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투자 영업 과열을 문제 삼자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해외 주식에 대한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던 증권사들이 잇달아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동시에 쌓이는 상황이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수수료 제로’ 이벤트의 포문을 연 메리츠증권이 미국 주식 무료 수수료 정책을 새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내년 연초 서비스 중단 이후 ‘슈퍼365’ 계좌를 새로 개설하는 고객은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당초 메리츠증권은 해외 주식 리테일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내년 12월 말까지 국내·미국 주식 매매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단 국내 주식 무료 이벤트는 이어갈 방침이다.
한시적으로 해외 주식 관련 우대 이벤트를 진행하던 증권사들 역시 줄지어 행사를 조기에 종료하고 나섰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 등 올해 하반기에 미국 주식에 대해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던 대형사들은 19일을 전후로 일제히 이벤트를 종료했다. 해당 시점은 금융감독원이 고환율 상황에서 해외 주식 마케팅이 과도하다고 보고 증권사 영업 행태 점검에 나선 후와 맞물린다. 일부 증권사는 해외 주식을 타사에서 옮겨오면 현금을 지급하는 입고 이벤트나 거래 수수료 환급 행사도 함께 중단했다.
해외 주식 리서치를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최근 키움증권은 7년 넘게 운영해온 국내 최대 증권사 텔레그램 채널 ‘미국주식 톡톡’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개인 애널리스트가 운영하던 중국 주식 리서치 텔레그램 채널 운영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환율 불안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거세다.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지에서 “환율은 거시 변수인데 왜 서학개미만 문제 삼느냐” “혜택을 없앤다고 투자 전략이 바뀌지는 않을 것” 등의 불만 글이 폭주하고 있다. 증권사와 당국 모두를 향한 불신이 동시에 커지는 분위기다.
이와 달리 올해 3분기 기준 해외 주식 거래 대금 업계 1위인 토스증권은 서학개미 마케팅을 축소하는 대신 ‘집토끼’ 잡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토스증권은 내년 6월까지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해외투자를 옥죄는 당국 메시지가 명확해지면서 증권사의 혜택 축소로 투자자들이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당분간 전반적인 해외 주식 관련 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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