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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혼자서 100조 감당 못해"…AI 메모리 선제 투자 돕는다

[산은, SK하이닉스에 저리 대출]

용인 4개 팹 조성에만 600조 필요

SK 돈벌어 충당하려면 15년 걸려

저리 대출로 年 100억 이자 절감

자금 D램 생산능력차 해소에 투입

신규팹 가동 시점 최대한 앞당길듯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이달 1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초대형 투자를 한 개 기업이 단독으로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 패권을 잡기 위해 각국이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는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과감한 정부 지원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가 돈이 많으니 투자금을 댈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돈을 벌어 투자하려면 장비를 가져다 놓고 세팅하는 데 3년이 걸린다”면서 “그러면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금융권의 추가 지원이 있을 경우 AI 메모리 수요를 위한 선제적이면서 동시다발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기업의 투자 부담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1위 수성을 위해 향후 3년간 최소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 내년부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30조 원대 설비투자를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4개 팹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인데 여기에 드는 비용만 총 600조 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순이익을 40조 원 안팎으로 전망하는데 한 해 벌어들인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필요한 투자금을 충당하는 데 1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2047년까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산업단지에 6개의 팹을 건설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360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개별 기업이 자금 부담을 오롯이 떠안을 경우 투자 적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맞춰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려면 적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반도체 산업이 국가 간 대항전 양상을 띠고 있는 만큼 정책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지원을 위한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은 것은 기업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한국산업은행이 운영하는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 특별 프로그램을 보면 우대금리를 적용한 대출금리가 3% 초반으로 국고채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가 4%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조 원을 조달한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보면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렸을 때보다 매년 100억 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별 프로그램을 활용해 앞서 받아둔 대출을 갈아타기만 해도 이자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면서 “SK하아닉스가 주요 대기업 중에는 가장 먼저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출범해 50조 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폭넓게 공급하기로 한 만큼 SK하이닉스가 추가 대출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2~3%대의 저금리로 대출을 내줄 계획이라 시장의 관심이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5공장 건설 비용 명목으로 최대 3조 원 규모의 대출을 일찌감치 신청해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대출 신청 여부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금리 조건이 시중은행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보니 여러 기업들이 대출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추가 확보한 자금을 통해 D램 생산능력 격차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준 SK하이닉스의 월간 D램 생산량은 45만 장(12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삼성전자 65만 장의 70% 수준에 그친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기본인 메모리 산업은 규모의 경제에 따라 승패가 엇갈린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신규 팹 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초 가동되는 청주 M15X 공정이 안정화하면 D램 생산량은 연말께 월 5만 장 늘어난다. 2030년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이 완전 가동 체제에 돌입하면 월 20만 장이 추가돼 총 70만 장 생산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단독]산은, SK하이닉스에…5000억 저리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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