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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도 휩쓴 우파 물결…'트럼프 닮은꼴' 카스트 당선
국제정치·사회 2025.12.15 17:38:08‘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 우파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가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4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고질적인 경제난에 강력 범죄와 이민자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스트 후보의 당선으로 중남미에서 부활하고 있는 우파 집권 흐름(블루 타이드·Blue Tide)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선거관리위원회(개표율 99.33% 기준)는 카스트 58.18%, 히아네트 하라 41.82%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표했다. 좌파 성향의 현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가 같은 성향의 하라 후보를 지지했으나 16%포인트의 압도적인 차이로 강경 우파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로이터는 “1990년 칠레 군부독재 종식 이후 가장 급격한 우경화”라고 평가했다. 변호사 출신의 카스트 당선인은 칠레 공화당 설립자 중 한 명으로 하원에서 내리 4선을 한 거물 정치인이다.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대선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강경 우파 색채를 띠는 카스트는 국경 장벽 건설, 범죄 다발 지역 군 배치, 불법체류 이민자 전원 추방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정책을 주장해왔다. 카스트의 대선 공약에는 미국의 이민세관단속국(ICE)과 비슷한 경찰 조직 창설과 공공지출의 대규모 삭감, 국경을 따라 높이 5m의 장벽을 세우는 ‘국경 방패’ 구상 등이 담겨 있다. 카스트는 당선 직후 “안보 없이는 평화가 없다. 평화 없이는 민주주의가 없고, 민주주의 없이는 자유가 없다”며 “칠레는 범죄와 불안·공포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선에서 두 번이나 낙선했던 그가 이번 선거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급증하는 범죄와 이민자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분류돼왔으나 최근 수년간 조직범죄 집단이 뿌리를 내리면서 강력 범죄가 늘고 있다. 칠레의 살인율은 2015년 인구 10만 명당 2.32건에서 지난해 6건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납치 사건도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868건을 기록했다. 카스트의 승리는 최근 중남미에서 불고 있는 우파 집권 경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때 중남미를 주도했던 중도 좌파 집권(핑크 타이드·Pink Tide) 경향은 저물고 우파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에콰도르에서는 중도 우파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으며 볼리비아에서도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 소속의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년간 이어져온 좌파 정부가 무너졌다. 앞서 2023년 파라과이에서 산티아고 페냐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콜로라도당이 집권에 성공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아르헨티나에서 ‘남미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됐다. -
개인정보 유출 땐 최대 '매출 10%' 과징금…정무위 법안소위 통과
정치국회·정당·정책 2025.12.15 17:37:56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최대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입법안이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정무위는 이날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어 김승원·권향엽·김현·민병덕·박범계·최민희·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상훈·박덕흠·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이해민·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수정 대안으로 의결했다. 국회법에 따른 숙려 기간인 15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결과다. 1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은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개인정보 침해 발생 시 최대 과징금을 종전 매출액의 3%에서 10%로 높이는 조항이 핵심이다. 매출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최대 5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3년 이내 반복적 법령 위반이 있었거나 고의·중대한 과실로 1000만 명 이상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때는 강화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핵심 사항 중 하나인 단체소송 요건에 ‘손해배상’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원 의견을 받아본 뒤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
한은, 美처럼 금리 점도표 도입하나
경제·금융경제동향 2025.12.15 17:37:35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의 포워드 가이던스(금리 전망)를 확대하고 미국처럼 점도표(dot plot)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3개월 뒤 금리 전망만 제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12개월 뒤까지 전망 시계를 늘리고 전망 분포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표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김병국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장은 15일 한은에서 열린 ‘통화정책의 과제: 커뮤니케이션과 정책 수단’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발표에 따르면 한은은 2022년 10월부터 금통위원들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공개하는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한 뒤 이창용 총재가 기자 간담회에서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김 팀장은 “3개월 내 금리 전망은 시장의 기준금리 기대 형성과 시장금리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김수현 전남대 교수도 “3개월 내 금리 전망이 시장 기대를 관리한다는 목적을 잘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상 시계가 3개월에 그쳐 주요국보다 짧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한은은 지난해 7월부터 1년 이내 시계에서 복수의 금리 전망치 등을 제시하는 다양한 방식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1년 이내 시계에서 2개 또는 3개 등 복수의 금리 예상치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는 사실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연 단위로 금리 전망치를 제시하고 분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점도표로 작성해 공개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이 총재도 “3개월 시계에서 정책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시장에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더 많은 정보를 시장에 주는 것의 장단점을 고민해야 하는 트랜지션(과도기)의 단계에 있다”고 말해 제도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팀장은 “경제주체들과 소통하면서 전망 시계와 제시 방식 등 향후 운용 방안을 논의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日 버블붕괴 상징'서 12조원 대어로…신세이銀, 화려한 귀환
국제국제일반 2025.12.15 17:37:21일본 거품경제 붕괴의 상징이었던 SBI신세이은행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12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계획대로 상장하면 올해 일본 증시에서 최대 규모의 IPO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SBI신세이은행은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일본 전역의 지방은행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해 현재의 3대 메가뱅크 체제를 위협하는 ‘제4의 메가뱅크’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은행권에서는 이번 상장이 금융권 통폐합의 촉매제가 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달 17일 도쿄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하는 SBI신세이은행이 이번 IPO를 통해 24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가치는 총 83억 달러(약 12조 원)로 평가받았다. 모회사인 SBI홀딩스는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약 100개에 달하는 일본 지방은행들의 구조조정과 인수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SBI신세이은행은 1990년대 후반 부실채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국유화됐던 일본장기신용은행을 전신으로 한다. 이후 2000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가 2023년 SBI홀딩스에 완전 인수되며 상장폐지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SBI홀딩스는 당시 장부가 0.5배로 책정해 지분을 사들였는데 시장이 회사의 자산가치만큼 값어치를 쳐주지 않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BI는 저렴하게 신세이은행을 인수해 2년여 만인 올해 3700억 엔(약 3조 5000억 원)의 정부 구제금융 잔액을 모두 상환했고 재상장에도 나서게 됐다. 재상장 가격은 장부가치를 약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SBI신세이은행의 상장이 향후 일본 금융권 통폐합의 촉매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일본 은행업계는 미쓰비시UFJ·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 등 시가총액 14조~29조 엔(약 133조~275조 원) 규모의 3대 메가뱅크가 장악하고 있다. SBI홀딩스의 시총은 2조 엔(약 19조 원)에 불과하지만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은 SBI신세이은행을 중심으로 “지방은행들과의 협력을 통해 거대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제4의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일본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메가뱅크가 되려는 야심을 가진 2~3개 대형 은행이 주도하는 지방은행 통폐합이 올해 일본 M&A의 주요 테마가 될 것”이라며 “SBI신세이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전통 메가뱅크 아성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SBI가 온라인 증권과 가상화폐 인프라 등 디지털 뱅킹에 강점이 있고 부실 자산이 없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의 트래비스 런디 애널리스트는 “SBI는 상품 폭이 넓어 더 많은 지방은행 지분을 확보해 산하로 편입시키려 한다”며 “(지방은행 지분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SBI의 지주회사는 증권·자산운용·보험 부문을 포함하며 9월 말 기준 약 7800만 명의 고객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이은행이 그 중심에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도 이러한 재편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 년 만의 금리 상승은 은행의 예대마진을 높여주지만 고객 기반이 고령화된 지방은행들에는 예금 유치 경쟁과 실적 압박으로 작용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번 IPO에 참여한 일부 투자자들은 규제 당국이 추진해온 약소 은행 통폐합에서 신세이은행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2023년 SBI가 신세이은행을 주당 2800엔(약 2만 6500원)에 완전 자회사화할 당시 가격이 너무 낮았다며 헤지펀드들이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인 점은 불안 요소다. 일부 투자자들은 높은 공모가와 함께 SBI가 신세이은행의 과반 지분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지배구조 문제도 우려하고 있어 향후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한편 SBI신세이은행은 이번 공모 과정에서 ‘투자수요 확인(Indication of Interest·IOI)’ 방법을 활용해 카타르투자청, 영국 M&G인베스트먼츠, 미국 블랙록 등 해외 대형 기관투자가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IOI는 기관투자가나 잠재 매수자가 상장 전 주식 매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는 비구속적 의사 표시로 미국·유럽·홍콩 등에서는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례적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배정 확약보다 부담이 적으면서도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한 안정적 주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사례가 일본 IPO 시장에 유력한 해외 투자가를 유치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IOI 정착 여부는 향후 신세이은행의 실적과 주가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
"노후보다 집"…작년 3.8만명이 퇴직연금 깨고 집 샀다
경제·금융경제동향 2025.12.15 17:37:00지난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노후자금을 끌어다 쓴 인원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인원은 6만 7000여 명에 달했고 이들 중 80% 이상이 주택 구입이나 임차에 자금을 활용했다. 국가데이터처가 15일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6만 6531명으로 전년(6만 3783명) 대비 4.3% 증가했다. 중도 인출 금액은 2조 7352억 원으로 전년(2조 4404억 원) 대비 12.1% 늘었다. 중도 인출 인원과 금액은 2019년부터 지속 감소하다가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중도 인출 사유별로 보면 ‘주택 구입’ 목적이 3만 7618명으로 전체의 56.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전년(3만 3612명)보다도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인원이다. 뒤이어 주거 임차(1만 6955명·25.5%), 회생절차(8727명·13.1%) 등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매와 임차 등 주거 관련 목적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중도 인출자가 늘었지만 퇴직연금 총적립 금액은 431조 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이 49.7%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확정기여형(26.8%), 개인형퇴직연금(23.1%) 순으로 나타났다. 가입 근로자도 735만 4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2.9% 늘었다. 가입 대상 근로자 1308만 6000명 가운데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한 근로자의 비율은 53.3%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 가입 인원도 늘고 있다. IRP 가입 인원은 359만 2000명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적립 금액은 99조 원으로 전년 대비 3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 가입 인원 가운데 자영업자가 39.9%로 가장 많았고, 퇴직금 제도 적용자는 38.8%, 직역연금 적용자는 16.6%를 차지했다. -
‘원 룰’은 못해도 ‘원 스톱’은 하자 [이보형의 퍼블릭어페어즈]
오피니언사외칼럼 2025.12.15 17:36:59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칼을 빼들었다. 이번 타깃은 인공지능(AI) 규제다. 핵심은 ‘원 룰(One rule)’이다. 미국의 50개 주마다 따로 움직이던 AI 규제를 연방 차원의 단일 규칙으로 통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낼 때마다 50개 주의 승인을 받는 나라에 혁신이 있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이 정치적 수사처럼 들릴 수 있지만 행정명령에 담긴 내용은 미국이 기술패권을 잃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다. 연방 규제와 충돌하는 주법을 법무부가 태스크포스까지 꾸려서 소송을 통해 제압하겠다는 구상은 ‘AI 패권 경쟁에서 규제 난립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유럽연합(EU)은 정반대의 길을 간다. EU의 인공지능법(AI Act)은 위험 기반 규제를 전면에 내세워 고위험 분야에 촘촘한 의무와 금지 규정을 부과한다. 회원국마다 샌드박스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개인정보보호법(GDPR)과의 중첩 규제까지 겹치면서 기업의 준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 부담을 감당할 체력이 있는 기업은 빅테크뿐이다. 결과는 뻔하다. 스타트업은 줄고 벤처 투자는 위축되며 유럽의 디지털 경쟁력은 뒷걸음쳤다. 규범은 강화됐지만 속도는 떨어졌다. 한국은 미국과 EU의 중간 어디쯤 서있다. AI·자율주행 기술만 보면 격차는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 선도국의 바로 다음 위치에 있다고 평가된다. 문제는 제도다. 한국은 미국처럼 시장 규율과 사후 책임을 중시하는 기업자율형 규제도 아니고 유럽처럼 규범을 수출할 정도의 위치도 아니다. 잘못하면 EU식 엄격함에 한국식 행정주의가 더해진 최악의 규제 조합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복잡한 절차와 부처 간 충돌은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2017년 정부가 가상자산공개(ICO)를 사실상 전면 금지한 사례는 뼈아프다. 국내 기업들은 싱가포르와 스위스로 옮겨가 토큰을 발행했고 혁신과 일자리, 그리고 우수한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갔다. 반면 해외에서 발행된 토큰은 국내 투자자에게 팔리는 기형 구조가 만들어졌다. 규제를 택했지만 위험은 국내에 남고 기회는 해외에 뺏긴 셈이다. ‘모르는 것은 일단 차단하라’는 손쉬운 선택이 가져온 값비싼 대가였다. AI·자율주행은 그보다 훨씬 큰 무대다. 한국이 다시 ‘위험은 일단 막자’를 반복한다면 인재와 스타트업은 미국·중국 등으로 이동할 것이다. 국내 기업은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미룰 것이고 국민은 해외 플랫폼이 제공하는 AI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기술은 수입하고 규제만 국산인 나라가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성의 재정립이다. 우선 미국처럼 ‘원 룰’은 어렵더라도 최소한 ‘원 스톱(One-stop)’은 해야 한다. AI·자율주행 인허가를 위해 여러 부처를 전전하는 구조를 방치하면서 혁신을 말할 수는 없다. 부처 간 충돌을 조정할 상설 기구를 두고 인허가의 단일 창구를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고위험만 강하게, 나머지는 가볍게’라는 원칙이 필요하다. 의료·금융 등 생명과 재산이 걸린 영역 중 민감한 부분은 강한 사전 규제를 두되 다른 서비스는 사후 책임·투명성·시장 경쟁으로 통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모든 AI를 잠재적 ‘위험물’로 취급하는 순간 한국은 스스로 경쟁력을 제한하는 꼴이 된다. 셋째, 규제 샌드박스를 제도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으로 가져와야 한다. 유럽이 샌드박스 설치를 의무화한 이유는 간단하다. 신기술은 실험과 학습 없이는 규제도 성숙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도 모든 신기술은 원칙적으로 샌드박스를 통해 빠르게 실험과 학습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위험을 상상해 막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근거를 기반으로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이 취할 AI 시대의 비시장 전략은 더 이상 정부의 규제 대응에 멈춰서는 안 된다. 규제 설계 자체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기업은 기술 가이드라인, 안전 기준,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부보다 먼저 설계해 제안해야 한다. 정부가 참고할만한 규범의 초안을 만드는 기업이 규제의 방향을 결정한다. 글로벌 규제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어디서 개발하고 어디서 출시할지 전략을 정하는 일, 외국과 공동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국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일도 이제 기업의 퍼블릭어페어즈(PA) 부서가 맡아야 한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단순히 미국 국내용이 아니다. AI 패권 경쟁의 룰을 미국식으로 세팅하겠다는 지정학적 선언이다. AI 시대의 규제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잉 규제를 경계하면서도 가장 영리한 규칙을 가장 먼저 실험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자칫 규칙은 남이 정하고 비싼 사용료는 우리가 치르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기술은 수입해서 쓰고 규제만 국산인 나라가 된다면 결코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보다 자신감을 갖고 AI 등 첨단산업의 규제를 대폭 정비해 기업이 맘껏 뛸 수 있도록 뒷받침할 때다. -
경직된 노동 구조에 전기차 전환 실패…폭스바겐, 88년만에 獨공장 폐쇄
국제정치·사회 2025.12.15 17:36:53유럽 최대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이 창사 이후 88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단행한다. 과거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폭스바겐은 높은 인건비와 경직된 고용 구조로 생산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 전환에 실패하면서 자국 공장을 닫는 처지가 됐다. 1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독일 드레스덴 공장의 차량 생산을 16일부터 중단한다. 1937년 회사 설립 이후 폭스바겐이 독일에서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레스덴 공장은 2002년 가동을 시작한 후 누적 생산량 약 20만 대 수준의 소규모 생산기지다. 당초 회사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쇼케이스 성격으로 조성됐지만 고급 세단 페이톤을 조립하고 최근에는 전기차 ID.3를 생산해왔다. 공장 부지는 드레스덴공과대에 임대돼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반도체 등을 위한 연구 캠퍼스로 활용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노사가 합의한 구조조정의 연장선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당시 회사가 발표한 합의안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를 3만 5000개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드레스덴 공장과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늦어도 2027년까지 닫는 한편 독일 내 핵심 생산기지인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도 조립 라인을 절반 규모로 축소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연간 150억 유로(약 26조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에다 전기차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로 읽힌다. 폭스바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내연기관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했지만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주도권을 잃었다. 특히 생산 인력과 시설 상당 부분이 독일에 집중된 탓에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채 전기차 전환을 맞닥뜨렸고 신차 개발 지연과 시행착오까지 겹치며 대응이 늦어졌다. 그 사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급부상하며 폭스바겐의 입지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화하면서 고율 관세 부담까지 더해진 점도 부담 요인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관세 비용이 최대 50억 유로(약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 부진도 뚜렷하다. 그룹 전체로는 올해 3분기(7~9월) 10억 7000만 유로(약 2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기준 적자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폭스바겐은 중국 현지 개발을 통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낮은 인건비와 빠른 개발 속도, 핵심 부품 공급망을 활용하면 독일 대비 전기차 생산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폭스바겐이 처한 상황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폭스바겐의 연간 순이익이 52억 유로(약 9조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124억 유로, 21조 원)에 비해 절반 넘게 이익이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라이트먼은 “내년에도 폭스바겐 현금 흐름에 상당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폭스바겐이 지출을 줄이고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 발등 찍은 관세…美 아이로봇, 中에 팔린다
국제기업 2025.12.15 17:36:5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직격탄을 맞은 미국 로봇청소기 업체 아이로봇이 중국 업체로 넘어가게 됐다. 전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5위(올 1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아이로봇이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서 로봇청소기 시장은 사실상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게 됐다. 14일(현지 시간) 아이로봇은 보도 자료를 내고 “중국 피시아로보틱스가 법원 감독 아래 아이로봇을 인수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지원 계약(RSA)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RSA에 따르면 피시아는 아이로봇 지분 100%를 인수한다”며 “이는 (아이로봇의) 부채를 낮추고, 아이로봇이 통상적인 영업을 지속하고 글로벌 사업 기반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로봇 보통주는 전량 소각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아이로봇은 2002년 출시한 ‘룸바’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가정용 로봇 누적 판매량이 4000만 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과 경쟁 업체들의 덤핑 마케팅 등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해 아이로봇의 미국 매출은 47%나 감소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아이로봇은 베트남에서 미국 내수용 청소기를 만들었는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베트남 수입품에 대해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비용이 급증한 것이다. 이후 미국과 베트남 간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20%로 낮췄지만 비용 부담은 이어졌다. 아이로봇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올해 관세로 인해 추가된 비용만 2300만 달러(약 339억 원)에 달한다. 그러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2023년까지만 해도 아이로봇은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했으나 중국 업체들의 거센 공습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로보락이 19.3%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에코백스(13.6%), 드리미(11.3%), 샤오미(9.9%), 아이로봇(9.3%) 순이었다. 아이로봇을 뺀 4개사 모두 중국 업체다. 이번 아이로봇의 매각으로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게 됐다. 앞서 2022년 아마존닷컴이 아이로봇을 14억 달러(약 2조 604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인수안을 불허하면서 무산됐다. 최근에는 아이로봇이 인수 후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시아가 유력한 인수 협상자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부터다. 피시아는 11월 자회사 산트럼 홍콩을 통해 미국 투자회사로부터 아이로봇의 미상환 채무 1억 9100만 달러(약 2811억 원)를 인수했고 이후 신규 자본 확보와 미상환 채무 해결을 위해 아이로봇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
"기업 혼자서 100조 감당 못해"…AI 메모리 선제 투자 돕는다
경제·금융금융정책 2025.12.15 17:36:50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이달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초대형 투자를 한 개 기업이 단독으로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 패권을 잡기 위해 각국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는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과감한 정부 지원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가 돈이 많으니 투자금을 댈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돈을 벌어 투자하려면 장비를 가져다 놓고 세팅하는 데 3년이 걸린다”면서 “그러면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금융권의 추가 지원이 있을 경우 AI 메모리 수요를 위한 선제적이면서 동시다발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기업의 투자 부담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1위 수성을 위해 향후 3년간 최소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 내년부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30조 원대 설비투자를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4개 팹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인데 여기에 드는 비용만 총 600조 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순이익을 40조 원 안팎으로 전망하는데 한 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필요한 투자금을 충당하는 데 1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2047년까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산업단지에 6개의 팹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36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개별 기업이 자금 부담을 오롯이 떠안을 경우 투자 적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맞춰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적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산업이 국가 간 대항전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정책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은 것은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한국산업은행이 운영하는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보면 우대금리를 적용한 대출금리가 3% 초반으로 국고채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가 4%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조 원을 조달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보면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렸을 때보다 매년 100억 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별 프로그램을 활용해 앞서 받아둔 대출을 갈아타기만 해도 이자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면서 “SK하아닉스가 주요 대기업 중에는 가장 먼저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출범해 50조 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폭넓게 공급하기로 한 만큼 SK하이닉스가 추가 대출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2~3%대의 저금리로 대출을 내줄 계획이라 시장의 관심이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5공장 건설 비용 명목으로 최대 3조 원 규모의 대출을 일찌감치 신청해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대출 신청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금리 조건이 시중은행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보니 여러 기업들이 대출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추가 확보한 자금을 통해 D램 생산능력 격차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준 SK하이닉스의 월간 D램 생산량은 45만 장(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삼성전자 65만 장의 70% 수준에 그친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기본인 메모리 산업은 규모의 경제에 따라 승패가 엇갈린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신규 팹 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초 가동되는 청주 M15X 공정이 안정화하면 D램 생산량은 연말께 월 5만 장 늘어난다. 2030년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이 완전 가동 체제에 돌입하면 월 20만 장이 추가돼 총 70만 장 생산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
R&D 생태계 전략과 감독 리더십 [이민형의 과학기술 혁신 짚어보기]
오피니언사외칼럼 2025.12.15 17:36:48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 간 전략기술 경쟁의 핵심이 인재 확보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략 분야인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 등의 기술 난제가 하드웨어보다 알고리즘과 시스템 설계에 집중되어 핵심 지식과 설계 역량을 보유한 소수의 최고급 인재들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 초 OpenAI의 챗GPT가 독점하던 시장에 중국의 딥시크 모델의 등장은 글로벌 AI 경쟁구도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우수한 인재 특히 리더급 연구자 확보의 중요성을 알린 사건이었다. 최근 글로벌 인재 시장은 기존 질서가 변화하면서 선진 국가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 세계 인재들을 흡수하는 미국이 비자 정책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자 연구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우수한 인력들의 미국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이 기회를 살려 국내적으로는 우수한 인재 양성 지원에 정책적 집중도를 높이면서 해외의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과 제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개방성과 환경 조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더욱이 핵심 전략분야인 AI 인재가 순유출되는 등 고급 인재의 유출(브레인 드레인)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자들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로는 일자리 부족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우수한 박사 학위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것이다. 고급 인재들에 대한 보상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국내 기술 관련 일자리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못한 점도 작용한다. 거기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우리나라만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친다. 즉, 여타 분야에 비해 과학기술분야 리더들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못한 것이다. 국내 연구개발 분야에서 리더 연구자는 특정 전문분야에서 연구실적이 우수한 스타 과학자 중심으로 정의되어 지원되고 있다. 그래서 연구실적이 우수한 리더 연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대규모 연구개발 프로그램이나 분야별 전략을 책임있게 지휘할 수 있는 감독급 리더는 지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분야별 과학적 성과가 기술과 산업경쟁력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기술과 정책, 산업을 연계해 비전과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감독급 리더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분야별 전략 리더들이 부족하다 보니 국가전략과 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상위 전략적 리더가 부재하고 대개는 학습과 경험이 부족한 정치과학자들이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은 과학기술분야의 정치적, 사회적 역할 부족으로 이어지고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이 기대만큼 높지 못한 원인이 된다. 연구개발 리더십은 개별과제나 연구실 단위를 넘어 연구기관 운영, 기술분야별 전략 수립과 국가혁신 전략 및 비전 수립까지 전 단계에서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 과학기술인의 리더십 범위는 과제나 사업단위, 권한과 책임이 제한된 PM(Project Manager)과 같은 하위 거버넌스 수준에 머물고 있다. 주된 벤치마킹 대상인 미국 국방부의 DARPA(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사례 학습도 PM 수준의 리더십에만 관심을 둘 뿐 임무와 전략을 설계·관리하고 PM을 선정·관리하는 상위 감독(디렉터) 리더십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부재하다. 나아가 공공 연구기관의 기관장도 관리형 리더십에 머물다 보니 전략적 리더십이 기관장 선정시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연구자의 연구역량이 뛰어나더라도 리더십이 자동적으로 길러지지는 않는다. 특히 감독급 리더가 되려면 특정 세부 분야 전문성보다 다양한 기술을 판단할 수 있는 종합적 감각과 미래 기술 비전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거기에 국가 정책목표와 기술과 산업을 연계하는 역량, 연구환경 조성과 조직 외부 자원을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역량도 필요하다. 이러한 것을 키우려면 리더십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운영뿐만 아니라 연구 생태계의 자율적 운영 역량을 높여 감독형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리더십 학습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의 과학기술계 리더십 문제는 한국 축구계와 유사한 점이 많다. 우수한 인재는 많지만 뛰어난 감독이 잘 보이지 않으며 감독급 인재를 체계적으로 키우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상존한다. 연구 현장은 우수한 리더십 역량을 보유한 감독을 원하고 있지만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 감독급 리더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때 연구와 혁신성과 제고뿐만 아니라 연구생태계의 발전,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위상도 변화될 수 있다. 국가 상위 거버넌스에서 전략 리더십 부족이 지속되면 국가전략 분야의 혁신경쟁력 저하로 기술패권 대응 능력 확보가 어려워진다.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통합적 접근과 함께 우수한 선수 양성을 넘어 감독 및 전략가 리더 확보를 위한 국가인재 전략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
뉴진스 사태로 본 K팝 계약의 진화 [이수지의 Enter In Law]
오피니언사외칼럼 2025.12.15 17:36:38최근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들과 소속사의 전속계약 분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사건은 오늘날 K팝 산업에서 전속계약 분쟁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초기 아이돌들의 전속계약 분쟁은 존재 자체가 드러나기 어려웠다. 불공정하다고 느끼면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조차 없던, 이른바 ‘침묵의 시대’였다. “잠잘 시간 없이 일했지만 손에 쥔 돈이 없었다”는 회고가 상징하듯 당시에는 계약서 사본조차 받지 못한 채 수년간 활동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소속사에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흔했다.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든 계기는 2009년 동방신기 멤버들의 전속계약 무효 소송이었다. 무려 13년에 달하는 계약기간과 중도해지 시 과도한 위약금이 알려지며 ‘노예 계약’ 논란이 본격화되었고, 법원은 해당 조항들이 아티스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일부 무효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 전속계약서 도입으로 이어졌고 K팝 산업에 큰 전환점을 남겼다. 표준계약서는 계약기간을 최대 7년으로 제한하고 정산 주기와 방법을 명확히 하며, 부당한 위약금 조항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다만 표준 전속계약서가 업계의 기준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도입이 강제되지 않았던 탓에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일부만 반영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계약기간이나 위약금 등 핵심 조항이 표준계약서보다 불리한 경우 잇달아 무효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표준계약서는 비로소 업계의 ‘최소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계약서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수익 배분과 정산의 투명성 문제로 인한 분쟁도 많았다. 이승기와 전 소속사 간의 분쟁 역시 이런 경우다. 이승기는 데뷔 후 18년간의 음원 수익 정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분쟁을 겪었다. 이러한 정산의 불투명성은 소속사의 대형화·글로벌화와 함께 점진적으로 개선되었고 현재의 K팝 전속계약은 과거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공정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의 뉴진스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보여준다. 뉴진스 멤버들은 계약기간이나 정산 등 전통적인 ‘경제적 불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대신 함께 일해온 대표이사의 해임, 모기업 산하 레이블 간 갈등 등 비경제적 요소가 전속계약상 의무 위반 또는 신뢰 관계의 파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의 타당성이나 배경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뉴진스 사태는 전속계약 분쟁의 중심축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쟁의 핵심이 더 이상 ‘돈’에만 머물지 않고, 매니지먼트의 전문성, 세심한 배려, 원하는 프로듀서와의 협업, 안정적인 활동 환경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과 일하는 방식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떠나 1인 소속사를 설립하는 아이돌들도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속계약의 본질적 성격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 전속계약이 투자자(소속사)와 상품(아이돌)의 관계를 규율하는 문서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장기간의 파트너십을 설계하는 계약이어야 한다. 불공정 조항의 제거를 넘어 신뢰를 어떻게 유지하고 커리어를 어떻게 함께 설계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소속사는 눈높이가 높아진 아티스트에게 겉만 화려한 계약서를 내미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안정적인 활동 환경,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투명한 의사결정 등 ‘매니지먼트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여야 한다. 아티스트에 대한 투자비 회수가 소속사의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그 방식이 아티스트에 대한 과도한 통제로 이어질 경우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섣불리 가르지 않고 계속 잘 보살펴서 장기간 협력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아이돌 지망생이나 신인 아티스트 역시 유의할 점이 있다. 현재의 전속계약서는 이미 상당히 고도화된 문서이기에 한 번 서명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실무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의뢰인이 “그때 제대로 읽어볼 걸”이라며 뒤늦게 후회할 때다. 계약서는 서명과 동시에 법적 효력을 갖는 문서이며 ‘몰랐다’거나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정은 법정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협업 방식이나 활동 조건은 반드시 계약서에 명문화해야 한다. 해외 진출이나 특정 프로듀서와의 협업을 기대하며 불리한 조건을 감수했음에도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약속이 무시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증거이지 마음속 기대가 아니다. K팝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발맞추어 이제는 최저 기준을 보장하던 표준계약서를 넘어 개별 아티스트의 환경과 가치, 커리어에 맞춘 맞춤형 계약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뉴진스 사태는 그 과도기적 진통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보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가 상생을 넘어 압도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는 새로운 K팝 계약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
中 BOE 회장, 삼성 경영진 전격 회동…특허침해 후속 조치 논의
산업산업일반 2025.12.15 17:36:19중국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천옌순 회장이 삼성전자(005930)를 찾아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회동했다. 최근 마무리 된 양사간 특허 침해 소송의 후속 조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급 확대 등이 논의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천 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수원본사를 방문해 용 사장 등과 만났다. BOE는 글로벌 LCD 시장 1위 업체로 삼성 TV에 LCD 패널을 납품하는 공급사 중 하나로 삼성과 협력 관계지만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사업에서는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천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삼성전자 TV 제품 등에 들어가는 자사 LCD 물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LCD 시장에서 완전 철수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중국 업체로부터 LCD 패널을 전량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BOE의 경쟁사인 CSOT로부터 LCD 패널을 대량 납품받고 있다. 하지만 CSOT의 모회사인 TCL은 삼성전자 VD사업부와 TV 등 완제품 시장에서 맞붙고 있는 최대 경쟁업체 중 하나기도 하다.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LCD 패널에 대한 CSOT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과제다. 삼성전자는 BOE로부터 패널 주문을 무작정 확대하기 어려웠다. 지난 2022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BOE와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BOE를 비롯한 미국 부품 도매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2023년 10월에는 BOE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지난 7월 ITC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 예비판결을 통해 BOE의 OLED 패널이 14년 8개월 동안 미국으로 수입될 수 없다는 '제한적 수입금지 명령'(LEO)을 내리면서 소송전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완승으로 끝났다. 최근 양사는 합의를 거쳐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에 특허 사용료(로열티)를 지급하기로 하며 소송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BOE 회장의 이번 방한을 통해 특허침해 소송 협상 이후 후속 조치가 이뤄졌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
내수 침체 깊어진 中 "코로나때 수준 악화"
국제경제·마켓 2025.12.15 17:36:13소비가 꺾이고 기업은 투자와 생산을 꺼리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 터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내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수 진작’을 내세웠지만 소매판매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회복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치며 올 5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매판매는 내수 경기의 가늠자로 꼽히는데, 지난달까지 증가세가 둔화되며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침체가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사상 최저 수치”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11월에 소매 업체들이 연중 가장 활발하게 판촉 활동을 펼치는 솽스이(광군제)가 있지만 올해는 10월부터 한 달여간 진행된 캠페인에도 소비 둔화를 막지 못했다. 11월 산업생산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월의 4.9%에 비해 줄었고 로이터통신의 시장 전망치(5%)에도 못 미쳤다. 지난해 8월(4.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투자 지표 역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농촌을 뺀 공장·도로·전력망·부동산 등에 대한 자본 투자 변화를 보여주는 1~11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올해 3월부터 증가세가 둔화된 고정자산 투자는 1~9월 누적 -0.5%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1~10월(-1.7%)에 이어 지난달에 낙폭이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동산 시장 둔화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1~11월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5.9%나 감소했다. 이는 1~10월 감소 폭인 14.7%보다 악화된 수치다.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완커의 디폴트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의 자금 조달액도 전년 대비 11.9%나 줄었다. 중국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개발 업체들의 투자가 줄고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로 이어지며 인프라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놓여 있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는 한 중국의 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소비를 되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와의 무역 긴장이 강해지면서 수출이 전반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경제성장을 통해 세계 질서를 재편해온 중국의 역할에 변화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성장 둔화 위기에도 중국 당국의 긴급 처방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년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내수 주도형으로 중국 경제를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모든 계획은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과장 없이 견고하고 진정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처럼 표면적인 수치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이를 두고 성장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경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
'AI 거품론' 일축한 배경훈 "국산 NPU 중심 내년부터 성과 나올 것"
산업IT 2025.12.15 17:35:13“인공지능(AI) 거품은 오지 않습니다. 한국은 민간 AI 투자가 다소 늦어진 측면이 있지만 내년부터는 반드시 성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기자 간담회에서 “저가 AI 칩과 서버가 곧 시장에 등장할 것이고 국내에서도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 기업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AI 거품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AI 기술 확산이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정부도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국내 기업의 성과 창출을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AI 관련 기업의 유의미한 실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이른바 ‘AI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배 과학기술부총리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기업 입장에서 데이터와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보니 효용성 논의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는 과거 직접 사용했을 때 속도가 느렸지만 지금은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AI 연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 빠르게 성숙하면서 인프라가 다각화되고 비용 구조가 개선될 경우 오히려 시장이 다시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글로벌 환경 변화는 글로벌 AI 3강 진입을 노리는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GPU 1만 3000장, 내년 2만 4000장 등 총 3만 7000장을 우선 확보하고 민간 차원에서도 엔비디아 GPU 26만 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배 부총리는 “국내 민간기업들도 효용성을 따지며 투자를 주저한 측면이 있었고 지난해만 해도 ‘GPU 1만 장 확보조차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하지만 올해 정부가 5만 장 확보를 추진하고 민간과 협력해 2030년까지 총 26만 장을 확보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민관이 함께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배 부총리는 “현재의 투자를 사업적 성과로 연결하고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3%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면 AI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며 “GPU 26만 장 확보만으로 인프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AI를 통해 실질적인 효과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AI 기본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명히 했다. 배 부총리는 “AI 생태계는 결코 공공의 노력만으로 구축할 수 없는 만큼 국내 기업들이 레퍼런스를 축적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이러한 인프라는 미래 10년을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과학계에서는 과학기술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가 AI에 투자와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자칫 기초과학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배 부총리는 “AI를 활용해 양자·바이오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를 혁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그동안은 그런 혁신을 이끌 만큼 성숙한 AI가 없었지만 2026년에는 이러한 틀을 본격적으로 다지겠다”고 말했다. -
고려아연, 2조8510억 유증 실시…美 10조 투자해 제련소 건설
산업기업 2025.12.15 17:34:04고려아연이 2조 851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미국 정부 및 전략적 투자자를 상대로 실시한다.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 11조 원의 미국 제련소 건설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규 제련소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있는 나이스타(Nyrstar) 제련소 부지를 인수한 뒤 기반 시설을 재구축해 온산 제련소와 비슷한 규모로 출범한다. 해당 제련소에는 미국 정부와 방산 기업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는데 고려아연은 미 전쟁부 등에 고려아연 지분 10%를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넘길 계획이다. 미국 측은 고려아연이 ‘탈(脫)중국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하는 만큼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고려아연 역시 미 정부 등을 백기사로 확보할 수 있어 반기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영풍·MBK 측 이사들이 이날 미 제련소 건설과 연계된 유증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유증 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시사한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미 제련소 건설과 유증이 확정되면 그간 지분 경쟁에서 열세였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양측 간 표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영풍과 MBK 측에서 유증 추진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해 법적 분쟁도 다시 불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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