전산망이 먹통된 사태가 일어난 지 나흘이 지났다. 세계 1등 디지털 정부를 외쳤던 한국은 하루아침에 아날로그 정부로 무너졌다. 가족의 죽음에 쓰러진 유족은 화장 시설 예약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동네마다 주민센터는 민원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022년 발생한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그토록 추상같이 기업을 질타한 정부와 국회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와중에 여당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책임을 은근슬쩍 이전 정부에 떠넘기려는 발언과 접근 태도로 빈축을 샀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금의 예산은 윤석열 정부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국가 전산망에 이중 운영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책임을 전 정부에 미루려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말처럼 “국가 디지털 인프라는 핵심 안보 자산이자 국민 일상을 지탱하는 혈관”인데 집권 여당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넘도록 무엇을 했느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그나마 이 대통령이 화재 이틀 만에 국민을 향해 “송구하다”며 취임 후 첫 사과를 빠르게 한 것은 다행이다. 국민은 적어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기본을 잊지 않고 있음에 안도했을 것이다. 그래도 뼈아픈 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산하에 둔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방대한 정부 조직 개편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에 부응하려 국가 전산망 관리에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대목이다. 최근 한 달 동안 행안부 장차관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 조직 개편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지만 금융위원회 폐지와 금융감독원 분리가 여론의 비판 속에 백지화됐듯 섣부른 정부 조직 개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12·3 불법 계엄이 부른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하자 민생 안정과 국민 통합이 최우선이라고 부르짖었지만 줄곧 반대로 갔다. 기업들의 전폭적 지원으로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고 한미 정상회담의 문이 열렸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은 2차 상법 개정과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였다. 야당이 모두 반대한 입법이었지만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며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후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후속 조치인 국회법 개정까지 독주의 연속이었다. 행정·입법 권력을 틀어쥔 여권이 아집에 빠져 폭주하는 사이 야당은 장외로 뛰쳐나갔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 세부 내용은 확정되지 못해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맞고 있다. 안팎으로 불안정의 연속인데 국가 전산망마저 꺼져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건설 업계의 잇따른 안전 사고나 SK텔레콤·롯데카드의 해킹 사태에 철퇴를 휘둘렀던 여당과 정부가 심각한 국정 불안 상황에 통렬한 반성이 없다면 추석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 뻔하다. 바뀐 정부조직법이 시행되면서 에너지 정책이 환경부로 이관돼 초유의 정책 실험이 10월 1일부터 시작된다. 내년 1월 2일부터는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출범하는데 벌써부터 경제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설립 78년 만에 검찰청은 내년 10월이면 문을 닫아 당장 범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불안하다. 추석이 지나면 미중 갈등과 글로벌 무역 질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는데 별 탈은 없을지 걱정이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놓은 채 고꾸라진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격이다. 세계 최대 수출 시장에서 일본이나 유럽의 경쟁 업체보다 10%포인트 이상 관세를 더 부담하게 된 기업들은 2차 상법 개정이 연말에 몰고 올 태풍과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과 맞물려 벌어질 춘투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한 차례 화재로 멈춰서 대혼란이 발생한 것은 평범하지만 안정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 일깨운다. 개혁을 명분 삼아 독주를 일삼는 정치를 여권이 멈추지 않으면 이번 아날로그 정부 사태가 끝이 아닐 수 있다. -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기구로 독립·전문화 필요"
산업 산업일반 2025.09.30 16:43:56노사정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다 독립적이고 전문화된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노총과 공동 개최한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위한 노사정의 역할과 과제 토론회' 에서다. 발제자로 나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다양한 수준의 사회적 대화를 기획·지원하는 역할을 통해 노사단체 및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복잡한 노동 사회 의제를 논의하고 사회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 사회적 대화 기구의 독립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의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하는 구조, 열린 논의 방식 발굴 등에 노사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대화 기구는 적극적 문제 해소 기구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상생을 위한 양보를 할 수 있는 노사 양측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독립·자율적 사회적 대화 즉, 선 타협 후 정책이 돼야 한다”며 "그 누구에게도 사회적 대화의 주도권이 부여돼선 안 된다"고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역량을 모아 미래지향적인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가 노사정의 입장을 조율하고 미래지향적 대안을 찾는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정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과 주4.5일제 논의에 대해선 "노사 모두의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한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채준호 전북대 교수,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1본부장, 황용연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이부용 고용노동부 노동개혁총괄과장이 참석했다. -
"적정 공사비 보장해야"…건설협회, 국회 환노위원장과 정책 간담회 개최
부동산 건설업계 2025.09.30 15:26:28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한승구 대한건설협회장이 중대재해 발생과 관련 과징금 기준 합리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회원 부회장, 시도회장 등이 안 위원장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건설업계가 직면한 노동·안전 관련 현안을 공유하고, 국회와 소통을 통해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업계 주요 현안으로 사망사고 발생 시 행정처분·과징금 기준의 합리화와 중복 부과 개선, 노란봉투법 후속지침 마련 시 건설업 특수성 반영, 청년인력 유입 촉진을 위한 정부 지원 확대, 중대재해 발생 시 외국인 근로자 고용제한 제도 개선 등을 건의했다. 안 위원장은 “건설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에 깊이 공감한다”며 “오늘 제기된 건의사항은 위원회 차원에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건설업계는 안전혁신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발주 단계에서 적정 공사비와 공기를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논의되는 과도한 규제와 중복 제재는 업계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
[청론직설] "노란봉투법 남은 6개월이 골든타임…하청구조부터 점검해야"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9.29 17:33:07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기업들에는 새로운 도전이다. 사용자 개념과 단체교섭 범위가 대폭 확대돼 하청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임금·근로시간뿐 아니라 구조조정, 해외 이전, 인수합병(M&A) 같은 경영상 결정도 노사 간 교섭 대상이 된다. 노동조합도 사측도 안 가본 길이다. 위헌 논란과 보완 입법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명철 노란봉투법 대응 센터장은 2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이 공표되고 시행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논쟁은 무의미하다”며 “기업은 남은 6개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노동법 관련 재판연구관을 지낸 이 센터장은 “당장 기업별로 하청 구조와 노조의 현황을 점검하고 실질적 지배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기업이 얼마나 준비하고 노조와 신뢰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노란봉투법의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아웃소싱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청소·경비·물류 등 모든 하청 업체가 잠재적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의 법적 배경과 입법 취지는 무엇인가. △산업구조의 중층화와 다변화가 배경이다. 기업들이 사내 아웃소싱을 확대하며 수직 계열화된 생산구조를 해체한 결과이기도 하다. 법적으로는 2010년 현대중공업 대법원 판결이 출발점이다. 당시 ‘실질적 지배력’ 개념이 처음 등장했다.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원청의 지배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됐다. 노동계는 이를 단체교섭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했고 이번에 입법화됐다.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는 “진짜 결정권자와 교섭하겠다”는 요구가 법제화된 것이다. -개정 조항 가운데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사용자 개념의 확장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였으나 이제는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까지 범위를 넓혔다. 교섭 의제도 임금·근로시간뿐 아니라 정리해고, M&A, 해외 이전 등 경영상 의사결정까지 포함된다. 해외로의 생산 거점 이전도 더 이상 경영진의 고유한 결정이 아니다. 노조가 “내 일자리와 직결된다”며 파업을 벌일 수도 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구조조정이나 대규모 인수합병 시 노조와의 협의 절차가 엄격히 규정된다. 한국 기업도 유사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은 어떻게 판단하나. △이번 법의 최대 쟁점이다. 법률에는 추상적으로만 규정돼 있고 시행령 위임 근거도 없다. 고용노동부가 구속력 있는 세부 기준을 정할 권한이 없다. 판례가 기준을 형성한다. 기존 판례에서 제시된 요소는 네 가지다. 첫째, 경제적 종속성이다. 하청이 원청 의존도가 높아 다른 수입원이 없다면 지배력이 인정된다. 둘째, 업무 혼재다. 원청과 하청 근로자가 같은 공간에서 유사 업무를 하면 지배력이 형성된다. 셋째,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을 직접 관리하면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전문성·독립성 여부다. 청소 업체 장비나 물류 차량을 원청이 제공·관리한다면 독립성이 부정된다. 이는 불법 파견 판례의 다섯 가지 판단 기준과 매우 유사하다. -2·3차 다층적 하청 구조에도 원청의 책임이 확장되나. △2·3차 하청까지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면 단체교섭 사용자가 될 수 있다. 기존 불법 파견 판례에는 업무 지시, 직접 지휘 감독, 하청의 독자적 시설·설비·전문성 등이 판단 기준이었지만 실질적 지배력은 더 넓은 개념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CJ대한통운과 민주노총 택배노조와의 분쟁에 대한 판결이 중요하다. 노란봉투법 시행 전에 판례가 나온다면 기준이 될 수 있으니 예의주시해야 한다. 국제적으로도 글로벌 공급망 관리 강화 흐름과 맞물린다. 유럽연합은 다국적 기업이 하청과 협력 업체의 인권·노동 기준을 관리하도록 의무화하는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CSDD)’을 추진 중이다. -구조조정이나 M&A 등을 이유로도 파업이 가능하다는데. △과거에는 임금·근로시간 같은 전통적 근로조건만 쟁의행위 사유였다. 이제는 ‘근로자의 지위 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이 포함된다. 따라서 정리해고, 해외 이전, 공장 통폐합, M&A 모두 합법 파업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의사 결정 자율성을 제약하고 기밀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은 주요 의사 결정을 노조와 공유·설명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노사 소통 채널을 활성화해야 한다. -손해배상 제한 조항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민법의 연대책임 원칙과 상충한다. 기존에는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이제는 개별 조합원의 지위, 참여 정도, 임금 수준을 모두 고려해 차등 배상하도록 했다. 법원은 각 근로자의 참여 정도를 일일이 심리해야 한다. 소송 부담과 기간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컨베이어 벨트 중단으로 수백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면 기업이 직접 조합원별 참여 정도를 입증해야 한다. -노조 설립 범위 확대도 큰 변화 아닌가.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개인사업자형 종사자까지 노조 설립이 허용됐다. 택배기사, 배달라이더, 정보기술(IT) 전문 프리랜서 등도 노조를 구성해 교섭할 수 있다. 앞으로 산업별, 초기업 단위 교섭이 늘어날 것이다. 기업들은 정규직 중심의 노사 관계를 넘어 다양한 고용 형태와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어떤 업종이 특히 취약한가. △전통 제조업과 달리 금융과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보험사의 법인보험대리점(GA) 구조에서 원청인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업무 지침과 수수료 체계를 제공한다면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 콜센터, 증권사의 투자 상담도 마찬가지다. 방송·콘텐츠 업종은 프리랜서·계약직·정직원이 혼재돼 있어 리스크가 높다. 최근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업무가 더 분산되는 추세가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남은 6개월 동안 기업의 필수 점검 사항은. △중대재해처벌법 사례를 보면 사전 준비 여부가 기업 생존을 갈랐다. 무엇보다 현황 점검이 우선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대부분 적용 대상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하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행사 여부와 도급 계약, 실제 업무 지시·감독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안전보건 관리의 범위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노조 현황 분석도 중요하다. 하청 노조의 설립 여부, 단체협약 주요 쟁점, 과거 분쟁 사례, 상급단체 가입 여부 등 주요 쟁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법적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노무 전담 인력을 보강하거나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고 교섭 매뉴얼과 쟁의행위 대응 지침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실무적인 운영은 어떻게 대응하나. △예방적 소통 강화가 중요하다. 단체교섭 역량을 강화하고 평상시 소통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교섭 전략으로는 M&A·구조조정 필요성을 미리 설명할 수 있는 구조도 갖춰야 한다. 단순히 ‘경영 판단’이라고 거부하면 쟁의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 관리 준비도 필수다. 사업 연속성 계획(BCP)을 세밀히 마련해야 한다. 대체근로가 금지된 상황에서 쟁의가 발생하면 외부 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 핵심 인력 재배치나 자동화 시스템 가동 등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까. △AI 도입과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노란봉투법이 기업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업무가 분산될수록 잠재적 교섭 대상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려 할 때 하청 노조의 쟁의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업이 투명한 지배구조와 책임 있는 노사 관계 모델을 구축한다면 오히려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평가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위헌 논란과 보완 입법의 방향은. △헌법재판소 제청 가능성은 있지만 위헌 결정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질적·구체적 지배력’ 개념 자체가 위헌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비슷한 논란 끝에 유지됐다. 현실적인 보완 입법 대안은 교섭 범위를 합리적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은 전통적 근로조건(임금·안전보건 등)으로 제한하고 원청의 경영상 결정(M&A·구조조정 등)은 원청 노조만 교섭할 수 있도록 분리하는 방안이 있다. 또 실질적 지배력 판단을 위한 전담 특별노동위원회 설치도 필요하다. 모든 분쟁을 법원에 맡기면 노사 관계의 사법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기업에 전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노란봉투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회피보다 수용 후 대비가 필요하다. 쟁의로 파국을 맞기 전에 교섭을 원활히 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리스크 점검과 대응 체계를 지금부터라도 갖춰야 한다. 대화와 소통 없는 경직된 태도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임을 명심해야 한다. He is 1970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30기로 법원 내 대표적인 노동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2001년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고등법원·서울가정법원·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 등의 부장판사로 재직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근로조 총괄로 활동하며 노동 분야의 다양한 판례 형성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2024년 3월 법무법인 율촌에 합류해 올해 8월부터 노란봉투법 대응 센터장을 맡고 있다. -
[김동현 변호사의 산업안전 톺아보기] 정부의 노동안전 종합대책, 그 내용은?
사회 사회일반 2025.09.27 11:00:00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4년차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산업재해로 인하여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던 차에 새정부가 출범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은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가 2025년 9월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위한 적정 비용 및 기간 산정 의무 부여 △적격수급인 선정 의무 부여(위반 시 제재) △안전보건 투자 내역 등을 공시하도록 하는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의무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 확대 △형사처벌 외에도 과징금 등 다양한 제재방안 도입 등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체감하기로는 과징금 등의 제재방안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사내하도급이라 하더라도 원청은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하여 도급인으로서의 의무를 부담할 뿐, 원청과 협력업체가 각자 안전보건관리체계(안전보건 조직, 규정, 절차 등)를 두고 운영하는 것이 원칙인데, 위의 방침대로라면 원청이 운영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의 절차·기구에 협력업체 근로자도 포함시켜 통합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올해 9월 9일 공포되어 2026년 3월 10일 시행을 앞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시행에 따라 더욱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에서는 ‘사용자’의 의미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하였다. 위와 같은 ‘사용자’의 범위 확대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는 사내협력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사항의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원청의 시설·설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데, 그 시설·설비 및 작업에 관한 안전 및 보건은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산업안전보건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원청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단체교섭의 사항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을 포함하여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내용이라면 모두 포함될 수 있고, 교섭 결과 단체협약으로 합의된 사항을 지켜야 한다. -
[김광덕 칼럼] 속자생존 시대에 경제정책은 ‘신호등’
오피니언 사내칼럼 2025.09.25 17:57:45독일 ‘신호등 연정’의 붕괴 원인은 정책 갈등이었다. 연립정부에 참여한 사회민주당(SPD), 자유민주당(FDP), 녹색당의 상징 색이 각각 빨강·노랑·초록이어서 이같이 불렸다. 2021년 구성된 연정에 참여한 세 정당은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경제정책 조정을 놓고 충돌했다. FDP는 기업의 법인세 인하 등을 요구했으나 SPD와 녹색당은 반대했다. FDP는 국가부채 확대에 제동을 걸었으나 SPD와 녹색당은 외려 확장 재정을 시도했다. FDP는 원전 확대를 역설했으나 녹색당은 격렬히 반발했다. 지난해 11월 FDP의 탈퇴로 신호등 연정은 3년 만에 와해됐다. 정책이 냉·온탕을 오락가락한 탓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진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2023년과 지난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0.9%, -0.5%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신호등 연정을 연상시키는 짬뽕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을 내세워 기업 주도 성장을 외치지만 실제 정책이나 입법은 세 갈래라는 것이다. 기업·시장 친화 정책 외에도 친노조 및 기업 부담 가중 정책, 어중간한 내용 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면서 친기업 정책을 내세웠다. 이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과감한 규제 정리를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최근 의원들에게 “야당 때처럼 기업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신청을 마구잡이로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과 ‘더 센’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주4.5일제 입법화를 추진하자 기업 옥죄기 및 친노조 행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이 하청 근로자에게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인정하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킨 뒤 하청 노조원들은 원청을 겨냥해 “진짜 사장 나와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럴듯하게 포장했지만 의도가 의심스럽거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당이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자 야당은 “대장동 사건 배임 혐의 기소자가 수혜 대상자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일관되게 친시장 정책을 추진해야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끌어올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경제 펀더멘털 수술을 미루고 주가만 일시적으로 부양하는 정책을 편다면 저성장·저고용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다. 노동계 눈치만 보면서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정책을 펴고 나랏돈을 펑펑 쓰는 선심 정책에 의존한다면 경제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잖아도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0.9%에 그칠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전망했다.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대만에 역전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석유화학 등 8대 주력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뒷걸음질 쳤다. 이대로 가면 우리 역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피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빠르게 전개되면서 ‘속자생존(速者生存)’이라는 말이 나온다. 변화하는 환경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전쟁과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첨단기술 산업 육성과 핵심 제조업 부흥에 나섰다. ‘중국 제조 2025’를 내세워 일사불란하게 규제 혁파와 보조금 지급 등 총체적 지원에 나선 중국은 향후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인공지능(AI), 로봇 등 모든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은 철강뿐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도 한국을 추격하는 것을 넘어 추월해가고 있다. 일본과 대만, 유럽연합(EU) 등도 살아남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글로벌 속도전에서 생존하려면 포퓰리즘 정책을 접고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노조를 설득하면서 노동 개혁을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 우리는 기업들에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산업 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제는 주요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 지원으로 하이웨이를 달리고 있다. 우왕좌왕하는 신호등 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의 고속 질주를 가로막을 때가 아니다. -
노동부 장관 만난 기업들 "개정 노조법 후속조치 경제계 의견 충분히 반영해야"
산업 기업 2025.09.24 08:34:56국내 주요 기업들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 새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김 장관을 초청해 '새정부 주요 고용노동정책 방향'을 주제로 고용노동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는 개정 노동조합법 후속조치, 노동안전 종합대책 등 새정부 노동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고 노동정책 당국인 노동부와의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하 대한상의 고용노동위원회 위원장(삼보모터스그룹 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박근형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 양원준 포스코 부사장, 김동욱 현대차(005380) 부사장, 염성진 SK(034730) 부사장, 조영석 CJ(001040) 부사장, 윤대식 LG전자(066570) 전무, 박충신 삼성전자(005930) 상무, HD현대(267250) 박명식 상무, 이의현 대일특수강 대표, 박미라 코스코 대표 등 기업인 6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조법의 후속 조치를 비롯해 산업안전정책, 정년연장, 주4.5일제 등에 관한 기업의견을 김 장관에게 건의했다. 이들은 "노조법 개정 후 기업들은 누구와, 어떤 사안을, 어떤 방식으로 교섭해야 할지 몰라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정부가 후속조치로 준비하고 있는 매뉴얼에는 개정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해 세밀한 부분까지 담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산업안전정책에 대해서도 "기업들도 안전일터 조성을 위해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취지는 십분 공감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기업뿐 아니라 현장의 근로자도 함께 안전책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정과제에 포함된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고령인력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기반 조성이 우선이라는 뜻을 전했으며 주 4.5일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연장근로의 관리 단위를 확대하고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장관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적 노사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격차와 비효율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생산성 향을 위해 경영계, 노동계, 정부가 함께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