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공공택지 가격통제 가능성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선거 후보인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때처럼 택지공급가격 제도 개편을 주택정책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등 적자사업을 떠안는 대신 택지조성사업을 통해 손해를 메우고 있는 LH가 가격 통제를 받게 되면 부채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LH의 부채는 2028년경 227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택지조성 사업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경우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 규모는 160조 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7조 2000억 원 늘었다. LH의 부채 규모는 지난 2015년 134조 원에서 매년 2~3조 원씩 줄어 2019년 126조 원대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공공전세 주택 매입 등 각종 적자사업을 떠맡으면서 부채규모가 대폭 늘었다. 부채 증가속도도 급격하게 빨라져 2028년경 총부채는 226조 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LH의 사업수지 악화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LH는 내부 추계에서 2033년까지 406조 2000억 원을 투자하지만 회수 금액은 313조 5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LH 이사회는 이와 관련 “수익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정책사업 물량 달성에 매몰될 경우 장기 부채비율 증가와 대규모 공실 발생 등이 우려된다”며 우려했다.
건설업계 안팎에선 LH의 부채규모가 정권교체로 인해 임계치까지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주거정책과 관련 공급확대와 분양가 인하 방안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기본주택 140만 가구 등 총 311만 가구의 주택 공급과 더불어 택지공급가격 기준변경 등을 통해 시세의 절반 정도인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LH가 택지공급을 감정가격이 아닌 조성원가로 하게 되면 아파트 분양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도 LH의 택지공급 가격 통제를 통해 분양가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주택정책과 관련 “주택시장 매매가를 통제하려면 현재 8% 수준인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0%는 돼야 한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전·월세 신고제, 착한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는 결국 LH의 택지공급 가격 통제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택지에 대한 과도한 가격통제에 방점을 두면 LH의 재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H는 현재 전용 85㎡ 이하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장기공공임대주택 건설용지에 대해 토지 조성가격의 60~80% 수준으로 택지를 공급하고 있다. 단독주택용지, 전용 60㎡ 이하 및 60~85㎡ 규모의 주택을 짓는 국민주택규모 용지, 전용 85~149㎡의 주택을 건립하는 임대주택건설용지 등에 대해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토지를 매각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택지를 예외 없이 조성원가 수준으로 공급하게 될 경우 LH의 수익성은 심각하게 악화할 것이라는 평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LH가 적자사업인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 등 공공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은 택지조성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때문”이라며 “택지사업마저 적자로 돌아설 경우 심각한 부채 증가로 향후 국민주거안정 실현 등 핵심사업까지 흔들리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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