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의 에너지 독립 실험은 창원국가산업단지 뿐 아니라 인천, 구미, 울산, 반월시화, 광양 등 전국 주요 산단으로 확대되고 있다. RE100 요구가 갈수록 강화되는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단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좁은 부지와 노후화 된 공장 등 기존 산단의 구조적 제약에 더해 초기 투자비 부담과 유지·관리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면 확산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15개 산단이 에너지자급자족 인프라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2020년 창원국가산단을 시작으로, 반월·시화(2021년), 구미(2022년), 인천남동·부산녹산 등 7개 산단(2023년), 포항, 울산미포 등 4개 산단(2024년)에 이어 올해 전남광양이 선정됐다.
산단 관계자는 “산단은 국내 제조업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등 국가 핵심 생산기지이지만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2.5%, 산업부문에서는 76.8%(2022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산업단지 에너지원의 74.1%가 여전히 석유와 석탄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단의 에너지원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이번 사업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각 산단에서는 태양광을 비롯해 소형 풍력·수소 연료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실증·구축하며 산업단지 단위의 전력 자립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실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는 태양광 발전과 함께 건물형 소형 풍력장치가, 반월·시화 산업단지에는 연료전지 발전소와 융복합충전소 등이 구축 중이다. 울산미포 국가산업단지에서도 39.6 메가와트(MW) 규모의 연료전지와 5.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에 이달 17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역본부는 ‘2025년 한국에너지대상’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유공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산단별로 에너지 독립을 위한 실증 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서고 있지만, 산단 전체로의 확산은 물론 정부가 추진 중인 ‘RE100 산단’의 성공적 구축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대부분 산단이 1970~1990년대 조성된 탓에 공장이 밀집해 있어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위한 유휴부지가 거의 없고, 노후화 된 시설로 인해 공장 지붕 하중 기준이 낮아 대규모 태양광 패널을 얹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창원국가산업단지도 신재생발전소인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부지를 산단 내에서 찾지 못해 결국 인근에 있는 민간 산업단지에 구축했다.
산단 관계자는 “에너지 자립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 정책 자금, 컨설팅 지원과 같이 참여 기업들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또 지자체, 공공기관들도 유휴부지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기업들의 RE100 이행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투자비와 설치 이후 관리·운용 등의 부담도 에너지 자립모델 구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산단 단위의 통합 에너지 운영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주기업 개별 설치 방식에서 벗어나, 산단 내 발전 자원을 묶어 공동 운영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낮추고 발전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입주 기업은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해 공장 지붕을 발전사업자에게 임대해 주고, 발전사업자는 설비를 운영·관리 하면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입주기업에 보급하는 방식이다. 산단 관계자는 “창원산단의 경우 입주기업 중 올해 사업목록에 태양광 발전사업자로 신규 등록한 업체가 82곳(11월 기준)에 달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산단별 거점 운영회사 육성을 통해 RE100 산단 확산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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