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이뤄진 1%포인트 기준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 반면 경기 부양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비와 투자에서 금리 민감도가 낮아지면서 성장률 제고 효과가 반감된 결과다.
한은은 11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공개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0.25%포인트씩 네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연 3.5%→2.5%)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분 중 26%가 금리 인하 단일 원인 영향으로 분석됐다. 가격 급등의 4분의 1이 금리 인하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나머지 74%는 신규 주택 공급 부족, 완화적 규제, 기대 심리 등 요인 때문이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6·27 가계부채 대책 이후 서울 주요 지역 집값이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그 수준도 낮다고 할 수 없어 계속 경계하고 있다”면서 “시장 전반의 심리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공급 우려가 여전한 만큼 집값 기대가 해소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 지난달 넷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연율 환산 4.5%로 최근 3년 평균(-0.3%)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강남구(5.0%), 서초구(6.9%), 송파구(11.0%), 용산구(4.9%), 성동구(10.6%) 등 주요 지역은 특히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성장률 제고 효과는 미미했다. 금리 인하의 상반기 중 성장 기여도는 과거 평균의 절반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은 금리에 민감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갑을 닫고 투자를 줄인 결과다.
기준금리가 내리면서 가계와 기업의 올해 1분기 중 이자 부담 금리는 각 2023년 4분기, 지난해 2분기보다 0.25∼0.68%포인트, 0.27∼0.54%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한은은 새 정부 출범과 대외 관세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완화된 만큼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화돼 향후 1년간 성장률을 약 0.27%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 1%포인트 금리 인하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성장의 하방 리스크 완화를 위해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추가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할 때 주택 시장과 가계부채 안정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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