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정규장과 시간외시장으로 분리된 주문 구조에서 세션이 바뀌어도 미체결 주문을 연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프리·애프터 마켓 신설 등 거래시간 연장에 대비해 주문 처리 방식의 선택지를 넓히는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최근 정보기술(IT)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주문 처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 작업을 시작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가을부터 전담팀을 조직해 세션 간 주문을 보다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증권사 전산 시스템과의 제도 정합성도 함께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 난이도와 검증 기간 등을 고려할 때 내부에서는 2027년 완성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작업은 최근 거래시간 연장 관련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문의 연속성과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소는 그간 시간외거래가 정규장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세션을 분리해 운영해왔다. 이는 시장 안정성을 우선한 구조로, 세션이 바뀌면 미체결 주문은 모두 종료되고 투자자가 다시 주문을 내는 방식이다. 시스템 재설계를 통해 세션 간 주문 이동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원보드(one board)’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거래시간 확대 혹은 프리·애프터 마켓 신설이 됐을 경우 주문 처리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기술적 구현 자체보다 세션별로 상이한 유동성 환경에서 주문을 어떻게 처리할지다. 정규장과 달리 프리·애프터 등 시간외 구간은 참여자 수가 적고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질 수 있어 체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호가를 일괄적으로 자동 이전하는 방식보다는 투자자가 주문 단계에서 ‘어느 세션까지 유효하게 둘지’ ‘세션이 바뀌면 취소할지’ 등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미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시스템은 출범 당시부터 단일 주문 보드 형태로 설계돼 한 번 주문을 내면 애프터마켓 종료 시점까지 주문이 유효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단 세션 전환 과정에서 투자자의 명시적 선택 없이 주문이 사실상 연속으로 남게 되는 만큼 세션별 주문 노출 여부를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호가 이동 문제를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주문 유효성(time in force)’ 제도로 관리하고 있다. 나스닥은 프리마켓 주문이 독립된 세션에서 처리되고 미체결된 주문은 △지정 날짜까지 주문 유효(Good Till Date) △지정 시간까지 주문 유지(Good Till Specified) △직접 취소할 때까지 주문 유효(Good Till Cancel) 등 다양한 조건을 사전에 선택하도록 돼 있다. 이는 유동성이 얕은 구간에서 주문이 원치 않게 노출·체결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 온전히 투자자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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