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코딩 성능을 높인 한편 비용을 낮춘 신형 인공지능(AI) 모델 ‘GPT-4.1’ 시리즈를 공개했다. 현 챗GPT 기본 AI인 GPT-4o를 대체하는 대신 기업용 앱인터페이스(API) 전용으로 개발자 시장을 노리는 모델이다. 구글·앤스로픽 등 경쟁사가 코딩에 집중한 AI로 개발자 수요를 장악하자 오픈AI가 반격에 나서는 구도다.
14일(현지 시간) 오픈AI는 GPT-4.1 시리즈 API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GPT-4.1은 기본형과 소형 모델 미니, 초소형 나노로 나뉜다. GPT-4.1은 철저히 코딩 성능 강화에 집중한 모델이다. 오픈AI는 “GPT-4.1 코딩 성능은 GPT-4o보다 21.4%, GPT-4.5보다 26.6% 높다”고 설명했다.
GPT-4.1 기본형은 코딩 능력을 평가하는 SWE 벤치마크에서 작업 완료율 54.6%를 달성해 GPT-4o의 33%는 물론 앞서 발표한 대형 모델 GPT-4.5의 38%도 넘어섰다. 추론 모델인 o3 미니의 49%보다도 높은 점수다. 수학 평가인 AIME24에서는 기본형과 미니, 나노가 각각 48.1%, 49.6%, 29.4%를 기록해 GPT-4o의 13.1%를 압도했다. 나노를 제외하고는 GPT-4.5의 36.7%를 넘어선다.
복잡한 작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긴 문맥’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GPT-4.1은 최대 100만 토큰(AI 연산 단위)을 처리할 수 있다. 12만8000개에 머물던 GPT-4o의 8배에 달해 구글 제미나이 등이 내세우던 장점을 따라잡게 됐다. 오픈AI는 "GPT-4.1은 전체 100만 토큰 길이에 걸쳐 정보를 안정적으로 인식하도록 학습됐고 GPT-4o보다 관련 정보를 더 잘 찾아내고, 불필요한 요소는 무시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GPT-4.1 100만 토큰 당 입·출력 비용은 기본형이 각각 2달러, 8달러, 나노는 0.1달러, 0.4달러에 불과하다. 기존 GPT-4o는 각각 5달러, 20달러였고 GPT-4o 미니는 0.6달러, 2.4달러였던 데 비해 최대 6배 저렴해졌다. 오픈AI는 “GPT-4.1은 중간 수준 요청에서 GPT-4o보다 26% 저렴하고 나노는 역대 가장 저렴하고 빠른 모델”이라며 “반복되는 요청의 경우 할인율을 기본 50%에서 75%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AI 모델 경량화로 가동비를 낮춰 최종 사용료를 내린 것이다. 실제 오픈AI는 저비용에도 높은 성능을 지닌 GPT-4.1 출시에 따라 현재 API로 제공 중인 GPT-4.5 서비스를 7월 종료한다고 밝혔다.
GPT-4.1을 일반 사용자용 챗GPT가 아닌 API 전용 모델로 출시했다는 점에서는 생성형 AI 주 수익원이 개발자와 기업용거래(B2B) 시장이라는 것이 재확인된다. 실제 앤스로픽은 지난 2월 ‘클로드 3.7 소넷’ 출시와 함께 코딩에 특화한 ‘클로드 코드’를 내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주목 받고 있다. 구글 또한 2월 제미나이 코드 어시스트를 일반 사용자 대상으로 사실상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자체 클라우드를 지닌 구글은 제미나이 ‘플래시 라이트’ 등 초저가 모델을 내놓으며 가성비를 앞세우고 있다. 딥시크 등 중국발 저가 모델에 이어 미국 빅테크까지 API 가격을 낮추며 개발자 시장을 공략하자 오픈AI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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