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공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뛰면서 7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재무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히 총부채 규모가 200조 원이 넘는 등 그간 누적된 손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전력망 투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한전의 재정 건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전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조 753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2993억 원) 대비 188.9%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4% 늘어난 24조 2240억 원을 기록했다.
전기 판매 수익이 지난해보다 1조 462억 원 늘어나며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한전 관계자는 “1분기 전력 판매량은 141TWh로 전년 대비 0.5% 정도 감소했지만 판매 단가가 5.3% 상승해 매출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하는 등 최근 전기요금을 올려왔는데 그 효과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 비용은 1년 새 21조 9934억 원에서 20조 4704억 원으로 1조 5230억 원(-6.9%) 줄었다. 연료 구입 비용이 6조 1601억 원에서 5조 100억 원으로 1조 1501억 원 감소했고 지난해 1분기 kWh당 131.1원이던 평균 계통한계가격(SMP) 단가가 115.6원으로 떨어지면서 전력 구입 비용도 4461억 원 아꼈다. SMP는 한전이 자회사가 아닌 태양광·풍력 중심의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드는 평균 가격이다. 법인세 비용 등을 고려한 1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 3617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직 누적된 재무 부실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2021년 이후 누적된 영업 적자가 30조 9000억 원에 달한다”며 “여전히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분기와 같은 실적이 2년 이상 꾸준히 이어져야 누적 영업 적자가 흑자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증권가에서 전망했던 한전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 원이었다”며 “지난해보다 수치가 크게 나아졌지만 예상보다는 저조한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I 시대 전력망의 적시 구축이 필수인데 한전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의 총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496.7%에서 올 1분기 479.7%로 17%포인트 개선됐지만 여전히 50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전의 총부채가 200조 원을 웃돈다”며 “한전이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 역시 “앞으로도 재정 건전화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며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실적을 발표한 한국가스공사(036460) 역시 시장가격보다 낮은 판매가격 탓에 재무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스공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833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16억 원)보다 9.5% 뒷걸음질 쳤다. 평균기온 하락과 산업용 수요 증가로 가스 판매 물량이 증가했음에도 국제 에너지 가격과 연동된 판매 단가가 떨어진 탓이다.
가스공사는 여전히 시장가격보다 낮은 판매가격 때문에 발생한 미수금에 시달리고 있다. 올 1분기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 규모는 14조 871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95억 원 늘었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미수금 증가 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2021년 말 민수용 미수금은 약 1조 8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3년 말에는 13조 원까지 늘었고 지난해에는 14조 원을 넘겼다. 한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23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55.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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