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앞두고 하청 업체 노동조합들의 원청 업체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노조법 시행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고 보완 입법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노동계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본격 추진을 앞두고 원청 업체에 대한 하청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거제고성통영 조선 하청지회는 최근 한화오션(042660)에 ‘단체교섭 요구 및 단체교섭 요구안 통보’ 공문을 보냈다. 해당 지회에는 한화오션 하청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100여 명을 포함한 30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동안 한화오션 하청 업체 노조원들이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주장해왔지만 원청에 직접 공문을 보내 협상에 응하라고 압박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와 서울행정법원이 한화오션에 대해 지회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임에도 단체 협상이 가능해졌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지회는 △상여금 연간 650%지급 △명절·여름휴가철 휴가비 지원 △한화오션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인상 타결 일시금 지급 △정규직과 동일한 기준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지회 측은 공문을 통해 “이번 단체 요구안은 ‘원·하청 차별’에 맞춰져 있다”면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 요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하청 지회의 요구가 있지만 당장 교섭에 응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의 효력을 다투는 행정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며 “최종 확정 판결 결과에 따라 단체교섭 참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조선 업계에서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내년 3월 노란봉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하청 노조의 원청 단체교섭 요구가 빈번해지고 요구에도 원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청 지회는 교섭안에 한화오션과 동일한 수준의 임금과 복지 제도는 물론 △하청 업체 근로자 직접 고용 △하청 업체 근로자 80% 이상을 상용직 채용 △하청 업체가 폐업 또는 변경될 때에도 고용 승계를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권이 확대되고 강화될 경우 ‘빠른 납기’와 ‘높은 품질’ 등 K조선의 강점들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사내 하청 비율이 대형 조선사보다 더 높은 중소 조선사의 경우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늘어나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경영 상황이 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노란봉투법 시행에 앞서 쟁의 대상 등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보완 입법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노동계가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달 중 노조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한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예정인데 교섭 대상을 판례에 나온 성과급, 복리후생 등에 국한하고 사용자 범위도 한층 보수적으로 접근하는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교섭 및 쟁의 대상 등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낮은 수준부터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법 전체를 아울러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예견해 철저히 분석하고 고민해봤어야 했다”며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한데 지금 (이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노사 갈등 확산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법을 보완·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unpar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