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FOMC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FOMC를 기점으로 점차 내년 경제와 금융 시장 환경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통화 정책은 현재 형성돼 있는 내년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을 잠재 성장률과 중앙은행 물가 목표치와 맞대어 보며 가늠해 볼 수 있다. 금리 인하 단행 시급성과 관련 있는 경기 침체 확률도 판단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과거 평균과 표준 편차를 통해 개략적인 내년 기준 금리 수준을 판단해 볼 수 있다. 해당 사항들을 통해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내년 통화정책 환경을 추정해 보면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이 올해만큼이나 높겠지만 기준 금리 인하 압박은 조금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의 경우 잠재 성장률 하락이 지속 중인 가운데 물가는 연준 목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 내년도 올해처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함께 발생)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시장 기대만큼 기준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침체 확률은 지난해 평균 수준에 있어 금리 인하 시급성도 크지 않다. 다만 과거와 기준 금리 수준을 비교해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다수 국가가 표준편차 범위 안으로 기준 금리가 내려와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크게 상회하는 중이다. 이는 연준에 기준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경제적 필요성도 반영되는 측면이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조정하는 의미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도 미국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탈)이 미국보다 약한 만큼 고금리로 인한 불안정성은 더 크다. 다른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올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일본은 내년 현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성장률 전망이 잠재 성장률을 상회하지만 올해보다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크고 경기 침체 확률이 과거 평균보다 약간 높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물가가 지속해서 하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현재 금리 수준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기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 전망 기대치가 여전히 잠재 성장률을 밑돌지만 내년에는 올해 대비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확률이 과거 평균 이하에 머물고 있다는 점 역시 기준 금리 동결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다만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성장률 기대치가 하향 조정되면 금리 인하 확률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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