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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판단까지 '파업 으름장'…미래사업 흔드는 기아 노조

■ 기아 노조, 美로봇공장 발목

임금·복지 등 단순 처우개선 넘어

'신사업 통지의무 관철' 시도나서

勞리스크에 사업 계획 다 바꿀판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 제공=보스턴다이내믹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여당과 정부 주도로 입법이 완료돼 내년 3월쯤 시행될 것으로 보이자 주요 기업들이 극심한 경영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양상이다. 기아 노동조합이 올 해 임금 교섭에서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로봇·미래항공교통(AAM)·수소차 사업의 국내 공장 전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조가 직원의 임금·복지 등 처우 개선을 넘어 회사의 핵심 신사업까지 깊이 개입해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란봉투법에 올라탄 노조의 거센 압박으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전략적 투자와 신사업 추진에 실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법 시행 후에는 회사의 경영상 판단까지 노조가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 해외 투자를 늘리는 전략적 결정 등에 대해 고용 불안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파업을 벌일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생산라인이 멈추게 되면 적기 공급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수천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기아 노조도 이 같은 노동환경의 변화를 파고들어 “수소차와 로봇·AAM 등 신사업을 국내에서 추진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관련 문구를 노사간 협약에 반영해 미래 일감을 확보하면서 고용 안정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 수소차·전기차·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 미래형 친환경차 핵심 부품을 생산·조립하는 공장을 함께 신설하라는 주장도 굽히지 않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보이며 갈등이 커질 조짐이다. 기아 사측은 노조에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수소차 개발은 무리가 있고,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전장 부품의 사내 전개도 지켜봐야 한다”면서 “로봇과 AAM은 국가별 제도가 확립돼 있지 않아 더욱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 역시 단협에 ‘신사업 통지 의무’를 관철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사측이 로봇·AAM 등 신사업과 관련해 전환배치가 필요한 경우 노조에 설명회를 열고 고용안정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는 등 사전 협의를 충분히 마쳐야 한다는 의미다. 신사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측은 경영 결정에서 노조 반발 등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아 노조와 마찬가지로 주요 신사업을 국내에서 추진하라고 압박할 경우 당초 해외에서 하려던 사업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처럼 전 세계 공급망을 바탕으로 미래차·로봇 등 신사업을 확장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노조 리스크로 성장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봇·AAM 등 고부가가치 사업은 선제적 기술 확보와 공급망 연계가 핵심인데 기아 노조처럼 국내 생산만 고집하면 글로벌 빅테크와 기술 제휴나 생산 효율화, 시장 개척 등에서 한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전체 매출의 20%를 로봇에서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2021년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후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하며 양산을 준비 중이다. 나아가 2029년까지 미국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입해 연 3만 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단순 연구개발(R&D)을 넘어 대규모 생산까지 이뤄지는 로보틱스 허브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4년간 대미 투자 규모를 기존 210억 달러(약 29조 원)에서 260억 달러(약 36조 원)로 대폭 늘렸다.

기아 노조의 요구대로 로봇·AAM 등 신사업을 국내에서 추진하려면 기존 사업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R&D 시설 구축부터 인재 충원, 생산 거점 확보 등을 국내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경쟁사에 한참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테슬라는 2030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연간 생산 100만 대롤 목표로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투자나 생산 거점 등 전략적 판단은 신속성과 보안이 중요한데 이를 노조와 공유하고 조율한다면 기업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며 “자율주행·인공지능(AI)처럼 시장 변화가 빠른 분야일수록 노란봉투법의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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