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극성수기로 꼽히는 연초가 다가오지만 고금리 현상이 길어지면서 채권 시장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주저하고 있다. 기업들이 조달 비용 부담이 불어날 우려에 눈치 보기를 이어가자 새해 회사채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회사채 발행을 확정한 기업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신용등급 AA0), 포스코퓨처엠(003670)(AA-), 삼양사(145990)(AA-)는 다음 달 중순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포스코퓨처엠이 각각 2500억 원씩, 삼양사가 1500억 원 상당의 자금 조달에 나선다. 여기에 롯데웰푸드까지 회사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매년 1월은 회사채 시장에서 극성수기로 꼽힌다. 실제 올해 1월 첫째 주(6~10일)에만 8개 기업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둘째 주(13~17일)에는 무려 19개 기업이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렸다. 내년 1월 초중순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기업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회사채 발행을 하기 위해서는 통상 12월 중순에 주관사단이 모여 킥오프 회의를 한 후 발행 조건 등을 확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초 회사채 시장이 개점휴업 위기에 직면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금리가 꼽힌다. 시장 불확실성에 금리가 상승하면서 3% 중반을 훌쩍 뛰어넘자 기업들의 조달 비용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11일 기준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3.598%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당 금리가 3.6%에 육박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이처럼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자 투자자들 역시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날 발표한 ‘2026년 1월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다음 달 종합 채권시장 체감지수(BMSI)는 99.9로 전월(103.2) 대비 3.3포인트 하락했다. BMSI는 100을 기준으로 웃돌면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 밑돌면 채권 시장 위축을 의미한다. 여기에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신용 스프레드(AA-급 회사채 3년물과 국고채 금리 차)까지 확대된 점도 투심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투협 관계자는 “연초 회사채 발행 확대에 따른 통상적인 수급 부담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채권시장 전반의 심리가 지난달 대비 악화됐다”고 했다.
다만 내년 1분기에만 30조 원에 육박하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금리만 안정된다면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장 다음 달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은 △CJ ENM(035760)(2850억 원) △KT(030200)(2400억 원) △롯데지주(004990)(3050억 원) △HD현대오일뱅크(2300억 원) 등이다.
특히 회사채 시장 큰손으로 꼽히는 SK그룹은 대다수 계열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SK텔레콤(017670)이 다음 달 5일 800억 원 상당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SK지오센트릭은 19일 1900억 원, SK에코플랜트는 30일 1280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금리 상승으로 인해 연초 신규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발행이 확정된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흥행해야 다른 곳들도 순차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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