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0세 이상 고령자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같은 취약차주의 채무조정 한도를 지금보다 두 배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의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서민금융·채무조정 상담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는 청산형 채무조정 지원 한도(1500만 원)를 두 배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청산형 채무조정은 채무 원금이 1500만 원 이하인 취약층이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받은 뒤 남은 채무의 절반 이상을 3년 이상 성실하게 갚으면 잔여 채무를 없애주는 제도다. 채무자 입장에서 5%를 상환하면 최대 95%까지 원금 감면이 가능한 셈이다. 청산형 채무조정 지원 대상도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 고령자에 미성년자가 새로 포함된다.
당국은 현재 연간 5000명 수준인 지원 대상도 1만 명으로 두 배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올해 말까지 7000여 개의 신용회복지원 협약기관과 논의를 거쳐 세부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도덕적 해이 우려와 관련해 “채무불이행의 원인이 개인의 책임만이 아닌 직업·질병 등 사회적이고 예상하지 못한 요인이면 채무 감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빚을 떠안은 이들도 앞으로는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신복위는 최근 6개월 이내 새로 발생한 채무가 전체의 30%를 넘으면 채무조정 신청을 제한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차원이지만 금융 범죄 피해자들의 채무조정 기회를 박탈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금융위는 이런 부작용을 감안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채무조정 신청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신규 채무 비율에서 빼기로 했다.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정책 서민금융 상품 구조도 단순화한다. 지금의 △햇살론뱅크 △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으로 나뉜 대출 상품 구조를 ‘햇살론 일반보증(민간 재원)’과 ‘햇살론 특례보증(정부 재원)’으로 이원화하고 취급기관을 전 업권으로 확대한다. 이 위원장은 “금융사의 신용평가가 완벽하지 않아 7~15% 정도의 금리대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는 금리 단층이 발생하고 있다”며 “서민금융은 시장 한계를 보완하는 공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본지 10월 16일자 1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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