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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게임 절대강자' 스팀, 동시접속 4000만 돌파…'K-게임' 미칠 영향은
산업IT 2025.03.05 06:00:00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이 동시 접속자 수 4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업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게임 업체들은 글로벌 게이머들이 모인 플랫폼을 해외 진출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강력한 ‘스팀 생태계’에 종속돼 자체 플랫폼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스팀의 플랫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스팀DB는 지난 2일(미국 시간) 기준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스팀이 처음으로 동시 온라인 접속자 4000만 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스팀DB가 함께 올린 스크린샷에는 동시 접속자 수가 4001만 7061명으로 나타났다. 4일 현재 시점에서는 최다 동시 접속자 수가 이보다 더 늘어 4027만 명을 넘어섰다. 스팀은 2022년 10월 동시 접속자 30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1000만 명을 늘리는 기염을 토했다.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팀은 2015년 10월 100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3월 2000만 명을 기록했다. 동시 접속자 수 1000만 명을 늘리는 데 걸린 시간은 12년에서 4년 반, 2년 7개월, 2년 5개월로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4000만 명 고지 돌파에 가장 크게 공헌한 건 일본 캡콤 사가 개발한 신작 사냥 액션 게임 ‘몬스터 헌터: 와일즈’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 직후인 이달 1일 최대 138만 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면서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이 게임을 비롯해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2, 도타(DOTA) 2, 펍지(PUBG): 배틀그라운드 등이 수십만 명의 접속자를 유지하며 뒤를 받치고 있다. 스팀은 미국의 밸브 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이다. 인디 게임부터 트리플A(거대 개발비가 투입된 대작)급 게임까지 수만 개의 게임을 갖추고 있다. 정기적으로 정가의 최대 90%까지 할인하는 공격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앞세워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게임 커뮤니티 기능, 게임 평가 시스템까지 활성화하면서 대체 불가한 게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게임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은 ‘멀티 플랫폼’(PC·콘솔 등 다양한 기기에서 동시 출시) 흐름 또한 스팀의 영향이 미쳤다는 평가다. 스팀을 중심으로 모인 PC 게임 이용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콘솔 게임사들이 독점 전략을 쉽게 실행할 수 없게 된 탓이다. 게임 개발사로서는 콘솔의 영향력에 묶이지 않고 이용자층을 PC로 확대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스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게임 업계도 맞춤형 전략을 세우고 있다. 넥슨, 넷마블(251270), 카카오게임즈(293490) 등 주요 게임사들의 경우 전통적으로 자체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서비스했지만 최근에는 스팀을 통한 출시가 늘어나는 추세다. 넥슨은 ‘퍼스트 디센던트’를 지난해 스팀에서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최대 기대작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체험판을 공개했다. 크래프톤(259960)의 배틀그라운드는 여전히 스팀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인기 게임이다. 시장에서 주목받기 어려운 인디 게임 개발사들 또한 스팀을 통해 쉽게 게임을 출시할 수 있어 대형 배급망을 갖춘 퍼블리셔를 구하지 않아도 성공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게임 업계 일각에서는 스팀에 대한 플랫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에서 과제가 남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가장 큰 우려는 게임사들이 스팀을 선호할수록 국내 플랫폼 업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인기 있는 자체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게임사들도 스팀에 밀려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게임사들이 자사 플랫폼보다 스팀을 통한 출시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플랫폼 의존도 심화로 국내 개발사의 개발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스팀은 기본적으로 매출의 30%를 플랫폼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는 개발사와 수계약을 맺고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었지만 스팀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독과점 수준인 플랫폼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수록 개발사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팀이 해외 플랫폼인 탓에 이를 통해 국내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한국 정부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스팀을 통해 해외 출시 게임인 것처럼 유통하면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구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플랫폼 독과점으로 인해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비슷한 사례가 PC 게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며 “스팀의 긍정적인 면을 잘 활용하되, 국내 게임 플랫폼의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바이오다인, 얼리팝 FDA 등록에 주가 12% 급등[Why 바이오]
문화·스포츠헬스 2025.03.05 06:00:00바이오다인(314930)이 개발한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한 세포 자가 채취 제품 ‘얼리팝 브러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료기기 등록을 마치며 회사 주가가 12% 이상 뛰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다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FDA에 얼리팝 브러쉬와 얼리팝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시설 및 의료기기 등록을 완료했다. 이 같은 소식이 업계에 알려지며 회사 주가는 4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2.5%(1810원) 상승한 1만 6200원을 기록했다. 얼리팝은 성매개 감염병(STD) 검사와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HPV), 자궁경부암 검사를 위한 세포를 자가 채취할 수 있는 제품이다. 그동안 다수의 회사가 자궁경부세포 자가채취키트를 개발하려 했지만 현재까지 개발에 성공한 회사는 바이오다인 한 곳으로 알려졌다. 자궁경부암은 세계적으로 여성에게 유병률이 네 번째로 높은 암이다. 국내에서도 여성 암 발생 7위를 차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저개발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매년 27만명의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바이오다인이 개발한 휴대용 자궁경부세포 자가채취 키트는 △종교적·문화적인 이유로 여성들이 검사 과정을 꺼리는 경우 △시간적·금전적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에서 대안이 될 전망이다. 바이오다인은 지난해 12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얼리팝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FDA 등록 외에도 유럽통합규격(CE) 인증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Why 바이오 코너는 증시에서 주목받는 바이오 기업들의 이슈를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주가나 거래량 등에서 특징을 보인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해 시장이 주목한 이유를 살펴보고, 해당 이슈에 대해 해설하고 전망합니다. -
자율주행 화물차, 오늘부터 국내 전 고속도로 달린다
부동산부동산일반 2025.03.05 06:00:00오늘부터 국내 모든 고속도로와 나들목·연결도로에서 자율주행 화물차가 시범 운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4개 노선, 총 길이 358㎞에 불과했던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를 총 연장 5367㎞의 고속도로 전 구간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 위원회가 4일 이 같은 내용의 시범운행지구 운영계획을 심의·의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가 고속도로 전 구간인 44개 노선으로 확대된다. 국내 고속도로 44개 노선(총 연장 5224㎞)과 19개 연결도로(143㎞)를 합해 총 5367㎞ 길이의 도로가 해당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화물운송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4개 고속도로(경부선·영동선·수도권제1순환선·중부선)의 일부 구간 332㎞와 인근 일반도로 25.7㎞까지 총 358㎞를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업계에서 교통상황에 따른 운송노선 변경과 신규 운송수요에 따른 노선 신설 등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원회는 고속도로가 일반도로와 달리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연속교통 도로로서 구간별 운행여건이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해 고속도로 전 구간으로 시범운행지구를 확대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시범운행지구 내 화물 유상운송 서비스도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기업 간 화물운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달 ‘자율주행자동차 유상 화물운송 허가 기준’을 개정했다. 산업부 규제샌드박스 운행기간(60일 이상)을 사전운행 기간으로 인정해주고, 택배 등 불특정 화물은 화물 형태에 따라 적재량 작성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토부는 유상 화물운송 허가 신청기업을 대상으로 고속주행 사전 테스트를 거쳐 신속히 운송을 허가할 계획이다. 마스오토가 이달 중 5대, 라이드플럭스가 5월 중 2대의 화물운송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목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현재 세계 각국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물류산업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화물운송 분야의 자율주행 도입은 과속이나 피로감 없는 안전한 운송환경을 조성하고, 연비 개선으로 운송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자율주행 기업들이 글로벌 화물운송 자율주행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 시범운행지구 내 연구·실증 등을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풋옵션 문제 없다…롯데글로벌로지스 5~6월 상장 가닥 [시그널]
산업기업 2025.03.05 05:53:00롯데글로벌로지스가 5~6월 코스피 시장 입성을 목표로 상장 시계를 돌린다. 재무적투자자(FI)와의 풋옵션 조항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4월 시한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결산 실적을 이번달 중순 공고하고나서 증권신고서 제출 등 기업공개(IPO) 중후반 절차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상장 추진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15일 뒤 효력이 발생하며, 이후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일반 청약, 최종 상장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증시에 입성하게 된다. 한 증권사 임원은 “3월이나 4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예비심사 승인 효력 만기일인 6월 27일 전 상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4월까지 상장하는 것은 일정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올 4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최대주주인 롯데지주 등이 풋옵션 계약에 따라 FI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 측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는 조항에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풋옵션 조항은 현재 4월 시한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치PE 관계자는 “풋옵션 계약에 여러 조항이 있어 애당초 4월까지의 상장을 못박아두고 있지 않았다”며 “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다하기 전인 올 상반기까지 상장을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추후 상장 과정에서의 관건은 공모가가 될 전망이다.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017년 에이치PE 투자를 받을 당시 PE 측과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추후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가격을 밑돌면 차액을 롯데그룹 측에서 보전해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요예측이 부진해 공모가가 기대 수준보다 낮아지면 롯데그룹의 재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형 공모주를 대상으로 한 투심이 악화해 있는 점이 리스크”라며 “3월 발표하는 실적 내용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술값 6만 5000원 비싸" 난동 부리다 '값비싼 댓가' 치른 60대 男, 법원 판결은
사회사회일반 2025.03.05 05:35:00주점에서 술값이 비싸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고 맥주병을 깨뜨리면서 난동을 부린 60대 남성이 법원에서 1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3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A씨에게 이 같이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밤 울산의 한 주점에서 술값 6만 5000원을 계산하다가 자신의 생각보다 술값이 비싸다며 약 10분 간 난동을 부렸다. 60대 종업원 B씨에게 고함을 치며 욕설하고 맥주병을 바닥에 던져 깨뜨리기도 했다. A씨는 다른 술집 앞에서 시비가 붙은 40대 남성을 발로 차고 폭행한 혐의로도 함께 재판 받았다. 재판부는 "동종 범죄의 집행유예 기간 또 범행했으나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
브라질까지 날아간 'K-딸기'…중남미 수출길 텄다[Pick코노미]
경제·금융경제동향 2025.03.05 05:30:00우리 농가의 수출 효자 품목으로 꼽히는 딸기가 브라질에 수출된다. 국산 딸기의 중남미 수출길이 열린 첫 사례다. 5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브라질과 국산 딸기 수출 관련 검역 협상이 지난달 26일 타결됐다. 검역본부는 2017년 브라질 식물검역 당국과 국산 딸기 수출을 위한 검역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약 8년 간의 협상 끝에 브라질 검역 당국이 한국산 딸기 수입을 공식화했다. 지구 반대편 국가인 브라질에 수출되는 딸기는 항공기를 통해 운송될 전망이다. 무른 과일인 딸기의 특성상 유통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딸기는 국산 신선 농산물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홍콩·태국 등에 총 6752만 6000달러가 수출됐다. 수출되는 딸기 품종은 국내에서 개발한 설향·죽향 등이다. 맛과 품질이 좋아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브라질로 딸기를 수출하려는 농가는 딸기묘를 심기 전 재배 온실과 선과장을 검역본부에 등록해야 한다. 브라질 정부가 우려하는 병해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재배지 검역과 수출 검역을 받아야 한다. 검역본부는 상반기 내 국산 딸기의 브라질 수출 요건을 반영한 ‘한국산 딸기 생과실의 브라질 수출검역요령’ 제정을 완료해 원활한 수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국산 딸기의 브라질 수출 검역 협상 타결은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첫 사례”라며 “6억 인구의 잠재력을 가진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강남 아파트서 수박 키우는 사람들…채솟값 급등에 '텃밭 열풍'
사회사회일반 2025.03.05 05:30:00울산 북구에 사는 김 모(43) 씨는 지난해 아파트 텃밭을 분양받기 위해 예비 번호까지 받고 기다렸다. 작은 밭에 상추부터 깻잎, 치커리와 방울토마토까지 빼곡히 심으며 정성을 쏟았다. 매일 2~3시간은 잡초를 관리하고 물을 주는 데 시간을 썼을 정도다. 김 씨는 “채솟값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며 “농사는 ‘벌레와의 전쟁’이라고 할 만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내 손으로 키워 먹는다는 행복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직접 땅을 파고 모종도 심는 ‘도심 속 텃밭’이 이색 취미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각 아파트 단지에서 분양하는 텃밭은 공지가 뜨기 무섭게 신청자가 몰리는가 하면 관련 지자체 사업에도 수천 명의 대기열이 발생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훌쩍 뛰어오른 과일과 채소 가격이 도심 텃밭 인기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2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래미안강남힐즈에서는 92명을 모집하는 아파트 텃밭 분양에 180명 넘는 주민이 지원했다. 서울 서초그랑자이는 작년 텃밭 21개소를 분양하는 데 6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다른 아파트들에선 경쟁률이 5대 1을 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단지들은 대개 자체적으로 1평(3.3㎡) 가량의 작은 텃밭을 분양하고 연간 4~5만원 수준의 임대비를 받는다. 래미안강남힐즈 관리사무소 측은 “아이들에게 텃밭을 보여주고 흙도 만져보게 해줄 수 있어 좋다는 부모들이 많다”면서 “식비도 아끼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주민들 만족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된다. 지난달 대전 서구 관저예미지명가의풍경 아파트 텃밭은 400세대 넘는 지원자가 모여 2.6대 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 남동구 파크포레도 매년 주민들 7분의 1 이상이 단지 내 텃밭 분양을 원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수원 영통구에 거주하는 윤 모(25) 씨는 “아파트에 계속 살았기에 농사에 대한 로망이 있어 직접 적상추·로메인·토마토·가지·호박·쑥갓 등을 키워봤다”면서 “요즘 비싸다는 배추는 직접 심고 김장도 해봤다”고 전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사업에는 수천 명의 신청자들이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날 마감하는 서울 관악구청 ‘강감찬 텃밭’ 지원에는 이미 434명 정원을 훌쩍 넘긴 2000명 이상이 몰린 상태다. 올해로 10년째 분양 중인 이 밭은 합성 농약과 화학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 농법으로 운영된다. 최근 모집과 추첨을 종료한 강남구청 ‘세곡천 힐링텃밭’도 신청자가 2324명으로 집계돼 약 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주로 자녀를 동반한 체험을 원하는 40대나 농업에 관심이 많고 소일거리를 원하는 60대 이상의 비중이 높다”면서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사업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키워 먹는 재미’ 뿐만 아니라 최근 급상승한 채소와 과일 값을 텃밭 열풍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7일 기준 배추(상품) 1포기의 소매 가격은 5197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올랐다. 같은 기간 당근(무세척·상품) 1㎏ 값도 5402원으로 34.6% 상승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선식품 물가가 오른 데다 채소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면서 텃밭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직접 키워먹으면 식비가 줄어드는 데다 키우는 재미도 있고 안전성도 확보된다는 이점이 있어 일석 삼조의 효과”라고 풀이했다. -
두 달 만에 또 '트리플 감소…짙어지는 경기침체 징후[Pick코노미]
경제·금융경제동향 2025.03.05 05:30:00국내 산업 활동의 주요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올 1월 모두 하락했다. 이 같은 ‘트리플 감소’ 현상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이다. 우리 경제 전반에 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1.2(2020년=100)로 전달보다 2.7%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1월 엿새에 달하는 황금연휴 탓에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향후 경기 전망도 비관적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변동치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변동치도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통상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하면 경기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기술적 의미에서 경기 침체는 아니지만 침체에 거의 근접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제는 올 들어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마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해 1~2월 누적 수출액은 101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8억 달러)보다 4.8% 감소했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2월 96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1% 줄어 2023년 10월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63빌딩 시공' 신동아 법정관리…건설경기 침체, 투자지표로 확인 63빌딩 시공사로 잘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지난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일부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에 공사 미수금까지 쌓이면서 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올해 1~2월 두 달 사이 문을 닫은 건설사는 103곳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마저 대출을 꺼리고 있어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문을 닫는 것까지 검토하는 한계 건설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하는 것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불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제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당분간 부진한 경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는 부진한 투자 지표에도 드러난다. 1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4.2% 빠졌다. 2020년 10월(-16.7%)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26%)와 기타 운송 장비(-17.5%)에서 줄어든 여파가 컸다.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 기성(불변)도 건축(-4.1%)과 토목(-5.2%)에서 모두 줄면서 전달보다 4.3% 감소했다. 건설 기성은 지난해 8월(-2.1%) 이후 6개월째 줄며 감소 폭은 확대됐다. 내수침체·수출도 마이너스 전환…생산지수 펜데믹 이후 최대 낙폭 내수 부진은 새해 들어서도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는 가전·휴대폰 등 내구재가 직전 달보다 1.1% 증가했지만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및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0.5%)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정부가 설 연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소매 판매는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2%)까지 3년 연속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둔화에 생산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1.2로 전달보다 2.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1월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0.1% 늘어나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지난해 9월 0.7% 감소한 뒤로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내수 침체에 생산·투자 지표까지 일제히 큰 폭으로 고꾸라지면서 연초부터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는 2개 분기 연속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할 때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 흐름만 놓고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GDP 성장률은 0.2%로 지난해 2분기(-0.2%)부터 4개 분기 연속 0.2% 이하 성장률에 그치고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도 없던 일이다. "이대로는 추경해도 효과 작을것"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달 일평균으로 5.9% 감소했다. 범용 메모리인 낸드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3%)로 전환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 교수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가 모두 위축돼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추경과 같은 재정 정책을 펼쳐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견기업 10곳 중 4곳 "올해 수출 힘들 것…글로벌 경기 둔화"
경제·금융경제동향 2025.03.05 05:30:00중견기업 10곳 중 4곳은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전쟁이 본격화할 경우한국 경제의 중심을 이끌었던 중견기업의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5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18일 수출 중견기업 462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중견기업 수출 전망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38.7%는 올해 상반기 수출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견기업 61.3%는 전년 대비 상반기 수출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올해 2월 국내 수출 실적은 전년보다 1% 소폭 증가하면 수출 증가율이 한 달 만에 반등했다. 다만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상반기 수출 실적 증가를 예상하는 응답 중 31.4%는 '0% 이상 5% 미만'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상반기 수출 감소를 예상하는 응답 중에는 '-10% 이상 -5% 미만'(13.6%)이 가장 많았다. 수출 감소를 전망한 중견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수요 감소(75.4%)', '환율 및 금융 환경 악화(44.7%)', '경쟁 심화(36.3%)', '원자재 및 부품 조달의 어려움'(16.2%), '관세 부담'(15.6%) 등을 주요 실적 악화 요인으로 지목했다. 중견기업의 23.8%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환율 범위로 '1375원 이상, 1400원 미만'을 꼽았다. 중견기업들의 수출 애로는 '현지 및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51.7%)', '수입 규제 및 무역 장벽(34.8%)', '통관, 계약 등 법·행정적 문제(17.5%)', '현지 유통 및 물류 불안정(15.6%)' 등으로 나타났다. 수출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무역·수출 금융 지원 확대(54.5%)', '주요 원자재 및 부품 수입 관세 인하(37.0%)', '수출 바우처 및 해외 마케팅 지원(33.5%)' 등을 꼽았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은 "38.7%의 중견기업이 수출 실적 악화를 전망하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40.7% 중견기업이 신규 시장 진출 계획을 밝혔다는데서 우리 경제의 희망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중견기업의 수출 의지를 한층 북돋우기 위해서는 무역·수출 금융 지원 강화, 수입 관세 인하 등은 물론 현장의 구체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다양한 애로를 폭넓게 수렴해 보다 실효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투어 데뷔 20주년’ 박상현 “벽돌 하나하나 쌓은 결과…롱런 비결은 ‘가볍게 생각하기’”
서경골프골프일반 2025.03.05 05:30:00올해로 투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상현은 천재형 골퍼는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빛을 발한 편에 가깝다. 그가 말하는 롱런의 비결은 ‘가벼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너무 심각하게 한쪽으로 매몰되지 말자는 것. 아마추어 골퍼에 대한 그의 조언도 ‘힘 빼기’였다 “요즘 연습을 안 해요. 편하게 놀면서 가끔 스크린골프도 치는 ‘아지트’ 같은 곳이 있는데 거기서 만나면 어떨까요?” 다른 선수들은 일찌감치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거나 국내에 있더라도 스윙을 점검하거나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데 한가하게 쉬고 있다고? 인터뷰 섭외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해 보니 그랬다. 박상현은 쉴 땐 확실하게 쉬는 스타일이다. 골프가 안 맞을 땐 채를 내려놓고 술도 한 잔씩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대회 때는 심각한 표정으로 집중하다가도 어느 순간 동반 선수들과 웃고 떠든다. 진중함과 가벼움을 모두 가졌다. 박상현은 한국(12승)과 일본(2승) 프로골프 투어에서 통산 14승을 거뒀지만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형은 아니었다. 군에 다녀온 후 스물여섯에 첫 우승을 거두고 서른다섯 살에 처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상금왕을 차지했다. 마흔에 다시 한 번 상금왕에 올랐으니, 해를 거듭하면서 무르익은 셈이다. 2005년 투어에 뛰어들어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박상현은 “처음부터 두드러지진 못했지만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이라고 되돌아봤다. 박상현은 2월 초 ‘드디어’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출국에 앞서 그를 경기 성남 분당에 있는 그의 아지트에서 만났다. 2005년부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뛰어 올해가 딱 20주년이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우승도 많이 했지만 실패는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금까지도 후배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지난해 하반기에 원하던 성적은 안 나왔다. 고민도 했었는데 너무 깊이 하면 미궁 속으로 빠진다. 그래서 그냥 볼이 잘 안 맞았던 시기로 결론짓고 지금은 가족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 연습은 거의 안 한다.” 남들은 한창 훈련 중이다. 연습을 안 하는 이유는. “원래 시즌 끝나면 한동안 골프채를 놓는다. 시즌을 뛰면서 안 좋았던 습관들을 버리기 위해서다. 일종의 ‘리셋’ 작업이다. 근데 몸이 근질근질하니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실내에서 연습볼 치면서 가족들과 보낸다.” 시즌 중 못했던 취미 생활도 즐기나. “요즘 요리학원 다니고 있다. 너무 재밌다. 아이들에게 요리 해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파스타나 토르티야로 싸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자주 만든다. 제육볶음이나 된장찌개도 잘한다. 골프를 잊는 시간도 되고 작은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힐링하고 있다.” 올해 목표도 정했을 텐데. “솔직히 이루고 싶은 건 많다. 2021년부터 2022년, 2023년까지 매년 우승을 해왔는데 작년에는 준우승만 두 번 한 게 아쉽다. 그래도 나의 단점을 되돌아보고 보완할 계기가 된 만큼 올해가 더 기대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페이스가 좋았다. 하반기에 상승세가 꺾인 이유가 뭐였나. “나는 원래 머리를 쓰면서 골프를 치는 스타일인데 잠시 거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너무 세게만 치려고 했던 것 같다. 내 스타일을 잠시 잊은 거다.” 박 프로 같은 베테랑도 분위기에 휩쓸리나. “요즘 젊은 친구들은 엄청나게 멀리 때린다. 항상 쳐왔던 골프장인데 공략법이 몇 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나도 그 친구들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나한테는 안 맞더라. 확실히 마음을 내려놓고 나만의 골프를 친다는 게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선수인데 개인적인 부분은 잘 안 알려져 있다. 골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학교 1학년 봄방학 때 아버지 따라 연습장에 갔다가 한 달만 배워보지 않겠냐고 아버지가 권해서 처음 채를 잡았다. 4개월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았는데 몇몇 선수들처럼 골프 천재라고 불릴 실력은 못 됐다. 정말 벽돌을 하나하나 쌓은 것처럼 매년 실력이 좋아지고 성적도 좋아지다 보니까 지금의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 영화 대사에 이런 게 있다. “아버지 뭐 하시노?” “하하. 아버지는 가구 사업을 하셨다. 자개장 공장을 하셨는데 외환위기(IMF) 이후 사업이 안 좋아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내 골프가 잘 되니까 그거 믿고 투자를 해주셨다.” “내 골프는 머리로 승부하는 스타일… 대학 땐 캠퍼스 낭만 즐기면서 골프” 투어 데뷔 후 1년 만에 군에 입대했다. 보통의 선수는 입대를 최대한 늦추는데 군에 일찍 간 이유가 있었나. “솔직히 그 당시 골프를 치고 싶지 않았다. 10년 동안 골프를 하면서 너무 재미가 없어졌다. 성적은 괜찮았지만 반복되는 생활이 지루했던 거다. 한 번은 대회 참가 신청을 안 하고 학교 축제에 갔다. 대학 4학년 때였는데 부모님께 일주일만 쉬면서 학교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시더라. 지금 생각해도 부모님이 너무 고맙다.” 그때 축제에서 함께 즐겼던 사람이 지금의 와이프인가. “맞다. 와이프랑 캠퍼스 커플이었다.” 골프선수 치곤 학교에 자주 나갔나 보다. “정말 열심히 다녔다. 너무 자주 나가니까 교수님이 ‘너 시합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학교가 좋았나 보다. “신세계더라.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놀 수 있고, 친구 집에서 외박도 할 수 있고, 친구들이랑 학교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짜장면 시켜 먹는, 그런 캠퍼스 낭만이 너무 좋았다.” 골프에 지장은 없었나. “연습을 할 때는 열심히 했다. 대학 리그에서 랭킹 1~2등을 할 정도로 성적도 잘 나왔다. 운이 좋았던 건데 그 시절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지금도 연말에 학교 모임이 있으면 꼭 나간다.” 성적은 좋았나. “골프 실기는 당연히 A+였다.(웃음) 근데 다른 과목은 겨우 졸업할 정도였다. 가끔은 교수님 찾아가서 아부 떨기도 했다.” 아내와는 어떻게 만났나. “4학년 개장 파티 때였다. 집사람이 나이는 같지만 한 학번 후배였는데 그 전과 달리 그날 유난히 빛이 나더라.”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걸로 유명하다. “내게 믿음을 주고 결국 옆에 있어 줄 사람은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들의 경우 시합이 없을 때는 지인이나 소위 VIP 분들과 골프를 치거나 식사 자리를 갖는데 난 그런 거 안 하는 편이다. 평소 집에 자주 없기 때문에 그 하루를 가족들과 지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과 어떻게 공부를 하고 학원은 몇 시에 가서 몇 시에 끝나는지 등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 해외 투어에 나가면 힘들겠다. “처음 해외 진출을 생각할 때 일본을 택한 것도 한국과 가까워 언제든지 가족들 보고 싶으면 들어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아시안 투어도 뛰어봤는데 쉽지 않더라. 말이 아시안 투어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등 너무 많은 지역을 오가니까 체력 문제도 있고 버거웠다. 올해부터는 해외 투어는 모두 접고 KPGA 투어에 전념하려고 한다.” 2018년에는 서른다섯에 처음으로 상금왕을 했고, 2023년에도 상금왕에 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골프가 점점 익어가는 느낌인데, 비결이 있다면. “첫 번째는 골프에 대한 사랑이다. 지금도 시합 전날 짐을 쌀 때면 소풍 가는 것처럼 설레고 기대에 부푼다. 두 번째는 경험이다. 골프는 장타도 중요하지만 노련미 있게, 영리하게 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많이 연구한다.” 시합을 즐기고 감정 컨트롤을 잘하는 건 타고난 걸까. “아니다. 우승도 많이 했지만 우승보다 더 많이 한 게 2등, 3등이다. 많이 깨져 보고 넘어지고 실패해 봤다. 그런 경험이 쌓여서 공부가 된 결과다.” 자신의 골프 수준이 절정에 달했다고 느낀 적이 있나. “아직도 더 배울 게 많다.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골프채를 놓기 전까지 계속 연구해야 한다.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야 발전도 있다.” 한 번 맺은 스폰서와 오랜 기간 함께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2023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땐 고(故) 강신호 동아제약 명예회장을 언급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날 언제나 따뜻하게 대해주신 분이고 내게 믿음을 주신 분이셨다. 내가 일본 투어를 뛸 때도 계속 후원을 해주셨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회사 홍보는 신경 안 써도 된다. 네가 어느 투어를 뛰더라도 난 무조건 찬성이다. 네가 원하는 투어를 뛰면서 몸 건강하고 네 발전을 이루면 된다’. 그 말씀이 내게 딱 꽂혔다. 돈을 떠나서 10년 동안 박카스 모자를 쓴 이유다.” 지난해 동아제약이 후원한 더 채리티 오픈 부활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 “현재의 회장님이 골프 대회를 열었으면 하셨는데 나도 시합을 해야 한다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서 회장님과 임원들 앞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럼 박프로가 호스트를 맡아서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해서 관여를 하게 됐다. 전통 있는 시합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직접 만들었나. “매니저와 둘이서 준비했다. 회장님께서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네가 한 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셔서 하게 된 거다. 사실 그런 발표는 처음이라서 진짜 너무 떨렸는데 귀한 경험을 할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KPGA 투어 최초로 통산 상금 50억 원을 돌파했다. 재테크는 잘했나. “특별히 투자하고 그런 건 없다. 그냥 하나은행(후원사 중 한 곳)에 잘 쌓아 놓고 있다.(웃음)” 작년 SK텔레콤 오픈에서 최경주와 연장전에서 졌다. 근데 첫 우승이었던 2009년 SK텔레콤 오픈 당시 우승 재킷을 입혀준 게 최경주였다. “첫 우승 때 최경주 프로님한테 내 존재를 알렸다. 그 후 몇 년 동안 최 프로님과 매년 시합 때 동반 플레이를 했다. 그만큼 성적이 좋았던 거다. 최 프로님은 지금도 날 볼 때마다 ‘박카스! 박카스!’ 그런다. 정말 존경하고 배울 점이 너무 많고 아직도 골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작년 대회 때 내가 패해 솔직히 아쉬웠지만 그 옆에서 정말 큰 박수를 쳐줄 만큼 나도 기뻤다.” “호스트 역할 더 채리티 오픈과 타임폴리오 매치…전통 있는 대회로 만들고 싶어” 투어 고참이다. 어떤 후배들을 아끼고, 어떤 조언을 해주나. “내가 후배를 예뻐하는 첫 번째 기준은 공을 잘 치는 거다. 프로니까. 내 옆에 와서 잘 보이려고 한다고 해서 예뻐 보이지 않는다.(웃음) 우승 문턱에서 계속 미끄러지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런 친구들한테는 ‘잘하고 있다.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오면 네가 우승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고 얘기해준다. 지금 미국 콘페리 투어 가서 잘하고 있는 이승택에게도 지난해 첫 우승(8월 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 전에 그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다.” 한때 별명이 꽃미남이었다. “하하. (홍)순상이 형이랑 그렇게 불린 시절이 있었다. 예전 사진을 보면 배도 안 나오고 허리도 잘 돌아가면서 피니시도 좋았다. 와이프도 옛날 사진 보면 ‘이거 누구야?’ 그러면서 웃는다. 진짜 젊음이 깡패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웃음)”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나. “아니다. 지금이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통장에 돈도 있고.(웃음)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도 있다.” 열두 살 된 첫째는 한때 일기에 아빠 골프 얘기도 썼던 걸로 아는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도 골프에 관심이 많다. 내 세계 랭킹도 체크하고 LIV 골프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함께 PGA 투어 중계를 보면서 ‘어, 로리가 1등이네!’ 그런다. 함께 골프를 보면 재밌다.” 큰아들과는 골프 관련된 추억도 많겠다. “작년에 스코틀랜드와 모로코에서 시합이 있었는데 큰애를 데리고 갔다. 사춘기 전에 남자 대 남자로 둘만의 경험을 쌓고 싶었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몸 풀고 연습하는 그런 과정 등등 아빠가 어떻게 골프를 하는지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20일 정도 함께 있으면서 서로 의지했다. 스코틀랜드와 모로코 여기저기 구경도 가고, 쇼핑도 했다. 당시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더 소중한 아이와의 추억을 담아 왔다.” 인스타그램이나 소셜미디어 활동을 거의 안 하던데. “내가 만든 가훈이 ‘내 코나 잘 닦자’다. 남들에게 자꾸 뭔가 보여주려고 하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런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다. 기부를 해도 미디어에 특별히 알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인가. 더 채리티 오픈 대회명에 호스트였던 박상현이나 스폰서인 동아제약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나 동아제약이나 대회 목적인 기부에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이벤트 대회인 타임폴리오 위너스 매치플레이에서도 호스트를 맡고 있지 않나. “타임폴리오 대표님과 친분이 있는데,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시작한 거라 호스트를 맡게 된 거다.” 어떤 아이디어를 냈나. “나도 어린 시절 TV에 나오는 프로들과 라운드를 한다고 하면 우러러보고 손을 벌벌 떨었다. 프로가 사용하던 골프채를 선물로 주면 큰 감동을 받았다. 그 기억을 살려서 대표님한테 초등학생과 프로가 한 팀을 이루는 매치플레이 대회를 해보자고 했다. 1회 대회 때 본 아이들의 설레고 기대에 찬 그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작년 3회 대회부터 호스트를 맡고 있다.”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잘해줘야겠다. “그 시합은 프로가 아닌 학부모와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숙박, 음식비, 그린피, 캐디피 등을 모두 지원해준다. 동아제약 후원을 받아 숙소에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각종 영양제 등 다양한 선물을 마련해서 줬다. 아이들에게 대회에 나와 줘서 고맙다는 편지도 써주고.” 반응이 좋았겠다. “타임폴리오 시합이 아이들한테는 꿈의 무대가 됐다고 하더라. 더구나 초등학교 6학년만 나오기 때문에 평생에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 학부모나 아이들의 미소를 볼 때 나도 너무 기분이 좋고 다음 해가 더 기다려진다. 올해는 3월 24일부터 사흘간 하는데 또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할까 연구도 하고 있다.” “슬럼프는 생각하기 나름, 가볍게 넘겨야… 아마추어도 때론 설렁설렁 연습이 도움돼” 선수 생활 동안 특별한 위기나 슬럼프가 없었는데. “나도 공이 안 맞았을 때는 있었다. 근데 슬럼프는 없었다. 왜냐하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공이 안 맞을 때 ‘난 슬럼프야’ 그러면 진짜 슬럼프에 빠진다. 오랜 기간 골프를 쳐오지 않았나. 뭔가 좀 안 되더라도 사실 그 스윙이 그 스윙이다. 스윙이나 슬럼프라는 단어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그냥 ‘다음 시합 때 잘 되겠지, 내년엔 잘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자신의 루틴을 꾸준히 유지하면 된다.” 그래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 혹시 술?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다. 시합이 잘 안 풀렸을 때 방 안에서 혼자 왜 안 될까 고민하는 것보다는 맥주 한 잔 하면서 말이 통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훨씬 낫다.” 와이프랑 그런 대화를 자주 나누나. “아니다. 와이프가 되게 영리하다. 성적 좋을 때는 잘했다고 축하를 해주지는 않는다. 근데 공이 안 맞고 못할 때는 되게 잘 풀어준다. 술 마시고 싶으면 마시라고 한다. 그 한 마디에도 스트레스가 풀릴 때도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아마추어 골퍼들을 보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연습할 때도 너무 진지해서 잔뜩 굳어 있다. 난 가끔 장난하는 것처럼 설렁설렁 스윙을 해보라고 한다. 몸에 힘을 완전히 빼면서 말이다. 자꾸 그런 동작을 하다 보면 몸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진다. 다른 거 다 필요 없다. 몸의 힘만 빼도 스코어가 확 준다.” -
로봇부품사에도 돈 몰린다…판 커지는 휴머노이드 시장
산업IT 2025.03.05 05:30:00로봇 부품 제조사들이 벤처투자 시장에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해외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등 관련 산업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에 벤처캐피털(VC)들은 유망 로봇 부품 제조사들에 대한 투자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5일 벤처 업계에 따르면 VC들은 다수의 국내 로봇 부품 제조사를 대상으로 투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유망 기술을 보유한 국내 로봇 부품 제조사들의 수가 제한적인 탓에 투자사보다 피투자사 우위의 시장으로 형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에이엘로봇이다. 이 회사는 국내 VC들을 대상으로 약 50억~60억 원 규모 투자 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 유치에서 에이엘로봇은 약 700억~8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로 평가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VC들도 해당 조건에 동의하는 입장인 만큼, 투자 유치 작업은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에이엘로봇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2018년 첫 투자 유치 때보다 14배 이상 증가한 기업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엘로봇은 2018년 심본투자파트너스로부터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당시 투자 후 기준 기업가치는 50억 원 수준이었다. 현재 에이엘로봇은 기존 투자자인 심본투자파트너스, 우리벤처파트너스 등을 비롯해 다수의 VC가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린 VC들을 중심으로 투자 유치 작업이 완료될 전망이다. 2017년 설립된 에이엘로봇은 산업로봇용 '토크 센서'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토크 센서는 산업용 로봇에서 회전력과 힘을 측정하는 센서로, 로봇의 정밀한 제어와 안전성을 높이는 핵심 부품이다. 특히 협동로봇과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이엘로봇은 설립 이후 거의 매년 이익을 기록하면서 흑자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23년 매출액 80억 원, 영업이익 3억 6000만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유치를 발판 삼아 상장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또 다른 국내 로봇 부품 기업인 에이딘로보틱스도 VC들의 관심이 뜨거운 곳 중 하나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지난해 한국투자파트너스·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1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에이딘로보틱스는 3축 힘 센서와 초소형 센서, 촉각 센서 등 3종 개발 중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로봇 부품사들과 구글, 테슬라 등 빅테크와의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빅테크들 앞다퉈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에 나서고 있는 만큼, 로봇 부품에 대한 수요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등 다수의 로봇 부품 제조사와 협력을 진행 중이다. 구글도 최근 '앱트로닉'에 투자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 국내 VC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로봇 부품 제조사들은 제조 기술력을 좋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곳들이 많은 만큼, 사업 확장에 속도가 더딘 측면이 있다”면서 “이 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해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의료소송' 부담 전공의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절반 이상 경찰조사 경험"
문화·스포츠헬스 2025.03.05 05:30:00“서울대학교병원에 응급의학과 전공의 21명이 있었는데 그 중 12명이 수련 과정에서 경찰 조사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중 절반 이상이 의료소송에 휘말린다는 뜻입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안전망 확충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진행 중이던 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출신 사직 전공의 박재일씨는 토론자로 나서며 전공의들이 과도한 법적 책임에 몰리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전공의들은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지원했다면서도 “이런 환경이 더 극심해지면 누가 지원하려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박씨 외에도 현직 의대 교수 등 의료계 인사들이 전공의들이 과도한 근무시간과 의료사고·의료분쟁에 묶여 있다며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주장했다. 발제를 맡았던 허윤정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시간 상한은 52시간이지만 전공의는 주 80시간과 교육목적 8시간까지 최장 88시간 근무하도록 돼 있으며, 최대 36시간까지 연속근무가 가능하다. 허 교수는 “전공의를 위한 정책 및 제도 등을 심의·평가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대한병원협회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그 구성은 전공의 위원이 과반 이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공의들이 혼자 책임을 떠안는 일도 부당하다. 면책까지는 힘들더라도 적어도 단독 책임은 묻지 않는 등 고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판결문들을 보면 전공의가 혼자 해도 되는 것으로 알려진 술기를 시행하다가 과실을 일으켰다거나 저연차 전공의나 간호사를 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독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재일씨는 수련병원의 법적 책임 부담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처럼 수련병원과 국가가 무과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2007~2016년 수술 분과 전공의 의료소송 750건 가운데 85%는 병원이 기소됐고 전공의가 기소된 건은 복합 기소를 포함해도 18%에 불과하다. 토론자로 나섰던 사직 전공의 김찬규씨는 “지금 전공의들에게는 ‘주6일 근무가 왜 당연한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련병원이 환자들에게 전공의들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무고지 제도의 법제화와 함께 수련병원에 대한 바텀업 방식의 수련평가 도입 등을 제안했다. 한편 토론자로 함께 참석한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활성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 과장은 “의료사고로 형사 고소·고발되면 심의위를 구성해서 중대과실이 있으면 기소하되 그렇지 않으면 불기소를 형사 당국에 권고할 수 있는 체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가 규제 요소일 수도 있지만 개인 책임을 기관 책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책임보험인 만큼 국가 재정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공적배상으로 가는 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국내 백화점 최대 규모 '에루샤' 매장, '여기'에 생긴다
산업생활 2025.03.05 05:30:00신세계 본점이 국내 백화점 최대 규모의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을 확보하며 VVIP 공략을 가속화한다. 경기 불황 속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경기와 무관하게 큰 지출을 할 수 있는 상위 1%의 발길을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3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다음 달 명동 본점의 신관과 본관 및 옛 제일은행SC 건물을 연계하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에루샤’ 매장을 선보인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올해 역점 사업으로 꼽은 ‘신세계 명동 본점 타운화’ 리뉴얼 작업을 통해 3개 브랜드 모두 국내 최대 매장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에루샤는 입점 조건이 까다로워 백화점에서 가장 유치하기 어려운 글로벌 명품 브랜드 3곳으로 꼽힌다. ‘더 리저브’로 이름이 바뀌는 본관의 경우, 기존 1∙2층 복층으로 있던 샤넬 매장이 빠진 자리를 인접한 에르메스가 확장해 국내 백화점 최대 매장으로 조성한다. 루이비통 역시 복층으로 매장 규모를 키우면서 세를 넓힌다. 이전까지 국내 백화점 내 루이비통 매장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 최대 규모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 공사를 통해 신세계 본점이 이에 맞먹는 규모를 운영하게 됐다. 본관에 있던 샤넬은 옛 SC제일은행 본점 건물인 ‘더 헤리티지’로 이전해 약 700평(2314㎡)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이로써 신세계백화점은 브랜드별 플래그십 스토어를 제외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을 본점에 보유할 전망이다. 신세계백화점은 VIP 고객 확보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그간 명품 매장을 키우고 VIP 관리에 주력하면서 국내 백화점 4사 중 명품 매출 1위를 유지해왔다. 명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의 명품 매출액은 3조 50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 증가하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백화점 명품 매출 8조 2811억 원 중 신세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달한다. 특히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상위 1% VIP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구매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더 헤리티지 건물 3층에 VIP고객 전용 라운지를 만들기 위해 식품(F&B) 시설을 기존 계획보다 축소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는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VIP고객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다. 신세계 본점 리뉴얼 프로젝트는 올해 정 회장이 꼽은 역점 사업의 일환이다. 본점과 신관, 더 헤리티지를 모두 연결해 복합 쇼핑타운인 ‘신세계 타운’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 회장은 신세계 브랜딩을 강화하고 럭셔리 브랜드를 보강하기 위해 본점의 ‘신세계 타운화’ 프로젝트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 역시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 본점은 글로벌 넘버원을 향한 럭셔리부틱 전문관인 ‘더 헤리티지’ 오픈을 시작으로 본관 ‘더 리저브’와 신관 ‘더 에스테이트’로 재단장하며 본점 타운화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용도변경 보수공사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는 경관 조명과 ‘신세계’ 간판을 외부에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옛 SC제일은행 본점 건물이 유형문화재 제 71호인 만큼 리뉴얼 작업은 서울시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듭 거치며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는 “옛 SC제일은행 본점 건물은 외부 원판석이 중요한 포인트인데 현행 대로라면 신세계 간판이 자칫 이를 가릴 수 있다”면서 “5개의 원판석을 신세계 간판으로 덮어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재심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소부장 '극일' 외쳤지만…소부장사 25% “공급망 대응력 없어”[Pick코노미]
경제·금융경제동향 2025.03.05 05:30:00문재인 정부 당시 ‘극일(克日)’을 외치며 시작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 80%는 트럼프 리스크와 같은 외부 공급망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차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마련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향후 5년여간의 소부장 산업 정책 밑그림과 목표가 새롭게 담길 예정이며 이는 대통령 소속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내를 목표로 현재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소부장 기본계획을 내놓는 것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정부는 특히 소부장 수출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다. 2020년 1차 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25년 소부장 수출이 4834억 달러(약 70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난해 연간 소부장 수출액은 3616억 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소부장 무역수지는 2018년 1427억 달러(약 208조 원)에서 지난해 1124억 달러로 감소했다. 과거 정부가 예상했던 2025년 무역수지 목표(1920억 달러)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친 모습이다. 정부가 연초 2025년 경제정책방향, 연간 업무보고 등을 통해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는 만큼 올해 소부장 수출 반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국내 소부장 기업 다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 능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산업부에 제출한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공급망 관리 현황 및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의 26.3%는 외부 공급망 리스크 발생에 따른 기초적인 대응 체계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진이 지난해 10~11월 국내 소부장 기업 공급망 관리자 1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뒤 검증한 결과로 대응이 기초적인 수준에 그친다고 답한 비중도 54.6%에 달했다. 소부장 기업 80%는 미국의 무역 규제 강화, 중국의 주요 품목 수출통제 등 외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만한 능력이 기초 이하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고도의 대응 능력을 갖췄다고 답한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인하대 연구진은 “특히 글로벌 무역 규제, 지정학적 위험관리 및 재난 위험관리 역량의 성숙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글로벌 규제 변화에 대한 사전 대응 체계 구축, 무역 분쟁 대응 시나리오 플래닝 등 교육 및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개미 탈출은 언제” 아이스크림미디어, 오너 물량도 보호예수 풀려 [이런국장 저런주식]
증권국내증시 2025.03.05 05:30:00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던 아이스크림미디어(461300)(옛 시공미디어)의 오너 일가 지분이 모두 보호예수(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는 것) 해제됐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가 반등이 더욱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아이스크림미디어 주식은 1만 3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1.16% 올랐지만 여전히 공모가(3만 2000원) 대비 59.2% 떨어진 수준이다. 주가는 지난해 9월 상장 후 단 한번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문제는 지분율 35.86%에 달하는 오너 일가 소유 주식이 이날부터 자유롭게 매도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지분 18.02%를 보유한 박기석 시공테크(020710) 회장(시공테크 지분율 26.57% 제외)이다. 박 회장은 아이스크림미디어, 아이스크림에듀(289010) 등 5개 그룹사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시공테크의 지분을 40.05% 보유한 반면 46세인 그의 장남 박대민 시공테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2.86%만 소유한 상태다. 박 CSO 입장에서는 향후 증여, 상속, 자사주 매입 등 어떤 방식으로 가업을 승계하더라도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의 방법으로 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박 회장과 박 CSO의 아이스크림미디어 지분율은 각각 18.02%, 9.5%다. 시공테크와 박 회장 일가 등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64.43%에 이르기에 박 CSO가 지분을 일부 처분하더라도 경영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향후 오너 일가의 지분 매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박 회장 일가는 2019년 그룹사인 아이스크림에듀 상장 이후 보호예수 기간 6개월이 끝나자마자 장기간 수십 차례에 걸쳐 주식을 장내 매도한 전례가 있다. 상장 직후 각각 15.46%, 9.82%였던 박 회장과 박 CSO의 아이스크림에듀 지분율은 지난해 9월 말 4.52%, 4.82%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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