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에 나서는 케이뱅크가 공모 가격을 대폭 할인해 목표 시가총액을 1조 원 가량 낮췄다. 최대 5조 원의 ‘몸값’을 노렸을 때 기관투자가 수요 확보에 실패한 만큼 이번 공모에서는 시장 친화적인 가격으로 투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지금 구조대로 케이뱅크가 IPO를 완주하면 상장 후 시가총액은 카카오뱅크의 3분의1 수준에 그치게 된다. 상장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재무적 투자자(FI)와 대주주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공모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8300~9500원으로 잠정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두 번째 IPO 도전 때 제시한 공모가 밴드 9500~1만 2000원보다 12.6~20.8% 가량 낮다. 현재 케이뱅크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1주당 9500원에 거래되고 있어 이번 공모가 밴드는 상단을 제외하면 모든 구간이 시가를 밑돈다. IPO 추진 기업이 예심 청구 때 제시하는 공모가 밴드는 거래소와의 협의 과정에서 낮아지기도 하지만 높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케이뱅크는 공모 규모를 대폭 줄여 시가총액이 1조 원 가량 낮아지는 것을 감수했다. 이번 IPO에서 구주 3000만 주와 신주 3000만 주 등 총 6000만 주를 공모할 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발행주식총수가 약 3억 7569만 주인 것을 고려하면 상장예정주식수는 4억 569만 주가 된다. 이에 따른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3조 3672억~3조 8541억 원이다. 지난번 IPO 도전 때 구주 4100만 주와 신주 4100만 주 등 8200만 주를 공모해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이 3조 9586억~5조 3억 원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
공모가 하향과 공모 규모 감축에 따라 케이뱅크의 IPO 완주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적용한 주가순자산비율(PBR) 배수는 2.56배로 당시 1.62배였던 카카오뱅크 PBR 배수에 비해 현저히 높았다. 현재 잠정 확정한 공모 밴드를 기준으로 산출한 케이뱅크 PBR 배수는 1.22~1.39배여서 전날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PBR 배수인 1.61배보다 유의미하게 낮다.
공모 구조 변경 배경에는 주요 주주간 이해관계 일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뱅크는 2021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2026년 7월 이전 증시에 오르는 적격 상장(Q-IPO) 조건으로 MBK파트너스·베인캐피털 등 다수의 FI에게 자금을 받았다. 비씨카드는 이 과정에서 FI에게 동반매각청구권(드래드얼롱, 소수 주주가 지분을 팔 때 대주주 지분까지 동반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해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는 기한 내 상장을 완주해야 했다. FI는 설령 드래그얼롱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매각 난항 등으로 실제로는 권리 행사가 어려울 수 있어 IPO가 가장 현실적인 투자금 회수 방안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FI 관계자는 “상장 무산에 따라 드래그얼롱이나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되더라도 현행 법령이나 시장 상황상 변수가 많았다”며 “가격을 낮춰 IPO를 마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는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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