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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변동성 시대, 투자 전략의 새 패러다임

■리처드 올드필드 슈로더 그룹 CEO

리처드 올드필드 슈로더 그룹 CEO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액티브 전략은 사양 산업처럼 여겨졌다. 특히 미국처럼 정보가 빠르게 반영되는 시장에서는 패시브(지수 추종) 전략이 수익률과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액티브와 패시브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최근 수 년간 등장한 수많은 패시브 펀드들이 △특정 테마 △스타일 △지역 등에 집중한다. 운용 방식은 ‘수동적’일 수 있어도, 포트폴리오 구성은 분명 ‘능동적’이다.

최근 시장 변동성은 지수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위험을 각인시켰다. MSCI 월드 지수의 75%는 미국 기업이 차지하고, 상위 10개 종목(주로 테크 대형주) 중 절반이다. 그렇다고 패시브 투자가 투자자에게 손해만 안겼다는 뜻은 아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은 2010년 이후 연평균 14% 수익률을 기록했고, 강달러와 미국 주식은 전 세계를 압도했다. 그러다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발표로 촉발된 급락은 패시브 전략의 집중 리스크를 드러냈다.

투자자들은 보다 전략적 사고를 요구받는다. 슈로더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67조 달러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 995명 중 80%는 향후 12개월 내 액티브 전략을 더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특히 지역, 스타일, 자산군을 넘나드는 분산을 통해 회복력을 높이고 달러 의존도도 줄이고 있다. 불확실한 시기에 달러와 미국 자산을 ‘안전자산’으로 여기던 과거 반응이 뒤집히고 있는 셈이다.

스타일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투자자들은 지수의 한계를 인식하며 보다 선제적이고 역발상적 접근을 원한다. 과거 저금리·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면 지금은 개별 기업의 수익 회복력 같은 미시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 해법으로는 저평가 종목 중심의 가치 전략이나 산업·트렌드 기반의 테마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전략의 진화는 사모 시장으로도 확장된다. 일시적 정책 불확실성 너머에는 세계적으로 불어나는 정부 부채가 있다. 이는 채권 시장 변동성을 심화시키며 수익률을 높이는 대신 위험도 키운다.

그렇다고 소득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채권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사모 채권과 대체 신용 자산 선호가 급증해 소득 추구형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자산으로 부상했다. 결국 공모·사모, 주식·채권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액티브냐 패시브냐는 논쟁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기술도 변화를 가속화한다. 인공지능(AI), 분산 원장, 저렴해진 컴퓨팅 비용은 개인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 설계를 가능케 한다. 향후 연기금성 자금조차 지속 가능성 선호를 반영해 설계될 것이며, 투자 상품은 단순한 펀드 구조에서 벗어나 정교해질 것이다.

액티브냐 패시브냐를 묻는 것은 더 이상 본질이 아니다. 패시브의 부상이 지난 25년의 흐름이었다면, 이제는 진정한 투자자 중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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