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논문을 베끼거나 가짜 연구원을 앞세운 엉터리 연구개발(R&D)로 혈세를 빼돌린 기업들이 과세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국세청은 R&D 관련 각종 신고 자료와 현장 정보로 부당공제 혐의를 분석·검증한 결과 지난해 864개 기업을 적발해 270억원을 추징했다고 20일 밝혔다.
추징세액은 전년보다 87.5% 증가했다. 2021년 27억원에서 2022년 64억원, 2023년 144억원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R&D 부당 공제를 받는 수법은 다양했다. 재활의학 병원인 A기업은 R&D 활동에 지출한 연구원 인건비 수천만원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연구 증거 서류로 제출한 연구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타인의 논문을 인용하고 재활치료 장면 사진을 모방하는 등의 방식으로 R&D 활동을 가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후관리 과정에서는 컨설팅 업체를 끼고 기업의 연구노트 등을 대리 작성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가짜 연구원을 썼다가 들통난 경우도 있다. 교육서비스업체 B사는 기획·홍보·교육운영을 담당하는 일반직원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하고 R&D 세액공제를 받았다가 적발됐다. 이 회사가 수행한 교육서비스 활동도 일반 사업으로 세법상 연구개발에 해당되지 않아 결국 수천만원을 추징당했다.
이처럼 그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R&D 활동으로 혈세를 빼돌린 기업이 지난해에만 364개 기업, 추징액은 116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일반 R&D보다 공제율이 높은 신성장·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로 과다 세액공제를 받은 69개 기업에 대해서 62억원을 추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연구소를 인정받지 않았거나 연구소 인정 취소된 상태인 기업 178곳도 드러나 30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악의적인 부당 공제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선의의 납세자는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사전 심사 결과에 따라 신고하면 감면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추후 심사 결과와 다르게 과세처분 되더라도 가산세가 면제된다.
국세청은 관계자는 “R&D 세액공제 제도를 불법적으로 악용하는 부당한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선의의 납세자에 대해선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기업의 성실신고를 지원하고 R&D 투자를 촉진해 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성장잠재력 확충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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