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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가본 RE 100 산단] 공장 지붕이 발전소로…소비 전력 30% 재생에너지로 채운다

◆'RE100 시험장' 창원국가산단 가보니

태양광 패널 뒤덮인 산단 공장

ESS·V2G 등 신재생 설비 확충

분배형 전력거래 모델 첫 도입

다수 기업이 나눠 써 부담 줄어

창원국가산단에 있는 현대정밀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현대정밀




이달 22일 찾아간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 회색 빛 공장 지붕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산업단지 한복판에서 유독 눈에 띄는 대형 건물 한 채가 있었다. 건설중장비 부품 중소기업인 ‘현대정밀’의 공장이다. 공장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지붕 전체가 받아 번쩍이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언뜻 보면 공장 위에 거대한 거울판을 덮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공장 지붕을 촘촘히 채운 4722㎡ 규모의 태양광 패널들은 특유의 검정색으로 인해 정오의 태양빛이 비추자 마치 깊고 은은한 빛을 내는 블랙 사파이어처럼 보였다. 오정석 현대정밀 대표는 “공장 지붕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전기 요금 절감 효과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업종 특성상 RE100을 요구하는 해외 고객이 늘어나는 가운데 친환경 공장이라는 점이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굴삭기를 제작하는 볼보와 지게차 제작업체인 클라크 등 탄소 감축 기준을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는 해외 기업이 현대정밀의 주요 고객사다. 현대정밀이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발전 용량은 이달 18일 기준 하루 2.95메가와트시(MWh)다. 여기에 1메가와트시(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더해지며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약 30%가 신재생에너지로 충당된다. 오 대표는 “태양광발전 추가 확대를 위해 현재 관련 업체와 협의 중”이라며 “2028년까지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RE100 달성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대정밀의 도전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끝나는 얘기가 아니다. 창원국가산단 전체가 정부의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사업’을 기반으로 RE100 실증단지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산업단지 내 신재생에너지원 및 에너지 활용 인프라 실증·구축, 입주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지원을 통해 신재생 기반 에너지 자립모델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국 곳곳에 있는 산단에 입주한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올라가고 유휴부지에는 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 설비가 들어서며 산업단지의 에너지 체계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전력의 흐름과 수요 정보는 통합관리센터로 모여 실시간으로 수집·분석된다. 김은철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장은 “제조업 중심의 대규모 산단 특성상 에너지비용 부담과 탄소배출량이 높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전환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 조성이 필수적”이라며 “‘스마트’와 ‘그린’을 동시에 실현하는 선도 산단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SG에너지가 운영하는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 사진 제공=SG에너지


현대정밀에서 차량으로 약 10분 떨어진 곳인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동전일반산업단지로 이동하자 또 다른 ‘미래’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최초의 산업단지 RE 100 플랫폼인 ‘경남창원그린에너지센터’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2023년 7월부터 SK에코플랜트가 주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인 SG에너지가 운영하는 곳으로 센터에 들어서자 일상에서 보기 힘든 신재생에너지 설비들이 한 곳에 펼쳐져 있었다. 제일 먼저 전기차에 남은 전력을 다시 전력망으로 송전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V2G(Vehicle to Grid)’ 설비와 그 뒤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태양광 패널, ESS 등이 한 공간에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태양광 2메가와트(MW), 수소연료전지 1.8MW, ESS 3MWh, V2G 74KW를 생산·공급한다. SG에너지는 2023년 현대정밀을 포함한 산단 입주기업인 경한코리아와 태림산업, 한국NSK 등 4곳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계약을 국내 최초로 체결했다.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다수의 수요처와 1대 N 방식으로 직접 전력거래계약(PPA)을 맺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가 다시 공장의 에너지원이 되는 구조가 산업단지 단위에서 구현된 셈이다. 실제 국내에서 RE100을 달성하려면 자가발전설비를 구축하거나 사용 전력만큼 REC를 구매하는 방법, 또 PPA를 통해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자체 발전설비는 공간과 비용 및 운용에 대한 제한이 있고, REC 구입은 전력비용 상승에 따라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PPA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 받을 수 있지만 지금까지 단일 전기사용자가 단일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100% 모두 사는 방식 뿐이라 에너지 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높은 재생에너지 비용이 부담되는 중소·중견기업에게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에 SG에너지는 다수의 수요기업에 에너지를 분배해 판매하는 형식인 1대N 직접 PPA를 통해 수요기업이 필요한 만큼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부담을 낮췄다. 이는 다수의 중소·중견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산단에 최적화된 전력공급계약인 셈이다. 실제 SG에너지와 직접 PPA를 체결한 수요기업들은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계약 비율에 따라 각각의 상황에 맞게 공급받고 있고, 나머지 필요한 전력은 한전을 통해 공급 받고 있다. 권정일 센터장은 “이곳은 국내 최초 RE 100 실증단지이자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실증사업이다 보니 목표 범위가 제한적이지만 이곳을 통해 얻어진 성과는 실증사업의 확장판인 ‘RE100 산단’을 만드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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