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시중 통화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민생지원금 지급 등 확장재정 정책을 펼친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에 나서며 재정 당국과 통화 당국이 ‘쌍둥이 확장’ 정책을 펼친 탓이다. 통화량 증가 속도가 적절한 수준에서 제어되지 않을 경우 원화 약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광의통화(M2·평잔)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8.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4.5%)보다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다. M2는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돈인 현금과 요구불예금(M1)에 정기예금 등 단기성예금을 더한 값으로 통상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M2 증가 속도가 유독 빠른 것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정부 확장재정이 같은 시기에 겹쳤기 때문이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한국은 금리 인하에 확장재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며 “미국은 정책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최근까지도 양적긴축(QT)을 지속해 이 같은 정책 차이가 통화량 증가율 격차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연속 돌파한 배경에 통화량 증가가 일부 작용했다고 본다. 원화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미국은 단기채 발행을 통해 달러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통화가 늘면 물가 상승과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중 유동성 증가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실제로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2.99%로 마감해 기준금리 수준을 상회했다.
한은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새롭게 유동성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산이 재분배되는 과정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지표상 M2가 늘어나는 것은 과거부터 쌓여 있던 유동성의 구성 변화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새로 풀린 유동성은 크지 않다”며 “특히 우리나라 M2에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등 자산운용사의 수익 증권이 포함돼 있어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일부 제외를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ETF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시중 유동성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조절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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