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지주회사 주가는 예외적으로 방어력을 드러냈다. 반도체·2차전지 등 핵심 계열사 주가가 흔들리는 동안 지주사는 상대적으로 낙폭을 크게 줄였고, 연말을 앞둔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합의 등 제도 변화가 더해지며 업종 전반의 재평가 기대도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지난달 3일 25만 3000원에서 28일 26만 5500원으로 4.9% 상승했다. 중간 지주사 SK스퀘어도 같은 기간 5.5% 올랐다. 이는 SK하이닉스(000660)가 같은 기간 14.5% 급락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의 최대 주주임에도 지주사 주가는 흔들림이 작았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도 지난달 0.7% 하락에 그쳤다. 삼성전자(005930)가 같은 기간 9.5%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어력이 두드러졌다. LG(003550)(-4.4%) 역시 LG화학(051910)(-4.8%)보다 낙폭이 작았고, HD현대(267250)(-10.3%)도 HD현대일렉트릭(267260)(-18.3%) 대비 선방했다. 다만 한화(000880)(-18.8%)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8.2%)처럼 자회사와 동반 약세를 보인 사례도 있었다.
지주사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배경에는 올해 두 차례 이뤄진 상법 개정과 최근 여야가 합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이 있다.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확대가 고배당 정책을 추진하는 지주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배당 성향 40% 이상 기업 또는 배당성향 25%이면서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기업이 분리과세 대상이 된다. 세제 개편으로 고배당 기업의 세 부담이 완화되면서 배당 확대 여력이 있는 지주사에 재평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는 그간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논란의 핵심 이슈였던 만큼, 의무 소각이 도입될 경우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시장에 명확히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업종이 장기간 저평가된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 정책 변화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정부의 추가 제도 개편 가능성도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합병·물적분할 등에서 일반주주 권익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후속 과제로 검토되고 있고, 기업 승계와 관련한 상속세 제도 개편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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