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복귀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후 일주일만이자, 2022년 11월 7일 관저에 입주한 지 886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9분 관저 정문을 통과한 뒤 21분 만인 오후 5시 30분께 서초동 사저에 도착했다. 이날 낮부터 윤 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과 극우 유튜버들은 도착 시간이 임박할 수록 점점 아크로비스타 단지 인근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경찰은 단지 앞과 횡단보도 등에 이중으로 통행저지선을 치고 질서 유지에 나섰다.
지지자들은 윤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 약 1시간 전부터 ‘YOON AGAIN’이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태극기·성조기를 들고 “대통령 윤석열" 등의 구호를 연신 외치기 시작했다. 뉴스 생중계로 한남동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이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는 모습이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경찰과 취재진에게 “중국 공안이다”, “나라를 망치는 거짓말쟁이들”라고 고함을 지르며 “왜 오시는 길에 제대로 인사도 못하게 하느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마침내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아크로비스타 단지 앞에 도착하자 서초동 일대는 함성으로 들썩였다. 윤 전 대통령은 창문을 열고 손을 뻗어 흔들며 인사를 했다. 이에 지지자 대부분은 환호성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뛰거나 울먹거리는 모습이었다. 한 지지자는 목이 멘 채 “우리들의 영원한 대통령”이라고 연신 소리치다가 주저앉기도 했다.
차량이 완전히 단지 내부로 들어간 뒤에도 지지자로 추정되는 주민들 일부가 건물 입구 앞에 모여 태극기를 흔들다가 경호 차량에서 내린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를 환영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관저를 떠날 때도 차에서 내려 4분간 지지자들과 악수와 포옹을 하는 등 인사한 후 다시 경호 차량에 올랐다. 이날 대통령경호처는 거취를 옮기는 과정에 약 40명 규모의 사저 경호팀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앞으로 최대 10년까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서초동 사저는 지난 2022년 5월 윤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에도 6개월가량 머문 곳인 만큼 경호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사저가 단독주택이 아닌 주상복합인 탓에 이웃 주민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복귀 당일인 이날 역시 서초동 일대 곳곳에서 집회가 열리며 경찰에 소음과 교통 불편 문제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또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반려동물도 많아 일단 서초동 사저로 옮긴 후 수도권에 다른 거처를 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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