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서버 해킹으로 가입자 정보 유출 사고가 터진 SK텔레콤에 유심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신규 가입자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현재 SK텔레콤이 확보한 유심 교체 물량이 당장 100만 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자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더 강도 높은 해결책을 촉구한 것이다. 사고 이후 가입자들이 경쟁사로 줄줄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까지 중단됨에 따라 SK텔레콤은 해킹 사고 수습과 가입자 감소라는 이중고에 빠졌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에 내린 행정지도는 ‘유심 교체 물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 신규 모집을 전면 중단할 것’을 포함해 6가지다. 우선 디지털 취약계층 등에 대한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적용하는 방안 이행 계획을 제출하고 해킹사고에 따른 이용자 피해 발생시 100% 보상을 책임지는 방안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을 촉구했다.
또 각계 소비자 단체 등에서 제기하는 위약금 면제, 손해배상, 피해보상시 입증책임 완화 등을 검토하고 이용자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해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밖에 △대국민 일일 브리핑 △영업전산 장애 발생시 즉각 상황 공유 및 신속 복구 △공항 유심 교체 수요 대응을 위한 지원 인력 확대 등도 지도했다.
과기정통부의 이번 행정 지도는 현재 SK텔레콤 고객들의 정보 보호 조치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가 생길 경우 추가적 피해가 나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행정지도는 법적 강제성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 사태를 수습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이같은 정부의 지시를 최대한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이달 유심 500만 개, 다음 달 500만 개를 확보한다고 밝힌 바 있어, 최소한 1~2개월간 신규 가입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 규모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1일 발표한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고객은 23만7001명이다. 이는 전월 대비 87.7% 늘어난 수치로 이 중 9만 여명은 해킹사고 소식이 본격적으로 전해진 지난달 26일 이후 통신사를 바꿨다. SK텔레콤이 초기 해킹 사고 신고를 지연하고, 고객 안내를 소홀히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통신사를 바꾸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4월 SK텔레콤에서 번호이동을 한 이용자 중 9만5953명은 KT로, 8만6005명은 LG유플러스로 향했다. 알뜰폰으로 빠져나간 이들도 5만5043명에 이른다.
한편 SK텔레콤 해킹 사고가 쉽게 수습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SK그룹 미국 법인인 SK아메리카가 지난 달 초 랜섬웨어 해커 조직으로부터 사이버 공격과 협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SK아메리카는 SK가 북미 대외협력 업무의 컨트롤 타워로 지난해 신설됐다. 해커들은 ‘킬린(Qilin)’이라는 랜섬웨어 해커 조직으로 SK아메리카 뉴욕 사무실 서버를 공격하고, 탈취한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대가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해커의 협박 즉시 미국 수사기관에 바로 신고하고 피해 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완료했다” 며 “중요한 기술이나 고객 정보와는 무관한 서버가 공격을 받았고 당연히 해커들과의 협상도 없었다”고 말했다. SK아메리카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SK텔레콤 해킹 사건의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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