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
트럼프 취임 3개월만에…韓 외국인투자 9% 썰물
경제·금융경제동향 2025.04.03 18:11:00국내외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올해 1분기 국내 외국인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신고 금액 기준 총 64억 500만 달러(약 9조 4000억 원)로 지난해 1분기보다 9.2% 감소했다. 총투자 건수는 848건에서 864건으로 1.9% 늘었지만 전체 규모는 줄었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투자액이 커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31.8%나 급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 상황에 따른 투자 관망세 심화,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미화 투자 금액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정책에는 미국 투자를 촉진하는 취지도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의 관세정책이 국내 투자 유치에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업종별로 보면 외국인의 국내 제조업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4.5%나 줄어든 23억 2500만 달러에 그쳤다. 특히 의약(-77.6%), 기계장비·의료정밀(-67.8%), 전기·전자(-63.6%)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서비스업 투자액은 35억 64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7.4%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유럽연합(EU)의 국내 투자 규모가 지난해 1분기 5억 6500만 달러에서 올해 1분기 14억 8900만 달러로 160% 넘게 급증했다. 미국과 일본의 투자도 각각 15%, 8.6% 늘어난 약 8억 달러, 12억 달러였다. 반면 중국과 홍콩 투자는 각각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75%, 84.1% 급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화권 투자가 급감한 데 대해 “지난해 1분기 이례적으로 중화권 투자가 급증한 기저 효과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산업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커 중국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형별로는 공장 신·증설과 같이 생산·고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그린필드형 투자 신고가 46억 6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했다. 인수합병(M&A)형 투자 신고 금액은 같은 기간 45.4% 감소한 17억 4400만 달러 수준이었다. 한편 1분기에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 도착액은 35억 1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제조업 도착액은 43.2% 줄었지만 서비스업, 기타 업종 도착액이 각각 68.7%, 27%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1분기 실적만으로는 올 한 해 외국인직접투자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 투자 유치 모멘텀을 확대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전략적 아웃리치 전개 등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연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속보] 중대본 "산불 속 이웃 구한 의인, 합당한 예우할 것"
사회사회일반 2025.04.03 18:10:26이한경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차장(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지나치지 않고 도운 수많은 의인이 계셨다"며 "정부는 숨은 영웅이자 의인들의 사례를 찾아 그 공적을 치하하고, 합당한 예우를 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 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화마가 덮친 마을에 남겨진 주민들의 대피를 도우신 이장님, 산불 속 할머니들을 둘러업고 구한 외국인, 몸과 마음을 다친 어르신들을 치료하신 의료인 여러분, 이재민 구호와 피해복구를 돕고 계신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1975세대, 3261명이 임시 대피 중이다.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조립식 주택은 1300여 세대의 부지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아울러 산불로 인한 트라우마 등 심리 회복을 위해 모두 7800여 건의 심리지원이 이뤄졌다. 산불 피해 구호 성금은 전국에서 약 840억원이 답지했다. 이재민 불편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중앙합동지원센터에는 전날 344건의 민원을 포함해 모두 992건이 접수돼 순차 처리되고 있다. 이재민의 일상 복귀를 위해 가장 중요한 개별 가구의 전력 공급은 99%까지 복구됐다. LPG 시설은 안전 점검을 거쳐 신속하게 복구할 계획이다. -
'토허제'에 놀란 吳…압여목성 1년 연장[집슐랭]
부동산정책·제도 2025.04.03 18:10:05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이른바 ‘압여목성’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집값 급등 가능성에 1년 연장됐다. 서울시가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허구역 해제 직후 집값이 급등했던 것을 우려해 한강 변 주요 지역까지 토허구역으로 다시 묶은 것이다. 3일 서울시는 전날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주요 재건축단지 총 4.58㎢ 구역을 토허구역으로 재지정했다고 밝혔다. 대상 지역은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와 인근 17개 단지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사업 14개 단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1~4 재개발구역) 등 4곳이다. 토허구역 내 주택을 구입하려면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하는 만큼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갭 투자’는 불가능하다. 당초 압여목성 토허구역 지정은 이달 26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위원회의 이번 가결로 재건축단지 등에 대한 토허구역 지정이 내년 4월 26일까지 1년 더 연장된다. 서울시는 2021년 4월 이 일대를 토허구역으로 지정한 뒤 매년 효력을 연장해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2월 13일 잠삼대청 토허구역 지정이 4년 8개월 만에 풀리면서 압여목성의 토허구역 해제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동안 여의도·목동 등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재산권 행사를 막는다며 토허구역 지정 해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35일 만에 잠삼대청은 물론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허구역으로 다시 확대 지정하면서 압여목성 지역에 대한 해제 가능성이 낮아졌다. 한강 변 주요 재건축·재개발 지역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없애면 갭 투자 수요가 급격히 쏠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구역 지정이 해제될 경우 투기 수요의 유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며 “투기적 거래를 철저히 차단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투명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함영주의 결단…관세피해 중기에 6.3조
경제·금융금융정책 2025.04.03 18:08:50하나금융그룹이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로 어려움을 겪게 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다. 하나금융그룹은 총 6조 3000억 원 규모의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우선 하나은행은 기존에 운영 중인 ‘주거래 우대 장기대출’을 3조 원 증액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은 하나은행 기업뱅킹을 이용 중인 가업 중 관세 피해가 큰 업체를 대상으로 최대 3년간 저리 자금을 지원해준다. 하나은행은 또 3조 원 규모의 금리 우대 대출을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빠른 심사를 통해 신속하게 필요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관세 피해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는 원금 상환 없이 기한을 연장하고 분할상환도 유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도 지원한다. 최대 연 1.9%의 우대금리를 통해 소상공인의 운용비용을 덜어준다. 관세 조치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자동차 부품 업체의 운전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신용보증기금과 240억 원 규모의 신규 보증협약을 이달 중 체결한다. 수출 실적이 감소해 무역금융의 융자 한도가 부족해지거나 한도 산출이 불가능해지는 수출 중기에는 융자 한도에 예외를 적용한다. 이 같은 선제적 대응 조치 뒤에는 함영주(사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 은행의 이익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피해가 큰 기업을 돕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비 올 때 우산을 내어주는 은행이 된 것이다. 함 회장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미국 상호관세 시행에 따른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택건설협회 서울시회, 산불 피해 지원 5000만원 기부
부동산분양 2025.04.03 18:07:42대한주택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영남 지역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 5000만 원을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전달된 성금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의 주거 복구와 생계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홍경선 대한주택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 회장은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주택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는 2023년 집중호우 피해와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에도 각각 5000만 원, 2000만 원을 기부한 바 있다 -
첨단산업 외국인 우수 인재 유치 탄력…경기도, 630명분 광역비자 확보
사회전국 2025.04.03 18:06:18경기도가 IT, 로봇, 컴퓨터, 에너지, 금융 등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추진한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도는 이달부터 내년까지 ‘경기도형 광역비자’를 통해 외국인 우수 인재 630명을 유치, 첨단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은 외국인의 안정적인 정착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무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설계한 지역 맞춤형 체류 비자를 말한다. 경기도형 광역비자는 특정활동(E-7) 비자 분야를 대상으로 하며, 공학 분야 기술자, 데이터·네트워크 전문가 등 12개 직종이 포함된다. 도는 전국 E-7 계열 쿼터(1210명)의 52%에 해당하는 총 630명분의 광역비자 쿼터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도는 산업현장에 필요한 외국인 인재를 지역 실정에 맞게 직접 설계하고, 비자 유형을 구성하는 새로운 비자 정책을 시행하게 됐다. 비자 대상 직종은 경기도 미래 성장동력을 맡을 주요 산업 중심으로 구성됐다. 컴퓨터 하드웨어 기술자, 통신공학 기술자, 컴퓨터 시스템 설계 및 분석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자,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웹 개발자, 데이터 전문가, 네트워크 시스템 개발자, 정보 보안 전문가, 전자공학 기술자, 로봇공학 전문가, 요양보호사 등 총 12개 분야다. 경기도형 광역비자는 한국어 능력이 우수한 인재들의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재한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4단계 이상 이수자(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 이상 소지자)의 경우, 외국대학 학사학위 전공이 취업 직종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1년 이상의 경력이 있으면 도내 기업 취업이 가능하다. 또 기존에는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만 비자 취득이 가능했던 로봇공학 전문가 직종이 학사 학위 취득자(외국대학 졸업 후 1년 경력 보유 시)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요양보호사 직종의 경우 내국인 고용 기준이 기존 20%에서 30%로 완화되면서 외국인 취업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도는 이번 광역비자 도입을 통해 단순한 외국인 노동력의 ‘양적 도입’이 아닌 ‘우수 인재 유치’에 집중할 방침이다. 또 체류 관리 정책도 기존의 ‘단속·제재’ 중심에서 ‘우대·자발적 관리’ 체계로 전환해 안정적인 인력 정착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원규 경기도 이민사회국장은 “경기도형 광역비자는 글로벌 인재를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첨단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수 인재들이 경기도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도는 경제·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추진 방안을 마련하고, 광역비자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운영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
호반건설, 작년 영업이익 32.3% 줄었지만…"부채비율 18.7% 불과"
부동산정책·제도 2025.04.03 18:04:14호반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716억 원으로 전년보다 32.3% 줄었다고 3일 공시했다. 다만 부채총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별도 기준 18.7%로 업계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건설의 연결 기준 매출은 2조 3706억원, 당기순이익은 2657억원으로 각각 11.9%, 55.2% 감소했다. 자산은 5조 8932억 원, 부채총액은 9304억원, 자본총액은 4조 9628억 원으로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18.7%로 집계됐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약 7.6% 포인트가 줄었고 유동비율은 500%를 유지해 건설경기 악화에서도 뛰어난 재무건전성을 보였다”며 “부채비율은 시공능력 평가액 4200억원 이상인 1군 건설사 중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대한전선을 주력 계열사로 둔 호반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06억 원으로 전년보다 79.6% 줄었다. 매출은 6323억 원으로 39.9% 감소했다. 호반그룹 내 유통을 담당하는 호반프라퍼티는 매출액 266억 원, 당기순이익 287억 원으로 집계됐다. 호반그룹 전체 매출은 9조 782억 원, 자산 규모는 16조 8814억 원으로 나타났다. -
“무역·수출 중기지원…정책금융 총동원해야” [S마켓 인사이드]
경제·금융금융정책 2025.04.03 18:03:2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상대로 관세전쟁의 불을 당기면서 정책금융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같은 주요 정책금융기관을 총동원해 무역금융과 수출기업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이 자동차 부품과 철강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여신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 당국이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3일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금융 확대를 비관세장벽으로 거론하며 견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국내 사정을 보면 정책금융 확대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통상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 체제가 끝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앞세워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만큼 한국도 민관 차원에서 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정책금융기관의 저리 대출과 보증, 여신 만기 연장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도 크게 문제 삼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면 금융 확대를 통한 대출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EU, 일본 등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AI와 반도체에 2030년까지 10조 엔(약 99조 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EU는 AI 산업 육성을 위해 총 2000억 유로(약 320조 원) 규모의 민간·공공 자본을 지원할 계획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보조금 정책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EU에서도 적용 범위가 넓은 산업 정책에는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금융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47조 5000억 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전년보다 2.9% 늘어난 것으로 명목 경제성장률 예상치(3.8%)에도 못 미친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경기가 더 가라앉고 수출이 급감하면 정책금융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공금융의 필요성이 절대적이다. 이를 고려하면 정부가 민간 금융권과 함께 100조 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한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다음 주에 나올 정부 차원의 자동차 산업 대책이나 향후 추가경정예산 논의에 정책금융기관 증자를 포함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송 선임 연구위원은 “수은은 국내 수출금융에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본 규모 확대를 긍정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금융사들이 무역금융과 중소기업 여신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 2094억 원으로 전월보다 약 2조 5000억 원 감소했다. 신한금융그룹만 해도 글로벌 무역전쟁 확대에 자동차 부품과 유통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확대해 시중은행들의 중기 대출 위험을 줄이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
[로터리] 식의약 안전관리에 스며든 AI
오피니언사외칼럼 2025.04.03 18:01:31문서 작성을 한참 하다 문득 자판을 본 적이 있다. 많은 자판 키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데 그 키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며 열심히 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판 속 오른쪽과 왼쪽에 자리잡은 시프트(shift)가 유독 눈에 띄었다. 시프트 키는 우리가 대문자나 느낌표 같은 특수 문자를 입력할 때 쓰고 다른 키와 함께 쓰면 기존 기능을 확장해 주기도 한다. 방향의 변화·전환을 의미하는 ‘시프트’가 일반 키들이 고유 역할에 더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꼈던 적이 있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AI 기술은 우리 일상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AI는 제조업이나 금융·제약 산업을 넘어 우리 일상 속까지 들어왔다. 청소기 속에 탑재된 AI는 최적의 청소 경로를 찾아내고 AI 스피커는 때론 친구처럼 때론 비서처럼 뉴스를 읽어주며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등 AI는 시프트 키처럼 기존에 해오던 방향에 변화를 주고 더 나은 것으로 전환을 가능하게 해준다. AI 기술은 정부의 시스템과 업무에도 스며들어 효율과 혁신의 원동력 역할을 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I 기술을 적극 도입해 업무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정부에서 최초로 국제 AI 경영 시스템(ISO/IEC 42001) 인증을 취득해 디지털 행정 역량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이에 앞서 재작년에는 연간 80만 건 이상 들어오는 수입 식품 검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위험 예측 및 전자 심사(SAFEi24)’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전에는 사람이 일일이 보고 서류 심사를 했지만 이제는 AI가 365일 24시간 자동으로 검토하고 문제가 없으면 수입을 승인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행정 절차를 자동화한 첫 사례다. 의약품 허가 심사 분야에도 ‘AI 심사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AI가 그동안 축적된 허가 심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례를 분석하고 허가·심사 기준과 비교해 심사자의 평가를 보조한다. 올해 정보 전략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식품과 의약품 안전 데이터 분석에 AI를 활용해서 보다 촘촘한 감시와 단속을 수행한다. 온라인에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불법 유통 사례와 허위·과대 광고를 차단하기도 하고 소비자의 민원이나 신고 등 정보를 분석해 각종 위험 실마리를 탐색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AI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산업계와의 소통에도 AI 기술을 활용한다. 식품 표시 기준이나 화장품 법령·가이드라인 등과 같이 유사한 질문이 많은 분야에 대해 24시간 언제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생성형 AI 기반의 챗봇을 올해부터 각각 시범 운영한다. 식약처는 직원들의 AI에 대한 관심과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식의약 AI 러너’는 AI 활용법을 배우고(Learner), 업무 적용 사례를 전파하며(Runner),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내부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기술 혁명의 시대다. 타성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함께할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식의약 안전 관리에 AI를 접목하기 위한 시도가 기술 변화에 대응하고 식의약 산업과 국민 건강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시프트’의 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강릉 하면 커피…지역 살리는 세계축제 만들것"
사회피플 2025.04.03 18:01:04“다음 달 열리는 세계커피축제는 강릉에 커피 문화가 꽃피운 후 20여 년 만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축제를 기점으로 강릉을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키워나가겠습니다.” 다음 달 2일부터 6일까지 닷새간 강원 강릉시 옥계해수욕장 일원에서 ‘제1회 세계커피축제’가 열린다. 축제에는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브라질·베트남·라오스 등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과 커피 소비대국인 미국·중국 등 20여 개국 주한 대사들과 전 세계 커피 업계 관계자, 관광객 등 수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금정 세계커피축제조직위원장은 1일 강원 강릉시 커피커퍼박물관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릉을 전 세계인들이 사계절 내내 커피를 마시러 찾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커피 도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강릉 커피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2000년 제주 여미지식물원에서 아라비카 커피나무를 들여와 강릉에 커피 농장을 설립했고 국내 최초 상업용 커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횟집만 즐비한 안목해변에 처음으로 카페를 차렸고 이후 일대가 카페거리로 활성화됐다. 세계적인 규모의 커피 유물 전시관인 커피커퍼박물관도 두 군데에서 운영 중이다. 올해 17회째인 강릉커피축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키워냈다. 세계커피축제는 매년 가을 열리는 강릉커피축제와 별도로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비수기인 봄철 관광객을 유입해 1년 내내 사람들로 북적이는 축제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며 “내수 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에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했는데 커피를 관광 자원으로 삼아 사계절 여행객들이 찾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커피축제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 없이 순수 민간자본으로만 치러진다는 점에서 여느 축제와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지역 소상공인과 마을 부녀회 등 지역민들이 중심이 돼 축제를 이끌어간다.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비교적 관광객들에게 덜 알려진 소외 지역을 축제 장소로 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 위원장은 “여행사와 함께 숙박과 연계한 세계커피축제 관광 상품을 개발했다”며 “커피 체험, 해변 걷기, 서핑 체험, 옥계 5일장, 버스킹, 무료 텐트촌 및 바이크 쉼터 운영 등 강릉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경기 불황으로 커피 소비가 줄어들면서 지역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것도 축제를 기획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최 위원장은 세계커피축제가 단순히 커피를 알리는 행사가 아니라 강릉이라는 도시를 알리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행사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름은 커피 축제지만 지역민들과 상생하고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목적이 크다”면서 “지역 상인들이 세계커피축제에 거는 기대에 부응하고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일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조직위는 축제 기간 최대 15만 명이 강릉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릉은 전국에서 인구 대비 카페 수가 가장 많은 2000개에 달하고 원두 생산부터 판매까지 이뤄지는 국내 유일한 도시라는 점에 근거한 수치다. 최 위원장은 “강릉이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 도시로 자리 잡는 과정은 인위적이지 않고 매우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웠다”면서 “단순히 먹고 마시는 행사가 아니라 국내외에서 커피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경험을 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축제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
“골프장에 살아도 돼”…88CC, 골프 꿈나무 후원
서경골프골프일반 2025.04.03 18:00:42“나중에 커서 좋은 선수가 되면 꼭 88CC를 잊지 않고,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장학 증서를 받아 든 골프 꿈나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자녀의 모습을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던 학부모들은 그 순간을 카메라에 생생히 담았다. 3일 경기 용인의 88CC에서 개최된 제15기 88CC 골프장학생 발대식.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후 장학생들에게 장학 증서를 전달한 서정천 88CC 대표이사는 “골프장에 살아도 됩니다. 그만큼 저희 골프장에 자주 와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여러분이 받는 혜택을 적극 활용해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학 경희대학교 교수, 엄창용 크리스에프앤씨 마케팅 이사 등이 장학생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국가보훈부에서 운영하는 88CC는 골프 유망주 육성과 국내 골프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장학생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대상자는 보훈대상자, 사회적 배려계층, 유망주 등 15명이다. 이날 발대식에는 대회 출전으로 참석하지 못한 5명을 빼고 10명이 참석해 장학 증서를 받고 88CC 소속 프로들과 18홀 라운드를 돌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장학생들에게는 88CC 라운드와 부지 내 연습장, 파3 코스 이용 기회가 주어진다. 또 골프의류업체인 크리스에프앤씨는 1500만 원 상당의 골프 용품을 장학생들에게 후원한다. 2023년부터 88CC 골프장학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자 국가상비군 남시은(충주방통고3)은 “3년째 이곳에서 훈련하며 많은 지원 받고 있다. 매년 실력이 성장하면서 올해 처음 국가상비군이 됐다”면서 “이곳에서 쌓은 기억들을 소중히 생각하며 앞으로 더욱 성장해서 더 큰 프로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88CC 골프장학생 출신 가운데는 남녀 프로골프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여럿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최혜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박민지, 방신실, 이소영,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김민규 등이 88CC에서 실력을 쌓아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서정천 대표는 “그동안 184명의 골프 유망주를 지원해 그중 47명을 국가대표 또는 국가상비군으로 배출하면서 국위선양에 기여했으며, 51명의 프로 선수 배출로 국내 골프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수도 88CC와 함께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
“부동산 대출 매년 100조 폭증…경제성장 발목 잡는다”
경제·금융금융정책 2025.04.03 17:59:55부동산 관련 대출 집중도가 과도해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산업 경쟁력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화·금융 당국 수장들도 한목소리로 부동산 대출 증가세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공동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부동산 문제로 금리를 낮추면 자금이 부동산이나 해외 주식으로 가는 문제가 있어 유효한 통화정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부동산 중심으로 금융이 흘러갔다는 것은 새 산업도 못 키우고 새 대체재가 없다는 것으로 장기 성장률도 낮아진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집값이 오르면 정책금융을 더 집행해줘야 하고 이것이 가계부채를 다시 끌어올리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그는 “당분간은 시중은행에서 저소득층 정책보증을 먼저 취급해준 뒤 나머지 대출은 부유층의 부동산 대출 대신 산업용 여신으로 돌려줘야 한다”며 “은행장들께서 도와주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와 함께 대담에 나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집을 살 수 있도록 무주택자를 도와주는 데에 금융이 많이 활용됐지만 이것이 가계부채 관리와 거시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한지 고민이 컸다”며 “그 일환으로 지분형 모기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재처럼 부동산 금융의 비중이 큰 상황에서는 주거용 부동산의 위험가중치를 지금처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의식이 있다”며 “홍콩처럼 국제 건전성 기준을 지키면서도 나라 사정에 맞춰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1673조 8000억 원에 달했다.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506조 7000억 원(43.4%)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7.5%에 달해 전체 원화대출(7%)과 명목 GDP(4.6%)보다 가팔랐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관련 대출이 명목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57.2%에서 2024년 65.7%로 8.5%포인트나 확대됐다. 경제 주체별로 보면 전체 은행권 부동산 담보대출 중 가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6.1%(771조 3000억 원)로 가장 컸다. 기업(553조 4000억 원·33.1%), 부동산업(304조 1000억 원·18.1%), 건설업(45조 원·2.7%)이 그 뒤를 이었다. 다른 업권에서도 부동산 담보대출 위주의 여신 취급 관행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상호금융권 부동산 담보대출은 457조 6000억 원이나 돼 2019년 이후 연평균 7.8%씩 늘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경우 21조 5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연간 평균 증가율로 보면 15.2%로 가파르다. 한은의 분석도 비슷하다. 한은은 가계와 부동산·건설업 기업대출을 포괄한 부동산 신용 규모가 1932조 5000억 원에 달해 민간 신용의 49.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2014년 이후 연평균 100조 5000억 원씩 늘면서 2013년 말 대비 2.3배나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담보·보증부 대출 위주로 신용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도 주목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대출에서 담보·보증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2.2%에서 2024년 74.4%로 확대됐다. 이 같은 부동산 대출 쏠림은 경제성장 기여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부동산 쏠림이 경기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 하강→부동산 가격 급락→부채 규모 축소’로 실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원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부동산 대출과 부동산 가격이 서로 순환 구조를 보이다 보니 (대출의) 경기 순응성이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중개 기능이 약화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금융권이 신산업 부문처럼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대출을 공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중심 금융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성 중심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적절한 핵심성과지표(KPI) 기준과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해외 칼럼] 역사를 거스르는 푸틴 그리고 미국
오피니언사외칼럼 2025.04.03 17:59:0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이자 사실상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프로세스의 중재자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요점의 상당 부분을 마치 미국의 입장인 양 그대로 되풀이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지도자적 자질에 최상의 찬사를 쏟아냈다. 필자는 그의 인터뷰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보다는 미국·러시아 관계의 역사를 짤막하게 요약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1991년에 소련이 무너지자 미국은 모스크바를 모욕하거나 고립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로 대우했다. 워싱턴은 새롭게 민주국가의 반열에 오른 러시아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 집단에 편입시키려 노력했다. 당시 러시아는 선진 공업국과는 거리가 멀었음에도 미국은 모스크바를 끌어들이기 위해 주요 7개국(G7)을 주요 8개국(G8)으로 확대했다. 미국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1989년부터 1998년 사이에 모스크바에 제공된 국제 대출 지원금만도 660억 달러에 달했다. 소련의 붕괴는 동유럽에 안보 공백을 만들었다. 오랫동안 러시아의 영향권에 속해 있었거나 정복까지 당했던 동유럽국들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모스크바에 깊은 불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들 중 일부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한편 이에 따른 러시아의 우려를 잠재우려 노력했다. 미국은 나토, 러시아와 다른 동유럽권 국가들을 망라해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창설했다. 또 러시아와 서방국들 사이의 신뢰 구축을 위해 공동 군사훈련을 비롯한 다양한 공조 활동을 계획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체첸에서 잔인한 전쟁을 벌이고 있던 러시아에 외교적 압박이나 경제적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19세기에 소련에 정복당한 무슬림 공화국 체첸은 소련이 해체된 후 러시아로부터 떨어져나오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푸틴은 1999년 말에 권력을 장악했다. 체첸 분리주의자들이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잔인한 테러 공격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얼굴 없는 관료에 불과했던 푸틴이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게 됐다. 푸틴은 지지 동력을 살리기 위해 곧바로 2차 체젠 전쟁에 돌입했다. 전쟁의 결과는 참혹했다. 수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체첸의 수도인 그로즈니는 폐허로 변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스크바 테러가 러시아 정보국의 자작극이었다고 믿는다. 푸틴의 제국적 야망을 이해하는 열쇠는 ‘소련의 붕괴가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비극’이라는 그의 유명한 발언이다. 푸틴은 소련이 아니라 차르 제국의 부활을 추구했다. 그가 단지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벨라루스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까지 손에 넣으려 드는 이유다. 조지아와 전쟁을 벌이고 몰도바에 압력을 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발트해 연안 공화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의 지위에 관해 그가 불만을 털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권좌에 오른 뒤 수십 년 동안 푸틴은 벨라루스·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조지아와 우크라이나 등지로 러시아의 영향권을 확대하려 시도했다. 특히 푸틴은 당선이 유력시되던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후보를 독살하려 했고 급기야 친러시아 인사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등 우크라이나의 내정에 대대적으로 개입했다. 2008년에 이르러 푸틴은 조지아가 서방 측으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나토에 회원 가입을 열망하는 국가들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했다. 이 기회를 이용해 푸틴은 조지아인들이 모스크바 테러를 사주했다는 거짓 주장을 내세워 조지아 침공을 단행했다. 2014년 푸틴은 그가 직접 세운 친러시아 대통령 치하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연합 협정’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 이에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를 보장한 1991년의 양국 간 합의를 무시한 채 199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앞서 키이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치한 핵무기를 파기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안보 보장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남긴 세계 3위의 핵무기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노력은 아무런 전진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첫 면담에서 바이든은 그의 나토 가입 의사에 반대했다. 이로부터 몇 개월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정복하고 수도인 키이우를 함락시킨다는 목표 아래 전면전에 돌입했다. 소련은 세계의 거대한 마지막 다국가 제국이었다. 푸틴 치하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조지아·벨라루스 국민의 열망을 무시한 채 수십 년에 걸쳐 제국의 재건을 시도했다. 푸틴은 역사와 자유, 인류의 희망이 있는 쪽의 반대편에 서 있다. 미국이 그의 편에 합류한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인사] 파이낸셜뉴스 외
사회피플 2025.04.03 17:58:19◇파이낸셜뉴스 △중기벤처부장 직무대행 김영권 △영상미디어부장 직무대행 강재웅 ◇폴리뉴스 △산업부장 정철우 △마케팅본부 광고국장 정성훈 ◇더트래커 △대표이사 김광현 △부사장 김진수 -
[여담] '지브리풍' 열풍에 대한 반성문
문화·스포츠문화 2025.04.03 17:57:53고백한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바꿨다. ‘이웃집 토토로’부터 ‘벼랑 위의 포뇨’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지브리스튜디오의 그림체로 사진을 변환해 주는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렸다. 오픈AI는 지난달 25일 ‘챗GPT-4o 이미지 생성’ 기능을 공개했다. 고급 이미지 생성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가 업로드한 사진을 지브리풍을 비롯해 디즈니·픽사·심슨 등의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변환해 주는 서비스다. 그 바람에 70대의 엄마도 “어떻게 하는 거냐, 나도 해보자”라며 접속했다. 최근 전문 업체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달 30일 집계 기준으로 챗GPT의 국내 일간활성이용자수(DAU)가 140만 명을 넘겼다고 한다. 2022년 11월 챗GPT를 처음 공개한 오픈AI는 지난해 말까지 가입자 수 3만 5000명을 확보했다. 증가세이기는 했으나 드라마틱한 성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단숨에 5억 명을 돌파했다. 사흘 전 샘 올트먼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지난 한 시간 동안 사용자 100만 명이 추가됐다”고 했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다. 이게 다 ‘지브리풍’ 열풍을 몰고 온 AI의 이미지 생성 기능 덕분이라 한다. 나는 나빴다. 지브리 화풍의 창시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016년 NHK 다큐멘터리에서 한 발언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한 개발팀이 그에게 AI가 만들어낸 기괴한 움직임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깊은 침묵 후에야 입을 뗀 미야자키 감독은 장애를 가진 친구의 불편한 거동을 이야기하며 “고통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든 작품”이라고 지적했고 “삶 그 자체에 대한 모욕(insult to life itself)”이라고 비판했다. 이후로도 그는 자신의 작업에 AI를 활용하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했다. “머지않아 미야자키 감독이 격노할 것이고 그러면 AI의 ‘지브리풍’ 생성은 중단될 것 같군.” 그래서 더 서둘러 가족사진 등을 지브리풍으로 변환시켜뒀다. 약아빠진 생각과 행동을 반성한다. 미야자키는 AI가 생성한 이미지와 영상에 왜 이토록 격렬히 반응했을까. 평생을 두고 창작을 지속해 온 그가 닿고자 한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임을 우리는 안다. 그가 만든 캐릭터들은 진정한 인간의 경험, 감정, 연약함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에게 예술은 스타일이나 기법 이전에 교감이었다. 그가 느꼈을 불쾌함은 기술 자체에 대한 반발이 아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진정한 삶의 무게와 고통을 모르는 창작’에 대한 근본적인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창작의 고통’이라 하지 않았던가. 예술적 창작은 삶에 대한 깊은 고뇌와 성찰 속에서 탄생한다. AI가 빠르게 창조하는 달콤한 이미지에 열광하는 우리가 너무나 쉽게 인간성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 미야자키는 그 불행한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오히려 흥미로운 지점은 ‘지브리풍’의 ‘풍(風)’이다. ‘샤넬풍’은 결국 짝퉁이요, ‘올드머니룩’ 또한 그럴싸해 보이는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풍’은 특정 스타일의 외양을 감각적으로 따랐을 뿐 그 문화가 가진 진짜 정체성에 닿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풍’은 분명 흥미롭고 매혹적이다. 그 바람을 타고 새로운 창조성과 상상력이 따라올 수 있다. 17~18세기 유럽 상류층에서 유행한 중국풍 양식인 ‘시누아즈리(Chinoiserie)’는 이국적 동양 문화에 대한 상상을 증폭시켜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냈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유행한 일본식 화풍 ‘자포니즘(Japonisme)’은 프랑스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AI가 던져주는 손쉬운 즐거움에 안주하지 말고 비좁은 ‘풍’의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혹자는 AI 예술의 발달로 예술가의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풍’의 예술 활동이 많아질수록 고유한 정체성을 갖는, 고통 속에 창작을 감내한 진짜 예술가들이 더욱 영롱하게 빛날 것이다. 열풍은 로망이다. ‘지브리풍’이 말한다. 지브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모두의 희망이요, 꿈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