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크롬 브라우저’ 매각 위기를 벗어나면서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9% 급등 마감했다. 같은 날 애플 주가도 덩달아 3.8% 상승하며 장을 마쳤다. 미국 법원 판결에 따라 애플이 아이폰 기본 검색 엔진을 구글로 유지하는 대가로 매년 받아 온 약 200억 달러(약 28조 원) 규모의 유지비 수익 모델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점유율 1위 브라우저인 크롬이 매각 위기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쟁 심화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 검찰이 크롬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분리 매각하라고 요구한 부분은 법원이 기각했지만 온라인 검색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구글이 경쟁사들과 일부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치는 광고 사업에서 구글 경쟁사들의 입지를 넓혀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8월 판결문에서 구글이 일반 검색 서비스와 일반 텍스트 광고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검색이 급부상하면서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 체계가 흔들릴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문구다. 아밋 메타 판사는 앞서 230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 사건의 진로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올 4월 재판에서 법무부가 요구한 데이터 공유가 구글의 기술을 경쟁사들이 역설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번 판결에서 연방 법원은 검찰이 요구한 데이터 전체 범위를 공유하도록 명령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법원은 경쟁사들이 데이터를 제공받더라도 “구글 검색을 모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검색 사건 외에 구글은 최근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앱스토어 개편 요구를 받은 상황이다. 이달 말에는 별도 재판을 통해 온라인 광고 기술 시장 불법 독점 혐의에 대한 구제 조치가 결정될 예정이다.
줄 이은 소송에도 알파벳 사업 성장세는 견고하다. 데이터센터 수요는 증가 중이며 유튜브의 매출 실적도 탄탄하다. 생성형 AI 챗봇 제미나이의 월간 활동 유저 수(MAU)는 4억 5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AI 기술을 활용한 광고 수익도 증가세다. 최근 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 증가한 964억 달러(약 134조 원)를 기록했고 주당순이익도 22% 증가한 2.31달러였다.
알파벳의 이익과 매출 성장성을 반영한 주가와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고 있다. 알파벳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하락했음에도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을 29.6%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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