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장애인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이 전면 시행되는 가운데 장애인 10명 중 3명은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무인주문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을 처리하는 것보다 직원을 통해 주문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답한 비율은 2배 이상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조사 대상 기관 4114개소와 장애인 54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앞서 2023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면서 내년 1월부터는 키오스크 설치 기관이나 사업주 등이 장애인·고령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장벽 없는) 키오스크’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저시력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큰 글씨를 제공하거나 음성 안내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 등을 의미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검증받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판매 현황은 466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는 배리어프리 제품이 아닌 키오스크에 대한 장애인의 이용 실태 파악을 위해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을 느낀 장애인 161명 가운데 카페나 식당 등에서 사용하는 무인주문기 이용이 어려웠다는 응답이 80.1%로 나타났다. 뒤이어 무인결제기(38.5%), 표 발권기(32.3%) 순으로 어려웠다고 답했다. 이들은 이용이 불편했던 이유로 ‘주문이 늦어져 뒷사람의 눈치가 보임(54.0%)’ ‘버튼 위치를 찾기 어렵거나 메뉴 선택 및 이동이 어려움(26.1%)’ 등을 꼽았다.
아울러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장애인 가운데 54.2%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답했다. 또 33.6%는 사용 방법을 별도로 안내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한 곳의 직원이 안내해줬다는 응답은 17.3%에 불과했고 불편 사항에 대해 기관이나 업체에 민원을 제기한 비율도 5.1%에 그쳤다. 장애인들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어도 주변에서 도움을 받거나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주문 방식에 대해서는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 선호도가 높았다.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장애인 277명 가운데 ‘직원에게 주문(44.8%)’을 선호한다는 응답 비율이 ‘키오스크로 직접 주문(20.6%)’보다 2배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직원에게 주문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비율은 시각장애(72.3%), 심한 장애(51.6%), 휠체어 이용(61.5%) 장애인 등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장애인은 이용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직원 배치 또는 호출벨 설치(51.3%)’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이 서툰 이용자를 위한 전용 단말기 구역 마련(51.3%)’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44.4%)’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기관 4000여 곳 중 78.7%는 개정 장애인차별금지법상 키오스크 관련 정보 접근성 보장 의무를 안다고 답했다. 반면 장애인들은 51.5%만 안다고 응답해 기관들보다 27.6%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차별 예방을 위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조사 대상 기관(50.9%)과 장애인 당사자(45.4%) 모두 ‘범국민 대상 장애인 인식 개선 노력’이 1순위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보급이 확대되고 장애인 정보 접근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합리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키오스크를 설치·운영하는 사업주 등에게는 ‘접근 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소상공인 대상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사업을 통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구입·렌털비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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