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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통계를 위한 실과 바늘의 동행[로터리]

■이형일 통계청장





뉴스를 보다 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숫자’다.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고용이 얼마나 늘었는지, 소비가 얼마나 줄었는지 이런 숫자는 모두 ‘통계’라는 이름 아래 국민의 삶과 연결되고 정책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통계는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국민이 성실히 응답해주고 그 응답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방법론과 과학적 설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통계가 완성된다.

통계청에는 실과 바늘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통계연구원’이 있다. 통계청이 다양한 사회·경제 현상을 여러 통계조사와 수치로 드러낸다면 연구원은 그 수치가 정확하고 유의미할 수 있도록 조사 방식과 자료 활용 기법을 연구·개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 2월 ‘통계개발원’에서 연구원이라는 새 이름으로 출범한 것도 통계 정책의 전문성과 연구의 깊이를 한층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변화다.

오늘날 대부분의 통계조사는 전수조사 대신 일부만 조사해 전체를 추정하는 표본조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간과 비용·효율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그만큼 정밀한 설계와 수리적 근거가 필수다. 연구원은 더 적은 표본으로 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한 표본설계 기법을 고도화하고 무응답자 보정 방법, 온라인 조사 도입 등 현실과 기술을 반영한 다양한 통계방법론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낮아지는 응답률에 대응하면서도 통계의 대표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확률 표본 중심의 조사 체계에 더해 비확률 표본 적용 방안에 대한 연구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통계 생산 환경은 디지털화와 함께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종이에 적어낸 응답이 주된 데이터였지만 이제는 행정 자료와 민간 빅데이터가 주요한 정보원이 되고 있다. 고용·주택·사업자등록 등 공공 행정 자료는 반복 조사 없이도 안정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며 민간의 소비 기록이나 통신 데이터는 사회변화를 더욱 세밀하게 포착하는 데 유용하다. 연구원은 이런 자료를 통계 작성에 활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통계적 비식별화 기법도 개발하고 있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함께 데이터 활용의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작업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통계 혁신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연어처리(NLP)를 기반으로 한 산업·직업 분류 자동화 시스템은 분류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크게 개선했으며 생성형 AI를 활용해 통계 자료를 요약하고 해석하는 지능형 통계 서비스도 연구 중이다. 이는 통계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국민이 통계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계는 이제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공공 자산이 됐다. 데이터를 어떻게 읽고 연결하며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품질과 국민 삶의 질이 달라진다. 통계청이 현실을 엮어내는 통계를 만드는 실이라면 연구원은 그 실이 지나갈 자리를 미리 꿰뚫어주는 바늘이다. 바늘과 실이 함께 움직여야 한 벌의 옷이 완성되듯 두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국민에게 닿는 통계가 완성된다.

앞으로는 단순한 데이터의 양보다 ‘지식을 설계하는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통계가 단순한 숫자를 넘어 정책의 근거이자 미래 변화의 동력이 되도록 통계청과 연구원은 실과 바늘처럼 정교하게 국민을 위한 통계를 함께 엮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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