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률 하락으로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액이 최대 32조 7000억 엔(2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국책은행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엔캐리 총잔액의 6.5%에 해당하는 규모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국제국은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체 엔캐리 자금의 잔액을 총 506조 6000억 엔(3조 4000억 달러)으로 추정하고 이 가운데 6.5%인 32조 7000억 엔을 청산 가능 규모로 봤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은행에서 저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한국처럼 고금리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캐리는 올 7월 이후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 축소 기대감에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수익률이 떨어졌다. 8월 중 수익률이 연초 대비 0.2%포인트 줄었고 기대수익률도 위축됐다. 엔화 선물환을 매도한 후 고금리 신흥국 통화 선물환을 매수할 경우 지난해에는 기대수익률이 최대 13%대였지만 8월에는 9%대까지 낮아졌다.
김지현 한은 국제금융연구팀 과장은 “최근 엔캐리 유인 변화가 8월 초 글로벌 엔캐리 자금의 일부 청산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될 경우 비상업 엔화 선물 순매도 포지션 5000억 엔(35억 달러)이 전액 청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투기적 성격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단기에 모두 청산될 수 있어 전체 포지션을 잠재적 청산 규모로 가정했다.
글로벌 은행의 엔화 대출 41조 1000억 엔(2737억 달러) 중 13조 엔(866억 달러), 일본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465조 엔(3조 999억 달러) 중 19조 2000억 엔(1280억 달러)도 각각 청산 가능한 물량으로 봤다.
한은은 “향후 엔캐리 자금의 추가 청산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엔캐리 자금 흐름을 더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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