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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곳간 텅텅”…정부, 한은 마통서 150조 끌어썼다
경제·금융경제·금융일반 2025.09.08 19:16:54정부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한국은행에서 빌린 일시 자금이 15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한 ‘한은 마이너스 통장’ 의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8월 한 달 동안 31조 6000억원을 한은에서 일시 차입했다. 올해 1∼8월 누적 차입 규모는 145조 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127조 9000억원)보다 13.8%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올해 1월 5조 7000억원을 시작으로 2월 1조 5000억원, 3월 40조 5000억원, 4월 23조원, 6월 17조 9000억원, 7월 25조 3000억원 등을 차례로 빌려 썼다. 대통령 선거 직전이었던 5월을 제외하고 매달 대출이 이뤄졌다. 8월 중에는 8조 9000억원을 상환해 8월 말 기준 잔액은 22조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세입과 세출 간 시차로 발생하는 자금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장치다.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쓰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정부의 일시 차입이 늘수록 세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해 임시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잦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총지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다. 이는 올해 본예산(673조 3000억원)보다 8.1% 늘어난 수준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성장의 불꽃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확장 재정을 예고했다. 박성훈 의원은 “이재명 정부가 한은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해 역대 최대 규모의 일시 차입을 반복하고 있다”며 “확장 재정을 외치기에 앞서 세입 기반 강화와 지출 구조조정을 위한 근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걸리면 75%가 죽는다"…아직 백신도 없는 '이 병' 1급 감염병 지정됐다
산업바이오 2025.09.08 19:05:15치명률이 최대 75%에 달하는 인수공통감염병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이 새롭게 제1급 감염병으로 지정됐다. 질병관리청은 8일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제1급 감염병 목록에 추가하는 내용의 고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제1급 감염병은 생물 테러 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큰 질환으로, 현재 에볼라바이러스병,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신종인플루엔자, 두창 등 17종이 포함돼 관리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은 1998년 말레이시아의 한 돼지 농장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돼지나 과일박쥐, 이들의 타액이나 소변, 혹은 이로 오염된 과일과 접촉할 때 인체에 침투한다. 혹은 환자와 가족, 간병인 간의 접촉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되면 4~14일간의 잠복기 이후 발열, 두통, 구토, 인후통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심할 경우 급성 뇌염과 호흡곤란, 발작으로 이어져 24~28시간 내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대부분 회복되지만 발작 장애 등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거나, 회복 후 뇌염이 다시 발생하기도 한다. 치명률은 최소 45%에서 최대 75%까지 보고된다. 니파바이러스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 등 5개국에서 발생했다. 특히 올해 방글라데시에서 3명, 인도에서 2명이 사망한 사례가 알려졌다. 아직까지 개발된 백신은 없다. WHO는 2017년 “긴급한 연구 및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며 니파바이러스를 ‘우선순위 질병’ 목록에 포함하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국제적인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질병청은 니파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진단검사 체계를 마련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의 제1급 감염병 지정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감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며 “앞으로도 전 세계 발생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국내 감염병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지방 아파트 12채 팔아도 서울 '똘똘한 한 채' 못 산다"…집값 초양극화 '심화'
부동산정책·제도 2025.09.08 19:03:59부동산 시장이 ‘똘똘한 한 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방의 저가 아파트 12채를 팔아도 서울의 고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없을 정도로 집값 격차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8일 KB부동산이 공개한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값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4억114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1535만원에 그쳤다. 상위 20% 평균 가격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12.1을 기록하며,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집값 격차를 보여주는 이 지표는 2022년 2월 처음으로 10배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급격히 확대됐다. 지난 7월 처음으로 12배에 진입했고, 8월에는 이보다 더 벌어졌다.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이어지면서 서울 인기 지역의 아파트 값은 급등했지만, 지방 집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전국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1월 12억8483만원에서 지난달 14억114만원으로 9.05%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1620만원에서 1억1535만원으로 0.73% 떨어졌다. 서울 내부에서도 양극화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달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가격은 32억6250만원으로, 1월 27억3666만원 대비 19.21%나 올랐다. 반면 하위 20% 평균 가격은 4억947만원에서 4억9298만원으로 0.51% 상승에 그쳤다. 서울의 5분위 배율은 6.6배다. 개별 단지에서는 격차가 더 확연하다. 전용면적 84㎡ 기준 전국 최고가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지난 6월 72억원에 손바뀜했다. 1월 당시 55억원이었던 가격이 불과 반년 만에 17억원 올랐다. 반면 경북 김천시 부곡동 ‘신한양’ 전용 82㎡는 올해 4월 3000만원에 직거래됐다. 정상적인 거래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5월 이 단지 전용 82㎡의 거래가는 7000만원으로, 래미안 원베일리 한 채 값으로 신한양 102채 이상을 살 수 있는 셈이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본격화됐다. 코로나 19와 맞물려 조성된 저금리 환경에서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여러 채 보유’보다 ‘고가 한 채 보유’가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방의 큰손들까지 서울로 몰리며 수요가 한곳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들어 시행된 6억원 한도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양극화를 더욱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대출 의존도가 낮은 곳은 가격이 오르는 반면, 대출 없이는 거래가 어려운 아파트는 가격이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역내총생산 중 수도권의 비중이 비수도권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53%까지 확대됐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력 격차가 심화했음을 나타낸다. 주택 수요의 핵심인 청년층 인구도 수도권에 몰리면서 비수도권의 주택 수요가 급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주택 경기 부양책으로 전국 공급이 늘어나자 비수도권은 공급 과잉에 시달리게 됐다. 한국은행은 "한국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코로나19 팬데믹 회복 국면에서 잠시 주춤했다가 2023년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비수도권 광역시의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조직개편에 초상집 된 금감원…직원들 “우리 의견은 듣지도 않고” 성토
증권정책 2025.09.08 18:57:07정부가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독립시키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각각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금감원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향후 개편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금소원 신설 자체를 강하게 반대해온 터라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2층 대강당에서 전날 확정된 정부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직원 대상 긴급 설명회를 열었다. 약 400석 규모의 강당은 설명회 시작 30분 전부터 가득 차 약 600명의 직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이 수석부원장의 발언 전까지 무거운 침묵만이 흘러 긴장감을 더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행정부 안으로 결정된 조직개편안은 당정 조율을 거쳐 발표된 안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앞으로 국회라는 공개적인 논의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어떤 부분들이 바뀌어야 하는지 등 의견 개진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후속 조치를 위해 태스크포스(TF)나 (직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소규모 간담회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설명을 드리겠다”며 “어제(7일) 결정된 것은 사실 10% 정도이고 나머지 90%가 결정돼야 한다. 이건 한 두 명이 책상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금소원 신설에 따른 인력 조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단순 파견이 아닌 실질적으로 고용이 변경되는 것까지 고려를 해서 인력 교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인력 교류는 상호 간에 교류 인원 숫자가 맞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불균형이 심화할 것 같다”며 “(개편)시행 초기에 인력 교류를 원하는대로 다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부원장은 거듭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광의의 행정청인 금감원이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설명회에 참석한 직원들은 공공기관 재지정이나 금소원 신설과 같은 굵직한 사안들이 형식적인 구성원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결정이 됐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직원은 “직원들 입장에선 아무도 믿기 어렵고 실망감이 되게 크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수석부원장이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이 정말 확정인가’라는 금감원 직원의 질문에 “공공기관 지정은 확정”이라고 답하자 장내에 깊은 탄식이 터지기도 했다. 그는 새 정부에서 금감원 개편 여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서 “지난 정부에서 금감원이 여러 부분에서 언론에 (강하게) 노출되면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금감원에 대해 정치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소원 신설 결정으로 최근 금감원이 가동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TF도 초기 목적을 상실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TF 발족은 조직개편 전이었다”며 “현재는 개편안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TF 운영 방향이 재검토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투심 냉각에 수습 모드…"분리과세도 재검토 필요"
증권국내증시 2025.09.08 18:56:52이재명 대통령이 대주주 양도소득세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국내 증시가 한 달 넘게 박스권에 갇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코스피지수는 3219.59포인트로 전 거래일보다 0.45% 올랐으나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인 7월 31일(3245.44포인트)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도 6월 15조 1998억 원, 7월 12조 9598억 원에서 8월 10조 3930억 원까지 줄더니 9월 들어 8조 7606억 원까지 급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증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투자자들이 시장에 역행하는 세제개편안에 실망하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이대로면 이재명 정부가 12대 중점 국정과제로 제시한 ‘코스피 5000 시대’가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자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원상 복구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신뢰를 잃고 모멘텀이 멈춘 상태인 만큼 증시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도 함께 개선돼야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연말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주가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단기투자까지 조장할 수 있다. 이에 10억 원 기준 하향에 반대하는 국회 국민 청원에 약 15만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 기준을 10억~50억 원 사이에서 구간별로 나누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으나 투자자 반발은 여전하다. 세제가 더욱 복잡해지는 데다 대주주 지정 회피 물량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불만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50억 원 이상 대주주, 30억 원 이상 중주주, 10억 원 미만은 소주주로 나눌 생각이냐”며 “세금을 얼마나 더 걷겠다고 이러는지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주주 양도세만큼이나 증시 발목을 잡고 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적용 요건이 복잡한 데다 최고구간 세율이 35%로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적용할 경우 현행 금융소득 종합과세에 배당세액공제를 반영한 최고세율 38.95% 대비 3.9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 정도 격차면 배당을 늘리기보다 이익을 유보했다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이득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실질적인 배당 확대로 이어지려면 세율을 35%에서 25%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과세표준 구간이 3억 원 이상인 대주주에 대해서는 최소한 자본이득세율 25%와 동일한 수준으로 세율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정부안을 대폭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소득은 이미 납부한 법인세 이후 주주에게 분배하는 소득에 다시 세금이 부과되는 이중과세 구조”라며 “현행 배당소득에 적용되는 최고 45% 누진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인 만큼 세율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고배당 기업이 되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투자 판단이 불투명하다”며 “주가 부양을 위한 추가적인 파격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문화기술 R&D 예산도 42.7% 늘린다…문체부, 내년 1515억원 투입
문화·스포츠문화 2025.09.08 18:54:47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는 2026년 문체부 문화기술(CT) 연구개발(R&D) 예산 정부안이 1515억 원으로 확정돼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되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2025년 대비 454억 원(42.7%) 증가한 규모이며, 지난 정부에서 감액된 수준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다. 앞서 2023년 1336억 원에서, 2024년 1001억 원, 2025년 1062억 원으로 증감한 바 있다. 문체부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은, 쏟아지고 있는 AI 영상과 이미지에서 체감할 수 있듯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문화·체육·관광 등 문화기술 분야 R&D 투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그동안 문화기술 기업의 만성적인 자금 부족, 정부 R&D 예산삭감 등으로 문화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정체돼 있었다”고 말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2026년 문체부 R&D 예산은 ‘K컬처 AI 산소공급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구성해 K컬처의 전후방 산업 파급력을 증대시키고 ‘AI 3강 도약’을 위한 AI 활용을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 콘텐츠산업의 기획부터 제작, 수출 전 과정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산업의 AI전환(AX)을 도모하고 ▲ 한국문화를 반영한 AI 기술을 개발해 자국 AI(소버린 AI)을 강화한다. 또 ▲ 공공 문화시설에 AI 기술을 적용해 국민의 AI 접근성과 체감도를 높이고 ▲ 융합형 AI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세부적으로는 첫째 ‘산업 AX : 미래산업 견인을 위한 전략적 AI 기술 확보’에 1026억 원을 투입한다. 누구나 손쉽게 창작할 수 있고(기획), 장르별 특성에 맞게 제작의 효율성·완성도를 높이고(제작),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서비스) 기술개발 등을 통해 산업의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도모한다. 또한 3대 핵심장르(공연, 영상, 게임)에 대한 전략적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콘텐츠산업에 AI를 도입하고 콘텐츠 AI 기술기업을 육성 지원한다. 이러한 문화기술 연구개발에 내년 832억원(올해 대비 232억 원 증액)을 배정했다. 또 벤처·중소기업의 성장기회를 확대하고 개발한 기술의 글로벌 수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산업별 선도기업(영상, 음악·공연, 게임·웹툰)이 필요한 기술을 벤처기업, 중소기업이 개발하도록 기회를 주는 협업형 동반성장 사업(지속가능한 K컬처 공동도약 기술개발)에 내년 64억 원을 신설했다. 스타트업 대상 자유공모 사업의 경우, 기획단계에서 2배수를 선정해 기획비를 지원한 후, 그 중 경쟁력 있는 기획만 선정(50% 선정)해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종료 후에는 민간투자를 통한 사업화를 즉시 추진하도록 사업방식을 개편('글로벌 K컬처 스타트업 혁신성장 기술개발'에 29억 원, 올해대비 9억 원 증액)해 문화기술 분야 유니콘 기업 견인을 도모한다. 이어 첨단 디바이스 및 신기술 등장으로 급변하는 저작권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저작권 핵심·원천 기술을 개발을 위해 ‘저작권 보호 및 이용활성화, 글로벌 문제해결 등 기술 개발’에 101억 원을 투입한다. 두번째 과제인 ‘소버린AI : AI 대전환 속 한국문화를 반영한 AI기반 마련’에 112억 원을 배정했다. 한국 문화예술 자료(고문헌, 현대문학, 공연예술 등)를 시대별·장르별·정서·문맥별로 체계적으로 수집 및 디지털화해, 민간 서비스 개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 이를 위한 ‘문화예술 온톨로지 기반 LLM 연계 기술개발’을 신설해 17억 5000만 원을 투입한다. 또 관광 전주기(개인 맞춤형 여행 준비→방문 및 체험→방문 후기, 재방문 추천 등) 데이터에 대한 수집·관리 및 활용 등을 통해 다국적 관광객의 다양한 언어와 요구에 대응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AI 기반 관광서비스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AI기반 관광혁신 기술개발’을 신설해 37억 5000만원을 투입한다.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 등 체육 시설에서 정밀 센서와 영상 장비를 활용해 표준화된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개인의 운동 동작을 분석해 운동효율 향상과 건강 관리 등을 위한 ‘맞춤형 운동 처방’을 해주는 기술을 개발한다. ‘개인 운동기록 활용 기술개발’ 분야로 내년 57억 3000만원을 투입한다. 세번째 과제로 ‘공공AX : 문화시설 등을 활용한 국민 AI 접근성 및 체감 강화’에 116억 원을 배정했다. 도서 데이터 학습 및 분석, 문맥 중심 AI 응답 생성 기술개발 등을 통해 국립중앙도서관 등 문화시설에서 지식 소통과 창의적 독서·토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독서토론 AI 에이전트’ 기술을 개발한다. 또한 국립한글박물관과 협업, 이동설치가 가능한 몰입형 복합 디스플레이 기술 및 훈민정음 관련 반응형 콘텐츠를 개발해 해외전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문화공간 AX전환을 위한 차세대 컬처테크 기술개발’에 52억 원(신설)입힌다. 또 K팝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안전한 공연관람 환경 구축을 위해 사전 안전사고 예측 및 방지 등의 기술개발을 지속 지원하는 ‘AI 기반 공연예술 안전환경 구축 핵심기술 개발’에 64억 원이 지원(계속)된다. 마지막 과제로 ‘고급 인재양성 : 문화+신기술 융합형 인재양성’에 171억 원을 투입한다. 문화콘텐츠 3대 핵심 장르(공연, 영상, 게임)와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 다학제 교육과정을 통해 AI·디지털 활용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콘텐츠 기반 융복합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2026년부터는 교육과정을 개편해 산업 현장 수요 기반의 ‘문화기술 특화학위(CT Micro Degree)’를 신설해 현장에서 즉시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 ‘문화기술 전문인력양성’으로 69억 원(계속)이 투입된다. 또 저작물의 공정 이용과 보호를 위해 저작권 기술과 법을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저작권기술 글로벌 인재양성 과제를 확대 지원하는 ‘저작권기술 글로벌 인재 양성’에 내년102억 원이 투입된다. 이는 올해 대비 25억 원 증액한 것이다. 문체부 측은 “문화산업은 아이디어에 기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인 만큼, 그 문화산업의 튼튼한 뿌리를 이루는 문화기술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기자의 눈] 치유가 필요한 재난 트라우마
사회사회일반 2025.09.08 18:49:03“밤마다 침수된 앞집 이웃이 떠올라요. 도통 잠을 못 자겠어요.” 폭우가 쏟아진 7월 말 경기 가평 주민센터 한편에 간이 부스가 마련됐다. 2평 남짓한 이 공간에는 ‘행정안전부 재난피해 무료 심리상담’이라고 적힌 A4 용지가 엉성하게 붙어 있었다. 상담을 찾은 한 수해 피해자는 5분 정도 속마음을 털어놓다 주위를 의식한 듯 이내 자리를 떴다. 상담사는 “최소한 밀폐된 공간이라도 제공해줘야 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한산한 부스와 달리 피해 지원금을 받으려는 줄은 길게 이어졌다. 사회·자연 재난이 잇따르면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원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행안부가 운영하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는 센터당 담당자가 사실상 1명뿐이다.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담 인력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경기 남부와 달리 북부 지역은 상담사가 턱없이 적어 호우 피해 당시 강원 철원 거주자가 가평으로 파견돼야 했다. 대표적인 인재로 꼽히는 산업재해도 다르지 않다.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고를 경험한 동료와 유가족의 트라우마 상담 수요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근로자건강센터의 인력은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 산재 유가족은 “정부의 상담 지원 제도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개인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책임자 처벌 못지않게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작 뒷전이다. 한 전문가는 트라우마를 ‘미세먼지’에 비유했다. 건강을 위협하지만 존재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실제 가평에서 상담 부스를 지나친 대부분은 ‘이 정도는 다들 힘들지’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다. 전문가는 “잠재된 트라우마는 몇 년 뒤에도 언제든 자신을 갉아먹을 수 있다”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만 대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 우울증을 앓다 숨지면서 부실한 트라우마 관리 실태가 또다시 조명되고 있다. 더 많은 이들이 일상과 일터로 돌아오기 위해 한순간의 처방이 아닌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로터리] 디즈니에서 배우는 IP 전략
문화·스포츠문화 2025.09.08 18:48:06세계 최대 문화 콘텐츠 제국을 이룩한 디즈니의 1957년 기업전략 맵은 70년 가까이 흐른 지금에도 놀라운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활용 전략을 보여준다. 사각형 도형의 중앙에는 ‘스튜디오의 창작적 재능’, 곧 콘텐츠 개발이 위치하고 이를 둘러싼 TV, 음악, 출판물, 연재 만화, 디즈니랜드, 상품화 라이선싱 등 7개의 주요 활용 분야가 40여 개의 선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맵은 디즈니가 저작권과 상표 등 자신들의 콘텐츠 IP를 어떻게 확장할지에 대한 일련의 치밀한 프로세스가 직관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렇게 정교하게 준비된 콘텐츠 IP 활용 전략이 지금의 콘텐츠 제국 디즈니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의 콘텐츠들도 음악·드라마·영화·웹툰·게임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한류’ 또는 ‘K컬처’라는 이름 아래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 분야별 성공이 전 세계를 뒤흔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을 이끈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 콘텐츠 산업은 디즈니가 60년도 훨씬 전에 준비했던 장기적인 IP의 확장과 활용을 통한 성장보다는 단기적 인기에 따른 콘텐츠의 1차적인 판매에 집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2월 발표한 ‘2024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콘텐츠 산업의 1차 수익 창출인 콘텐츠 매출액은 151조 1000억 원에 달하지만, 콘텐츠를 활용한 2차~n차 콘텐츠 IP 산업의 규모는 33조 20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총 매출의 99%를 콘텐츠 IP를 활용한 상품화에서 얻는 것에 비춰보면 우리 콘텐츠 IP 산업의 규모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업계 종사자의 IP 인식 조사 결과 IP 산업 인지도는 39.3점에 불과했으며 IP 산업을 하지 않고 있는 콘텐츠 기업이 87.6%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 보듯 우리 콘텐츠 산업은 콘텐츠 자체 매출인 1차 수익 창출에 비해 IP를 활용한 2차~n차 수익 창출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성공한 콘텐츠의 IP를 성장 발전시켜 중장기적인 캐시카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인식과 역량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사실 아직까지 우리 콘텐츠 기업들의 규모나 업력이 디즈니와 같은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들의 체계적인 IP 전략을 갖추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이런 어려움을 돕기 위해 중소 콘텐츠 기업들의 해외 진출 시 보유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컨설팅을 진행해 기업에 IP 전략을 제시하고 진출 희망 국가에 저작권 등록과 상표, 디자인 출원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IP 확보와 확장 그리고 이를 통한 시장 확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K팝과 K푸드 그리고 한국의 모든 문화적 요소를 담아낸 ‘케데헌’의 열풍 속에서 한류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우리 콘텐츠 산업에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잘 활용해 우리 콘텐츠에 대한 체계적인 저작권 라이선싱 등 IP 중장기 운영 전략과 정책 마련에 기업과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들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우리도 한국 기업들의 콘텐츠 속 캐릭터들과 IP로 가득한 ‘한국판 디즈니랜드’를 갖고 세계인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현실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부고] 박석훈씨(아시아투데이 사업국장) 부친상 외
오피니언사외칼럼 2025.09.08 18:44:25▲박생칠씨 별세, 박경훈·박석훈(아시아투데이 사업국장, 전 대우건설 상무)·박철훈씨(파라다이스 카지노 차장)부친상, 강미선·박지영·최미란씨(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부장)시부상=7일 해운대백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30분 (051)893-4444 ▲장석재씨 별세, 고영자씨 남편상, 장영근(셀트리온 스킨큐어 상무)·장영규씨(신한은행 차장)부친상, 김영주·함선영씨 시부상=7일 한양대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2290-9442 ▲이금년씨 별세, 강지은씨(뉴시스 사회정책부 기자)조모상=8일 포천 금강산장례문화원 발인 10일 오전 9시 30분 (031)534-4442 ▲안태복씨 별세, 안정진(대상주식회사 중국 상하이사무소 대표)·안소윤·안재윤씨 부친상, 강동일씨(KBC광주방송 서부방송센터 취재부장)장인상=8일 광주광역시 국빈장례문화원 발인 10일 오전 8시 30분 (062)606-4000 ▲김만수씨 별세, 조준영씨(충청매일 기자)장인상=8일 진천 제일장례식장 발인 10일 오전 9시 (043)537-4442 -
[인사] 보건복지부 외
사회피플 2025.09.08 18:44:02◇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 양성평등정책담당관 김현철 △의료개혁추진단 의료인력혁신과장(파견 근무) 민차영 △보험급여과장 유정민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 공인식 △국립정신건강센터 총무과장(지원 근무) 정성훈 ◇아주경제 △산업2부장 정석만 ◇토요경제신문 △편집국장 이덕형 ◇파이낸셜투데이 △부국장 겸 편집국장 직무대행 최봉석 ◇AJP △편집국장 서혜승 -
연승훈 훼스토 한국·일본 총괄 대표 선임
사회피플 2025.09.08 18:43:38한국훼스토가 연승훈 영업 총괄 본부장을 훼스토 한국·일본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8일 밝혔다. 연 신임 대표는 2005년 한국훼스토에 입사해 전자·어셈블리 산업 본부장 등을 지냈다. -
서울시-스노우플레이크 '맞손'…AI 유망기업 해외진출 돕는다
사회전국 2025.09.08 18:42:59서울시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 클라우드 기업 ‘스노우플레이크’와 손잡고 AI·핀테크 등 서울 전략산업 유망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시는 8일 서울 중구 시청사에서 스노우플레이크와 유망 기업 지원과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국 몬태나주에 본사를 둔 스노우플레이크는 세계 1만 2000여 개 기업에 AI 기반 저장·통합·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협약에 따라 시와 스노우플레이크는 AI·핀테크 등 서울 전략산업 유망 기업 발굴, 멘토링 제공,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한 현지 제품·서비스 실증, 글로벌 투자자 연계 등을 협력한다. 시는 북미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유망 기업 10개 이상을 매년 발굴하고 사전 멘토링, 기업 소개 자료 제작 등을 지원한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선발된 기업을 대상으로 제품·서비스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이달 24일(현지 시간) 실리콘밸리 캠퍼스 내 문을 여는 ‘실리콘밸리 AI허브’는 기업 입주 공간, 밋업 공간, 교육장 등으로 운영한다. 시는 또 AI·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청년취업사관학교 등 주요 취·창업 지원 시설에서 스노우플레이크 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다. 주용태 서울시 경제실장은 “앞으로도 서울 전략산업 유망 기업 글로벌 진출과 지속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느닷없는 가족 이별…생명 나눔이 살아갈 힘 됐죠"
사회사회일반 2025.09.08 18:42:3324세 꽃다운 딸의 출근길이었다. 이른 새벽 횡단보도를 건너던 딸을 차량이 덮쳤다. 곧바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사고를 원망할 틈조차 없었다. 병원에서 일주일 가까이 지켜보며 차츰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가족과 상의 끝에 내린 결론이 장기 기증이었다. 10년 전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 구경회 씨는 “그땐 너무 슬펐지만 지금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부터는 집사람과 함께 ‘납골당을 가도 울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당시의 선택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환자는 6명이 넘는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아픔 속에서도 장기 기증은 또 다른 삶과 이어주는 선택이 됐다. 장기 기증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유가족들은 “너무나도 힘들었던 결정이 지금은 남은 우리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운 가족의 일부가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의 희망과 행복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선택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공사 현장에서 평생의 동반자를 잃은 허수옥 씨에게도 그랬다. 2층 높이에서 떨어진 철골구조물에 맞은 남편은 싸늘해진 몸으로 돌아왔다. 허 씨는 “내 목숨을 줘서라도 살리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남편의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고 했다. 다른 환자들이라도 새 생명을 얻고 그 가족들도 자신처럼 갑작스러운 상실을 겪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며칠간 대화조차 거부할 만큼 반대했던 아들의 마음도 어렵게 돌렸다. 허 씨는 “아빠는 돌아오지 못하지만 다른 가족들만큼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자고 아들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모인 장기 하나하나가 생존자들에게는 절실한 상황이다. 절망의 시간을 건너 새 생명을 얻은 팽성강 씨의 경험이 단적인 사례다. 17세 어린 나이에 신부전증 진단을 받아 20년 넘게 투석에만 매달리던 그의 삶을 두 번의 장기 이식이 바꿔놓았다. 이식받은 첫 신장마저 망가졌을 때 두 번째 기적이 찾아왔다. 공교롭게도 처음 이식을 받은 날과 같은 8월 5일이었다. 팽 씨는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기증인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이식받은 신장을 잘 관리하며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며 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이식 희망자와 가족들은 애만 태우는 실정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장기 기증인은 3931명으로 전년 대비 11.3% 줄었다. 같은 기간 장기 이식 대기자가 5만 4000여 명으로 5.6% 늘어난 점과 대비된다. 매일 8.3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다. 국내 장기 기증 등록률은 전체 인구 중 5% 안팎에 불과하다. 자발적 희망자들의 신규 유입도 지난해 13만 1569명을 기록해 전년도에 비해 14.9% 감소했다. 이렇게 등록해둔 사람들조차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소수다. ‘가족의 시신을 온전히 남겨야 한다’는 전통적 인식 때문이다. 구 씨는 “장기 적출을 결심하고도 끝내 피부 기증까지는 사인하지 못했다”며 “좋은 취지라 해도 막상 내 가족의 일이 되니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장기 기증은 본인 등록만으로 확정되지 않는다. 뇌사자의 경우 반드시 가족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기증자 추모나 유가족 지원 프로그램 역시 관련 제도가 발전한 미국·스페인 등에 비해서는 부족하다고 평가받는다. 유가족과 장기 이식자들은 기증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김은경 씨는 “평소 기증 의사를 밝혔던 아버지 덕분에 가족의 뜻을 모을 수 있었고 그 선택으로 다른 이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며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용기를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중구 서울광장에 뇌사 장기 기증인 유가족 60명이 모였다. 살아서 환자들을 위해 신장을 나눈 40명도 함께다. 서울시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행사를 열고 이들에게 기념패를 수여했다. -
"못·철사로 보국" 염원…한국 최초 일관제철소 결실
산업기업 2025.09.08 18:40:52고(故) 장경호 동국제강(460860) 창업회장은 1949년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게 된다. 한 재일 교포 기술자가 운영하던 못과 철사를 뽑는 설비(신선기)를 인수하게 됐기 때문이다. 장 창업회장은 못과 철사가 나라를 세울 산업이라 직감했고 이를 인수했다. 자신의 회사 남선물산 창고 한편에 신선기를 두고 못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조선선재라고 지었다. 이렇게 훗날 한국의 철강왕은 부산의 한 허름한 창고에서 ‘철강보국’이라는 창업 정신으로 탄생했다. 장 창업회장이 타계한 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5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그의 손자인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과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장 창업회장의 사업에 뿌리를 함께하고 있는 범(汎)동국제강그룹 경영진 78명이 서울 마포구 대한불교진흥원에 모여 추모 법회를 열었다. 장세주 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창업회장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업을 시작해 민족자본을 세우셨고 삶의 길을 보여주신 선각자”라며 “기업 활동을 통해 민족과 국가에 보은하고자 했고 돌아가시기 전 모든 사재를 사회와 불교에 환원하셨던 뜻을 기리며 추모할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장 창업회장은 189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19세 되던 해 3·1 운동에 합류한 뒤 일본 경찰에 쫓겨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1929년 부산 중앙시장에서 가마니 매매업을 영위하던 대궁양행을 열어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남선물산이라는 회사를 세워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남선물산은 가마니 공장 외에도 수산물 전국 도매업과 미곡 사업, 정미소 경영 그리고 양철로 석유 깡통을 만드는 제조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어 조선선재를 세워 제선 업체로 철강 업계로의 첫발을 내디뎠고 1954년 서울에서 동국제강을 창업해 본격적인 철강 기업가로 커나가게 된다. 이후 장 창업회장은 승승장구했다. 1963년 우리나라 최초의 일관 제철소를 부산 용호동 갯벌을 직접 메워 설립했다. 제철·제강·압연을 모두 갖춘 이 공장은 훗날 동국제강이 민간 종합 철강사로 자리 잡는 토대가 됐다. 그곳에서 국내 최초로 용광로·전기로 시대를 열었고 와이어로드와 후판 등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다. 동국제강은 1970년대 초 100대 기업 중 중화학공업 기업 매출 순위 3위(공기업 제외)까지 성장했다. 동국산업그룹과 한국철강그룹은 장 창업회장의 동국제강그룹에 한 뿌리를 두고 있는 철강 전문 그룹사로 2000년 계열 분리했다. 장 창업회장은 일제에 저항한 기업인이었으며 동시에 끝까지 민족의식을 버리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그가 창업한 기업의 이름 역시 대궁·남선·조선·동국 등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지었다. 특히 장 창업회장은 불교계와도 뗄 수 없는 인연을 맺었다. 20대에 불교에 귀의한 그는 사업가로 성공해서도 수행과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추구했고 근면함과 검소함으로 유명했다. 1975년 세상을 떠나기 전 ‘국가와 사회,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본인 명의의 모든 사유재산을 한국 불교의 중흥 사업을 위해 내어놓기로 했습니다’는 서신과 함께 모든 사재 30억 원을 기부했다. 현재 물가로 따지면 5000억 원 규모다. 장세주 회장은 “대기업가면서 쌀 한 톨, 배추 한 잎도 함부로 하지 않은 분”이라며 “창업회장님의 검약 정신은 곁에서 보고 자란 제게도 각인되었고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창업회장은 사람을 이윤보다 중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이 동국 최고의 자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직원들과는 지극히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음을 강조하며 서로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정신은 1994년 동국제강 노사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하고 올해까지 31년째 그 약속을 지키면서 이어지고 있다. 동국제강그룹 관계자는 “올해를 ‘동국 헤리티지’의 원년으로 삼아 2029년 동국 75주년, 대궁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면서 “회사는 물론 한국 철강 산업, 불교계의 헤리티지인 장 창업회장의 정신을 되새기고 기억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프로야구 출범 주도한 이용일 전 KBO 총재 대행 별세…향년 94세
사회피플 2025.09.08 18:39:38프로야구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이용일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직무대행이 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KBO는 8일 별세 소식을 알리면서 “이 전 대행의 공로를 기려 KBO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동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이 전 대행은 어릴 때부터 야구를 접하고 선수로 활동했으며 6·25 전쟁이 발발한 후 육군에 입대, 육군 야구단의 창단 멤버와 감독을 지냈다. 전역 후 가업을 이으면서 전북 지역의 초등학교 야구부 창단을 지원했고 ‘역전의 명수’로 잘 알려진 군산상고 야구부 창단도 이끌었다. 전북야구협회장과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1980년 신군부가 집권한 후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를 사직하고 야인으로 지내던 중 정부의 요청으로 프로야구 창립 과정에서 기획 실무를 맡은 뒤 1981년 12월 KBO 초대 사무총장으로 선임돼 이듬해 프로야구 태동을 이끌었다. 1991년 2월까지 초창기 프로야구의 기반을 닦았고 6개였던 구단이 8개까지 늘어나도록 힘을 쏟았다. 이후 쌍방울그룹 부회장 및 고문, 쌍방울 레이더스 구단주 대행을 맡아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했다. 2011년에는 KBO 총재 직무대행을 맡았고 이후 전북 프로야구 제10구단 유치를 위한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유족으로는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0일 오전 8시다.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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