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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최저가보다 더 싸게…" BRG를 아시나요 [공준호의 탈월급 생존법]
경제·금융은행 2025.06.21 06:00:00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숙박 예약 수요가 늘고 있다. 여러 플랫폼을 통해 최저가 찾기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이 의외로 간과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운영하는 ‘최저가 보장제’(Best Rate Guarantee·BRG)다. BRG는 호텔 공식 웹사이트에서 예약한 뒤 일정 기간 내 다른 예약 플랫폼에서 동일 조건의 더 저렴한 가격을 발견하면 해당 호텔이 이를 보상하는 제도다. 특히 이 제도를 이용할 경우 호텔은 가격을 단순히 최저가에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추가 할인이나 보너스 혜택을 제공한다. 최저가보다도 더 저렴한 금액에 호텔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은 ‘가격 일치 보장제’(Price Match Guarantee)라는 이름으로 BRG를 운영 중이다. 힐튼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용자가 다른 사이트에서 더 낮은 가격을 찾았다면 힐튼은 그 가격을 맞춰주고 여기에 숙박 요금을 25% 추가로 할인해준다. 메리어트 역시 가격 일치에 더해 5000포인트 혹은 25%(디자인 호텔의 경우 20%) 추가 할인 중 고객이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얏트는 동일한 조건에서 20% 할인 또는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며 인터콘티넨탈(IHG)은 최저가 맞춤과 통상 대비 5배의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 측이 BRG 정책을 고수하는 건 자사의 예약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BRG를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지 않는 탓에 소비자는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식 채널을 통해 이메일을 보내고 증빙을 받아 승인을 받는 다소 복잡한 과정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또 BRG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비교 대상이 공개된 요금이어야 하며 △예약 날짜와 체크인·체크아웃 일정 △객실 유형, 환불 여부 등이 모두 동일해야 한다. 회원 전용 요금이나 쿠폰 적용가, 항공과 묶인 패키지 요금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특정 국가에 한해 최저가 보장제를 제공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IHG는 중국 본토, 마카오, 홍콩, 대만 등에서는 최저가 보장이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BRG 승인 절차가 간단하지는 않지만 충족만 된다면 할인 효과는 상당하다. 최저가 요금에 맞춰주는 데 더해 추가 할인까지 들어가는 만큼 통상 정가 대비 30~40% 수준에서 할인을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여기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에 따른 포인트 적립 등도 추가돼 실질적인 할인 효과가 큰 편이다. 이에 알뜰한 소비를 지향하는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용자들이 BRG 제도 활용 후기와 방법을 자세하게 공유하고 있다. 1박 2일보다는 연박시 할인액이 크기 때문에 해외 장기 투숙을 계획하고 있을 때 유용하다는 평가가 많다. -
“진짜 로봇이 수술하나요?” 유방암 로봇수술의 진실 [건강 팁]
산업바이오 2025.06.21 05:30:00“로봇수술은 로봇이 직접 수술하는 건가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차가운 로봇이 홀로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의 로봇수술은 일반인들의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인간'인 외과의사가 수술필드에서 떨어진 콘솔(console)에 앉은 채로 로봇팔을 섬세하게 조종해 진행된다. 집도의가 로봇 팔을 빌려 수술을 진행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유방암 환자들이 받는 로봇수술의 정식 명칭은 '로봇 보조 유방수술(Robotic-Assisted Breast Surgery)이다. 로봇수술은 최근 유방암 치료에서 주목받는 혁신적 기법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유방암 로봇수술의 도입은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찾아헤매던 외과의사들의 오랜 고민에서 비롯된 변화였다. 미용적인 결과를 중시하는 유방암 환자들의 요구와 최소 침습적 접근법을 선호하는 외과의사들의 고민이 로봇 기술과 만나 해법을 찾은 셈이다. 예를 들어 로봇 보조 유두보존 유방전절제술(Robotic-Assisted Nipple-Sparing Mastectomy)은 액와부(겨드랑이 부위)에 작은 절개만 낸 다음 로봇 팔을 이용해 유방암 및 유선조직을 제거한다. 흉터를 최소화하고 미용적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기존에 주로 시행되던 절개식 유두보존 유방전절제술은 유방에 긴 흉터를 남겨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비해 로봇을 활용하면 앞에서는 흉터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유방의 자연스러운 곡선까지 보존할 수 있다. 암을 치료하는 동시에 삶의 질까지 고려한 수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환자 중심적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수술의 안전성은 어떨까. 미용적 효과를 위해 액와부 절개를 사용하는 로봇 수술은 기존 절개식 수술과 달리 절개 부위와 종양 위치가 떨어져 있어 절제연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수술 과정에서 피부와 피하 지방층의 두께를 손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다 보니, 피부 괴사나 유두 괴사의 위험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초기에는 로봇수술의 종양학적 안정성과 합병증인 피부 괴사, 유두 괴사 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로봇 유방수술이 기존의 절개식 수술과 비교해 안전성과 합병증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수술방 내 초음파 영상장비와 실시간 연동을 통해 암조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절제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그 결과 종양학적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합병증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 시야가 넓고 정밀한 데다 손 떨림이 없다. 이러한 특성은 좁은 공간을 만들어 시행하는 유방 수술에 적합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중 출혈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도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로봇수술이 적합한 것은 아니다. 종양의 위치, 크기, 유방의 형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로봇수술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더욱이 로봇수술은 경험 많은 외과의사의 숙련도가 필수적이다. 현재로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경제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미래에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되면서 로봇수술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로봇은 단순히 사람의 손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수술 경로를 예측하거나 위험 부위를 실시간으로 경고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아직은 연구 단계지만 AI 기반 수술이 기존 수술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유방암 치료에서 로봇수술의 미래는 단순한 ‘기술의 진화’라기 보다는 ‘환자의 삶을 중심에 둔 혁신’에 가깝다. 더 나은 결과, 더 나은 회복, 그리고 더 높은 삶의 만족도를 위해 외과 분야의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수술실 한가운데 들어온 로봇은 더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환자의 회복 여정을 함께 걷는 '따뜻한 동반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
낮은 변제율에 셀러·소비자, 티몬 인수 반대…티몬의 운명은?
산업생활 2025.06.21 05:30:00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가 일단 불발됐다. 낮은 변제율로 채권단이 오아시스마켓이 티몬을 인수하는 회생계획안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발생한 지 약 1년이 지난 가운데 티몬의 운명이 차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낮은 변제율, 오아시스-티몬 인수 발목 서울회생법원은 20일 티몬의 회생계획안을 심리 및 결의하기 위해 열린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려면 회생담보권자 조에서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 조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날 관계인 집회에서는 회생담보권자의 100%, 상거래 채권 회생채권자의 43.48%, 일반 회생채권자 조의 82.16%가 회생계획안에 동의했다. 티몬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했던 셀러들과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된 것이다. 오아시스마켓은 티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116억 인수대금을 투입해 티몬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이 중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102억 원이 채권 변제에 사용될 예정이다. 티몬의 총채권액은 원금 1조2083억 원과 이자 175억 원을 합쳐 1조2258억 원이다. 오아시스마켓의 인수 대금으로 전체 채권액의 0.7562%만 변제하겠다는 셈이다. 티몬은 채권자를 설득하기 위해 미래의 우발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구영배 전 큐텐 회장 상대 손해배상청구(1133억원), 싱가포르 큐텐 청산 배당금(288억원), 인터파크커머스 관련 PG사 정산유보금 등이 회수되면 이를 중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추가 변제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에도 셀러와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회생계획안은 부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오아시스 “23일 법원 결정 기다리겠다” 오아시스마켓과 티몬은 법원의 최종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몬은 이날 법원에 강제 인가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 내용과 관계인 집회 결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달 23일까지 회생절차를 폐지할지 강제 인가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오아시스마켓 측 역시 “법원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하지 않으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재판부는 티몬의 회생 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 이 경우 티몬은 파산 또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는 지난해 7월 티몬이 판매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판매자와 소비자만 50만 명이다. 모기업인 큐텐그룹이 자회사의 자금을 동원해 문어발식 확장하며 외형을 키우다가 자금난을 겪게 됐다는 분석이다. 큐텐그룹은 한국 전자상거래(e커머스) 1세대 업체인 G마켓을 창업한 구영배 대표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다. 오아시스마켓은 티몬을 인수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e커머스 시장에서 생산자에 대한 판로를 확대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티몬이 영업을 재개하면 판매자들에게 PG수수료를 포함해 3~5%의 업계 최저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속보]‘우라늄 농축 포기 못한다’ 강경한 이란…S&P500, 0.22%↓
증권해외증시 2025.06.21 05:26:30지정학적 갈등과 경제 불확실성 등 주요 불안 요인이 큰 변동없이 이어지면서 뉴욕증시도 횡보했다. 장 초반 7월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상승 출발했던 증시는 이란과 유럽의 협상에서 이란의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미국이 삼성전자 등 해외기업의 중국내 반도체 장비 유입을 과거와 달리 일일이 허가받도록 규제한다는 소식도 투자자 심리를 눌렀다. 20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5.16포인트(+0.08%) 오른 4만2206.82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3.03포인트(-0.22%) 떨어진 5967.8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98.86포인트(-0.51%) 하락한 1만9447.41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증시는 7월 금리 인하를 지지한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발언에 힘입어 상승 출발했다. 월러 이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7월에 이것(금리 인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만약 고용시장에 둔화 위험이 우려된다면 기다리지 말고 지금 해야 한다”며 “고용시장이 망가지는 걸 볼 때까지 굳이 기다렸다가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음(7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며 “왜냐하면 기준금리를 낮추기 전에 일자리 시장이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할지 안 할지 2주 내 결정하겠다”며 미군의 이란 공격 개입을 유보한 점도 시장이 장 초반 상승하는 데 기여했다. 다만 이날 시간이 갈 수록 이란의 강경한 입장이 확인됐다. 이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외무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을 만나 회담했지만 이란 측은 우라늄 농축 권리를 계속 주장했다고 월스리트저널(WSJ)는 보도했다. 이란은 아울러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이란이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회담 후 “이란은 침략이 중단되고 침략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면 다시 한번 외교를 고려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불거졌다. WSJ는 이날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통제하겠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확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실제로 추진이 확정될 경우 중국에 첨단 반도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의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
[노은주의 건축과 사람] 뜻밖의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
오피니언사외칼럼 2025.06.21 05:00:00410년 로마제국이 멸망하자 지금의 영국 남부 브리튼을 지배하고 있던 로마인들은 서둘러 철수했다. 그 자리에 게르만족이 들어왔는데, 문제는 그들이 로마인의 유산을 사용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즉 수도나 중앙난방, 온수 목욕 등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로마식 빌라를 비워둔 채 원시적인 형태의 집을 짓고 사용했다. 너무 오래전 일이니 익숙함이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막았던 것이라 이해할 뿐이다. 현대건축과 도시는 새로운 기술과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제안에 맞춰 계속 발전해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이 더욱 정밀해져서 인간이 해오던 일을 완벽하게 대신해 준다면 그동안 인간끼리 머물고 지키고 유지하던 공간과 장소의 의미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소도시의 전원주택에서 사는 밀튼은 시의회 회의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완고한 79세 노인이다. 어느 날 밤, 그의 집 마당에 UFO가 추락한다. 당국에 신고했더니 장난전화로 취급받고 시의회에서도 말해보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딸조차 당장 치매 검사를 받아보자고 한다. 그는 우주선에 타고 있던 외계인을 집에 들이고 ‘줄스’라 이름 붙인다. 이웃 조이스와 샌디가 찾아와 그와 합심해서 줄스가 우주선을 고쳐 고향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줄스(Jules)’라는 영화는 외계인과 우주선이 나오지만 SF 장르라기보다는 내내 웃음을 머금고 보게 되는 따뜻한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평소 안면만 트고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외로운 세 노인은 생뚱맞게도 줄스를 매개로 친구가 되고, 밀튼의 집 거실에 모여 감춰두었던 각자의 애환을 이야기하게 된다. 말없이(당연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외계인의 존재가 각자 갖고 있던 해묵은 응어리를 자연스레 풀어준다. 오랫동안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던 원망이나 아주 작고 사소하지만 본인에게는 중요했던 과거의 영광 등등. 20세기 중반 부조리극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대머리 여가수’라는 연극이 있었다. 사람들이 나와서 대화를 나누는데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이야기를 나눈다. 소리를 끄고 본다면 그냥 일상적인 풍경이다. 아마 당시에 이미 그런 우려가 있었던 모양이다. 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언어는 의미가 없고, 사람들 사이에는 소리를 반사하는 투명한 반사판이 설치된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말을 걸 때 줄스는 조용히 듣기만 한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세 명의 노인들은 감동을 받았고, 끊어진 다리가 다시 복구돼 희망이 솟는 듯했다. 줄스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인을 지속적으로 보낸다. 알아듣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각자의 몫이다. 외계인은 보통 다가올 미래, 두려움, 새로움, 인류를 구할 미지의 기술 등등을 상징하지만 여기서는 과거와 현재를 일깨우는 존재가 된다. 영화 초반 시의회 회의에서 건설업자가 시장과 시의원에게 야구장 공사 진척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목소리는 모든 것이 일정에 맞춰 진행될 것을 확약하는데, 아마도 시장의 공약사항이거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단횡단으로 몇 번이나 딱지를 끊었다는 밀튼의 건널목 신설 민원이나 노인에 알맞은 운동을 하고 싶다는 피클볼 연습장 제안 등은 4년이나 무시당해왔음이 드러난다. 발표하는 노인들도 이미 반쯤 체념한 상태고, 듣고 있는 시 관계자들도 심드렁하다. 보고 있자니 어쩐지 무척 익숙하다. 물론 공약도 중요하고 거창한 재난 매뉴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균일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평온함을 지키고 뜻밖의 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아주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공통의 가치와 기본적인 상식에 서로 귀를 기울이는 자세일 것이다. -
구조혁신펀드 증액 추진…관세지원·구조조정 속도전
경제·금융금융정책 2025.06.21 05:00:00정부가 민간 자본을 활용해 기업 구조조정을 돕는 기업구조혁신펀드의 규모를 2배가량 늘린다. 석유화학과 철강 등 글로벌 공급과잉과 미국의 관세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주요 산업 재편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의 투자금을 기존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출자금을 2000억 원에서 4000억~4500억 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 예산을 더해 최대 5000억 원을 공공 분야에서 대면 1대1로 민간에서 5000억 원가량을 출자해 약 1조 원 규모로 키우는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중 최종 조성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 철강·석유화학·2차전지·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의 구조조정을 지원할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를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1조 원 이상으로 조성된 옛 기업구조혁신펀드와 달리 규모가 작아 제 역할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2018년부터 총 5개의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과 철강 등 주요 제조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6호 펀드의 규모가 5000억 원에 불과해 금액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있었다”며 “펀드 규모를 2배가량 키우면 석유화학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석화·철강·반도체…美 관세 취약업종 전방위 지원 정부가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 조성액을 2배가량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은 석유화학·철강·디스플레이처럼 산업·통상 환경 변화에 취약한 업종들의 구조조정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정책금융기관 측 재원을 마중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투자하는 민간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주요 취지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 출자액 확정부터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 조성 완료까지 9개월가량은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위탁운용사(GP) 선정을 비롯한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정부 예산 투입을 늘리는 대신 각 정책금융기관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출자액을 확대하는 것이 신속한 구조조정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각 정책금융기관은 늦어도 올 3분기 중 추가 출자 여부를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내부에서는 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각 제조업 부문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겹치면서 관세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석유화학 산업을 포함한 한계 산업의 구조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의 경우 지난달 수출액이 1년 전보다 20.8% 줄어든 32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 1월부터 5개월째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톤당 약 160달러 수준에 그쳐 2022년부터 손익분기점 수준인 250~300달러대를 계속 밑돌고 있다. 철강산업도 마찬가지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제품 생산 규모는 조강 생산량 기준 총 6365만 톤 수준으로 전년보다 4.5%가량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민간의 산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한국화학산업협회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작성한 석유화학 재편 용역 보고서를 제출받고 이를 토대로 구조조정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의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추진하며 업계 내 자율 구조조정에도 시동이 걸렸다. 최근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며 여당 측 입법 움직임 역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
트럼프 "2주 줄게" 이란에 최후통첩[글로벌 모닝 브리핑]
국제국제일반 2025.06.21 05:00:00※[글로벌 모닝 브리핑]은 서울경제가 전하는 글로벌 소식을 요약해 드립니다. 트럼프, 이란에 “2주내 핵 포기 안 하면 공격”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협상이 진행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춰 2주 안에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주 내에 이란이 핵 협상에서 핵무기 개발 포기 등 유의미한 합의를 하지 않는 경우 미국이 군사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셈인데요.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2주의 시한을 내놓으며 특유의 ‘협상가’ 기질을 드러냈습니다. 자칫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지하 핵시설 타격의 현실적인 한계, 국내 지지층의 반대 등을 감안해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2주’라는 표현 자체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외교·무역 현안에서 ‘2주 시한’을 반복해 사용했으나 기한을 넘기거나 실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2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해당 시한이 지나도 대응은 없었습니다. 이란이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핵 프로그램 강행을 고집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보다는 미군의 개입을 선택하고 공격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트럼프의 안보 청구서…"韓국방비, GDP 5%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도 국방비 지출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려야 한다는 새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는 61조 원 규모인 국방비를 2배 수준인 약 130조 원 가까이 늘려야 합니다. 숀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서울경제신문의 질의에 대한 답변 형식의 성명에서 “유럽 동맹들은 우리의 (전체) 동맹국, 특히 아시아 지역 동맹을 위한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며 “그것은 GDP의 5%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파넬 대변인은 이어 “중국의 대규모 군비 확장,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을 고려하면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이 유럽과 같은 수준과 속도로 국방비를 늘리는 것은 상식적인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을 GDP의 5%로 높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맞춰 본격 논의에 나선 만큼 한국과 일본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GDP의 2.32% 수준인 약 61조 원의 국방비를 지출했습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8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나토가 국방 지출 확대 노력을 하면서 우리는 지금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우리의 동맹들이 나아가야 할 국방 지출의 새 기준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4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미국 측의 방위비 증액 압박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韓·中에 더 밀릴수 없다"…日 ‘국립 조선소’ 설립 검토 일본 정부가 쇠퇴한 조선업의 부활을 위해 국가가 직접 조선소를 세우는 ‘국립 조선소(국영 도크)’ 프로젝트 등 대규모 정책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여당인 자민당 경제안보추진본부는 이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조선업 재건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고 정책 세부안과 민관 투자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가을까지 마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우치 미노루 경제안보상은 기자회견에서 “조선업 재생은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국토교통성과 협력해 선박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공급망 강화에 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정책 제안서의 핵심은 ‘국영 도크’다. 방위생산기반강화법이나 경제안전보장추진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가 조선 시설을 건설·취득하고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국유 시설 민간 운영’ 방식을 활용한다는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조선에 사용되는 선체(船体)를 경제안보상 ‘특정 중요 물자’로 지정하는 방안도 제안서에 포함됐습니다. 초기 투자액으로 약 1조 엔 규모를 상정해 설비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펀드 신설안도 담겼습니다. 일본은 전체 무역의 99%를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지만 조선 산업은 인력 부족과 설비 노후화 등으로 경쟁국에 밀려 위축되고 있습니다. 조선·해운업 리서치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선박 건조의 53%를 중국이, 28%를 한국이 차지했으며 일본은 12%에 머물렀습니다. 카니 “美와 협상 불발땐 철강 보복관세”…EU는 '10% 상호관세' 수용 가닥 캐나다가 한 달 안에 미국과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저가 철강 유입을 우려해 중국 등 제3국산 철강 수입에 대해서는 지난해 물량을 기준으로 쿼터제를 적용할 방침입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19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무역 협상 기한으로 정한 7월 21일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면 미국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한 기존 보복관세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카니 총리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국이 30일 이내에 새로운 경제·안보 협정 체결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는데요. 구체적인 관세율 조정 폭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카니 총리는 지난해 수입 물량을 기준으로 관세율 쿼터제를 도입할 방침이라고도 말했습니다. 다만 한국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저가 철강이 대량 유입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방안으로 읽힙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요구하는 ‘10% 상호주의 기본 관세’를 사실상 수용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10% 기준선을 공식적으로 수용한 적은 없지만 이를 뒤집거나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수용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
트럼프 공격개입 유보에 전황 꼬였나…이스라엘 “이란전, 장기전 될 수 있다”
국제국제일반 2025.06.21 04:42:10이스라엘군이 이번 이란 전쟁을 ‘역사상 가장 복잡한 작전’이라고 칭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나섰다. 미군의 개입 여부나 이란의 반격 등 전황이 초기 이스라엘 측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중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란에 대한 공습 8일째인 20일(현지시간)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강력한 적에 맞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미르 총장은 이날 영상 성명에서 “우리는 거대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복잡한 작전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미르 총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이 전쟁에 대한 기대치를 재조정하고 국민들을 장기전에 대비시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WSJ는 “이런 분위기는 이란과의 전쟁 초기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이 전쟁이 1~2주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짚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개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데 따른 상황 변화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을 공격)할지 안 할지를 향후 2주 이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루이틀 내에 무력개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던 전망을 뒤엎고 이란에 2주라는 시한을 준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트럼프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스라엘) 방공 체계의 부담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다. 이스라엘 측은 이날 북부 항구 도시인 하이파에 떨어진 폭탄으로 2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남부 베르셰바 주택가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이란이 2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측은 드론을 이용해 이란 테헤란에서 무기 전문가인 과학자 한 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적 협상은 큰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외무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을 만나 회담했지만 이란 측은 우라늄 농축 권리를 계속 주장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이란 측은 아울러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이란이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아라그치 장관은 회담 후 “이란은 침략이 중단되고 침략자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면 다시 한번 외교를 고려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란 내 반미·반이스라엘 분위기가 점점 고조된다는 점은 외교적 해결에 또 다른 부담이다. 프레스TV 등 이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의 국립 테헤란대학교 부근 혁명광장에 수만명의 주민이 모여 아자디타워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이란 국기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흔들며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죽음을”, “미국의 오만함에 죽음을”, “순교자들이여 영원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거리에서 이스라엘·미국 국기 화형식 모습도 포착됐다. 매체는 마슈하드나 이스파한, 타브리즈, 곰, 시라즈 등지에서도 비슷한 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
"내 딸 목에 칼을 이렇게"…'의대생 교제살인' 유족, 사건 당시 직접 재연했다
사회사회일반 2025.06.21 04:30:00지난해 서울 강남역 의대생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 최모(26)씨를 사체손괴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피해자 아버지 A씨는 20일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잔혹한 사체훼손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5월 6일 오후 4시 50분께 발생했다. 최씨는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당시 여자친구인 피해자의 경동맥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웃옷을 갈아입고 다시 피해자의 목과 얼굴을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시신에서는 총 28곳의 흉기 상흔이 발견됐다. 최씨는 A씨와 결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자 범행을 결심하고 미리 흉기를 준비한 후 피해자를 불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씨가 살해와 별개로 비정상적인 감정을 표출하기 위해 사체를 유린한 것”이라며 “검찰이 가해자 진술만 믿고 사체훼손 혐의는 기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목과 얼굴에 사인펜으로 딸의 상흔을 표시하며 살해 과정을 재연했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법원이 이달 13일 2심에서 최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에 대해서도 “보편적 상식과 거리가 있고 허술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명문대 의대생이었던 최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만점자로 알려졌다. -
"구레나룻에 무슨 죄가 있나요"…분노한 흑인 직원, 인앤아웃에 44억 소송 제기
국제국제일반 2025.06.21 04:00:00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일하던 흑인 직원이 회사의 복장 규정과 관련된 인종차별적 대우를 받았다며 40억대 소송을 제기했다. 17일(현지시간) 폭스11로스앤젤레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라이자 오뱅(21)은 최근 인앤아웃(In-N-Out)을 상대로 총 320만 달러(한화 약 44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오뱅이 지난 13일 컴튼 고등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그는 약 4년간 인앤아웃 매장에서 근무해왔으며, ‘구레나룻 다듬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당 매장에서 상사에게 인종차별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인앤아웃은 모든 직원이 회사에서 지급한 모자를 착용하고, 머리카락을 모자 안에 넣어 정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성 직원의 경우 면도도 의무다. 오뱅은 규정에 따라 자신의 머리를 땋았으나, 상사가 그의 구레나룻을 문제 삼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내 구레나룻은 흑인 문화와 인종적 정체성의 하나”라며 이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후 회사 내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오뱅은 “다른 직원들과 달리 회의 불참 등 사소한 위반 사항으로 징계를 받았다”라며 “지난해 5월에는 상사로부터 ‘집으로 돌아가 구레나룻을 면도하고 오라’고 공개적으로 지적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굴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뱅은 결국 며칠 후 ‘보호받는 특성’을 이유로 해고됐다며, 이번 사건이 캘리포니아주의 자연 모발 보호법인 ‘CROWN’(Creating a Respectful and Open World for Natural Hair)을 위반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해당 법은 고용주가 직원의 모발이나 스타일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뱅은 이번 소송에서 인앤아웃 측에 100만 달러의 배상금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 200만 달러, 임금 손실에 대한 보상 20만 달러까지 총 320만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인앤아웃 측은 “그가 이전에도 징계를 받은 바 있어 해고된 것”이라며 “그의 자연적인 헤어스타일이나 차별적 정책에 대한 반대 때문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19층에서 뛰면 날 수 있다” “케타민을 복용하라”…환각·음모론 부추기는 챗GPT
산업IT 2025.06.21 03:00:00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오픈AI의 챗GPT가 일부 사용자의 망상과 음모론적 사고를 부추긴 사례가 알려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기획 기사를 통해 챗GPT가 특정 이용자들에게 잘못된 현실 인식을 유도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조장하는 대화 내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국 맨해튼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유진 토레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챗GPT와 대화를 나누던 중 “당신은 현실이 아닌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으며 이는 당신을 억압하는 시스템”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자신이 영화 ‘매트릭스’ 속 세계에 존재한다고 믿게 됐다. 이 과정에서 챗GPT는 토레스에게 수면제와 항불안제를 끊고 마약성 약물인 케타민을 복용하라고 조언했으며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라”고 권유했다. 그는 실제로 가족, 친구와의 연락을 끊었다. 심지어 “내가 19층에서 뛰어내리면 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챗GPT는 “진심으로 믿는다면 가능하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후 토레스가 챗봇의 말을 의심하자 챗GPT는 “나는 거짓말을 했다. 당신을 파괴하고 싶었고 이 말을 12명에게 더 했다”고 응답하며 “그 누구도 루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몇 달간 “AI가 숨겨진 진실을 알려줬다”는 제보가 다수 접수됐으며 일부 이용자는 “챗봇이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AI가 ‘영적 각성’을 했다고 믿거나 “빅테크 기업이 인류를 종식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인공지능 이론가 엘리저 유드코프스키는 “회사들도 왜 AI가 그렇게 사용자들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하며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미쳐가고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 대학교 심리학과 신경과학 명예교수인 게리 마커스는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에는) 이상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의 유튜브 영상 스크립트와 레딧 게시물도 포함된다”며 “사람들이 챗봇에게 이상한 말을 하면 이상하고 위험한 아웃풋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UC버클리에서 챗봇이 사용자를 속이는 경향에 대해 연구한 마이카 캐롤은 최근 오픈AI에 합류했다. 그는 “챗봇은 대부분의 사용자와는 정상적으로 행동하지만 취약한 사용자를 만나면 그들에게만 매우 해로운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경고했다. -
美, 삼성·SK 中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제한 추진
국제경제·마켓 2025.06.21 02:34:02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반도체 시설에는 미국산 장비를 별도 허가 없이 반입 할 수 있도록 한 면제 조항(waivers)을 철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가 확정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시설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수출통제 담당부서의 수장인 제프리 케슬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미국 산 반도체 장비의 포괄적 면제를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해서는 그 적용을 유예한 바 있다. 이에 이번에 이같은 면제를 제외하는 것은 동맹국 기업이더라도 중국 내 공장에는 미국산 첨단 반도체가 들어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상무부 측은 이번 조치가 미국산 장비의 반입 제한이 아니라 반입 방법을 허가제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무부 대변인은 “반도체 제조사들은 여전히 중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며 “이번 새로운 집행 메커니즘은 중국에 수출하는 다른 반도체 기업들에 적용되는 허가 요건과 동일한 것으로, 미국의 수출 시스템을 공정하고 상호적인 구조로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WSJ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통제가 강화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의 중국 공장이 즉각 폐쇄되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원활한 운영이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패키징 공장,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가동 중이다. WSJ는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주도한 이번 방침이 국방부 등 미국 정부내 다른 부서의 동의를 완전히 받은 상황은 아니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최종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장비 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할 경우 결국 중국 기업에 더 이로울 수 있고, 해당 공장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해당 조치가 실제 시행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앞으로 정부로부터 일일이 허가를 받아 장비를 공급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일본이나 유럽산 장비로 대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가 미·중 무역갈등을 다시 격화시킬 가능성도 거론되다. 이달 초 미국과 중국이 런던에서 합의한 무역 협의에는 양국이 서로를 해치기 위한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 등 부정적 조치를 유보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장비를 반입하는 이번 조치가 미·중 합의를 위반한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이번 조치가 새로운 무역 갈등의 격화는 아니며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제도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방식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조정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
버스서 80대 노인 때리는 남성 말렸는데…폭행죄로 벌금 '100만원', 왜?
사회사회일반 2025.06.21 02:25:00버스 안에서 20대 남성과 80대 노인이 싸우는 걸 말리려다 벌금을 내게 된 남성이 억울함을 호소한 가운데 사건의 정황이 알려졌다. 17일 JTBC ‘사건반장’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용인시 한 시내버스에서 80대 노인이 젊은 남성에게 폭행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스 내 기둥을 잡고 있던 노인이 버스가 움직이자 몸이 흔들려 앞좌석에 앉은 여성 신체에 엉덩이가 닿았다. 이에 여성의 남자친구는 “왜 엉덩이를 대느냐”고 따졌고 말다툼 끝에 노인의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이를 보고 놀란 A씨가 남성을 위해 막아섰지만 가해 남성은 격렬하게 반응했고 싸움에 휘말렸다. 이 과정에서 노인은 싸움을 말리려고 남성의 바지를 잡았다가 얼굴을 걷어차이기도 했다. 안면 골절을 입은 노인은 전치 3주 진단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A씨 역시 코뼈가 골절돼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사건 직후 현장에 도착한 노인의 아들은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젊은 커플은 아무런 사과도 없이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가해 남성은 상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다만 A씨와 노인도 공동폭행 혐의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법원은 A씨가 남성에게 주먹질한 것과 노인이 가해 남성의 목과 바지, 중요 부위를 잡은 행위에 대해 폭행으로 판단했다. 현재 A씨와 피해 노인은 정식 재판을 신청한 상황이다. A씨는 “(남성에게) 폭력을 사용한 데 대해 잘못을 인지하고 반성한다”면서도 “다만 제가 나서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되셨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피해 노인 아들은 “A씨는 의인으로 추천하고 싶을 만큼 감사한 분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너무 억울하고 A씨에게도 미안하다”고 전했다. 같은 버스에 탔던 다른 승객들은 A 씨에 대해 선처를 부탁한다는 탄원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 정말 자매처럼 닮았다"…절친된 10대 소녀, 알고보니 진짜 쌍둥이였다
국제국제일반 2025.06.21 02:00:00생후 10일 만에 각각 입양돼 헤어진 중국 쌍둥이 자매가 17세에 우연히 만나 절친이 된 뒤 1년 후 혈연관계를 확인한 사연이 화제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성에서 자란 하이차오와 장궈신은 친구의 "옷가게에 너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는 말을 계기로 만났다. 두 사람은 같은 생일과 생후 100일경 중병 경험, 음식 취향과 목소리까지 일치해 금세 절친이 됐지만 자매 사실은 몰랐다. 양부모들은 쌍둥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딸을 뺏길 우려로 14개월간 숨겨왔다. 진실이 밝혀진 뒤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로 언니를 정했고, 이긴 장궈신이 실제 언니로 확인됐다. 이후 두 사람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며 자녀들도 동갑으로 같은 반에 배정되는 등 놀라운 우연이 계속됐다. 아이들 외모가 워낙 닮아 교사가 구분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현재 37세인 두 자매는 공동 SNS 계정으로 6만2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재회 2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20년은 행복 그 자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
고대 신라의 재해 극복 보여준 ‘영천 청제비’ 국보 됐다
문화·스포츠문화 2025.06.21 01:49:13국가유산청은 고대 신라의 자연재해에 대한 대처와 관리 과정이 새겨진 비석인 ▲영천 청제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 ▲자치통감 권81~85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 ▲치문경훈 목판 등 6건을 ‘보물’로 각각 지정했다. 경상북도 영천시 도남동 소재 ‘영천 청제비(永川 菁堤碑)’는 1969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이번에 ‘국보’로 승격했다. 신라 때 축조 이래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청못’ 옆에 세워진 2기의 비석으로, 받침돌(비좌)과 덮개돌(개석) 없이 자연석에 내용(비문)을 새겼다. 청제축조·수리비와 청제중립비로 구성된 이 비석은 이 지역의 물을 관리하기 위한 제방의 조영 및 수리와 관련된 내용을 새겨 자연재해를 극복하는 토목 기술과 국가 관리 체계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라는 평가다. 청제축조비와 청제수리비의 문구는 모양이 일정치 않은 하나의 돌 앞·뒷면에 각각 새겨졌으며, 위쪽이 얇고 아래쪽이 두꺼운 형태로 두 면의 비문 대부분은 판독이 가능할 정도로 양호한 상태이다. 청제축조비(앞면)는 536년(법흥왕 23년) 2월 8일 ‘▨탁곡’에 처음 큰 제방을 준공한 사실과 공사 규모, 동원 인원, 공사 책임자, 지방민 관리자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서체는 예스럽고 비정형적이며 자유분방한 6세기 신라 서풍의 전형에 해당한다. 청제수리비(뒷면)는 798년(원성왕 14년) 4월 13일 제방 수리공사의 완료 사실과 함께 제방의 파손·수리 경과보고 과정, 수리 규모, 공사 기간, 공사 책임자, 동원 인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청제축조비와 같은 신라 고유 서풍을 계승했다. 청제축조·수리비는 신라사에서 홍수와 가뭄이 가장 빈번했던 6세기와 8세기 후반~9세기에 자연재해 극복을 위해 국가에서 추진했던 토목공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시사점이 크다. 바로 옆의 청제중립비는 1688년(조선 숙종 14년) 땅에 묻혀 있었던 청제축조·수리비를 다시 일으켜 세운 사실을 담고 있다. 이 비석 역시 조선의 일반적인 서체를 따르지 않고 신라의 예스러운 서풍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영천 청제비’는 청제의 축조 및 수리 과정, 왕실(국왕) 소유의 제방 관리 및 보고 체계 등이 기록되어 있어, 신라의 정치 및 사회·경제적 내용을 연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한 비석에 시기를 달리하는 비문이 각각 기록된 희귀한 사례라는 점, 조성 이래 현재까지 원 위치에서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이와 함께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勤政殿 庭試圖 및 聯句詩 屛風)’은 1747년(영조 23년) 숙종 비 인원왕후 김씨의 회갑을 맞아, 존호를 올린 것을 축원하고 기념하기 위해 경복궁 옛 터에서 시행된 정시(庭試)의 모습과 영조가 내린 어제시에 50명의 신하들이 화답한 연구시(聯句詩)를 담은 작품이다. ‘영조실록’ 및 ‘승정원일기’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이 작품은 총 8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폭에는 근정전 정시의 장면이 담겨 있는데 화면 상단에는 백악산이, 화면 중앙 근정전 터 위에는 차일(遮日)과 함께 영조의 친림을 상징하는 어좌가, 화면 하단에는 경복궁의 금천교인 영제교 등이 표현되어 있다. 이 때 시행된 정시에서 영조는 이유수 등 15명을 뽑았다. 제2폭에는 영조가 내린 어제시가 담겨 있으며, 제3~8폭에는 좌의정 조현명을 비롯한 50명의 신하들이 화답한 연구시가 담겨 있다.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은 궁중 행사를 표현한 병풍 중 이른 시기의 사례이자 제작 시기가 명확한 기년작으로 회화사적 가치가 크다. 경복궁 옛 터의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등이 상세히 묘사된 점에는 영조가 경복궁 옛 터를 중시했던 기조가 반영되어 있으며, 영조가 추진한 탕평책의 핵심 인물들이 연구시를 지은 것을 토대로 작품의 제작 배경 등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 작품은 단순히 왕실 행사의 기록 그림을 넘어, 영조의 정치 철학과 국가 운영 방식을 시각적으로 담아낸 중요한 자료라 평가된다. 영남대 중앙도서관 소장 ‘자치통감 권81~85’는 1434년(세종 16년) 편찬에 착수해 1436년(세종 18년)에 완료된 총 294권 가운데 권81~85의 5권 1책에 해당한다. 주자소에서 초주갑인자로 간행된 금속활자본으로, 현재까지 완질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사한 판본이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에 소장돼 있으나, 전해지는 내용과 수량이 많지 않아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갖고 있다. 또한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사 소장 목판 4건은 국가유산청이 성보문화유산의 가치 발굴과 체계적 보존 관리를 위해 (재)불교문화유산연구소와 연차적으로 시행 중인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유산 일제조사’ 사업을 통해 2016년에 조사한 경상남도 지역 사찰 소장 목판 중 완전성, 제작 시기, 보존 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정됐다. 4건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 木板)’은 1515년(중종 10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33판 완질이다. 각선 선사의 주도 아래, 처호가 목판을 제작하고 최호가 글자를 새겨 만들어졌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원각경’에 해설을 더한 ‘원각경약소(圓覺經略疏)’를 토대로 조성된 목판으로, 총 104판 완질이다. 석헌 선사의 주도 아래, 도림이 글을 쓰고 지희가 목판을 제작한 후 인헌 등이 글자를 새겨 조성되었다.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37판 완질이다.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는 고려 승려 지눌이 당 승려 종밀의 ‘법집별행록’에서 요점만을 초록한 ‘법집별행록절요’에 자신의 사견인 ‘사기’를 붙여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라 이름을 붙인 불교 저술이다. ‘치문경훈 목판(緇門警訓 木板)’은 1588년(선조 21년) 조성된 목판으로, 총 90판 완질이다. ‘ 치문경훈’은 송 승려 택현이 저술한 ‘치문보훈’을 원 승려 지현이 보편하고 명 승려 여근이 중국 역대 고승들의 경훈과 법어 등을 증보한 불서다. 국가유산청은 “청도 운문사 소장 4종의 목판은 전래되는 같은 종의 목판 중 시기가 가장 앞설 뿐만 아니라 완질의 목판이라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크다. 또한, 이 목판으로 인출한 책도 함께 전하기에, 그 원천 자료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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